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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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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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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29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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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카소에의 음모

DUMMY

아누크의 노예로 살아가는 멘티스는 두가지 출신과 소속을 갖게되는데 하나는 왕의 소유로서 도시의 각종 잡역을 도맡아하는 상급노예이고 다른하나는 귀족이나 부유한 평민 아누크의 소유인 하급노예였다. 하지만 그들을 지칭하는것은 편히 구분짓기 위함일뿐 상급노예라해서 처우가 좋거나 지위가 더 높은것은 아니였다. 다만 상급노예는 노역이 고된 대신 왕의 소유로서 죄를 지으면 형식적이나마 법의절차에 따라 처벌되었고 하급노예는 주인인 소유자의 임의대로 처벌이가능했기에 상급노예들의 인권은 어느정도 보장되는 편이었다.

테코라는 사내는 수년전만 해도 평범한 삶을 살던 상급노예였다. 부친은 일찍이 헤어져 생사를 알길이 없었으나 모친과 여동생은 태어난 이후 프로렌스의 상급노예로 살아왔다. 문제의 발단이 된 그의 여동생은 노예로서는 축복이라 할수없는 빼어난 외모를 지니고있었다. 눈에띠는 외모의 여자노예는 아누크인들의 욕정을 배출할 노리개가 될뿐이었다. 제 아무리 왕의 소유인 노예라고해도 그들을 관리하는 귀족은 3계급인 발레사레스, 사실상 평민을 제외한 모든 귀족이 상급노예를 제것처럼 부리는데 무리가 없었다. 행여 노예를 부리던중 죽거나 다쳐도 다른 노예를 사서 머릿수만 맞추면 그만이었다.

테코의 여동생은 낮에 귀족의 눈에 띄었다가 밤에 불려가 강제로 겁탈을 당하는날이 많았다. 그녀는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았지만 이미 많은 수의 귀족들에게 몸을 바쳐야만 했다. 사건은 갑작스럽게 터졌다. 여느날처럼 귀족에게 불려가 밤의 노예로 농락당하던 그녀가 참을수 없는 수치와 고통에 격하게 반항하다 귀족의 한쪽 눈을 멀게 한것이었다. 그녀는 무슨일이 있어도 몸이 상해선 안된다는 관리자의 요청이 없었다면 그 자리에서 늙은 귀족에게 죽임을 당할뻔 했다. 그녀는 결국 감옥에 갇혔고 재판에 따라 사형이 선고되었다. 테코는 여동생을 살리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지만 그에게 돌아온것은 모욕과 구타뿐이었다. 하지만 사형을 목전에 두고 한 귀족의 도움으로 여동생을 구할 방도를 찾게되었는데 그것은 그의 목숨을 담보로 한것이었다. 그 귀족은 바로 카소에였다.

법무관 코누잔의 대리인으로 왕성 지하감옥을 관리하는 카소에는 빼어난 미모의 여자노예에게는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그 노예를 보기위해 매일같이 찾아오는 남자를 눈여겨 보았다. 카소에는 자신의 계획에 그 노예가 꼭 필요하다는걸 알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노예는 자바루프가의 가노로 들어갔다. 그는 자신의 여동생이 풀려날수 있다는 말에 목숨을 걸고 충성할것을 맹세했으나 진실로 자신이 목숨이 위태롭다는 것을 결코 알지 못했다.

테코를 포섭한 카소에는 서서히 어둠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카소에의 어두운 배경은 그의 모친에 의한 것이었다. 카소에의 모친은 농부의 딸로 태어났으나 빼어난 미모가 엘로라 여왕처럼 고와서 일찍이 귀족의 후처로 갈 마음을 품었다. 그녀는 부모의 일을 돕는대신 귀족처럼 행동하고 미모를 가꾸는데 하루 온 종일을 보냈다. 그 일로 그의 부모와 의절하다시피 집에서 나온 그녀는 왕성의 시녀로 뽑혀 귀족들에게 한층 가까워졌고 결국 자바루프의 눈에 띄어 그의 후처가 되는 영광을 손에 쥘수 있었다. 가난했던 그녀의 집안이 하루아침에 귀족집안이 된것과 그의 부모가 결국 그녀 앞에서 용서를 구한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었다.

그녀는 자바루프와의 사이에서 아들 하나를 두었고 직접 카소에라 이름지었으며 카소에는 그녀를 닮아 빼어난 아름다움을 타고났다. 하지만 카소에의 아름다움은 그가 성장해감에 따라 점차 드러나기 시작한 검술과 지략을 덮을 정도는 아니였다. 그의 능력은 애써 드러내지 않아도 바람처럼 퍼져 전해졌고 많은 이들이 자바루프의 코누잔과 카소에를 두고 자바루프의 두 보석이라 칭송했다.

