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

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30 05:15
최근연재일 :
2021.06.06 12:1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85
추천수 :
51
글자수 :
64,520

작성
21.05.30 12:30
조회
83
추천
9
글자
13쪽

2. 잘 부탁 한단다 제자야

DUMMY

노인이 말한 이야기를 간단히 정리하자면.

즉, 소년을 마법 학원에 입학시키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노인을 후견인으로 해서.


뭔 소리래 그게?


지금 제대로 이해한 게 맞나?

너무나도 허황된 이야기에 스스로의 귀를 의심한 소년이었다.


“전 마법은 하나도 모르는데요?”

“모르면 배우면 된단다.”


소년의 눈이 헤엄쳤다.

마법이란 게 그렇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거였나요?


뱀의 아가리에서, 그것도 잘 먹지 못해 동년배보다도 몸집이 작았던 소년에겐.

자신보다 머리 하나 더 큰 패거리나 나이프를 든 무뢰배 또는 눈 한쪽 날아간 개자식 정도가 현실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강함이었다.


그에 비해 마법이란, 음, 그래.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비현실적인 힘이었다.

적어도, 소년의 일생에선 전혀 연관될 일 없는 힘이라고만 생각했다.

만약 소년이 마법을 체감하게 되는 날이 온다면, 그건 분명.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서 ‘벌’을 목적으로 날아오는 마법일 테니까.


게다가 마법사란 다 괴팍한 존재들이라고 들었다.

뒷골목으로 흘러들어온 이들 중에는.

마법사의 실험동물 신세에서 도망친 이들도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기형적인 신체를 지니고 있었다.

팔다리가 없는 것은 예사요, 달려있다 해도 어디 한 군데가 끔찍하게 비틀려 있는 것이 보통이었다.


설령, 팔다리가 멀쩡하더라도 사람의 몸에는 팔하고 다리만 달려있는 것이 아니었다.


으욱-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소년은 생각했다.


‘어쩌면 실험동물을 잘못 말한 건지도 몰라.’


마법사들에겐 어쩌면.

‘실험동물’이란 단어를 ‘제자’란 단어로 바꿔 부르는 취미가 있을지도 모른다.

‘실험동물’이란 단어보단 ‘제자’란 단어가 그나마 더 온건하며, 무엇보다 마법사들은 다 괴팍하니까.


평범한 상식으로 마법사들을 이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런 소년의 불안감을 노인은 눈치챘다.

이유는 모르겠다만, 소년은 노인의 말에 불안해하고 있었다.


“오, 아이야. 갑자기 왜 그렇게 불안해하는 거니.”

“.....그건.”


솔직하게 말해도 되나?

소년의 머릿속에서는 현재, 별의별 상상이 뒤죽박죽으로 날뛰고 있었다.


지금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언젠가 들었던 동화였다.

헨젤과 그레텔이었나?

마녀가 아이들을 잡아먹는 이야기.

나도 그렇게 되는 걸까?

근데 마녀는 여자인데?

눈앞의 분은 할아버지잖아.


소년이 우물쭈물하자.

노인은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혹여, 묻고 싶은 것이 있다면 물어도 된단다.”

“.....화내지 않으실 건가요?”

“응?”


노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대체 무슨 질문을 하려고 하는 거지?


“허허허, 그래, 화내지 않으마. 걱정하지 말고 물어보렴.”

“.....”


왜일까.

소년은 노인의 웃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진정되는 것 같았다.

마치 친할아버지를 보는 것 같았다.

물론, 할아버지는커녕 부모 얼굴도 기억 못하지만 말이다.


그렇기에.


소년은 한 번 노인을 믿어보기로 했다.

분명, 눈앞의 노인은 마법사지만.

적어도 ‘뱀의 아가리’에서 봤던 개자식들하고 비교하면 그래도 착한 사람 같았다.

그리고 동화 속의 마녀 같지도 않았다.


게다가 차분하게 생각해보니까 이상했다.

정말로 노인이 자신을 실험동물로 삼을 생각이었다면, 굳이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칠 필요가 있었을까?

그냥 납치하면 됐을 것을.


노인은 마법사이며 귀족이고, 소년은 부랑아였다.

먼지 같은 존재감을 유지하던 소년 하나 없어진 것 정도로, ‘뱀의 아가리’에선 티도 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소년의 말을 들은 노인은.


“허허허!”


조금 전 웃었던 것보다도 더욱 크게 웃기 시작했다.


“허허, 말했잖니. 실험동물이 아니라 제자로 삼고 싶었던 거라고. 그렇지 않았더라면 왜 내가 너에게 그런 편지를 건넸겠니?”


그 말은, 실험동물 목적이었다면 납치했을 거란 말처럼 들리는데요?

그러나 소년은 굳이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슬럼가에서 자란 소년이라도 그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오히려 눈치가 없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곳이 뱀의 아가리였다.


소년은 머리를 긁적였다.

적어도, 방금까지 했던 모든 상상이 망상에 불과했다는 것은 알게 되었지만.

