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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포식자의 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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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개
작품등록일 :
2021.05.30 05:15
최근연재일 :
2021.06.06 12:1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590
추천수 :
51
글자수 :
64,520

작성
21.05.30 10:30
조회
129
추천
10
글자
13쪽

1. 나는 마법사란다

DUMMY

얼기설기 대충 이어져 있는.

천장조차 없어 여기서 자다간 새벽이슬을 고스란히 맞아야 할 것 같은 판잣집 안에서.


문득, 소년을 눈을 떴다.


아악-


머리 쪽 벽 너머에서부터 단발마가 들려왔다.


쿵-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


“.....”


그리고 이어지는 침묵.


“...하.”


냄새가 났다.

무언가 비릿한 냄새,

생선의 비린내하고는 다른 비린내였다.


‘또 누가 죽었나 보네.’


소년은 당황하지 않았다.

누가 죽는 일 따윈, ‘뱀의 아가리’에선 딱히 드문 일도 아니었으니까.


다만, 딱 하나 불만을 말해보자면.


‘죽일 거면 좀 다른데서 죽이지.’


피 냄새엔 익숙했다.

그러나 좋아하지는 않았다.


‘오늘 밤은 다 잤네.’


피 냄새를 맡으며 자고 싶진 않던 소년이었다.

마찬가지로 시체 옆에서 자는 취미 또한 소년에겐 없었다.


찌뿌듯한 몸을 일으키며 소년은 하품을 내뱉었다.


‘오늘은 또 어떻게 살아남지?’


슬럼의 개새끼 중에서도 온갖 개새끼들이 다 모이는 뱀의 아가리.

그곳에서 사는, 거기에다가 부모 없는 고아인 소년에게는 한 달이나 1주일 같은 건 너무나도 사치스러운 개념이었다.


‘그러고 보니 저번에 쓰레기 더미에서 주운 빵도 다 먹어 버렸는데.’


먹으면 그날 밤 배는 아파왔지만, 적어도 굶주림은 해소할 수 있었다.

뭐, 죽지만 않으면 됐지.


꼬르륵-


“.....”


자다 깨서 그런지 더 배가 고프다.


빵 부스러기라도 안 남아있나 하고 집안을 뒤지는 소년의 눈에.

문득, 희멀건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어제, 길 가다가 만난 노인이 건넨 편지였다.

소년은 그때, 세상에 이렇게나 뻣뻣한 종이가 존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다른 말로는, 소년이 이 편지에 대해 느낀 감상이라곤 딱 그것뿐이라는 것이었다.


휘이잉...


갑자기 불어오는 새벽의 찬바람에 소년의 몸이 부르르-떨렸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불씨도 꺼져 있었네.


불을 피우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아직 저번에 주웠었던 부싯돌이 남아 있었으니까.


잠시, 소년은 흰색의 편지를 바라보다가 그대로 잿불 위에 던져 넣었다.


송충이는 솔잎만 먹고 살아야 하는 법.

소년에게 이 편지를 건네준 노인은 딱 보아도 잘사는 것처럼 보이는 노인이었다.


아마도 귀족이겠지.


자신 같은 부랑아가 귀족 같은 자들하고 엮이면 뒷맛이 좋지 않은 법이다.

어쩌면 그를 남창으로 노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상엔 그런 변태적인 귀족도 있다는 걸 소년은 들은 적이 있었다.


미련을 갖지 말자.


그렇게.

소년은 쥐어 들은 부싯돌을 그대로 딱-


“.....”


내려치지 못했다.


그렇게 잠시 어정쩡한 자세로 굳어있던 소년은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부싯돌을 내려놓고.

다시 편지를 들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불구하고 벌써 그을음이 옮겨붙었다.

방금까지 새하앴던 편지의 일부가 시꺼멓게 변색 되어있었다.


살짝 묻은 재를 탁탁-털어내고.

소년은 편지를 열었다.


드문드문 어려운 글자가 보였지만, 읽는 것 자체는 가능했다.

운이 좋게도, 소년은 글자를 읽을 수가 있었다.

그가 지금까지 주워온 것 중에는 아동용 글자 교육서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그 책은 이제 없다.

몹시 추웠던 작년 겨울은 언제나 땔감이 부족했었기 때문에.


편지의 내용은 길었지만, 간단했다.

삶을 바꿀 기회를 잡고 싶다면.

편지와 함께 동봉된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오라는 내용.

이래서 귀족이란, 괜히 쓸데없는 미사여구만 붙여놔서 읽기만 어렵게 만든다.


“하...”


문득, 소년은 스스로가 한심해졌다.

이게 대체 뭐하고 있는 짓인지.


그러나 어째서일까.


소년의 눈은 ‘기회’라는 글자에서 벗어나지를 못했다.


‘기회.’

이 빌어먹을 아가리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

단순히 그것 뿐.

단순히 그것뿐인 아주 단순한 문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계속해서 소년의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다.

마치 꼬리를 무는 뱀처럼.


