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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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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30 05:15
최근연재일 :
2021.06.06 12: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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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20

작성
21.05.31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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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재능

DUMMY

슈페른은 눈을 떴다.

그러자 보이는 건 하늘이 아니라 천장이었다.


“대박...”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게 천장이라니.

게다가 자는 도중.

새벽이슬에 젖어 추위에 부들부들 떨다가 일어나는 일도 없다니.


심지어 허리도 아프지 않았다.

침대를 꾹 눌러보니 누르는 대로 폭 들어갔다가 힘을 빼니 다시 퐁-하고 튕겨 나왔다.


이렇게나 상쾌한 아침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에, 슈페른은 감동마저 느껴졌다.


'설마, 이 모든 게 꿈이 아니겠지?’


우연에서 시작된 인연.

호른과 슈페른.

둘 중 한 명이라도 그때 그 길을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


마찬가지로.

만약, 스승님께서 미스틸테인을 지니고 계시지 않았더라면.

슈페른은 아직도 그 천장 없는 판잣집에서 오늘은 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 옷도 엄청 부드러워.’


지금까지 본 적도 없었던 깨끗한 하얀색이었다.

지금까지 만져본 적도 없었던 얇고 부드러운 천이었다.


분명 ‘잠옷’이란 거랬나?

오로지 잠잘 때를 위해서만 만들어진 옷이라니. 세상에 이렇게 사치스러울 수가 있나.


도저히 현실감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슈페른이 체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이었다.


이 괴리감은 아무래도 한동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우웅-


“.....”


슈페른이 침대 옆에 놓여있던 검을 쥐었다.

딱딱하고 차가웠다.

들어 올리니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그러자 괴리감이 조금은 줄어드는 것 같았다.


“후우.”


심호흡을 내쉬고.

슈페른은 검을 뽑았다.


스르릉-


귀를 간질이는 소리와 함께 검집에서부터 흑색의 칼날이 빠져나왔다.

그야말로 밤하늘을 깎아서 만든 것 같은 색.


꿀꺽-


‘살짝, 한 번 정도는 괜찮겠지?’


슈페른은 문득, 어제 느껴보았던 그 감각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싶어졌다.

아샤 누나는 마법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절대로 자신의 눈 앞 이외의 곳에서 마법을 쓰면 안 된다고 했지만.

그 말에 얌전히 따르기에는 슈페른은 이제 겨우 13살이었다.


“좋아.”


살짝, 아주 살짝이다.

그러면 들키지 않을 것이다.


양손으로 검을 꽉 쥐고.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슈페른은 주문을 외웠다.


"레프로듀."


슈페른의 안에서 무언가 무형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듯한 감각이 들었다.

좋은 예감.

마력이 깔끔하게 빠져나가는 것이 이번에는 제대로 발음한 것 같았다.


“...됐다!”


사알~짝, 처음에는 조심스레 한쪽 눈만을 떴던 슈페른은 이내 양쪽 눈을 모두 활짝 뜨며 환호성을 내질렀다.


슈페른의 양손에는 미스틸테인이 각각 한 자루씩 쥐어져 있었다.


“좋아, 다음에는...”


이번에는 검을 조종하는 마법이었다.


“후우...”


슈페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테네스."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미스틸테인의 복제품이 공중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검 손잡이에는 소년의 손가락 끝에서부터 퍼져나온 마력 실이 메여 있었다.


“됐다! 좋아, 이젠...”


음... 그러니까.

분명, 눈에 보이는 실이 아니라 검 자체를 움직인다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오오...”


검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릿느릿하지만 분명히 검은 공중에서 뜬 채로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까지가 어제 슈페른이 마스터한 부분이었다.

검을 조종하는 속도를 이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현재의 슈페른에겐 불가능했다.


허나.


“포기란 배추 샐 때나 쓰는 말이지.”


누가 말한 말인지는 모르겠다.

야채 가게 로라 아줌마였나?


마법이란 본디 불가능을 깨부수는 학문.


게다가.


푹 자고 일어났기 때문일까.

어제보다 마력감(魔力感) 또한 좋았다.


지금의 컨디션이라면, 어제는 성공하지 못한 ‘그것’을 성공할 수 있을 거란 예감이 들었다.


“좋아.”


할 수 있다.

슈페른은 근거 없는 확신이 충만해짐을 느꼈다.


“...간다.”


슈페른은 검을 조종하는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천천히.

조금씩 조금씩.


