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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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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3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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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6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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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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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0. 입학

DUMMY

-이번 정차역은 마기아 역입니다. 반복합니다. 이번 정차역은 마기아 역입니다. 승객 분들은 잊어버리는 짐 없이...


지평선 너머, 어스름의 그라데이션이 가속도를 띄기 시작할 때쯤, 열차는 마기아 역에 도착했다.


열차에서 내린 슈페른은 눈 앞에 펼쳐진 풍경에 그야말로 넋을 잃어버릴 뻔했다.


사람, 사람 그리고 또 사람.

슈페른이 타고 온 기차는 양반이었다.

마기아 역에는 그가 타고 온 기차 말고도 똑같이 생긴 열차가 3대 더 정차해 있었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즉, 단순 계산만으로도 똑같은 복장의 꼬꼬마들이 4배로 늘어났다는 것이었고.

그렇기에 그들에게 집중되는 시선 또한 4배로 늘어났다는 것이었다.


“우윽.”

“괜찮니?”


오른쪽을 봐도 왼쪽을 봐도 똑같은 복장을 입은 꼬꼬마들이 들어차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의 절반은 스쳐 지나갈 때마다 아샤(덤으로 슈페른도)를 흘끗흘끗 바라보며 수군수군 대었다.

그것은 시선 멀미가 있는 슈페른에게는 참으로 고역 같은 일이었다.


열차에서 내리기 전, 아샤가 슈페른에게 멀미 방지 마법을 걸어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얼굴이 허옇게 물들어 버렸을 것이다.

슈페른은 멀미 방지 마법을 꼭 익히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시간나면 꼭 연습해 봐야지.


그때였다.


땡땡땡.


기차역을 나서자마자.

누가 보아도 ‘나 마법사요.’라고 말하는 듯한 복장을 입은 어른이 팻말을 든 채로 시끄러운 종을 울려대고 있었다.


“이번 해 신입생은 이쪽으로! 다시 한 번 말합니다! 신입생은 이쪽으로 오세요!”


응? 뭐지?

설마, 신입생은 학원에 들어가기 전에 뭔가를 해야만 하는 건가?

슈페른은 아샤를 올려다보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는데?


의아한 표정의 슈페른을 보고 아샤가 작게 미소 지었다.


“당황할 필요는 없어. 저건 일종의 입학 선물이거든.”

“입학 선물이요?”

“가보면 알게 될 거야. 원래, 선물이란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받는 편이 더 기쁜 법이지.”


자, 가보렴. 아샤가 슈페른의 등을 살짝 밀었다.


슈페른은 무심코 뒤를 돌아보았지만, 아샤는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을 뿐이었다.

슈페른은 손안에 든 여행 가방을 꼭 쥐고, 앞으로 걸어갔다.


일 학년생이 전부 모이는 것은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못 보고 지나치기에는 루고라는 중년이 흔드는 종과 팻말이 너무나도 눈에 잘 띄었기 때문이었다.


“오, 붉은 망토. 여기도 붉은 망토! 반갑구나, 아이들아. 내 이름은 루고 락셀브라고 한단다. 학원에선 주문학 담당을 맡고 있지. 그리고 지금은 너희들의 안내역을 맡은 사람이기도 한단다.”


루고 락셀브는 갈색 머리를 가진 중년이었다. 그러나 그 성격은 전혀 무거워 보이지 않았다.


“흠흠! 총원 108명, 모두 제대로 모였구나! 이 선생님은 아주 기쁘단다!”


교수가 아니라, 광대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어투와 몸짓.

그러나 슈페른은 알 수 있었다.

루고 교수는 지금 일부러 저런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 13살 꼬꼬마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실제로 그의 괴짜짓을 본 몇몇 꼬마들이 긴장을 풀고 피식거리기 시작했으니까.


“자! 그럼 출발하자꾸나!”


***


루고 교수가 안내하는 방향은 학원과는 반대쪽 같았다.

붉은 망토를 입은 꼬마들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슈페른과는 반대쪽으로 걸어가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건 딱히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신입생들이 반대쪽으로 가는 것을 이상하게 쳐다보지 않았으니까.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멀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 거야.”

“으으, 목말라.”


13살 꼬꼬마들에게 있어 루고 교수가 안내하는 길은 너무나도 멀었다는 것이었다.


“하하, 벌써부터 지치면 어떡하니? 마법사란 지팡이가 아닌 마법검을 쓰는 자. 마력뿐만 아니라 체력 또한 좋아야 한단다!”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으며 말하는 것이 얼마나 얄미운지!

슈페른은 입술을 꽉-앙다물었다.

이게 어떻게 입학 선물이야.

