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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페구 님의 서재입니다.

천재 각색작가가 AI 토끼와 회귀함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페이소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3.28 18:13
최근연재일 :
2024.05.18 11:20
연재수 :
45 회
조회수 :
71,484
추천수 :
2,419
글자수 :
270,462

작성
24.05.08 07:50
조회
1,140
추천
47
글자
12쪽

35. 네가 왜 거기서 나와?

DUMMY

“그래~ 나는 뭐, 친구도 아니지”

“...”

“잠깐만, 그럼 나는 뭐지? 지인? 같은 과 동기? 아니면 그냥 아는 사람? 나는 잘 모르겠으니까 니가 좀 정해주라”

“...미안하다니까. 정말로 말하려고 그랬는데 깜빡한 거야”


내가 왜 이 자식한테 미리 얘기를 안 했을까

반성해라 과거의 나


덕분에 현재의 내가 2시간이 넘게 사내새끼의 진상을 견디고 있잖아!


“하아, 동생이 놀라서 나한테 묻는데 내가 해줄 말이 없어요. 왜냐? 나도 아.무.것.도 모르니까! 당연하지, 친구가 아닌데 내가 뭘 알겠어?”

“알았다고, 내가 대본 더 신경 쓸 테니까 그만해. 아주 재선이 위주로 드라마가 돌아가게 해줄게”


결국 참다못해 아끼고 아끼던 떡밥을 던져줬다.

시스콤이 중증인 놈이니 절대로 무시하지 못하겠지


“···"


그렇게 생각했는데

어째 놈의 상태가 미묘하다


“···크흠! 뭐, 일단 성의는 느껴지긴 하는데, 그걸로 끝?”

“뭐?”


당황스럽네

여기서 뭘 더 요구한다고?


평소에 욕심이라고는 없던 놈이 갑자기 왜 이래?


‘아, 설마?’


갑자기 떠오른 기억에 수혁이 슬쩍 물었다.


“...혹시 쓰고 있는 대본 있어? 있으면 피드백해 주고”


너무 오래전 일이라 가물가물하긴 한데

요맘때 이 자식이 드라마 작가를 준비했던 거 같다


혹시 그 일로 도움을 원하나 싶어서 찔러봤는데


“오! 역시 마이 베스트 프랜드! 말도 안 했는데 내가 드라마 작가 준비 중인 건 또 어떻게 안거야? 이 천사 같은 놈! 넌 천국 갈 거야 임마!”

“···그렇게 좋으면 먼저 보내주랴?”


지금 기분 같아서는 로켓 배송도 가능할 거 같은데


“아냐, 나 대본도 써야 하고 동생도 챙겨야 해서 바빠”

“그것참 아쉽네”

“그것보다 약속한 거다? 지금 니 이메일로 대본 보낸다?”

“하아, 보낼 땐 보내더라도 대충 컨셉이랑 시놉시스는 알려주고 보내라.”

“아하!”


수혁의 말에 재영은 자신이 구상한 컨셉과 시놉시스를 말했다.

하지만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수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거 트로피칼 게스트 하우스랑 내용이 비슷한 거 같은데’


트로피칼 게스트 하우스는 드라마를 잘 보지 않던 수혁도 아는 작품이었다.


앞으로 대략 3년 정도 뒤에 나오는 드라마로

무너져가던 JJBC 드라마국을 살렸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명작이었다.


B급 연예인들을 모아서 평균 시청률 23%

최고 시청률을 달성한 마지막 화는 26%를 넘었다.


업계에서는 당연히 주목할 수밖에 없었는데

심지어 그 드라마를 쓴 작가가 이제 막 입봉한 신인 작가였다.


언론에서 천재 작가라 난리를 친 것도 이해가 갔다.


‘처녀작이 시청률 20%를 넘게 찍었으면 천재 소리를 들을만도 하지. 그 뒤로도 쓰는 작품마다 시청률은 잘 나왔으니까’


케이블 드라마에서만 방영하고도

평균 시청률이 15% 이상은 꾸준히 나왔다던가?


결과로만 보면 천재가 맞긴 했다.


다만

그녀의 수식어가 단순한 천재는 아니었다.


[카피의 천재 작가]


처녀작을 제외한 모든 작품이 어떤 드라마, 혹은 다른 서브 컬쳐의 창작물을 연상시키는 내용이라 붙은 별명이었다.


창작자로서는 엄청나게 모욕적인 별명이었지만


‘모든 작품이 다 표절 시비에 걸리면 작가도 할 말이 없지’


이전에는 해외 드라마 표절 의혹이 있었다가 

저번에는 국내 웹소설 표절 논란이 있거나 하는 식이었다.


‘회귀 직전에 쓴 대본은 웹툰 스토리를 빼다 박았다던가?’


한두 작품도 아니고 모든 작품에 표절 의혹이 따라붙으니 별명이 바뀔 틈이 없었다.


