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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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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30 05:15
최근연재일 :
2021.06.06 12: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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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4,520

작성
21.05.30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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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4. 개자식

DUMMY

미스틸테인.

신을 죽이는 나뭇가지.

그 검만 있다면, 복수를 이루기가 훨씬 쉬워질 것이다.


그러나.


검은 그녀를 거부했다.

그러고 나서 선택한 것이 마법이라곤 배워보지도 못한 소년이라니.


‘이미 미련은 버렸다고 생각했는데.’


허나, 아니었나 보다.

그때의 미련은 아직도 기름때처럼 자신의 안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오늘.

자신의 안에서 솟아오른 질투의 불꽃이.

그 기름에 옮겨 붙을 뻔 했으나.


소년이 지금까지 살아왔다는 ‘집’이란 것을 보고.

소년이 지금까지 어떤 환경에서 살아왔는지를 보고.

전혀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 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소년을 보고.

그녀는 그야말로 머리에 찬물이 끼얹어진 것 같았다.


‘이게 대체 뭐하는 짓인지.’


한 번.

머리가 차갑게 식고 나서야.

아샤는 눈앞의 소년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있었다.


소년은 그저 아이였다.

자신처럼 부모를 잃고.

응당 가져야 할 것을 가지지 못하고.

응당 배웠어야 할 것을 배우지 못한.


한때의 자신과 겹쳐 보이는.

그저 아이.


부끄럽다.

정말이지 추한 질투심이었다.


아샤는 생각했다.

역시, 자신은 마법사로서 아직 한참 멀었다고.

그렇기에 스승님은 일부러 ‘숙제’라고 표현한 것일까.


마법사란 지혜를 쌓아가는 자.

마법사란 이치를 정립하는 자.

그렇기에 마법사는 지혜로워야 하고.

그렇기에 마법사는 망설여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그녀는.

오답에 집착했으며.

포기하는 것을 망설였다.


눈앞의 소년은 자신이 질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다.

눈앞의 소년은 자신에게서 검을 빼앗아 간 존재가 아니다.

애초부터 미스틸테인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미스틸테인이 소년을 선택했다면, 그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스승님이 말한 것처럼 소년에게는 재능이 있기 때문이겠지.

아마 자신보다도 훨씬 더 뛰어난 재능이.


분하지 않다면 거짓말.

그러나 그녀는 알고 있다.


애초부터.

재능이란 것은 단 한 번도 그녀의 편이었던 적이 없었다는 것을.

그랬다면, 자신이 복수를 다짐하게 됐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내 이름은 아샤 마이어.

평범한 재능의 평범한 마법사.

그러나 지혜를 쌓길 두려워하지 않고.

이치를 정립하길 망설이지 않는.

호른 라그나르의 1 제자다.


스승님의 가르침에 먹칠하는 행동은 이제 그만하자.


그리고.


와장창-


“...그건 뭐니?”

“어... 이불?”


이불? 그게?

아샤가 알기로 저것은 이불이 아니라 방수포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것도 전부 헤지고 구멍이 송송 뚫려있는 딱 보아도 엄청 오래된 것처럼 보이는 방수포.

저런 걸 덮고 자다가는 피부염 걸리기 딱 좋을 것이다.


“버리렴, 그거.”

“네? 하지만... 이불 안 덮으면 새벽에 추운데...”

“...저택에 남는 이불이 있어. 그걸 줄게.”


애초에 저택 안이라서 그렇게 춥지도 않을 것이다.


“저택에 있는 거라면 모두 비싼 것들 아니에요? 괜히 죄송한데...”

“죄송할 거 없어. 너도 이젠 스승님의 제자니까.”


일단은.

지금의 소년에게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건.

마법에 대한 교육이 아닌, 일반 상식에 대한 교육이란 것을 생각하자.

아샤는 머리가 아파져 왔다.


아마.

아니, 확실하게.

상식 교육은 그녀의 몫일 것이다.


아무리 위대한 대마법사 호른 라그나르라지만.

마법이라면 모를까.

그 마법밖에 모르는 스승님이 평범한 일상에 대해 가르치는 건.

아샤로선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


소년.

아니, 슈페른은.

지금, 실시간으로 당혹감이 쌓여가고 있었다.


‘버리렴.’

‘버려.’

‘버리라고.’


지금껏 자신이 주워왔던 모든 생활용품이 한순간에 잡동사니, 아니, 쓰레기로 변해가고 있었다.


분명, 방금까지만 해도 조금은 친절해진 것 같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점 표정에 짜증이 쌓여가는 듯하더니.

이제는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는 아샤를 보며, 슈페른은 괜스레 부끄러워졌다.


