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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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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30 05:15
최근연재일 :
2021.06.06 12:1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84
추천수 :
51
글자수 :
64,520

작성
21.05.3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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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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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3. 너의 이름은

DUMMY

“아이야, 네 이름은 뭐니?”

“이름이요?”

“그래, 언제까지나 ‘아이’라고 부를 수는 없지 않으냐.”

“어...”


노인의 질문에 소년은 곤란한 듯 머리를 긁적였다.


“전 이름이 없어요.”

“음?”

“전, 부모 없는 고아거든요. 이름은 한참 전에 잊어 버렸어요.”


소년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선 오직 소년의 어머니 뿐이었고.

그 어머니는 소년이 어렸을 때 돌아가셨다.

제대로 기억나지도 않는 아주 어렸던 시절에.


어머니의 얼굴도 기억 못하는 소년에게.

그 시절 불렸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였다.


노인의 표정이 안쓰럽게 변했다.


“오, 내 생각이 짧았구나, 사과하마.”

“예? 아뇨, 딱히 괜찮은데.”


부모 없는 고아는 ‘뱀의 아가리’에선, 칼에 찔려 죽는 사람만큼이나 흔한 존재였다.

그렇기에 소년은.

자신에게 부모와 이름이 없다는 것에 그다지 특별한 감정을 지니고 있진 않았다.


“아, 별명은 있어요.”

“별명?”

“반 푼이라고, 한사람 분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왜, 그러세요?”


노인의 표정이 더욱더 안쓰럽게 변했다.

이상한 기분이었다.

반 푼이 소년에게 멸시와 경멸 그리고 주먹질은 익숙했어도 동정과 안쓰러움은 영 어색하기만 했다.


“네 스승으로서 가장 먼저 주어야 할 선물이 정해졌구나.”

“선물이요? 전 미스틸테인을 받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걸요.”

“오, 아이야. 그 검은 내 선물이라곤 할 수 없단다. 그 검은 그저 제 주인을 찾아간 것에 불과하니 말이다.”


소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노인은 생각에 잠겼다.


“밤하늘 같은 머리와 눈을 가진 아이. 그래, 네 이름은 슈페른이라고 하자꾸나.”

“슈페른?”

“고대어로 ‘검정’과 ‘사람’을 합친 단어란다.”

“...슈페른.”


소년은 중얼거렸다.

그게 내 이름이라고?

반 푼이라는 별명 말고 다른 이름으로 불릴 거라고는 상상도 해본 적 없었는데.


“마음에 드니?”

“.....”


솔직히.

구린 네이밍 센스라고 생각한다.

‘검은 사람’이라니.

조금 더 멋진 뜻을 가진 이름을 생각해줘도 됐던 거 아니야?


그래도.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어감도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


“네, 마음에 들어요, 스승님.”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이름으로 불린다는 것은, 꽤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


노인은 자신의 이름을 호른 라그나르라고 소개했다.


호른 라그나르.

슈페른은 앞으로 자신의 스승이 될 자의 이름을 머릿속에 단단히 새겼다.


그리고.


“뭐라고요?!”


경악했다.


“혹시 내 설명이 어려웠니?”

“아니, 그건 아니지만...”


이건 어렵다 어렵지 않다로 나눌 수 있는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요?


“처음부터 말했잖니. 나는 널 마법 학원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고.”

“그렇긴 하지만... 저는 그래도 조금 더 여유가 있을 줄 알았죠.”


적어도 1년.

최소한의 실력 정도는 갖추고 나서야 학원에 데려간다는 말인 줄 알았다.


“당장 1주일 뒤에 입학이라니, 그건 너무 갑작스러워요.”

“하지만 어쩔 수 없단다. 학원이 개학하면, 나와 아샤 둘 모두 학원으로 향해야 하는데. 이 넓은 저택에 널 혼자 놔둘 수는 없지 않으냐.”

“다른 사용인은 없는 건가요?”

“안타깝게도 그렇단다. 이 저택에 머무르는 사람은 나와 아샤 둘 뿐이란다.”


아샤란, 슈페른을 응접실로 안내했던 푸른 머리의 소녀였다.

소년보다 2살 연상인 소녀이자 이제부터 같은 스승을 모시게 된 동문이었으며.

1주일 뒤, 소년이 입학하게 될 마법 학원의 선배이기도 했다.


“으음...”


확실히 그렇다면 어쩔 수 없었다.

겨우 자신 한 명만을 위해서 따로 고용인을 고용해달라는 것은 너무나도 염치없는 요구였다.


“입학시험 같은 건 없나요?”

“그건 걱정할 필요 없단다. 너는 추천으로 입학하게 될 테니까.”

“추천?”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입학시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보면, 아마 ‘인맥’이란 것과 비슷한 의미가 아닐까?