그 미지의 감정에 저항하기에.

이제 13살 밖에 되지 않은 소년은 너무나도 어렸다.

그리고 뱀의 아가리 또한,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엿 같은 곳이었다.


***


해가 뜨자마자 소년은 거리에 나섰다.

그리고 지도에 표시된 곳을 향해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그곳까지 찾아가는 것은 쉽지가 않았다.


소년이 사는 곳은 뱀의 아가리였다.

사회의 밑바닥이나 범죄자들이 모여 사는 슬럼 중에서도 가장 어두운 곳.


그러나 지도의 표시된 위치는 달랐다.

상류층 중에서도 상류층.

귀족 중에서도 잘 산다는 귀족들만 모여 있다는 구역의 한가운데.


이 편지가 아니었다면, 걸음을 들일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소년에게 있어선 그야말로 별세계나 마찬가지인 곳이었다.


만약.

소년의 나이가 조금만 더 많았거나.

또는 몸집이 조금만 더 컸었거나.

또는 해가 떠 있는 시각이 아니었다면.


지금.

저기 저쪽에서 소년을 흘끗흘끗 바라보고 있는 경비병들이 덮쳤어도 이미 덮쳤을 것이다.


소년은 자신이 아직 13살밖에 되지 않았다는 것에 감사하며.

그리고 경비병들이 생각보다 어린애한테는 가혹하지 않다는 것에 감사하며.

지도에 표시된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미친...”


슬럼가에서 자란 소년의 어휘능력이란 결국, 그 정도였다.

난생 상상조차 해본 적 없는 화려한 건물을 앞에 두고서도.

소년은 그 이상의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었다.


‘역시 내 몸이 목적인가?’


이런 집에서 사는 귀족이 나에게 기회를 준다는 건 역시 이상하지 않나?

지금이라도 돌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


어쩌면 치매기가 있는 노인의 장난일지도 모른다.

그래, 오히려 그럴 가능성이 더 높았다.

설사, 남창을 구하는 귀족이 정말로 존재한다고 할지라도.

보통, 그런 걸 구할 때는 좀 깔끔한 곳에서 구하려고 할 것이다.

아무리 자신의 취미활동을 위해서라지만, 이런 곳에 사는 귀족이 일부러 뱀의 아가리 같은 곳에 들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생각을 하며.

소년이 슬금슬금 뒷걸음질 치고 있었을 때.


“당신은 누구시죠?”

“으헉-!”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소년은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깔끔한 단발.

하늘 같은 푸른색의 머리와 눈을 가지고 있는 하녀복의 소녀였다.

이 집에서 일하는 사용인인가?


“아, 저, 저는... 그러니까.”

“...?”


소년은 당황했다.

방금까지, 이 편지가 치매 노인의 장난이 아닐까 하며 의심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편지를 보고 이곳에 찾아왔다 당당히 말하기에는, 소년의 신경줄은 그다지 굵지 않았다.


“음? 그건?”


그렇기에.

소년과 소녀 중에서 먼저 반응한 것은 하녀복의 소녀였다.


“잠깐, 그 편지를 볼 수 있을까요?”

“네? 이거 말인가요?”

“예.”


어떡하지?

소년은 고민했다.

그러나 고민은 길지 않았다.


어차피, 여기서 소년이 선택할 수 있는 수단은 별로 없었다.

소녀의 말에 따르거나, 아니면 이대로 도망치거나.


선택은 후자였다.

끝내, 도망치고 만다는 결과로 끝날지라도.

한 번 정도는 혹시나 해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 나온 선택이었다.


“이건, 스승님의? 어째서 이걸 당신께서 가지고 계신 거죠?”

“어...”


소년은 놀랐다.

아니, 그 노인이 정말로 이 집의 주인이었다고?


“어, 그건, 그러니까...”


소년은 소녀에게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해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하녀복의 소녀는 턱을 괴더니 이내 생각에 잠겼다.


“스승님이? 이런 꼬맹이를? 하지만... 문장은 진짜인데?”


소년은 불안해졌다.

반응이 왜 저러지?

저런 눈을 한 인간을 소년은 지금까지 꽤 많이 보아왔다.


저것은 사람을 평가하는 눈이었다.

보통 슬럼가에서 힘 좀 있다 하는 자들이 더러운 일을 시킬 꼬맹이를 고를 때 뜨던 눈이었다.


...그래도 그것보다는 조금 더 온기가 담겨 있는 것 같았다.


그랬기 때문인지.

소년은 불안해하면서도 지금껏 궁금해 했던 것을 물을 수가 있었다.


“저기...”

“예?”

“혹시, 그 주인님이란 사람이 동성애자인가요?”

“.....”

“아니면, 치매?”


직후.

소년은 그냥 ‘입 닫고 있을걸.’하며 후회했다.


***


그 후.

소년이 정말로 이 집의 주인에게 초대받은 손님이란 것을 인정한 소녀는 소년을 저택 안으로 안내했고.


‘우와아.’