모친은 늘상 아들의 자랑을 하고다녔지만 카소에는 자신이 이복형제인 코누잔의 명성에 누가 되는것을 경계했다. 코누잔의 모친은 자바루프와같은 1귀족 출신으로 신분이 고귀했고 그런 어머니를 둔 장남 코누잔은 자바루프의 모든 명성과 부를 가지게 될 남자였다. 카소에는 코누잔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에게 내려진 영광과 앞으로 손에쥘 빛나는 운명을 지켜보았고 자신을 비켜간 운명을 원망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에겐 코누잔보다 더 큰 야망이 있었고 그것을 가능케 할 뛰어난 지혜가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성인식을 치루던 날, 더이상 자신의 운명에 순종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카소에는 코누잔의 야심을 이용하여 그를 조국의 반역자로 만들고 그를 제거한뒤 자바루프의 적장자로서 그의 부와 권력을 물려받고자했다. 어리석은 코누잔은 반신반의 하였으나 카소에의 빈틈없는 기만에 결국 반역의 칼을 뽑아들었고 카소에의 계획에 따라 루아즈의 사신으로 가기를 자처했다. 때를 같이하여 테코는 자바루프의 가노로 들어가 루아즈의 사신단으로 함께 동행했다. 카소에의 계획은 완벽했다. 테코는 카소에가 일러준대로 아카네르를 찾아가 거짓 사실을 고했고 코누잔은 자신의 동생이 자신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음을 알지 못했다. 이제 테코는 언젠가 치뤄질 코누잔의 재판에서 그가 카소에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반역을 계획했음을 엿들었노라고 증언 하기만 하면 모든것은 끝나는 것이었다. 그리하면 테코는 여동생을 석방하겠다는 카소에의 다짐을 받았고 그것이 틀림없는 진실이라고 믿었다.


"이봐, 그대가 테코라는 사낸가?"

카소에의 저택을 나서 자신의 집으로 향하던 테코는 길을 막고 자신을 붙잡는 사내를 만났다.

"그렇습니다만, 제게 볼일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렇다. 그대가 얼마전 루아즈에서 우리 주인님을 찾아온적이 있었지. 아카네르님 말이다. 우리 주인님께서 그대를 만나고 싶어하신다."

테코는 혹시나 비밀이 새어나갔나 싶어 당황하였으나 상대는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진않았고 그렇다고 따라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그는 달빛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감추려듯 서둘러 사내의 뒤를 따라갔고 곧 시장근처 술집에서 아카네르를 만날수 있었다. 하지만 테코가 일이 잘못되가고 있음을 느끼는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않았다. 손님이 한 명도 없는 그 술집의 2층에는 자신을 죽일듯이 노려보는 아카네르가 있었다. 그는 오금이 저려 서있기도 힘든 지경이 되었다. 그는 차마 고개를 들어 아카네르의 얼굴을 쳐다보지 못했다. 그순간 벼락같은 호통이 떨어졌다.

"이놈! 네놈을 반역죄로 처단하겠다! 감히 노예신분으로 나라를 배반하려 하다니. 카소에와 네놈이 꾸민 일을 나는 다 알고있다. 너의 식솔과 네 놈은 가죽이 벗겨지고 소금모래 위를 걷게 될것이다"

아카네르의 호통과 함께 하눕의 검이 목에 들어오자 가여운 노예는 기겁을 하며 바닥에 엎드려 잘못을 빌었다. 어찌나 겁을 먹었는지 그는 눈물을 쏟으며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제발 용서해 주십시오. 제발 저희 모친과 동생만은 살려주십시오. 두사람은 아무 죄가 없습니다."

노예의 속죄는 분명 아카네르의 예상이 빗나가지 않았음을 말해주는것이었다. 모든것은 카소에의 음모가 분명했다. 아카네르는 이제야 확신에 찬 눈빛으로 전에없던 부드러운 말로서 노예를 타일렀다.

"테코, 카소에의 음모를 남김없이 자백하라."

아카네르는 부드럽게 타이르듯 테코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의 얼굴에서 당황스러움을 엿볼 수 있었다.

"너는 상급노예였다가 얼마전 자바루프가의 가노로 들어갔다. 여동생은 사형의 집행이 멈춘상태로 말이야. 아마도 카소에가 집행을 연기해 주었겠지? 너는 여동생을 위해 목숨을 걸만큼 용기가 있구나. 하지만 용기는 정의를 위해 쓰일때만 자부심을 가질수 있는것이다. 네가 잠시 반역자의 꼭두각시 노릇을 했다만 이제 내게 진실을 털어놓고 날 도와준다면 더이상 너의 죄를 묻지 않을것이다. 또한 나 아카네르의 이름을 걸고 너와 네 가족을 지켜주겠다."

