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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30 05:15
최근연재일 :
2021.06.06 12:10
연재수 :
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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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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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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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9. 학원으로(3)

DUMMY

“...찾았다.”


높고 맑은 어린 목소리.

그리고 그 안에 담겨 있는 기쁨의 감정.

아주 오래전에 잃어버린 장난감을 다시 찾은 듯한 미약한 환희가 소녀의 눈동자 안에 담겨 있었다.


신비로운 분위기를 내포한 은발.

보석을 그대로 박아 넣은 것 같은 아름다운 자색의 눈.

정말이지 비현실적인 외모였다.


“안녕?”

“아, 안녕하세요?”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도리어 무시무시하게까지 느껴지는 자색의 눈동자가 슈페른을 뚫어지게 들여다보고 있었다.


“.....역시.”


한동안 슈페른의 눈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소녀는, 이내 무언가 납득했다는 듯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뭘 납득한 건지는 슈페른으로선 알 도리가 없었다.


슈페른이 그런 이해할 수 없는 사태에 당혹감만을 키워가고 있었을 때.

은발의 소녀는 거침없이 객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고.


탁-


문을 닫았다.

어? 문을 닫아?

아니, 그것보다 여기엔 왜 들어오는 건데?


슈페른이 당혹스럽든 말든.

소녀는 당당하게 객실에 들어와 당당하게 슈페른의 맞은편에 앉을 뿐이었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이밀며 말을 걸어왔다.


“애, 애. 네 이름은 뭐야?”

“...이름?”

“응.”


뭐지?

슈페른은 당혹스러웠다.

분명 상대방의 이름을 물을 때는 자신의 이름부터 먼저 밝히는 것이 마법사 간의 ‘예의’ 아니었나?

설마, 눈앞의 소녀는 마법사가 아닌 건가?

하지만... 교복을 입고 있는데?


“남에게 이름을 물을 때는, 자기 이름부터 먼저 밝히는 게 예의 아니야?”

“응?”


예상치 못한 대답이었는지 소녀의 눈이 휘둥그래 해졌다. 그러더니.


“하하하.”


웃기 시작했다.


“아하하! 맞아. 그게 맞지. 확실히 내가 잘못했네. 하하하. 미안, 미안. 습관이라서 말이지.”


큼큼, 소녀가 목을 가다듬었다.


“내 이름은...”


소녀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려던 순간.


탁탁탁-


또다시 복도에서부터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아까와는 달리 다급한 박자였다.

소녀의 표정이 찡그려졌다.


“아, 벌써... 빠르기도 하네, 정말.”


소녀가 투덜투덜 대더니 이내 검을 뽑아들었다. 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동작이라, 슈페른은 미처 반응하지 못했다.

한 박자 늦게, 슈페른이 황급히 검을 뽑으려고 한 순간.

소녀의 검이 휘둘러졌다.

슈페른이 아니라 문 쪽으로.


직후.


슈페른은 소녀의 검에서부터 마력의 뭉치가 쏘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문에 부닥친 마력 뭉치는 이내 터져버린 풍선처럼 확-하고 퍼지며 객실 문을 감싸 안았다.


‘마법?’


그것도 처음 보는 마법이었다.

아샤가 슈페른에게 가르쳐 준 마법 중에 저런 마력의 움직임을 가진 마법은 없었다.


게다가.


‘무언 마법!’


아샤 누나도 아직 무언 마법은 쓰지 못한다고 했는데.

소녀는 슈페른과 같이 붉은 색의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그것은 즉, 소녀 또한 소년처럼 올해 마기아 학원에 입학하는 신입생이란 것.

자신과 똑같은 1학년생인데 벌써부터 무언 마법을 사용하다니!


‘천재인가?’


그러나 슈페른은 몰랐다.

슈페른 또한 충분히 괴물 같은 천재에 속하는 부류라는 것을.


탁탁탁- 탁.


소녀의 마법이 문 전체를 감싸 안은 직후.

다급하게 뛰어오던 발소리가 문 바로 앞에서 멈췄다.

게다가 가까이서 들어보니 발소리는 두 방향에서부터 다가오고 있었다.

앞쪽에서 하나, 뒤쪽에서 하나.


‘루나님은 찾았나?’

‘...죄송합니다.’


말소리가 들려왔다.

슈페른은 모르는 목소리였다.


‘도대체 어디로 숨으신 거지? 뒤쪽 객실은 전부 확인해 봤나?’

‘예, 분명하게 모두 확인했습니다.’

‘하아, 도대체 어디로 증발해버리신 건지.’


답답하다는 듯.

상급자로 보이는 여성이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처음부터 다시 찾아본다. 단, 이번에는 마력 또한 같이 탐지한다.’

‘마력을 말입니까?’

‘그래 보았자 기차 안이다. 루나님이 숨으실 만한 곳은 별달리 없어. 그럼에도 우리가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마법을 쓰시고 있다는 의미지.’


아마, 투명화 마법이나 환상 마법일 거다.


‘바로 움직여라! 서둘러.’