왜일까.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스스로가 초라하게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딱히 챙길만한 건 없는 것 같네.”


결국.

슈페른은 그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냥 버리라고만 했으면 물론, 슈페른이라도 불만스러웠겠지만.

무엇을 챙기든 그보다 더 좋은 것을 준비해줄 수 있다 하니, 불만을 품을 이유 같은 건 없었다.


“그럼 돌아가자.”

“아, 잠깐만요.”


아샤의 눈썹이 휘어졌다.

마치, ‘또 뭔데.’라고 말하는 표정이었다.


“이, 이번에는 진짜 중요한 거예요!”


아샤의 시선을 피하며, 슈페른은 구석으로 이동했다.

그곳의 바닥은 푹 꺼져 있었는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모양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가 일부러 파놓은 것 같은 모양새였다.


슈페른이 그곳에 놓여있던 썩은 판자를 들어 올리자 주먹만 한 크기의 공간이 드러났다.

슈페른은 그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고, 얼마간 꼼지락 꼼지락 거리더니 이내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손 시계였다.


“그건?”

“어머니의 유품이에요.”


이것은 이제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머니의 마지막 남은 흔적.

그러한 물건을 이런 곳에다 숨겨놓은 것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힘이 없으면 모든 것을 빼앗겨도 할 말이 없는 뒷골목에서.

슈페른과 같은 소년이 이런 고풍스러운 손 시계를 들고 다니다간.

하루, 아니 1시간도 되지 않아서 빼앗기고 말 터였으니까.


슈페른이 시계를 열었다.

그러나 초침은 움직이지 않았다.

시계의 초침은 8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의 시간을 아직도 가리키고 있었다.

조금도 변함없이 똑같이.


“고장 난 시계지만, 그래도 제게 있어선...”

“잠깐 줘볼래?”

“네?”

"아마 그건 고장 난 게 아닐 거야.”


슈페른에게서 받아든 시계를 이모저모 살펴보던 아샤는.

‘찾았다.’라는 말과 함께 시계 아랫부분에 파여 있던 홈에 손가락을 대었다.


그러자.


째각-째각-


“어?”

“역시, 이건 마력 시계야.”

“.....”


마력시계?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시계를 슈페른은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리운 소리. 기억에 있는 소리다.

어머니가 살아있었을 적, 곁에 있으면 들리던 소리.


땡-따르르릉-


“!”


이 소린...


문득, 슈페른의 눈시울이 젖었다.

아, 기억난다.

이 소리가 들리면, 집안에선 좋은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수프의 냄새.

빵의 냄새.

그리고 어머니의 미소.


이제는 다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어머니의 얼굴이었는데.

이 소리를 들으니 호선을 그리고 있었던 그 입가만은 다시 떠오르는 것 같았다.


“어머님의 유품이랬니?”

“...네.”

“소중하게 여기렴.”

“.....고맙습니다.”


슈페른은 시계를 꼭 쥐었다.

왠지, 오늘 밤엔 오랜만에 꿈에서 어머니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단 예감이 들었다.


***


그러나.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했던가.

늘 좋은 일만 있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슈페른의 집이 있던 곳은 ‘뱀의 아가리’였고. 본디, 뱀의 아가리에선 좋은 일보다 나쁜 일이 더 자주 터지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니 이 정도 일은 당연히 예상했어야 하는데.

꼭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후회하는 법이라고. 슈페른은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새삼스레 되새겼다.


“여, 어딜 갖다 오시나, 반 푼이?”

“온 종일 안 보여서 어디서 뒈진 줄만 알았잖아, 킥킥.”


‘아, 씨발...’


하긴, 당연한 귀결이었다.

뒷골목에서 살던 부랑아가 갑자기 딱 보아도 비싸 보이는 검을 차고 나타났다?

벌레가 꼬이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이상한 일이겠지.


슈페른은 허리춤에 찬 검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저택에다 놓고 온다는 선택지는 고려할 수가 없었다.

이상하게도 손에서 검을 놓으려고만 하면, 귀신같이 눈치채고 검이 웅웅-울어댔기 때문이었다.

마치 가지 말라고 투정부리는 어린애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또 무슨 일인데요, 한스 형.”


개자식.

한스란 슈페른에게 있어 참으로 개 X 구멍 같은 새끼였다.

심지어 생긴 것도 개 X 구멍 같았다.

한스의 턱 한가운데에는 세로로 도끼 자국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슈페른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얼굴에 드러낼 수는 없었다.


한스는 자신보다 5살이나 더 많았으며.

머리 하나가 아니라 머리 서너 개만큼은 더 큰 덩치를 가지고 있었다.


