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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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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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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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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27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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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8쪽

아카론의 도적들

DUMMY

바라쿠타 상단이 정리된지 수십일이 지났다. 그간 슈말의 저택 옆 빈터에는 매일같이 검술을 익히는 노예들의 기합소리로 가득했고 노예출신 멘티스들의 검술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검을 잘다루지 못하는 카잔의 눈에도 그들의 검술이 스페스의 여느 전사와 다름없어 보였다. 한번도 검을 쥐어보지 못한 노예들이 이토록 빠른 시간에 검을 다루게 된 것은 헤르반의 뛰어난 훈련방법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자유를 향한 노예들의 의지가 그것을 가능케 했다. 노예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타는듯한 목마름을 참아가며 자유의 날을 위해 검을 휘둘렀다. 누군가는 잃어버린 가족을 되찾고 싶었고 누군가는 아무도 모르는 섬으로가 자유롭게 살기를 원했다. 카루온의 말대로 그것이 검을 들어야만 이뤄질 수 있다면 노예들은 절대 검을 놓지 않으리라 다짐했다. 무거운 검이 그들의 손에서 떨어지지 않을수 있었던 까닭은 오로지 그것 뿐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들의 검은 빨라졌고 힘이 넘쳤다. 카루온과 헤르반은 아침부터 해가 떨어질때까지 그들과 함께하며 다가올 거사의 그 날을 기다렸다. 하지만 그들의 기다림은 원치않게 일찍 끝나버렸다. 루아즈의 토벌대가 그들보다 먼저 아카론을 공격 한것이다.

카루온은 불필요한 전투를 피할수 있다는 생각에 기뻐했지만 아카론의 도적패가 루아즈의 공격을 막아냈다는 소식을 듣고는 큰 고민에 빠졌다. 그 기세가 꺽였다고는 하나 정예 카로와나 기병100을 막아낸 그들을 감히 공격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하루를 꼬박 그 문제로 고민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고 결국 니안을 찾아가 의견을 물었다.

"카루온님. 먼저 그들의 동태를 살핀뒤에 방법을 의논함이 어떻겠습니까?"

카루온의 고민을 듣고 니안은 대수롭지 않은듯 말했고 카루온은 궁금한듯 되물었다.

"무슨 좋은 수가 있겠습니까?"

"아카론의 수장 하갈리스는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생각이 단순하고 권위의식에 사로잡힌 자입니다. 만약 헤르반이 부하가 되기를 자청한다면 크게 기뻐할것입니다. 축하연회를 핑계로 그를 아카론 밖으로 꾀어내 죽인다면 아카론을 제압하기 한결 쉬울것입니다"

"좋은생각이군요! 헤르반, 해줄수 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그럼 내일 해가 뜨는대로 아카론의 진지로 가겠습니다."

헤르반은 니안의 계획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세사람의 뜻이 모여지자 계획은 즉시 실행되었다. 다음날 니안은 해가 뜨기전 사람 한명을 시켜 아카론으로 보내 혹시나 카루온이 기다리는 수고를 덜고자 했다. 바라쿠타의 빠른발으로 통하는 젊은 청년은 상단에서 제일 튼튼한 말을 타고 서둘러 아카론으로 떠났다.


한편 바라쿠다 상단이 새로운 상인들에게 매각됬다는 소식은 오래되지 않아 아카론의 하갈리스에게 전해졌고 그는 크게 기뻐했다. 루아즈와 주칸의 도적때를 모조리 자신의 부하로 만들고 일대의 크고 작은 모든 상단에게 돈을 뜯어내던 그였지만 자신보다 한참 어린 헤르반이 버티고 있는 바라쿠타 상단을 가만히 놔둘수 밖에 없었던 것이 자존심에 흠집으로 남아있었기 때문이었다.

헤르반의 명성은 도적들 사이에서도 독보적이었고 그들 사이에서 헤르반은 루아즈의 세검사와 동일시 될 정도였다. 하지만 바라쿠타 상단이 사라진 이후 그런 고민을 덜게 되었으니 그가 기뻐하지 않을수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힘으로 직접 바라쿠타를 제압하지 못한것이 마음 한구석에 찝찝하게 남아있었는데 이른 아침 부하들이 전해온 소식에 하갈리스는 그것 조차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바라쿠타 상단에서 사람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헤르반을 부하로 받아달라는 청을 하러 왔답니다. 오늘 헤르반이 직접 찾아올 것이랍니다."