“그래도 되는 건가요?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 편법을 쓰면 사람들이 좋아하진 않을 텐데. 그리고 들키기라도 한다면...”

“허허, 그럴 일은 없단다. 추천 입학은 부정한 방법이 아닌 정당한 방법이니까.”

“그래도... 제대로 된 경쟁을 거치지 않고 새치기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또래들이 불만스러워 하지 않을까요?”

“그럴 때는 내 이름을 대면 된단다. 널 추천 입학시킨 것이 바로 나이니.”

“...스승님은 혹시 좀 대단하신 분인가요?”

“물론, 나는 학원의 교장이란다.”


쿨럭-


순간.

소년은 헛기침을 들이켰다.

교장이면, 학원의 탑 이라는 소리 아닌가?

아닌가?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물론, 추천 입학을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기초는 쌓을 필요가 있단다. 바쁜 일주일이 되겠구나.”

“기초란 게 1주일 만에 잡힐 수 있는 거였나요?”

“허허.”


아니, 웃지만 말고 좀 확실하게 대답해주시죠?


“걱정할 필요는 없단다. 미스틸테인을 쥘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네 자질은 입증된 것이나 다름없으니.”

“예?”

“자격이 없는 자가 미스틸테인을 집으면 그대로 불타버리는...”

“아니, 아니. 전 그런 거 들은 적 없는데요?”

“그야 말을 안 했으니까.”

“왜 말을 안 해주신 건데요?”

“말했다면, 절대로 잡지 않았을 것 아니냐.”


그야 당연하지.


슈페른은 아연해 하며 이마를 짚었다.

이 노인, 아니, 이 노친네.

왠지, 처음 만났을 때하고 이미지가 너무 변해버린 것 같은데?

아니면, 이게 원래 성격인가?


“아, 그리고 나는 내일 먼저 학원으로 떠나야 한단다.”

“...네?”

“이래 뵈도 교장이니까 말이다. 개학하기 전에 미리 봐두어야 할 업무도 있고, 네 추천 입학도 준비해야 하니.”


내일?

나흘도 사흘도 이틀도 아니고 내일?

슈페른이 아는 대로의 의미라면, 이젠 하루도 남지 않은 거 아닌가?


“그럼, 저는요? 스승님이 떠나신다면 전 누구한테 마법을 배우죠?”


슈페른의 질문에 호른은 허허 웃을 뿐이었다.


“잊은 건 아니니? 네게는 스승뿐만 아니라 선배 또한 있다는 것을.”

“선배?”


마침.

타이밍 좋게 응접실의 문이 열리며.

푸른 머리의 하녀복 소녀가 들어왔다.

과자와 차 등을 올린 트레이와 함께.


“오, 잘 됐구나, 아샤야. 마침 네 얘기를 하는 중이었단다.”

“...네?”


갑작스럽게 화제가 자신에게 돌려질 줄은 몰랐는지, 아샤가 속눈썹 긴 눈을 끔뻑거렸다.


***


“과연...”


이해했다는 대답.

그러나 표정은 전혀 이해했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아샤의 눈썹이 불만스럽다는 듯 팔(八)자로 휘었다.


그리고 슈페른에게 쏘아지는 시선.

아니, 검을 향해서인가?


슈페른에게 저런 눈은 꽤나 익숙했다.

질투 그리고 욕심.

뒷골목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눈이었다.


슈페른은 무심코 미스틸테인을 더 꼬옥 품안에 쥐었다.


“어째서 미스틸테인을 저 아이에게 주신 거죠?”

“내가 준 게 아니란다. 검이 선택한 거지.”

“검이?”


아샤의 표정이 더욱 일그러졌다.


“아샤야.”

“!”


노인이 나긋하게 이름을 부르자.

아샤는 어깨를 움찔 떨었다.


“인연이 아닌 것에 미련을 갖지 말라, 내 그토록 얘기하지 않았느냐.”

“...미련이 아닙니다. 다만-”


그러나 아샤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꾸욱-아랫입술을 깨물며 그녀는 고개를 숙였다.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어색한 침묵이 가라앉았다.

음, 상황을 보니, 저 아샤라는 누나도 이 검을 원했던 건가?

현 상황에선, 그렇게밖에 추측할 수 없었다.


“허나.”


어색한 침묵 속에서.

아샤가 입을 열었다.


“저도 제 공부로 바쁩니다. 이제 개학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일에 시간을 낭비할 틈은...”

“때론 책보다 다른 이를 가르치는 것에서 더 배움을 얻을 수 있는 법이란다.”

“.....”


반론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호른은 아샤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쉬지 않고 달리다간 반드시 넘어지는 법. 너는 조금 쉬어야 할 때란다.”