소녀의 안내에 따라 ‘응접실’이란 곳에 도착한 소년은 도저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응접실이라니, 말로만 들어보았는데.

귀족 집에는 정말로 손님을 맞이하는 방이 따로 있구나.


“조금만 기다려 주시길, 곧 스승님을 불러오겠습니다.”

“예, 예.”


끼이익-쿵.

딱 보아도 고급져 보이는 문이 닫혔다.

화려한 응접실에는 이내 소년만이 남아 있게 되었다.


‘어, 어떡하지?’


앉아도 되려나?

그러나 눈앞에 보이는 의자는 소년 같은 부랑아가 앉기에는 너무나도 비싸 보였다.


‘섣불리 앉았다가 먼지라도 묻으면, 물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뱀의 아가리’에서는 흔한 일이었다.


손가락 하나만 닿아도 때 탔다며 강매하려고 드는 자들을 소년은 너무나도 자주 보아왔다.

그렇기에 소년은 눈앞의 의자에 섣불리 앉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한동안 우물쭈물하던 소년은.


“응?”


킁킁-


달콤한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과자였다.

난생처음 보는 과자가 응접실 테이블 위에 올려져 있었다.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작았고 색 또한 예뻤다.

뒷골목에서 보던 싸구려 설탕과자하고는 비교할 수도 없이 맛있어 보였다.


꿀꺽-


‘좋은 냄새.’


소년은 군침을 삼키며.

무심코 손을 뻗었다가.


“!”


다급히 손을 거두었다.


그러면서도 계속 우물쭈물하는 것이 영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 같았다.


“으으...”


그렇게 과자 접시 앞에서 한동안 안절부절하던 소년은.


“먹어도 된단다.”

“우왁-!”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기겁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뒤를 돌아보자 보이는 건.

아까 전의 하녀복 소녀가 아닌 어제 보았던 흰 수염의 노인이었다.


***


“하하하, 그래. 확실히 오해할 만한 상황이었구나. 내가 경솔했어.”


소년에게.

자신을 할아버지라고 편하게 불러도 괜찮다고 말한 노인은.

하녀복 소녀로부터 소년이 무슨 오해를 했는지에 대해 들었는지.

자리에 앉자마자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어야 하는데. 내가 길이 바쁘다 보니 실수를 한 것 같구나.”

“아, 아뇨, *우물우물* 괜찮습...*꿀꺽*니다. 저따위가...*우물우물*.”

“천천히 먹으려 무나, 여기 우유도 좀 마시고.”

“가, 감사합니다.”


소년이 상상했던 대로 과자는 아주 맛있었다.

입안에 들어가자마자 퍼지는 이 달콤한 맛과 향기란.


우유 또한 마찬가지였다.

예전에 우연찮게 마셔봤던 우유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지금 이것에 비교하면 그때 자신이 마셨던 우유는 물에다가 우유 한 방울 탄 거나 마찬가지라고 소년은 생각했다.


귀족은 매일같이 이런 걸 먹는 걸까?

정말로 부럽다.


“어제, 너와 헤어지고 나서야 아차 했었단다. 편지를 주었다지만, 네가 글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전혀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당연하게 생각해선 안 되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다며, 이래서 습관이란 무서운 법이라고 노인이 중얼거렸다.


“다행히, 넌 글자를 읽을 수 있나 보구나.”

“예, 뭐 어느 정도는요.”

“어느 정도라...”


노인이 모노클(외 안경)을 들썩였다.


“그렇다면, 편지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어? 뭐어, 그렇죠? 어려운 단어가 많아서 모든 문장을 이해하진 못했어요.”


하지만 어느 정도는 이해했다며.

소년은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노인에게 말했다.


“흠, 그렇구나.”


소년의 말을 들은 노인이 턱을 쓰다듬었다.


“나에겐 아쉽게도,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지 못한 것 같구나.”

“예?”


가장 중요한 거?

그건 내 삶을 바꿔준다던 ‘기회’ 아니야?


뭔가, 이상한 목적이 아니라는 것은 알았으니.

노인이 말한 기회란, 후원이나 입양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소년이었다.


그런 소년에게 노인은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이야, 내 제자가 되지 않겠느냐?”

“...예?”


소년은 과자를 먹던 것을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


제자?

소년이 아는 ‘제자’란 단어는 보통.

뒷골목 건달이나 범죄자들의 똥구멍을 핥아대는 놈들을 일컫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어째서 귀족의 입에서 그런 더러운 단어가 나온 건지, 소년은 이해하지 못했다.


조용히.

먹던 과자를 내려놓고.

소년은 조심스레 물었다.


“할아버지께선 뭐하시는 분이신데요?”


후후, 웃으며.

노인은 대답했다.


“나는 마법사란다.”


***


작가의말

오늘은 4화 까지 올라올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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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너의 이름은 21.05.30 61 5 12쪽
2 2. 잘 부탁 한단다 제자야 21.05.30 84 9 13쪽
» 1. 나는 마법사란다 21.05.30 130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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