소식을 들은 하갈리스는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크게 기뻐하며 헤르반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아카론은 주칸을 떠나 항구도시 코르틴으로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었고 주칸과의 거리는 그리 멀지 않았다. 루아즈의 상권이 주칸에 비해 몇배는 컸기 때문에 하갈리스의 주 무대는 루아즈였지만 루아즈로 가기 위해선 필히 주칸을 지나쳐야 했기에 주칸의 상인들은 하갈리스의 간섭에서 잠시도 벗어날수가 없었다. 아카론은 사막 한가운데 우뚝 솟은 거대한 바위산에 둘러쌓여 있었는데 바위산은 주칸의 땅떵어리 만큼 컸고 지하에 형성된 호수로 인해 일찍이 마을이 형성되었던 곳이었다. 하지만 루아즈와 주칸의 산업이 농업에서 상업으로 바뀌는 와중에 여기저기서 생겨난 도적들의 칩입을 받아 아카론은 쇠퇴하기 시작했다. 주민이 하나둘 떠나 마을이 점점 축소되었고 결국 온통 도적들의 은신처가 되어버려 상인들은 이곳을 피해 먼길을 돌아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그러던것을 얼마전 하갈리스가 빼앗아 그의 본거지로 삼았고 그는 이곳에서 루아즈의 카로와나 100과 맞서 싸워 승리를 거두기도 했다. 도적에 불과하던 그들이 수적으로 열세임에도 루아즈의 군사들과 싸워 이길수 있었던 것은 아카론이 천혜의 요새였기 때문이었다. 하갈리스는 아카론의 바위산에 숨어 루아즈의 군사를 끊임없이 괴롭히며 전면전을 피하고 시간을 끌었다. 전투를 함에있어서도 전사의 예를 중요시하는 아누크인의 특성상 전면전을 피하는 것 자체가 전사들에겐 꾀나 치욕스런 것이었으나 도적들에게는 그런 수치심따윈 아무것도 아니였다. 루아즈와의 첫 전투에서 승리한뒤 하갈리스는 더욱 세력을 키웠고 기고만장 해졌다. 며칠전 세력이 커진것을 믿고 자만한 나머지 전면전을 펼친것은 그의 첫번째 실수이자 패배였다. 하지만 그는 부족해진 전력의 빈자리를 헤르반이 채워줄것을 생각하자 자꾸 새어나오는 웃음을 주채하지 못하고 이따금씩 큰소리로 웃어댔다.


아침해가 떠오르자 준비를 마친 카루온 일행은 조그만한 상자에 얼마되지 않은 보석들을 담아들고는 아카론의 진지로 향했다. 카루온 일행의 이른 외출에 카잔은 적잖은 호기심을 안고 따라나섰건만 가는동안 하갈리스가 인육을 즐겨 먹는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니안의 주의를 무시했던 것을 후회하고 말았다. 다시 돌아가려는 카잔을 카루온이 붙잡으며 그들은 잠시 사막길 위에서 장난섞인 실랑이를 벌였고 그 와중에도 니안은 하갈리스를 완전히 속이기 위해 미리 입을 맞추고 신중히 행동할것을 모두에게 당부했다.

바위산에 가까워지자 모래는 점차 사라지고 조금씩 단단한 흙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땅에 뿌리를 내린 풀과 나무가 바위산 이곳저곳을 뒤덮어 시원한 그늘이 만들어졌고 살랑거리는 바람이 카루온 일행을 스쳐지나갔다. 곧 그들의 눈앞에는 거대한 높이의 협곡이 나타났다. 그리고 그 협곡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니안이 앞서 보낸 바라쿠타의 빠른발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셨군요, 하갈리스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카루온은 잠을 깨치고 아침일찍 길을 나선 자에게 감사의 손인사를 건내고 그의 안내를 받으며 계속 길을 따라 갔다.