“하지만, 전...”

“너는 아직 젊단다. 조급해하지 마렴.”

“.....”

“그리고 이건 내가 네게 내리는 숙제이기도 한단다.”

“숙제요? 그건 또 무슨 의미-”

“언제나 그렇듯. 그건 네가 스스로 깨달아야만 하는 일이지.”


호른이 자리에서 일어나 아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녀의 머리에 주름진 손을 얹었다.


“네 귀여운 후배가 아니더냐. 스승으로서 부탁하마. 선배로서 후배를 잘 챙겨주거라.”

“...하아.”


그런 호른의 태도에.

결국, 아샤는 깊은 한숨을 내뱉을 수밖에 없었다.

딱딱하게 굳어있던 아샤의 어깨에서 힘이 빠졌다.


***


원래 살던 곳에서 가지고 올 게 있으면 오늘 가지고 오렴.

-라는 말을 듣고.


슈페른은 다시 ‘뱀의 아가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

“.....”


아샤와 함께 말이다.


‘어색해.’


정말이지 어색한 침묵이었다.

짐이 많을 수도 있으니 선배로서 도와주는 게 어떻겠냐는 이유로 호른이 붙여준 동행인이었다.


하지만.


“.....”

“.....”


어색하다고.


참으로 꼬여버린 관계성이었다.


저택에서 있었던 대화를 생각해보면.

아샤 누나도 미스틸테인을 원했었던 것 같았지만, 아마도 검에게 거부당한 것 같았다.


자신을 거부했던 검이.

난생처음 보는.

그것도 마법이라고는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꼬맹이를 선택했다고 하면.

마법사로서 대체 어떤 기분이 들까?


적어도 좋은 기분은 아닐 것이다.

마법 사회에 대해서는 좁쌀만큼도 모르는 슈페른이었지만, 그 정도 상상은 할 수 있었다.


“저기... 아샤 누나?”

“.....”


뭐냐는 듯.

대답은 하지 않고 눈초리로만 말하는 아샤였다.


“누나는 스승님의 손녀이신가요?”

“.....아니.”

“오, 하긴 그럴 것 같았어요. 솔직히 말하면서도 저도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

“저, 마법은 처음 배우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할게요. 누나 발목 잡지 않게 노력할...”

“하아.”

“.....”


이크, 너무 나댔나?

분위기 좀 바꿔보려고 한 건데, 오히려 역효과였나 보다.


저런 표정을 한 사람 옆에서 눈치 없이 계속 떠들다가는 보통 주먹이나 술잔이 날아오는 법이었다.


결국.

소년이 지내던 판잣집에 도착할 때까지.

둘 사이에서는 한 마디 대화도 오가지 않았다.


허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어색한 침묵을 먼저 깨버린 것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띄우기위해 전전긍긍했던 슈페른이 아니라 아샤였다.


“이게... 네가 살던 집이라고?”

“어? 아, 네. 맞아요.”

“.....집? 이게?”


왜, 저런 반응인지 모르겠다.

이 정도면 뒷골목 부랑아치고는 꽤나 좋은 집인데 말이다.

혼자 살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넓이였으며.

천장은 없었지만, 흙바닥은 아니었고 불을 피울만한 공간도 있었다.

그리고 벽에는 구멍도 뚫려 있지 않았고 말이다.


“그리고 이 냄새는, 설마...”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오늘 새벽에 사람이 죽었거든요. 그것도 제집 바로 뒤에서.”

“!”


아샤는 경악했다.

얘는, 지금 뭘 태연하게 말하고 있는 거지?


허나.

드디어 어색한 침묵이 깨지고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었다는 것에 마냥 즐거웠던 슈페른은.

아샤의 표정이 심각해지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자다가, 갑자기 사람 죽는 소리 나서 깨버린 거 있죠? 일을 할 거면 좀 사람 없는 곳에 가서 할 것이지.”

“.....”

“그래도 그렇게 냄새가 심하지 않은 거 보니까, 날이 밝자마자 치워졌나 봐요. 다행이다. 그거 알아요? 시체 썩는 냄새는 엄청 고약하다는 거?”


아샤의 표정은 슈페른의 말이 이어질수록 점점 더 심각해져 가다가.


결국.


“...신이시여.”


눈가를 짚을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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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 학원으로 +1 21.06.01 37 3 13쪽
6 6. 재능 +1 21.05.31 52 6 12쪽
5 5. 마법 21.05.31 57 5 10쪽
4 4. 개자식 +2 21.05.30 58 5 13쪽
» 3. 너의 이름은 21.05.30 61 5 12쪽
2 2. 잘 부탁 한단다 제자야 21.05.30 83 9 13쪽
1 1. 나는 마법사란다 21.05.30 129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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