‘‘예!’’


타다닥-


지시가 내려지자, 다시 한 번 여러 명의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번에는 객실로 다가오는 방향이 아니라 멀어지는 방향이었다.

점점 소리가 잦아들었다.

그러나 아직 인기척이 하나 남아있었다.


‘하아. 대체 어디로 숨으신 겁니까, 황녀님. 제가 미칩니다, 정말.’


그 인기척은 슈페른에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중얼거림을 들려준 후, 얼마 안가 사라져 버렸다.

타다닥-거리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다.


“하아, 드디어 갔네. 하여간 모두 성실하다니까?”


푹-한숨을 내쉰 소녀가 빙글 돌며 다시 슈페른과 시선을 마주쳤다.


“너무 과잉보호라고 생각하지 않아?”

“.....”


그러나 슈페른은 아무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문밖에서부터 들려온 회화.

그리고 소녀의 행동과 대사.

이 모든 정보를 조합하니.

결코, 믿고 싶지 않은 진실이 하나 도출되었기 때문이었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하던 중이었지?”


소녀가 기억났다는 듯 손뼉을 쳤다.

그리고 슈페른의 추측에 확신을 불어넣어 주었다.

물론, 슈페른은 하나도 기쁘지 않았다.


“내 이름은 루나. 성은 사정이 있어서 알려줄 수 없어. 잘 부탁해~.”


전혀 잘 부탁하지 못했다.

그 ‘사정’이 무엇인지 슈페른은 왠지 알 것만 같았다.


왜, 황녀씩이나 되는 사람이 여기 있는 건데.


***


“이게 서민의 과자구나? 독특한 맛이야.”

“.....”


마론에게 듣기로 ‘주커플리츠’는 제국에서 가장 이름 높은 과자 가게 중 하나였다.

허나 제국의 황녀씩이나 되면, 주커플리츠는 그래 보았자 서민 수준의 과자인가 보다.


“저어, 황녀님?”

“갑자기 웬 존댓말? 편하게 말해도 돼. 어차피 이제부턴 동급생이잖아? 그리고.”


루나가 자신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쉬잇-거렸다.


“내가 황녀인 건 비밀.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말하면 어떻게 되는 돼요?”

“응? 글쎄? 아마도 좀 무서운 어른들하고 어두운 곳에서 은밀한 대화를 나누게 되지 않을까?”


불합리하다.

슈페른은 눈앞의 소녀가 황녀라는 정보를 당장에라도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싶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배워둘걸.


“그러니까 반말해도 돼. 일단 지금의 내 신분은 황녀가 아니라 자작가의 딸이거든.”


그렇다 해도 슈페른 보단 신분이 높았다.

자작도 어쨌거나 귀족이잖아.

마론의 일로 조금은 자신감이 붙은 슈페른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황녀인 걸 뻔히 아는 상대에게 편히 말을 놓을 정도로 슈페른의 신경줄은 굵지 않았다.


“그래서? 네 이름은? 네 말대로 난 먼저 이름을 댔어. 네가 말한 대로라면, 이젠 네 차례 아니야?”


그렇다.

슈페른은 분명히 그렇게 말했다.

속이 쓰려오는 것을 삼키며, 슈페른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 이름은...”

“반말.”

“...내 이름은 슈페른이야.”


말하면서도 입술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살다 살다, 뒷골목 부랑아가 황녀에게 반말 하는 날이 오다니.

13년 인생 중에 최고로 기이한 일이었다.


“슈페른, 슈페른. 응, 기억했어.”


루나가 고개를 꼭꼭 끄덕이며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해, 슈페른.”

“잘 부탁 드립... 아니, 잘 부탁해.”


희고 가느다란 손이었다.

잘못 만지면 깨질 법한 유리 공예물을 다루는 것처럼. 슈페른은 조심스레 루나의 손을 잡았다.


그 순간.


루나가 슈페른의 손을 훽-잡아당겼다.

조금도 예상하지 못한 움직임.

슈페른은 어어-하며, 루나가 잡아당기는 대로 몸을 잡아당겨 져야만 했다.


이대로라면 곧, 서로의 입술이 부딪칠 것이다.

슈페른은 다급히 왼손을 뻗어 맞은편 좌석을 콱-내려찍었다.

다행히도, 평민과 황녀의 입술 박치기라는 불손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다.


“이, 이게 무슨...”

“히히.”


다만, 모양새가 이상해졌다.

이 자세는 마치 슈페른이 루나를 덮치는 듯한 자세였다.

만약, 이 모습을 누군가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슈페른이 기겁하면서 물러나려고 했을 때.


“응?”

“어디, 어디.”


슈페른은 어느새 루나의 손이 자신의 허리춤에 가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다.


“...어?”


또한, 슈페른은 볼 수 있었다.

루나의 손이 미스틸테인의 손잡이로 다가가고 있다는 것을.


“안 돼!”


그것은 제 검을 빼앗기기 싫다는 욕심일까.