아직, 가장 큰 궁금증이 남아 있었다.


“왜...”

“음?”

“왜, 저를 제자로 삼으시려는 거예요?”


자신이 알던 ‘제자’와 노인이 말한 ‘제자’가 다른 의미라는 것은 알았다.

소년이 이해하기에, 노인이 말한 ‘제자’란 ‘학생’에 가까운 의미였다.


그렇기에 소년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교육’이란 본디 가진 자만의 전유물이었다.

소년 같은 부랑자에게 ‘교육’, 그것도 마법에 관한 교육이란 분에 넘치는 사치였다.


어쩌면, 먹었다가 배가 터져 죽을지도 모른다. 소년은 그런 막연한 불안감이 들었다.


소년의 질문을 들은 노인은 인자하게 미소지었다.


“그건 아주 간단한 이유지.”

“?”

“네게서 마법의 재능을 보았기 때문이란다.”

“재능이요?”


재능.

‘재능’이란 단어 또한 ‘교육’과 마찬가지로, 소년에겐 영 인연이 없던 단어였다.


도둑질.

소매치기.

빠른 발.


뒷골목에서 필요한 재능이란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그러나 불운하게도, 소년은 영 그런 재능이 부족했다.

그나마 나이프를 다루는 것엔 좀 능숙했다만, 소년은 체격이 작았다.


그렇기에 힘도 리치도 부족했다.

아무리 기술이 뛰어나도 힘과 리치에서 밀리니 어설픈 나이프 파이팅은 있으나 마나 한 재능이었다.


그렇기에 소년은 뒷골목에서 반 푼이라고 불렸다.

1인분도 못하는 놈이라는 뜻이었다.


그런 소년에게 재능이 있다니.

그것도 마법의 재능이라니.

소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리고 부정했다.


“에이, 말도 안 돼요. 저따위가 마법이라니. 마법은 귀족님들만 쓸 수 있는 거잖아요.”

“허허, 누가 그러더니?”

“예?”

“마법은 신분을 가리지 않는단다. 오히려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힘이지.”

“공평?”


공평이란 단어가 실제로 쓰일 수 있는 단어였나?

소년이 알기로.

‘뱀의 아가리’에서 공평이란 말을 들먹이는 놈들 중에 진짜로 공평했던 놈들은 하나도 없었다.


“마법은 그다지 어려운 것이 아니란다. 마력이 있고 방법만 정확히 안다면, 다섯 살배기라도 쓸 수 있는 것이 바로 마법이란다.”


소년은 믿지 못했다.

소년이 아는 마법이란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그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내가 그런 마법들을 쓸 수 있다고?

말도 안 돼.


‘근데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아.’


노인의 말에는 힘이 있었다.

진실함이 담겨 있었다.

소년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사기꾼들의 목소리가 얇은 털실이었다면.

노인의 목소리는 마치 두꺼운 철사 같았다.


“제게... 마력이 있단 말씀이신가요?”

“그래. 못 믿겠니?”

“솔직히... 네.”


당연하다.

평생을 뒷골목에서만 지내오던 소년에게.

갑자기 ‘넌 마력을 지니고 있어.’라고 말한들 누가 바로 믿을 수 있겠는가.


노인은 이해한다는 듯 입가에 부드러운 호선을 지었다.


“그렇다면 믿게 해주어야겠구나.”

“네?”


어떻게요?

-라고 소년이 묻기도 전에.

노인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 들었다.

아니, 잠깐. 뭘 뽑아?


“우와악!”


역시, 날 실험동물로 삼으려던 거였어!

도망치지 못하게 다리부터 자르려는 건가?

소년은 기겁하면서 물러났다.

허나 의자에, 그것도 자신의 신장보다도 높은 의자에 앉아있었던 소년이었기에 무의미한 발버둥이었다.


소년은 눈을 질끈 감았다.

역시 이런 곳에 오는 게-


“잡으려무나.”

“.....네?”


잡아? 뭘?

살짝, 눈을 뜨자.

보이는 것은 검 손잡이였다.

노인이 검을 역수로 쥔 채로 소년에게 내밀고 있었다.


“이건 마법검이란다.”

“마법... 검?”


들어본 적이 있었다.

마법사들의 무기.

자세히는 모르지만, 엄청나게 비싸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


“제, 제가 어떻게 이런 걸...”

“괜찮단다.”

“으...”


정말로 괜찮은 거야?


소년은 망설였다.

마법검... 엄청나게 비싼 거.

검은색을 기조로 한 검날에 얇은 금실로 형이상학적인 무늬가 세공되어 있었다.


딱 보아도 엄청나게 세련돼 보이는 것이.

지금, 소년이 앉아 있는 이 의자나.

방금까지 먹었던 과자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이 귀한 물건이란 걸 소년은 알 수 있었다.


소년이 도저히 못 하겠다며 거부하려고 했을 때.


“어?”


소년은 손에 무언가 딱딱한 것이 쥐어지는 걸 느낄 수가 있었다.


“어어?? 어, 어느새?”