법보다 주먹이 더 가까운 이 뒷골목에서, 한스는 부랑아 사이에선 거의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왕이나 마찬가지였다.

그에게 잘못 보이면 단순히 어디 한 군데 얻어맞는 것으로는 그치지 않았다.

최소한 두 군데는 얻어맞아야 했다.


“딱히 별일은 아니고.”


한스가 씨익-웃었다.

저 웃음을 지을 때란 항상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빼앗아 갈 때란 것을.

슈페른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반 푼이 주제에 귀족들이나 차고 다닐 법한 검을 들고 다니니 신기해서 말이야.”


저 말을 해석하면.

좋은 말로 할 때 알아서 검을 바치라는 뜻이었다.


슈페른은 검집을 꽉 쥐고.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한스의 눈에 불쾌함이 떠올랐다.


“반 푼이가 오늘따라 좀 눈치가 없는 것 같네.”


그러면서 한스는 뒷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가운뎃손가락 길이 정도의 날을 가지고 있는 엉성한 나이프였다.

슈페른은 저 나이프가 어떤 것인지 알고 있었다.


지난주.

한스는 자신이 직접 만든 저 나이프를 사용해서 사람 한 명을 따버렸다고 자랑했었다.

단순히 허풍이라고만 생각할 순 없었던 것이.

그 이후, 도나 패밀리가 한스를 신입으로 받아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었다.

뒷골목이란 가책 없이 살인을 저지를 수 있는 것도 재능으로 쳐주는 곳이었다.


‘튀어야 해.’


평소대로라면 얌전히 저 새끼가 원하는 것을 바쳤겠지만, 이번만큼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지금, 저 녀석이 노리고 있는 것은 자신의 검이었다.

마법사인 슈페른은 절대로 자신의 마법검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아.”


그때,

슈페른이 탄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한스는 ‘저 새끼, 갑자기 왜 저러냐.’하는 표정을 지었다.


‘생각해보니 이상하네? 내가 왜 튀어야 하는 거지?’


자신은 마법사였다.

그것도 존나 비싼 마법검을 들고 있는 마법사.

슈페른은 이제 더는 뒷골목의 이름 없는 반 푼이 소년이 아니었다.


‘그래 난 마법사야.’


소년이 아는 마법사란, 음... 소년의 빈약한 어휘력으로 표현하자면 존나게 쌘 자들이었다.

적어도 뒷골목 부랑아보다는 훨씬 쌜 것이다.


슈페른은 그렇게 생각하며 검을 뽑았다.

스르릉-하는 차가운 쇳소리가 골목길에 울려 퍼졌다.


“뭐냐, 그건? 한 번 해보려고?”

“후우...”


슈페른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예전에 동화에서 읽었던 장면을 다시 머릿속으로 되새김질했다.

마법사가 용의 목을 베는 장면.

용의 목을 벨 수 있을 정도의 마법이라면 한스의 저 두꺼운 목도 충분히 베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딱히, 검을 휘두른다는 것에 거부감이 들진 않았다.

한스와 그 패거리는 원래부터 쓰레기 같은 놈들이었다.

여기서 저놈들을 죽이면, 이 세상에 득이 되면 득이 됐지 해가 되진 않을 것이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슈페른은 한스의 뒤통수를 찍어버리고 싶었으나.

그러기엔 후환을 감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아 그러지 못하고 있었다.


한스의 패거리는 다수였고.

소년은 혼자였으니까.


그러나.

이제 상황은 변했다.

소년은 마법사가 되었고.

아샤 누나는 소년보다도 더 훌륭한 마법사였다. 거기에다가 저택에는 스승님도 있었다.


아무리 한스 패거리가 많다 하더라도 마법사 3명에겐 안 될 것이다.

마법사는 존나 쌔니까.


어쩌면.

한스를 죽인 후, 도나 패밀리가 나설지도 모른다.

그래도 딱히 걱정되진 않았다.

마법사는 존나 쌔니까.


근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너 그거 제대로 휘두를 수나 있냐?”

“끄응...”


한스의 말 대로였다.

미스틸테인이 좀 무거웠다.

그냥 들고 있었을 때는 별 체감이 안 됐는데, 휘두르려고 하니까 자세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


“으악!”


힘껏, 검을 위로 들어 올린 순간.

갑자기 뒤로 쏠리는 무게중심에 슈페른은 그대로 뒤로 자빠져 버렸다.


“킥킥킥.”


한스 패거리가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 쪽팔리게.


“...거기서 뭐 하니?”

“아, 누나!”


그때.

저택으로 돌아가기 전.

잠깐, 확인해 볼 것이 생겼다며.

슈페른에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고 판잣집 뒤편으로 향했던 아샤가 타이밍 좋게 돌아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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