오히려 저런 별명을 가지고도 계속 드라마 작가를 하는 게 대단하다면 대단하달까?


문제는 지금 재영의 입에서 나온 대본 내용이

유일하게 표절 시비에 걸리지 않은 그 작가의 처녀작과 판박이라는 건데


왠지 불길한 예감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대본 포함해서 이제까지 수집한 자료들, 앞으로 생각하고 있는 구상까지 빼먹지 말고 보내”

“어, 엉?”


갑자기 바뀐 수혁의 태도에 능글맞게 부탁하던 재영이 당황했다.


그가 기억하기로

웬만큼 큰일이 아니라면 수혁이 이런 표정을 짓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그에게 수혁은 다시 한번 정색하고 말했다.


“하나도 빼놓지 말고 오늘 중으로 보내. 바로 확인해서 연락해줄 테니까”


뚜두둑


수혁의 오른 손목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를 들은 재영의 얼굴에도 심각함이 어렸다.


수혁이 오른 손목을 돌리는 버릇은

그가 중요한 일을 처리하거나 크게 분노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버릇이었기 때문이었다.


* * *


수혁의 독촉은 끈질겼다.


재영이 징징거린 걸 복수라도 하려는 듯이

몇번이고 재영에게 자료를 보내라고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 결과


[아, 알겠어. 자료 조사한 거랑, 컨셉 짜놓은 거까지 전부 보내줄 테니까 그만 닦달해! 대신, 그거 다 취합해서 보내려면 오늘 중으로는 안 되고, 내일이나 모래까지 보낼게]


질렸다는 듯한 말과 함께 재영은 서둘러 자리를 떴다.

마치 더는 함께 못 있겠다는 듯이 말이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집에 돌아온 수혁은 소파에 앉자마자 한숨을 쉬었다.


"아 지친다"


재영이 놈과 헤어져 집에 들어오니 

나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나온다.


젊어졌으니 몸의 문제는 아닐 테고


“역시 재영이 놈 문제인가. 그놈만 만나고 오면 기가 빨려”


오늘은 특히 특히 피로가 더 심하다

2시간 동안 푸념도 들어줬는데 마지막에 신경 쓰이는 일도 있다 보니


"어휴! 빨리 씻고 우리 토 작가 최신화나 보면서 힐링해야겠다"


원래는 돌아오는 길에 원격조종으로 볼 생각이었는데

재영이와 나눈 대화를 생각하느라 그럴 틈이 없었다.


"차라리 잘 됐지. 이참에 제대로 집중해서 보면 되니까"


재빨리 씻고 옷을 갈아입은 수혁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노트북 바탕화면 속

익숙한 동물들의 상태를 확인하고 소설을 보려고 했는데


"...이건 또 뭐야?


토끼집 앞에 못 보던 기둥이 박혀 있었다.

그것도 토끼 몸길이보다 긴


기둥 끝에는 작은 상자가 달려 있었는데

상자 상단이 길게 갈라져 있었고 하단에는 여닫을 수 있는 작은 문도 달려 있었다.


모양은 조금 엉성했지만

수혁은 대충 이런 모양의 물건을 알고 있었다.


"우편함? 이런 게 언제 생겼지?"


분명 아침에 나갈 때까지만 해도 없던 물건이었다.

수혁이 자연스럽게 우편함을 클릭하자


[잊혀진 마을의 최소 공동체가 한 달간 유지되었습니다]

[잊혀진 마을이 다른 지역과 소통을 시작합니다.]

[구독할 신문사를 선택합니다]


"신문사?"


갑자기?


아니, 뭐 컴퓨터로 웹소도 쓰고

노트북으로 드라마 대본도 쓰니까 당연히 신문도 있겠지만


"좀 뜬금없네"


혼자 다마고찌하고 있었는데

그게 알고 보니 심즈의 미니게임이었다는 느낌이랄까?


수혁이 새로운 메시지에 당황하고 있을 때

익숙한 모양의 창이 떠올랐다.


1X3 형태의 그림이 돌아가는 게임


"또 너냐"


매일 아침 보는 슬롯머신이었다.


다만 그 안에 있는 그림은 달랐는데

수혁도 처음 보는 그림들이 들어가 있었다.


수혁이 그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으나

무심한 슬롯은 이미 스스로 돌아가고 있었다.


띠리리리


빠르게 돌던 첫 번째 슬롯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더니 곧 멈춰 섰다.

수혁이 재빨리 멈춘 그림을 살펴봤다.


"...이런 그림이 슬롯머신에 있어?"


가운데 마이크가 그려져 있고

그 주변으로 수많은 동물이 둘러싸고 있는 그림


수혁이 잘 알지는 못해도 이런 그림을 쓰는 슬롯머신이 없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다행히 그림의 정체는 알 수 있었다.

