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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님의 서재입니다.

닥터 로드맨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박형준z
그림/삽화
M
작품등록일 :
2020.02.29 23:23
최근연재일 :
2020.04.04 11:0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417
추천수 :
142
글자수 :
118,951

작성
20.03.24 11:00
조회
476
추천
8
글자
11쪽

닥터 로드맨 2화

DUMMY

- 제 2화 -




에어웨이(Air way:숨길)에 연결된 엠보를 통해 산소를 불어 넣으면 부풀어야 하는 흉부가 이상하게도 한쪽만 날숨(흡입하는 숨)에 맞춰 오그라들고 있었다.


분명히 언바란스한 상태에 대원이 말한 늑골 골절이 생각났다.


[동요가슴.]


생각과 동시에 마음까지 급해지고 있었다.


* 동요 가슴(Flail chest:연가양흉)이란?


외상에 의해 늑골에 두 군데 이상 골절이 생겨 숨을 들이쉴 때는 가슴이 내려가고, 숨을 내쉴 때는 가슴이 올라오는 현상을 말한다.


들숨과 날숨에 따라 움직임이 비정상인 게 특징이다.


즉 가슴의 움직임이 정상 호흡과는 반대로 움직이며 호흡 장애를 일으키는 걸 말한다. *


우선적으로 장비들이 준비된 집중 치료실로 들어가야 했지만, 그 또한 쉬운 건 아니었다.


이전에 들어온 환자들로 이미 ER(emergency room:응급실) 전체가 아수라장이라, 한발 옮기는 것조차가 여의치 않았다.


“뭐해! 집중 치료실로···.”


“어, 죄송합니다.”


“왜, 3번 룸 비어있잖아!”


“그게, 거긴 이미···.”


더는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밖으로 첵 교수까지 나가 있으니 그에 대한 답은 나온 셈이었다.


절로 고개가 움직였고, 다시금 환아(어린 환자)를 봐야 했다.


멀티플 립 프렉쳐(multiple rip fracture:다발성 늑골 골절)에 의해 폐손상(lung damage)으로 에어릭(Air leak:공기 노출)이 발생한 게 틀림없다.


미간이 일그러지며 표정이 굳어졌다.


판단대로 아이가 동요 가슴이라면 더 이상의 버팀은 불가능했다.


“선생님! 어느 쪽으로 가야 하죠?”


대원의 물음에 답하기보다는 고갤 들어 월리엄을 불렀다.


“이봐! 윌리엄!! 그쪽은 에이미한테 넘기고 이쪽으로 와!”


“예?”


“뭐 하고 있나. 이쪽으로 오라고, 이 환아 연가양흉(Flail chest)야!”


“네? 연가 양흉이요?”


“멀티 립 플렉처에 의한 연가 양흉! 햄스, 그쪽에 있는 카트 가져와! 그리고 백보드(척추보호대)도 가져오고!”


응급카트를 밀고 있던 위생병 햄스가 방향을 틀었다.


시간이 답이라 다른 건 신경 쓸 수도 없었다.


이송 시간 동안 힘들었을 아이를 더 힘들게 하고 싶진 않았다.


카트가 도착하자마자, 체스트튜브(Thoracic Catheter)를 찾기 시작했다.


당연히 있어야 할 튜브가 카트위에 없었다.


“뭐야, 튜브는 없어?”


“아! 죄송합니다. 가져오겠습니다.”


한심할 따름이었다.


어떻게 기본적인 의료기구조차도 준비해두지 않을 수 있는지.


“됐어. 윌리엄, 아이 상의 잘라. 베타딘(소독액)!”


“예? 검사는······.”


[검사 같은 소리 하네.]


딱 봐도 시간싸움인 환자인데, 여기서 검사타령이라니.


“시간 없다고. 아이 상태 안 보여?”


“아무리 그래도 기본 검사는······.영상이라도······.”


“시끄러! 뭐해, 자르지 않고.”


“저······.”


윌리엄의 말이 틀린 건 아니지만, 그 말에 신경 쓸 수 없었다.


빨리 아이의 고통을 해소해주고, 자발 호흡(spontaneous respiration)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


기관 삽관(endotracheal intubation)처럼 아이에게 데미지가 큰 방법은 최소한 피해서.


손에 들린 소독액(Betadine)을 아이의 늑간(rib:갈비뼈) 사이에 뿌린 후 손에 들고 있던 메스를 움직였다.


“김 선생님!!”


“······!”


“선생님!”


갑작스런 행동에 윌리엄이 말리려 했지만, 못 들은 척 했다.


주저 없이 움직이는 메스에 따라 아이의 늑간 사이에서 검붉은 선혈이 흐르기 시작했다.


긴장된 순간이었다.


작은 체구라 메스에 의한 손상이 생긴다면, 그건 곧 생명과 직결된다는 거였다.


시선에 들어온 영상으론 다행히 별 이상 없었다.


얼른 고개를 돌려 체스터 튜브(chest tube: 흉관)를 대신할 라인을 찾기 시작했지만, 마땅한 게 없었다.


‘제기랄! 잠깐, 저건 중심정맥용 카데터?’


뭐든 사용할 수 있는 건 어떻게든 사용해야 했다.


부분 마취조차 하지 못했으니, 이젠 다른 방법이 없었다.


스킨(피부) 절개를 마친 뒤 카트에 있던 카데터를 들었다.


긴 숨 한 번에 절개된 늑간(갈비뼈 사이)로 카테터를 넣자, 손끝에 뭔가 터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흉막(costal pleura)을 통과한 거였다.


카데터가 흉막을 뚫고 들어간 라인 한쪽을 입에 물었다.