성급해 해선 안 된다.

어느새 슈페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좋아! 이대로 끝까지 간다.’


지금의 페이스라면.

아샤 누나가 보여주었던 속도까지 금방 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착각이었다.


“앗.”


쨍그랑-


잠깐의 방심.

아주 사소한 미스.

그러나 그 결과는 전혀 가볍지 않았다.


투두둑-


슈페른은 멍하니 저 앞에 있는 창문을 바라보았다.

그 창문에는 아주 훌륭하게 주먹만 한 구멍이 휑하니 뚫려 있었다.


‘망했다.’


슈페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마법 중에는 창문을 고치는 마법도 있으려나?

있으면 좋겠다.

딱 보아도 비싸 보이는 창문 값을 물어내려면, 죽을 때까지 무보수 노동을 해도 모자랄 것 같았다.


***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수프와.

제국 남부에서 수확한 쌀로 만든 부드러운 빵.

그리고 그 밖에 잡다한 영양분을 고려한 다양한 메뉴들.


누가 보아도 아주 정성스레 차려진 식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

“.....”


따뜻함이 느껴지는 테이블 위와는 다르게.

테이블 주위에서는 차가운 북풍만이 몰아치고 있었다.


푸른 단발의 소녀가 검은 머리의 소년을 부리부리한 눈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죄송-”

“내가 어제 뭐라고 말했지?”

“...누나가 보지 않을 땐 마법 쓰지 말라고요.”

“그래, 잘 기억하고 있네.”

“...죄송-”

“죄송하단 말로 모든 게 용서된다면, 세상엔 법이란 건 왜 존재하겠니.”

“어? 저 그럼 설마 감옥 가야 하는 거예요?”

“.....”

“으허허허!”

“웃지 마세요, 스승님”

“허허, 그만 용서해 주거라. 애 체하겠구나.”

“하아...”


아샤는 미간을 짚었다.

한창 창창한 나이에 벌써부터 주름이 질 것 같았다.


“허허, 그래도 복제 마법에는 능숙해진 것 같구나.”

“아, 네. 염동(念動) 마법은 아직도 좀 어려운데, 복제 마법을 쓸땐 이제 막히는 느낌이 없어요.”

“칭찬하지 마세요, 스승님. 지금은 칭찬이 아니라 혼을 내야 할 때라고요.”

“허허, 그렇다고 스승으로서 제자의 성취를 무시할 순 없지 않으냐.”

“.....하아.”


아샤는 양손으로 얼굴을 덮었다.

하여튼 이 마법광 스승님 같으니라고.

마법만 잘하면 뭐든지 용서되지.


‘하긴, 그래도 대단한 성취가 맞긴 해.’


미스틸테인이 어째서 슈테른을 선택했는지 아샤는 그 이유의 편린을 본 것만 같았다.


단 하루.

슈페른이 복제 마법, 레프로듀를 마스터하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아니, 정확히는 하루도 아니지.’


마법을 연습한 게 어제 저녁부터니, 정확히 따지면 거의 반나절만이다.


그야말로 엄청난 재능.

너무나도 거대한 재능이 상대라면, 오히려 질투조차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세상에 산보다 작다고 산의 덩치를 질투하는 자는 없지 않은가.


아샤는 문득,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

.

.


“말도 안 돼.”


아샤가 중얼거렸다.


느릿느릿.

지금 당장에라도 떨어질 것 같이 불안 불안했지만, 슈페른은 지금 분명하게 염동 마법을 쓰고 있었다.


그것도 첫 시도 만에.


‘이게 가능해?’


첫날이니만큼 간단하게 마력 운용 방법만 가르치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슈페른이 마력 운용에 익숙해지는 속도가 빨랐고.

마법 가르쳐 줄 때까지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그의 태도에 아샤는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기초 마법 중 어떤 걸 가르쳐주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 아샤에게 슈페른이 먼저 배우고 싶은 마법이 있다고 말해왔다.


슈페른이 말한 건.

레프로듀(복제 마법)와.

테네스(염동 마법)였다.


오늘 아샤가 뒷골목에서 썼던 그 마법들 말이다.


아샤는 처음에는 거절했었다.

그 두 마법은 어려운 마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기초에 속하는 마법은 아니었다.


특히, '레프로듀' 같은 경우는 따지자면 중상의 난이도로 분류되는 마법이었다.


그렇기에 다른 마법을 가르쳐주겠다고 했지만... 선배는 후배의 고집을 이길 수 없는 법이었다.