슬롯이 멈춘 것과 동시에 떠오른 메시지가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띠링


[첫 번째 신문사가 선택됐습니다]

[신문사 : 화재의 연예가 뉴스[그림]]

[최근 한 달 동안 있었던 애니멀타운 연예가 뉴스를 요약해 보여줍니다]


"아, 신문사 로고였어? 어쩐지"


신문사 이름 옆에 방금 나온 그림이 붙어있었다.

그걸 본 수혁은 저 그림이 신문사 로고라는 걸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구독할 신문사는 한 개가 아닌 모양이었다.

수혁이 메시지를 읽는 동안 두 번째 슬롯이 멈추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두 번째 그림은 

로브를 뒤집어쓴 생쥐가 여러 카드를 들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수혁은 그 그림이 왠지 꺼림칙하게 느껴졌다.

왠지 그가 싫어하는 종류의 가십지 같았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의 예상은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띠링


[두 번째 신문사가 선택됐습니다]

[신문사 : 이달의 운세[그림]]

[동물별로 이달의 운세를 알려줍니다]


“··· 너희도 운세 같은 거 보냐?"


스포츠 신문이나 잡지 끝에 적혀있는 각종 운세는 수혁이 가장 극혐하는 가십이었다.

원래부터 미신을 잘 믿지도 않았지만, 그의 고용주였던 신기성이 그걸 너무 맹신한 탓이 더 컸다.


[야, 이거 봐! 내가 오늘 빨간색 조심해야 한다고 했잖아! 에이, 어제 새로 산 건데 짬뽕 국물 다 튀었네]


본인이 먹고 싶다고 시킨 짬뽕 국물이 튀었다고 히스테리를 부리질 않나


[오늘은 나 출근 안 한다. 오늘은 운이 대흉이라 집 밖은 위험하데! 그러니까 그런 줄 알아!]


자기 멋대로 무단결근을 통보하고 판권 계약 미팅에 불참해 계약이 파기 되기도 했었다.


문제는 자기 때문에 계약이 파기 됐건만

본인은 운세가 맞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그놈의 엽기적인 행각은 끝이질 않았다.


“내가 신기성 그놈 때문에 앞으로 운세나 점을 맹신하는 사람은 상종도 안 하겠다고 맹세했는데”


관심도 없는 운세를 주기적으로 봐야 한다는 사실에 수혁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그리고 드디어 세 번째 슬롯의 그림이 멈췄다.


동글뱅이 안경을 쓴 고양이가 이상한 전파 모자를 쓰고 하늘을 바라보는 그림이었는데


그림을 본 수혁은 이제까지의 두 그림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위화감을 느꼈다


띠링


[세 번째 신문사가 선택됐습니다]

[신문사 : 외계 통신 24시[그림]]

[타 차원 계에서 이번 달에 일어나는 일들을 알려줍니다]


세 번째 신문사에 대한 설명을 읽는 수혁의 표정이 오묘해졌다.


내용만 보면 음모론을 선동하는 삼류 언론사였다.

원래라면 운세와 마찬가지로 거들떠보지도 않을 신문이었으나


왠지 이번만큼은 그럴 수가 없었다.

설명에 나온 타차원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타차원이면... 혹시 여기 말하는 건가?"


설마 싶으면서도 뭔가 찜찜한 기분에 수혁의 고민이 깊어질 무렵


지금까지 떠 있던 모든 메시지가 사라지더니 곧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구독할 신문사 선택이 끝났습니다]

[구독은 1년간 유지됩니다.]

[신문이 곧 배달됩니다]


메시지는 떠오르기 무섭게 사라지더니

곧바로 새로운 메시지가 뒤를 이었다.


띠링


[신문이 도착했습니다]


"어째 오늘 하루는 정신이 없네"


집에 돌아올 때까지만 해도 푹 쉬고 싶었는데

노트북이 나를 가만히 놔두질 않으려나 보다


그래도


"일단은 확인해 봐야겠지?"


이만큼이나 관심이 생겨버리면 대충 넘길 수가 없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은 수혁이 어느새 가득 찬 우편함에 마우스를 가져갔다.


딸칵


클릭과 동시에 세 개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각 이미지 위에는 큼지막한 로고와 함께 신문사 이름이 적혀있었다.


[화재의 연예가 뉴스]


"이건 패스하고"


[이달의 운세]


"이건 관심도 없고"


[외계 통신 24시]


"이거다"


딸깍


찾던 이미지를 클릭하자 이미지가 확대되더니 보이지 않던 기사 내용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기사의 첫 일면을 본 수혁은 오늘 중 제일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게...


"이거... 재영이잖아? 얘가 왜?"


외계통신 24시의 메인 페이지에는 재영의 사진이 실려 있었다.

그것도 한 여자의 앞에 무릎 꿇고 사정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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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 너는 누구니? +2 24.04.30 1,366 51 16쪽
27 26 연타석 홈런 +1 24.04.29 1,389 51 14쪽
26 25. 차기작 연재 24.04.28 1,382 5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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