그들이 구불구불 굽어진 협곡을 따라 들어가자 곧 햇빛이 들어오지 못할만큼 높은절벽을 양옆으로 마주하게 되었다. 함부로 발을 들여놓았다간 절벽위에서 쏟아붓는 화살과 바위에 그대로 목숨을 잃을만한 곳이었다. 좀더 깊숙히 들어가자 돌연 넓은 터가 나타나고 여러개의 크고 작은 웅덩이와 그 주변을 감싸고 자라는 키작은 나무들이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졌다. 방금 지나온 삭막한 바위 절벽 안쪽에 이런 신세계가 펼쳐지는것에 카루온은 신기함을 감출 수 없었다. 좀더 안으로 걸어가자 바위산을 오르는 여러갈래의 길이 보였는데 그앞에는 보초를 서는듯한 도적들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늘상 보초를 서온듯 별로 경계하는 모습없이 카루온 일행이 가까이 다가갈때까지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러다 얼굴을 알아볼만큼 거리가 까까워지자 두명의 보초는 검을 뽑아들고 카루온 일행을 막아섰고 또다른 보초하나는 북을 두드려 이방인의 침입을 알렸다.

이에 헤르반이 가까이 다가가 온 까닭을 밝히자 보초들은 헤르반을 알아보고 겁에질려 서로 눈치만 보더니 한명이 서둘러 소식을 전하기 위해 진지로 돌아갔다. 얼마지나지 않아 사라졌던 보초병은 여러무리를 데리고 돌아오는데 선두에서 뛰어오는 자는 헤르반과 별로 좋은사이는 아닌듯 헤르반을 보자마자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헤르반 이놈!"

그 목소리가 어찌나 큰지 카루온은 멀리서 그의 얼굴을 볼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을수 있었다. 좁고 거친 산길을 달려오는 도적들의 모습은 길들여지지 않은 야수와 같이 난폭하고 거칠어보였다. 도적들은 순식간에 카루온일행에게 다다랐고 그들의 위압적인 모습은 일개 도적들이라기 보다는 제국의 잘 훈련된 전사와 같았다. 맨 앞에서 고함을 치던 자는 헤르반보다 큰 덩치에 허리엔 장검을 차고 있었는데 장검을 주로 다루는 헤르반의 것보다 더 길어보였다. 검술이 뛰어난 자가 아니면 저렇게 긴 장검을 다룰수 없을 것이기에 카루온은 이 자의 검술이 꽤나 대단하리라 생각했다.

"이놈 잘난체 하더니 이제야 네 주제를 알았구나! 이제 내밑에서 검을 닦고, 마수노릇이나 하거라."

"여전히 입이 시끄럽구나. 아만. 주제를 알아야 할 것은 네녀석이 아니냐. 네놈의 검은 곡식이나 베면 알맞겠다."

"이놈! 지난번엔 운좋게 네녀석이 이겼다만 과연 지금도 그럴까?"

아만이라 불리는 자는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기세였다.

"아만, 그정도면 됐다. 하갈리스님이 기다리신다. 따라와라."

등뒤에서 들리는 짧은 음성에 성난 황소같았던 아만이라는 도적은 신기하게도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그저 분하다는 듯한 눈초리로 헤르반을 바라볼뿐 더 이상 시비를걸지 않았다. 카루온은 그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여 아만이란 사내의 뒤에 가려진 또하나의 사내를 주의깊게 살피기 시작했다. 길게 내려뜨려 어깨를 넘는 곱슬머리에 아만이란 사내에게 지지않을 거대한 체구를 가졌는데 얼굴은 곱상하여 상당히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허리에 검을 차는 대신 등에 무기를 지고 있었는데 카루온 일행을 안내 한다며 그가 등을 돌리고 나서야 그것이 도끼라는 것을 알았다. 헤르반은 방금 전 아만을 대하던 것과는 달리 곱슬머리 사내의 말에 가벼운 목례까지 곁들이며 순순히 따랐다. 도적들은 카루온 일행을 이끌고 좁게 난 길을 따라 바위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말이 간신히 오를만큼 경사진곳이라 뒤따라 쫒아오는 졸개 들의 걸음은 점점 뒤쳐지고 있었지만 길을 안내하는 사내는 전혀 지치지 않는듯 묵묵히 앞장서 나갈 뿐이었다. 한참 바위산을 오르고 나니 상당히 넓은 평지가 나타났는데 수십채의 벽돌집이 마을을 이루고 있었다. 그곳에서 정상까지는 또 한참을 올라야했다. 도적들의 은신처는 진흙으로 빚은 벽돌을 쌓아만들었고 주변에 보이는 몇 개의 동굴은 창고로 쓰이는듯 보였다. 도적 무리의 수장인 하갈리스의 거처는 평지가 모두 내려다 보이는 바위산의 제일 윗부분에 있었는데 그의 거처를 오르는 동안에만 5명에 가까운 보초병이 서있었다.