라인을 타고 나온 피의 비릿함이 코를 찔렀지만 난 게이치 않았다.


“후우. 후우.”


흉강 내로 공기를 넣기 시작했었다.


눈으로 흉부의 움직임을 확인하고는 물고 있던 라인을 내려놨다.


동시에 라인을 타고 흉강에 고여 있던 혈액이 흘러나왔고, 난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시선을 돌려 바이탈을 확인하자, 좀 전과는 다른 그래프를 볼 수 있었다.


“리듬(맥박)100. SP(혈중산소포화도)75로 올라가고 있습니다.”


“피버(체온)는?”


“6.7(36.7도)로 정상적입니다.”


스탭의 노티를 들으며, 대원의 손놀림에 따라 움직이는 흉부를 확인했다.


엠보의 움직임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의 가슴은 좀 전과는 다르게 보였다.


창백했던 아이의 혈색이 어느 정도 돌아오는 걸 확인한 뒤 옆에 있던 윌리엄을 봤다.


“이제부터 자네가 아이 맡아. 체스터 CT 찍고, OS(정형외과)와 GS(일반 외과)에 콜해 응급수술(emergency operation)이라고 전해.”


“······.”


“뭐 하고 있어! 어서 콜 넣고 OP룸(수술방)도 잡아야지!”


욱박 아닌 욱박에 윌리엄이 움직였고 이내 아이를 실은 카트가 시선에서 사라졌다.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생각도 잠시.


좀 전에 첵 교수가 부른 게 생각났고 이내 ER을 빠져나왔다.


아직 헬기가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모여 있는 스텝들은 여전히 요지부동이었다.


자신들의 판단이라지만, 이러는 건 아니란 생각이 들어 순식간에 울화가 치밀었다.


한국은 아니지만, 까라면 까야 하는 처지란 사실은 이곳도 다르지 않았다.


그놈의 서열.


“김 선생님, 이쪽입니다.”


익숙하지 않은 부름이긴 하지만, 뒤돌아봐야 했다.


“선생님 살려 주세요.”


“이것 좀 어떻게 해줘요.”


“야! 여긴 의사 없어! 의사 데려오라고.”


“사람 죽는다고 죽어!”


사방이 전쟁터같이 이곳저곳에선 신음 소리와 카트 바퀴 굴러가는 소리만 들리고 있었다.


삽시간에 일어난 일이기 했지만, 이곳 이글 병원에선 늘 있는 일이라 익숙했다.


시카고 주립 대학교 병설 병원이자 군사병원과 연계되어 있으니, 말을 해서 뭣하랴.


“살려줘. 아파 죽겠다고!”


“야! 여기 의사 없어! 돌팔이 말고 진짜 의사!”


“진통제라도 줘! 이 새끼들아!”


정신없다는 말이 딱 맞았다.


몸이 움직이려는데 내 팔을 잡아당기는 이가 있었다.


어린 아이는 전신이 피투성이였다.


“애야, 괜찮니!”


“선생님! 아파요.”


“어디 좀 보자. 내가 봐도 되겠지?”


아이를 봐주려는 순간 스텝 하나가 달려들며 말했다.


“그 환자는 제 담당입니다.”


“아, 그래요.”


그의 말에 물러서 줘야 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어디선가 본 얼굴이긴 하지만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모르고 있을 게 분명했다.


“그래. 어디가 아프니?”


“여기요.”


딱 봐도 탈구(human dislocation)인데, 담당의라는 작자는 뭘 했는지.


일단 통증 부위부터 해결해줘야 했기에 아이의 전신을 스캔했다.


무릎관절(knee joint) 탈구 외는 다른 이상을 확인할 수 없었다.


‘다행이다.’


난 아이의 다릴 잡았고, 힘 조절을 시작했다.


우두두둑-


탈구된 관절 부위 접골(Bonesetting)을 마칠 수 있었다.


“악! 아아악!”


아이는 자지러질 듯 소리 질렀지만, 이내 통증이 가신 듯 얼굴엔 웃음이 한가득 이었다.


“이제 괜찮을 거다. 안에 들어가 사진 찍어보자.”


“선생님 짱!!”


“그래, 짱이다. 이 선생님이랑 같이 가면 된다.”


“네. 동양인 선생님!”


“그건 인종 차별 발언인데···. 어서 가봐!”


표정이 변하는 아이의 모습에 담당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월권 진료라고 따지고 들 사람이 오늘은 왜인지 더 이상의 말이 없었다.


뭔가 이상했지만, 아무말 없다면 나로선 좋은 일이었다.


“들어가면 조인트(관절) 영상부터 찍고, 혹시 모르니 전신스캔(full body scanner) 도 해.”


“누구시죠?”


“나요? 의삽니다.”


“그게 아니라 포지션이 어디냐 묻는 겁니다.”


“이글 병원 소속이요. 쓸데없는 소리말고 어서 움직입시다. 환자들 밀리는 거 안 보여요?”


“······.”


그는 돌아서면서도 미심쩍은 듯 내 쪽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이곳 ER에는 다른 과와 다르게 많은 수의 스텝들이 있어 서로가 누군지 정확히 모른다.


때문에 자신이 맡은 환자에게만 집중하고, 새로이 배당되는 환자만 신경 쓰면 된다.


굳이 나 같은 식의 오지랖을 부릴 필요는 없다는 거다.


하지만 이건 이글병원의 방법일 뿐, 내 식은 아니다.


아픈 사람을 살리는데 지킬 규칙 따윈 불필요한 짐일 뿐이다.


고치는 것에만 집중해도 모자를 판에 규칙까지 지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거지.


“김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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