또는 루나가 타버릴 수도 있다는 것에서 온 걱정일까.

어느 쪽이든, 슈페른은 상황을 인식하자마자 냅다 몸을 뒤로 젖혔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슈페른이 몸을 뒤로 젖힌 것과 루나가 미스틸테인의 손잡이를 잡은 것은 거의 동시였다.


슈페른은 눈을 질끈 감았다.

자격 없는 자가 미스틸테인을 집으면 불타버린다는 스승님의 말이 떠올랐다.


황녀가 불타버린다!


아무리 고의가 아니었다 한들, 그 사정을 누가 봐줄까.

황족의 죽음에 평민이 관련되었다?

단두대에 목이 잘리는 미래가 눈앞까지 다가온 기분이었다.


그러나.


빡-


“꺅!”

“악!”


눈앞으로 다가온 것은 슈페른이 사형되는 미래가 아니라 루나의 새하얀 이마였다.

미스틸테인의 손잡이를 잡은 채로 휙-끌려온 루나는, 슈페른과 달리 제때 제동하지 못하고 그대로 슈페른의 이마의 박치기를 날려버렸다.


“아윽...”

“으으, 아파라.”


눈앞에 별이 도는 것 같았다.


“갑자기 이게 무슨 짓이야!”


루나가 불만을 내뱉었다.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너, 이게 뭔 줄 알고 그렇게 함부로-”

“뭐긴 뭐야! 미스틸테인이지! 내가 그것도 모를 줄 알아?”

“그걸 알면서 대체...! 자격 없는 자가 미스틸테인을 잡으면... 잠깐.”


뭔가 이상한데?

어떻게 이 검이 미스틸테인이란걸 알아차린 거지?


루나는 황녀이니, 어쩌면 미스틸테인의 외형에 대해 듣거나 본 적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칠흑 같은 칼날은 한 번 보면 절대로 잊을 수 없을 정도로 특징적이었으니 말이다.

미스틸테인의 모습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칠흑의 칼날을 보고 미스틸테인의 이름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칠흑의 칼날은 저택에서 나온 이후 지금까지 계속 칼집 안에서 얌전히 잠들어 있었다.

도대체 뭘 보고 루나가 이 검이 미스틸테인이란 걸 깨달은 건지, 슈테른으로선 도무지 알 도리가 없었다.


“어, 뭐야? 설마 아직도 눈치채지 못 한 거야? 이건 좀 실망인데?”

“뭐?”


그게 대체 무슨 의미냐고, 대답을 요구하는 슈테른에게.

루나는 붉어진 이마를 문지르면서 자신의 검을 내밀었다.

미스틸테인과는 달리 백옥을 깎아서 만든 것 같은 순백의 검이었다.


“이 검의 이름은 레바테인. 네가 가진 미스틸테인의 자매검이야.”

“자매검?”

“즉, 쌍둥이라는 거지. 레바테인과 미스틸테인은 같은 날, 같은 시간, 같은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검이야. 그건...”


그때.


-찾았다!


쾅.쾅.쾅-


‘루나님! 들리시죠! 이제 다 들켰습니다! 빨리 마법을 푸세요!’


“이런...”


루나가 매우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쉽게도 시간이 다 된 것 같네. 이 다음은 또 나중의 즐거움으로.”


그러면서 루나는 슬쩍 검을 휘둘렀다.

슈테른은 자신을 향해 쏘아지는 마력을 볼 수 있었다.

적대적인 기운은 아닌 것 같아 저항하진 않았다.


쉿-조용히.


루나가 입술에 손가락을 붙이고 윙크를 했다.

그리고 한 번 더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객실 문에 담겨 있던 마력이 스르르 흩어져가는 것이 보였다.


벌컥-


“황... 루나님!”

“미안, 미안.”

“웃을 일이 아닙니다! 저희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십니까?”

“에이, 어차피 기차 안인데 뭐. 설마, 학원행 기차를 습격하는 간 큰 놈이 있겠어?”

“세상일에는 언제나 만약이 존재하는 법입니다! 혹여라도...”

“아아, 시끄러, 시끄러. 마리아 말은 안 들을 거야.”


쾅-


“.....”


그야말로 폭풍이 지나간 듯했다.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가 않았다.

황녀에게 반말을 깠고.

황녀의 손을 잡아보고.

황녀에게 박치기를 하...

아, 마지막은 한 게 아니라 당한 건가?

뭐, 어쨌든.


슈페른에게 있어 루나와 있었던 일은 마론과 있었던 일보다도 더욱 마법 같은 일이었다.


“꿈이라도 꾼 건가?”


어쩌면, 한낮의 햇살이 만들어낸 한순간의 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건 아니겠지.”


슈페른은 무심코 자신의 이마를 문질렀다.

다행히 혹은 나지 않은 것 같았다.


“정말이지 제멋대로인 황녀님이었어.”


황족이란 원래 다 그런 건지.

아니면 루나가 유독 특이한 건지.


슈페른은 아무리 생각해도 답을 알 수 없는 문제를 본 기분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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