"헤르반, 너를 기다리고 있었다. 앉거라"

하갈리스가 머무는 커다란 처소에 들어가자 그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헤르반을 맞이했다. 헤르반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목례로 인사를 대신했다. 아만과 그의 무리는 하갈리스의 옆에서 그를 옹립하듯 서있었다.

"날 찾아온 용건을 들어볼까?"

하갈리스는 매우 거만한 말투로 헤르반을 바라보며 말했다. 헤르반과 마지막으로 대면했을 때 그의 검에 수모를 당했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마치 부하를 대하듯 하는 하갈리스의 모습은 부하들이 보기에도 민망할 정도 였고 헤르반은 속으로 웃음이 나오는걸 간신히 참아내야 했다.

"하갈리스님의 부하가 되고자 찾아왔습니다."

"네놈이 왜 내 부하가 되려는 것이냐. 네 아비가 이끌던 상단은 어찌하고?"

"제 부친의 상단은 루아즈 귀족들의 핍박으로 적자에 시달려 빚이 헤라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희는 오갈때가 없으니 거두어 주신다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습니다."

헤르반의 목소리에는 진실이 묻어나 카루온과 카잔은 물론 니안까지 놀라고 말았다. 니안의 생각과 달리 헤르반은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기만에도 무척 뛰어났다. 하갈리스는 조금의 의심도 없이 헤르반의 말을 믿고는 크게 기뻐하며 대번에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는 부하들을 시켜 술과 음식을 내오라 명했다. 이제 막 한낮에 이른 시각이었지만 아카론은 난데없이 술잔치가 벌어졌다. 그들이 가져온 술은 대부분 상인들에게서 뺏은 이름난 명주들이었는데 카루온이 주칸에서 맛본 술과는 또다른 맛으로 향기가 그윽했지만 지독히도 쓴 술이었다. 그들은 수십명의 여자노예들도 거느리고 있었는데 여자들은 남자들이 하길 꺼려하는 잔심부름을 하거나 일부 얼굴이 고운 노예는 술자리 시중을 들기도 하고 알몸으로 춤을 추기도 하였다. 그들을 바라보는 카루온은 애써 가련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었다. 자리가 무르익자 하갈리스는 거하게 취하여 기쁜마음에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객기를 부렸다. 비록 검으로 승부해 헤르반을 꺽지는 못했으나 그를 부하로 맞이했으니 그는 더 이상 자신의 앞길을 막는 장애물은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이제는 조금만 더 세력를 키운다면 주칸을 점령하고 작은 나라를 세워볼만도 하겠다는 꿈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하였다. 니안은 때가 되었다 생각하고 하갈리스앞에 나아가 한쪽 무릎을 꿇고 고했다.

"하갈리스님. 한가지 전해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너는 누구냐."

하갈리스는 갑자기 분위기를 깨는 니안이 곱게 보이지 않았던지 째려보는 눈으로 물었고 서둘러 옆에 있던 헤르반이 니안을 대신에 대답했다.

"제 아우인 니안이라 합니다."

"오 그래? 전할말이란게 뭐냐?"

하갈리스는 헤르반의 말을 듣고는 그의 동생이란 말에 또다시 환한 얼굴이 되며 물었다.

"저의 부친의 상단을 모두 정리하면서 조금 남은 재물이 저희 집에 있습니다. 저희 부친께서 말씀하시기를 남은 재물로 병사와 무기를 더 사들이고 아카론의 병력이 더해진다면 주칸을 점령하고 루아즈의 대군도 끄덕없이 막아낼 것이라 하였습니다."

어찌보면 참으로 바보 같은 이야기겠으나 술에 취한 하갈리스는 크게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그것은 방금전 자기가 생각했던 그대로가 아닌가! 니안은 자신의 계획이 반쯤 성공한것을 보고 계속말을 이었다.

"기뻐하시니 이보다 더 큰 영광이 없겠습니다. 다만 연로하신 저희 부친이 예전에 하갈리스님께 대항했던 죄를 용서받고자 저희집에 연회를 준비하겠으니 와서 술자리를 함께 해주시길 청하였기에 다시한번 하갈리스님께 저희 부친의 청을 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내가 그 뜻을 거부할 수가 있겠느냐. 당연히 가야지. 언제 가면 되는것이냐?"