그것보단 신고식에 가깝다고 느껴졌다.


“후.”


말라버린 숨을 내뱉으며 슈페른은 생각했다.


‘그래도 나는 그나마 나은 상황이지.’


슈페른의 눈에 몇몇 일 학년 학생들이 무거운 짐과 씨름하고 있는 모습이 비쳤다.

그에 비하면 슈페른이 들고 있는 여행 가방은 아주 작은 편에 속했다.


아샤의 조언 덕분이었다.

학원 근처에 있는 상점가에서 웬만한 물건은 다 구할 수 있으니, 짐은 최대한 가볍게 싸는 것이 좋다는 조언.

그때는 그저 그런가 싶었는데, 지금 와선 그런 조언을 해준 아샤에게 슈페른은 압도적인 고마움을 느꼈다.


“헥헥-.”

“아이고...”


슈페른은 저들에게 동정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그가 도와줄 방법은 없었다.


그때였다.


“응?”


눈앞에 있는 여행가방(아니? 저건 짐수레라고 해야 하나?)은 주변에 있는 짐 중에서도 유독 큰 크기를 자랑하고 있었는데.

그런 만큼 슈페른이 보기에 그 짐이 올려져 있는 방식은 유독 불안스러워 보였다.

이를 잘 나타내듯 짐에서 살짝 삐져나와 있는 둥근 무언가가 떨어질 듯 말 듯 매달려 있는 것이 보였다.


슈페른의 시선이 그것에 닿았다. 저거 떨어질 것 같은데.


덜컹-


“어이쿠.”


꽤 높이가 있는 턱을 지나간 순간.

슈페른의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아슬아슬하게 삐져나와 있던 그것이 톡-하고 튀어나와 버린 것이다.

슈페른은 튀어나온 그것을 다급히 양손으로 감싸 안았다.


“이건... 알?”


달걀과 비슷한 모양이었다.

물론, 그 크기는 달걀보다 몇 배는 더 컸지만 말이다.

바닥에 떨어지기라도 했다면, 산산이 깨져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슈페른은 다행이라고 한숨을 내쉬며 조금 보폭을 빨리했다.

운이 좋게도, 짐을 끌고 있는 학생은 슈페른보다도 키가 작은 소녀였다.

그런 만큼 보폭이 작아 따라잡기가 용이했다.


“저기.”

“헤엑, 헤엑... 응?”


엄청 힘들어 보인다.

또래보다도 작은 키를 가진 슈페른이었다.

그런 슈페른보다도 더욱 작은 소녀가 헥헥 거리며 땀방울을 흘리는 모습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안쓰러움마저 느껴질 지경.


“자.”

“.....어?”


슈페른이 내민 ‘알’을 보자 소녀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어어어, 어떻게 네가 이걸...!”


얼마나 놀랐는지 삿대질까지 하며 놀라 했다.


“바닥에 떨어질 뻔했거든.”

“떠, 떨어질 뻔했다고!?”


그야말로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표정.

소녀는 다급하게 슈페른이 건넨 알을 양손으로 조심스레 받아들었다. 어? 양손?


“어, 어어어! 지, 짐!”

“어...? 아!”


그러나 소녀는 양손으로 알을 꼭 쥐고 있었기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결국, 움직인 건 슈페른이었다.

짐이 쭉 아래로 미끄러지기 전에 슈페른은 짐수레를 잡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뒤에서 ‘조심 안해!’라는 외침이 들려왔다.

소녀가 바로 다가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물론, 그때까지도 알은 양손에 꼭 쥔 상태였다.


“정말로 고마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소녀가 방긋 웃었다.

그야말로 아침 햇살과도 같은 미소였다.

심지어 머리도 금발이었다.


“진짜, 진짜 고마워! 만약 이 알이 깨지기라도 했다면... 아빠한테 죽도록 맞았을 거야.”

“엄청 귀한 건가 보네? 무슨 알인데?”

“그리핀!”

“그리핀이라고?”


힘도 쌔고, 튼튼하고, 잡식이고 심지어 날 수도 있는 그리핀은 제국에서 가장 널리 키워지는 마법 동물 중 하나였다.


군사용, 농업용, 상업용 그 밖의 기타 등등.


그리핀은 제국의 역사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심지어 제국의 국기에도 그리핀 그림이 들어갈 정도니 말 다했지.


“응! 우리 아빤 그리핀 사육장에서 일하시거든. 그래서 입학 선물로 그리핀 알을 받고 싶다고 했지.”


슈페른이 알기로 그리핀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았다.

아샤에게 배운 바에 따르면 분명, 가장 싼 그리핀 품종이 아마 평민 가구의 세달 식비 정도였을 것이다.