‘하긴, 원래 이런 건 직접 부딪쳐봐야 깨닫는 법이지.’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의 아샤도 그랬었다.

처음 마법을 배우는 어린이는 원래 멋져 보이는 마법부터 배우고 싶어 하는 법이었다.


오히려 '레프로듀'나 '테네스' 정도면, 그나마 나은 수준이었다.

자신의 경우에는... 그만 떠올리자.

그건 아샤에게 있어서 흑역사였다.


뭐, 어쨌거나.

아샤는 슈페른의 희망을 들어주기로 했다.

직접 깨닫게 하지 않는 이상,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거란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스승님이 말씀하시길.

마법사란 모두 욕심쟁이니까.


그런데.


“대체, 어떻게...”

“어... 그냥 하니까 되던데요?”


순간.

아샤는 눈앞의 소년을 때리고 싶다는 충동을 느꼈다.

완전히 꺼졌다고 생각한 질투의 불씨가 다시 타오를 것만 같았다.


아샤는 독촉했다.

제대로 설명하라고.

그러자 슈페른은 어려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어어... 사실, 따라 한 거예요.”

“따라 해? 누굴?”

“...누나를요.”

“...뭐?”

“아샤 누나가 마법을 쓸 때 마력을 운용했던 방법을 그대로 따라 했어요.”

“.....허.”

“누나의 기술을 훔쳐서 죄송해요. 하지만 누나의 마력 운용이 너무나도 예뻐 보여서...”


이게 무슨 미친 소리지?

자신이 잘못 이해한 게 아니라면, 지금 슈페른에게는 마력의 움직임과 그 흐름이 보인다는 말인가?


근데 그 미친 소리가 사실이었다.

몇 번의 검증을 거친 결과, 아샤는 슈페른의 말이 사실이란 것을 알 수가 있었다.


게다가.


“계산을... 안 했다고?”

“네. 전 수학 같은 건 배운 적도 없는 걸요. 아, 그래도 숫자는 알아요. 일, 이...”

“.....하.”


마법의 발현속도가 비정상적으로 빨랐다.

보통 마법이란 이미지-계산-주문-발현의 과정을 거친다.


그 어떤 마법이라도 보통은 주문을 외운 후에 마법이 발현되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슈페른의 경우는 달랐다.


아샤가 잘못 본 것이 아니라면, 슈페른의 마법은 주문 후가 아닌 주문 시에 발현되었다.

주문의 첫마디를 입에 담자마자 마법이 발현하기 시작한다는, 상식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현상.

스승님께서는 아마도 계산이라는 과정을 생략함으로써 생겨난 결과라고 추측하셨다.


앞에서도 말한 것 같지만.

너무나도 거대한 재능을 상대로는 오히려 질투조차 느껴지지 않는 법이다.


.

.

.


물론.

슈페른의 재능도 완벽한 것만은 아니었다.


아무리 감이 좋다 하더라도.

결국, 마법의 근본은 계산이었다.


‘감’으로 ‘계산’하는 것과.

‘감’에만 ‘의존’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다.


슈페른은 고정된 이미지에는 강했으나 변화하는 이미지에는 약했고.

그것은 슈페른에게 계산 능력이 전무하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었다.


이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또 다른 예로는.


기초 중의 기초 마법인 졸바트피(마력 화살 마법)를 들 수 있었다.

슈페른은 아샤가 보여준 그 마법을 그대로 따라 할 수는 있었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10번을 쏘면 10번 모두 위력이 같았다.

10번을 쏘면 10번 모두 궤도가 같았다.


복제는 복제일 뿐 오리지널이 아니다.

마법이란 그 위력과 궤도에 따라 미묘하게 마술식이 달라지는 법.

아무리 복제가 가능해도 응용은 하지 못한다면 결국 반쪽짜리 마법사에 불과했다.


궤도가 뻔히 예측되는 마법을 맞아줄 상대가 세상에 대체 어디 있겠는가.


‘뭐, 그렇다 해도...’


결국, 그것은 슈페른의 배움이 부족했기 때문에 일어난 일.


마법사란 지혜를 쌓아가는 자.

늦게 시작했다는 것이 배우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즉,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라는 것.


애초에.


한 번 본 마법을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재능.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마법을 발동할 수 있는 재능.

그리고 배움을 즐길 수 있는 재능.


그 압도적인 재능 앞에선 계산 따위는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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