"내일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헤르반이 길을 안내할것입니다. 저는 이 두 노예와 함께 돌아가 부친 함께 연회를 준비하겠습니다."

"좋다. 내일은 슈말과 함께 날을 새며 술을 마시겠다. 너는 어서 돌아가보거라."

하갈리스는 경사가 겹쳐 일어나는것을 크게 기뻐하며 얼굴에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갈리스의 말이 떨어지자 니안과 카루온 카잔은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 도적 졸개들의 안내를 받으며 바위산을 내려갔고 헤르반은 남아 계속 술자리를 함께했다. 카루온 일행이 내려오는 길은 뜨거운 태양이 높이떠서 아침보다 더 더웠다. 해가지기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아있었다. 그들은 사막길을 돌아가기전에 술기운을 덜고자 물로 입을 행구고는 말에게도 물을 먹였다.

"카루온님 뜻하지 않게 좋은 일이 생겼습니다."

말에게 물을 먹이며 니안은 도적들의 수하가 멀리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카루온에게 말했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저도 예전엔 미쳐 알지 못했으나 아만과 투고는 멘티스 인듯 합니다. 어깨에 노예문양이 찍혀 있더군요."

"투고라면.. 아까 아만이란자의 뒤에 있던 자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둘은 형제지간인데 투고가 형으로, 도끼를 다루는 것이 아만보다 한수 위입니다."

"그렇군요 . 그런데 그 둘은 우두머리 급이던데 어떻게 노예출신이 아누크인 위에서 그들을 부릴 수 있단 말입니까? "

카루온은 쉽사리 이해할 수 없다는듯 니안에게 물었다.

"투고와 아만은 검술이 상당합니다. 루아즈의 카로와나 정도는 우습게 베어버릴 정도지요. 비록 멘티스라 할지라도 그들을 노예로만 쓰기엔 너무 아까웠을 것입니다."

"그렇수도 있겠군요. 그들을 끌어들일수만 있다면 우리에게 큰 힘이 되겠습니다. 얼핏 보았지만 졸개들의 상당수도 멘티스인듯 했습니다."

니안의 설명에 공감이 가는듯 카잔은 고개를 끄덕이며 카루온에게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을 설득해 아카론을 끌어들이면 되겠군."

"하갈리스는 어떻소. 혹시 그도 멘티스인가?"

"그는 아닙니다. 그는 아마도 아누크인 일것입니다."

카잔은 갑자기 하갈리스의 신분이 궁금한듯 니안에게 묻고는 그의 대답에 실망하고 말았다.

"그렇다면 내일 그를 죽인뒤 아만과 투고를 설득해 아카론을 접수해야 겠습다. 니안 차질없이 준비해 주십시오."

"네 카루온님."

카루온 일행은 서둘러 말을 몰아 주칸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은 곧장 하갈리스를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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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바라쿠타와 아카론 17.02.18 160 0 14쪽
20 프로렌스의 새로운 우나프 +1 17.02.11 255 1 11쪽
19 전쟁의 시작 17.02.11 187 1 15쪽
18 새로운 형제들 +1 17.02.04 340 1 19쪽
» 아카론의 도적들 +1 17.01.27 209 1 18쪽
16 프로렌스의 새로운 용병 +1 17.01.26 342 1 21쪽
15 발로니테의 계획 +1 17.01.22 307 1 18쪽
14 루가단 +1 17.01.22 283 1 11쪽
13 페루스의 검 +1 17.01.06 382 1 20쪽
12 루아즈의 세검사 +1 16.12.31 318 1 15쪽
11 카소에의 음모 +1 16.12.29 437 1 12쪽
10 주인과 노예 +1 16.12.24 429 1 12쪽
9 바라쿠타의 길 +1 16.12.17 264 1 23쪽
8 아카네르의 계략 +1 16.12.17 340 1 9쪽
7 아카네르와 코누잔 +1 16.12.10 311 1 10쪽
6 코누잔의 거래 +1 16.12.10 384 1 11쪽
5 만오레사막에 감도는 전운 +1 16.12.03 472 1 11쪽
4 새로운 여정 +2 16.12.01 501 3 11쪽
3 스페스의 귀족회의 +2 16.12.01 866 4 12쪽
2 왕자의 귀환 16.12.01 1,271 8 11쪽
1 프롤로그 16.12.01 1,919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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