“엄청나게 사치스런 선물이네.”

“정말로 그렇다니까? 나도 아빠가 그리핀 사육가가 아니었다면 말할 엄두도 못 냈을 거야.”


소녀는 만면의 미소와 함께 알을 쓰다듬었다.

그러다가 급히 목소리를 죽이고 슈페른에게 귓속말을 보냈다.


“심지어 이건 ‘화이트헤드’의 알이라고.”

“화이트헤드?!”


그리핀의 품종 중 하나인 화이트헤드.

정수리가 하얗게 물들어 있는 것이 특징인 종이며, 제국에서 키우는 그리핀 중 가장 비행능력이 높은 종이라고 알려진 종이었다.


“대박.”

“그치? 그치!”


소녀가 히히덕거렸다.


“부화할 때까지는 얼마나 남았어?”

“음, 아마도 세 달에서 네 달 정도일거야.”

“만약 부화하면 나한테도 보여줄 수 있어? 난 지금까지 그리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거든.”

“물론이지!


소녀가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내 이름은 클라라라고 해! 너는?”

“클라라? 설마 넌 평민이야?”


슈페른이 묻자, 소녀가 표정이 조금 어두워졌다. 방금까지의 친근했던 태도가 사라지고 약간의 경계심이 표면 위로 올라왔다.


“설마... 귀족이세요?”

“아.”


그제야 슈페른은 자신이 무례한 언사를 내뱉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전의 대사는 그야말로 평민 차별주의자 귀족이 상대가 평민인 걸 알았을 때 내뱉을 법한 대사였다.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니, 슈페른의 말은 오해할 여지가 충분했다.


“아니, 나도 너처럼 평민이야. 이름은 슈페른. 잘 부탁해.”


슈페른이 그렇게 말하자 소녀 또한 표정이 펴졌다. 둘은 손을 맞잡고 악수를 나눴다.


“방금 전의 말이 기분 나빴다면 미안. 이곳에 와서 같은 평민 출신을 만난 건 이번이 처음이라 엄청 놀랐거든.”


슈페른이 지금까지 만난 마법 세계의 사람들은 귀족, 귀족, 귀족 그리고 황녀였다.

자신과 같은 신분이라는 것이 이렇게까지 편안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에, 슈페른은 매우 놀라울 따름이었다.

뒷골목에서 살 때는 신분이 같다는 게 그렇게까지 특별하게 느껴지진 않았는데.


“심지어, 난 마법이란 귀족들만 쓸 수 있는 건 줄 알았다니까?”

“아하하! 그럴 리가. 마법은 누구에게나 공평한 힘인걸?”


슈페른도 그건 알고 있었다.

다름 아니라 호른과 만난 첫날에 직접 들어본 말이니까.

그러나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이 사람들이다 보니, 조금은 그 말에 의심이 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 후로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슈페른과 클라라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클라라가 외쳤다.


“맙소사! 저것 봐. 저건 와이번이야!”


와이번.

그것은 그리핀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마법 동물이었다.

그리핀처럼 가축으로선 인기 있는 동물이 아니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성질이 매우 더러웠기 때문이었다.


누가 용의 아종 아니랄까 봐. 와이번은 어느 종이든 하나같이 성질이 난폭하기로 유명했다.

제국에서 가장 유명한 그리핀 사육사가 와이번 만큼은 절대로 다루고 싶지 않다고 말한 건, 아주 유명한 이야기였다.


그럼에도 와이번 조련은 수십 년간 포기되지 않고 계속해서 연구되고 있는 분야였다.


와이번은 그리핀보다 더욱 빠르고 높이 날 수 있었으며 힘과 지구력 또한 더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몇몇 종은 브레스도 내뿜을 수 있었다!


그런 와이번이 지금 학생들 앞에서 얌전하게 대기하고 있었다. 그것도 11마리나.

그것만으로도 믿기 힘들 지경이었는데, 심지어 와이번들의 등에는 마차까지 매달려 있었다.


“설마, 우린 저 마차를 타게 되는 걸까? 오! 정말로 환상적이야. 살다 살다, 와이번을 타게 되는 날이 오다니.”


그것은 물론, 슈페른에게 있어서도 환상적인 일이었다. 설마하니 와이번이라니!

슈페른과 클라라를 제외한 다른 꼬꼬마들도 반짝거리는 눈으로 와이번 무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루고 교수가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이게 바로 마기아 학원의 명물 와이번 마차란다. 혹시라도 타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니? 예를 들면 고소공포증이 있다거나 말이다. 그런 사람이 있다면 손을 들어주렴.”


그러나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좋아! 그럼 모두 차례대로 마차에 올라타렴! 한 마차 당 5명씩이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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