아카네르의 약속에 테코는 드디어 카소에의 음모를 남김없이 털어놓았다. 온건파의 수장이자 프로렌스 최고가문인 자바루프 가문의 종말을 알리는 밤이었다. 테코의 협력을 얻은 아카네르는 더이상 거칠것이 없어보였다. 아카네르의 곁에 서있던 하눕은 흥분된 마음을 가누지 못하고 아카네르에게 건의했다.

"지금 당장 여왕님을 찾아뵙고 이 사실을 알려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다. 카소에는 분명 루아즈를 기만하려 했다며 발뺌을 할것이다. 오히려 우리가 당하고 만다. 테코, 너는 다시 돌아가 일이 돌아가는 사정을 잘 살피거라.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있거나 다른 소식을 접하면 이곳 술집으로 와 주인에게 소식을 전하거라. 하눕, 너는 안트슈메크님께 기별을 넣어다오. 내일 당장 찾아뵈어야 겠다."

하눕은 바람처럼 달려 술집을 빠져나가고 테코는 술집밖에서 망을 보던 아카네르 가노들의 인도를 받아 집으로 돌아갔다. 아카네르는 반역자들로부터 프로렌스를 지켜냈다는 안도감에 들떴으나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창밖에 빛나는 별빛을 바라보며 거칠게 흔들리는 프로렌스의 국운에 착잡해져 오는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그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이틑날 소식을 접한 안트슈메크는 노여움을 감추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코누잔과 카소에를 죽일듯이 일어났으나 아카네르의 만류에 겨우 진정이 되었다.

"노예의 증언만으로 두사람을 도모하긴 어렵습니다. 오히려 역공을 받아 우리가 당하고 맙니다. 코누잔과 카소에의 음모를 확실하게 보여줄 증거가 필요합니다. 노예를 우리 사람으로 끌어들였으니 조금만 기다려 보시지요."

아카네르의 말에 안트슈메크는 그의 생각이 옳다고 여겼다. 선왕 몬디스왕의 은혜로 평민에서 프로렌스의 카로안 자리에 오른 안트슈메크는 아카네르와 같이 왕가의 충복인 사람이었다. 왕권에 위협이 되는 귀족들과 자연스레 척을 지게된것은 오로지 몬디스왕의 은혜를 잊지 못함이었다.

의기투합하던 두사람의 대화를 깨고 문득 사람하나가 찾아왔다. 안트슈메크는 깜박 잊고 있었다는듯 무릎을 치며 젊은 사내를 아카네르에게 소개했다.

"나의 조카 일세. 그대 곁에 두고 써주시게. 부족한점이 많으나 분명 그대에게 도움이 될껄세. 인사드려라 이디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디스라 합니다."

이디스라는 사내는 안트슈메크보다 한뼘이나 큰 키에 다부진 골격을 지녔고 눈빛이 매서워 전사의 면모를 풍겼다.

"제가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 청을 거두어 주십시오."

"나의 청이 아니라 내 조카가 원한일이네. 어려워 말고 부디 받아주시게."

조용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젊은 전사의 눈에 아카네르는 더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그의 청을 받아주었다.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었네. 잘 부탁하네."

"감사합니다. 아카네르님. 이 검으로 아카네르님을 돕겠습니다."

이디스는 호기롭게 검을 들어 그의 의지를 보였고 아카네르는 크게 만족하며 그의 손을 잡았다. 그날 밤 아카네르는 그를 맞이해 조촐한 연회를 열었고 기쁜 마음을 나누며 프로렌스를 향한 충성의 자리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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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전쟁의 시작 17.02.11 187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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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아카론의 도적들 +1 17.01.27 209 1 18쪽
16 프로렌스의 새로운 용병 +1 17.01.26 342 1 21쪽
15 발로니테의 계획 +1 17.01.22 308 1 18쪽
14 루가단 +1 17.01.22 283 1 11쪽
13 페루스의 검 +1 17.01.06 382 1 20쪽
12 루아즈의 세검사 +1 16.12.31 318 1 15쪽
» 카소에의 음모 +1 16.12.29 437 1 12쪽
10 주인과 노예 +1 16.12.24 429 1 12쪽
9 바라쿠타의 길 +1 16.12.17 264 1 23쪽
8 아카네르의 계략 +1 16.12.17 340 1 9쪽
7 아카네르와 코누잔 +1 16.12.10 311 1 10쪽
6 코누잔의 거래 +1 16.12.10 384 1 11쪽
5 만오레사막에 감도는 전운 +1 16.12.03 472 1 11쪽
4 새로운 여정 +2 16.12.01 501 3 11쪽
3 스페스의 귀족회의 +2 16.12.01 866 4 12쪽
2 왕자의 귀환 16.12.01 1,271 8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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