검 손잡이였다.

노인이 히죽거리고 있는 것이.

자신이 멍 때릴 동안 몰래 손에 쥐여준 것 같았다.


“어? 어어어?”


그렇다고 이 비싼 것을 내동댕이칠 수도 없는 노릇.

소년이 이걸 어찌해야 하나 하고 당황하고 있을 때.


두근-


‘어?’


소년은 기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것은 검 손잡이에서부터 느껴지는 감각이었다.

검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를 쥔 것과도 같은 느낌.


두근-두근-


그것은 이상했지만.


두근-두근-


따뜻했다.


“역시...”


멍하니, 지금의 감각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소년을.

노인은 복잡한 심경으로 바라보았다.


그것은 기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섭섭한 것과도 같은 그런 표정이었다.

그러나 검에 눈이 팔려있던 소년은 그런 노인의 표정을 눈치채지 못했다.


“그 검의 이름은 「미스틸테인」이라고 한단다.”

“미스...틸테인.”


소년은 그 이름을 되새김질하듯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그럴수록 소년의 세상이 검 한 자루 모양으로 응축되는 것 같았다.

소년이 정신을 차린 것은 노인이 다시 입을 열었을 때였다.


“그 검은 이제 네 것이란다.”

“예?!”


소년은 기겁했다.

저게 대체 무슨 소리야?


“이, 이건 할아버지의 것 아니었나요?”

“그랬었지. 하지만 이젠 아니란다.”

“예? 예에?”

“인연은 결국 돌고 돌아 있을 곳으로 돌아가는 법이지. 나는 그저 잠시 맡아두고 있었을 뿐.”

“아, 아니... 그래도...”

“그 검을 갖고 싶지 않니?”

“그건...”


솔직히 갖고 싶다.

마냥 비싸 보여서 그렇게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이걸, 대체 무슨 느낌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치, 이젠 기억도 나지 않는 어머니의 손을 잡았을 때의 느낌이었다.

손에서 절대로 떼어놓고 싶지 않은 그런 느낌.

생소하지만 그리운 감각이었다.


“지금 네가 느끼고 있는 그 감정이 바로, 네가 마법사란 증거란다.”

“예?”

“마법사란 모두 욕심쟁이거든.”


노인은 웃었다.

그러나 소년은 웃지 못했다.

도무지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아이야, 그 어떤 보물이라도 힘이 없으면 지킬 수가 없는 법이란다.”

“네?”

“그 검은 매우 귀한 검이지. 그 검을 가질 수만 있다면, 목숨 조차도 내놓을 수 있는 사람들이 이 세상엔 수두룩하게 있단다.”


소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게 그렇게나 귀한 물건이라고?


“검을 갖고 싶지?”

“.....”


소년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강해져야 한단다. 그 검을 노리는 사람들로부터 검을 지켜낼 수 있도록.”


소년은 말없이 검을 내려다 보았다.

밤하늘과 같은 자태가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만약...”

“음?”

“제가 마법을 배운다면, 그런다면. 이 검의 주인에 어울릴 정도로 강해질 수 있을까요?”


노인은 웃었다.


“물론이고말고. 그렇다고 믿기에 나와 검이 너를 선택한 것이란다.”


검이 나를 선택해?

마치 검이 살아있다고 말하는 듯한 소리였다.

평소의 소년이었다면,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고 헛웃음을 지었겠지만.


“.....”


소년은 알 수 있었다.

노인의 말이 마냥 헛소리만은 아니라는 것을.


“아이야, 마지막으로 물으마. 너는 나의 제자가 되겠느냐?”

“.....”

“부담 없이 대답해도 된단다. 설령, 네가 거절하더라도 검을 빼앗진 않을 테니,”


대신, 다른 이들에게 빼앗기겠죠.

소년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후우...”


결국, 소년에겐 선택지가 없었다.

스스로 생각해도 염치가 없다 생각하지만.

소년은 어떻게 해서든 이 검을 갖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선 반드시 강해져야만 했다.


당장 이 검을 갖고 그냥 돌아간다면, 뒷골목 무뢰배들에게서도 이 검을 지키지 못할 테니까.


소년은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스승님.”

“그래, 나도 잘 부탁한단다, 제자야.”


***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바꿨습니다. 21.06.02 28 0 -
11 11. 입학(2) +1 21.06.06 21 2 16쪽
10 10. 입학 21.06.04 25 2 13쪽
9 9. 학원으로(3) 21.06.03 29 1 13쪽
8 8. 학원으로(2) +1 21.06.02 33 3 15쪽
7 7. 학원으로 +1 21.06.01 37 3 13쪽
6 6. 재능 +1 21.05.31 52 6 12쪽
5 5. 마법 21.05.31 57 5 10쪽
4 4. 개자식 +2 21.05.30 58 5 13쪽
3 3. 너의 이름은 21.05.30 61 5 12쪽
» 2. 잘 부탁 한단다 제자야 21.05.30 84 9 13쪽
1 1. 나는 마법사란다 21.05.30 129 1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