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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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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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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01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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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새로운 여정

DUMMY

귀족회의가 끝난뒤 카루온은 서둘러 떠날준비를 해야만 했다. 5년전 스페스를 떠나 다간에서 머무른 뒤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 고작 7일을 머물렀을 뿐이었다. 카루온의 어머니이자 스페스의 여왕인 루비오를 비롯해 카루온의 동생인 수카닌, 반카이, 아비테등 많은 가족과 연인이 카루온을 전송했다. 이제 고향에 돌아온 맏형이 아버지인 왕을 도와 스페스를 돌봐줄 것이라 믿었던 왕자들은 다시금 사막으로 떠나는 카루온이 괜시리 안쓰러웠다. 하지만 카루온은 전혀 개의치 않은 표정이었다. 카루온이 미리 기다리던 슈말 일행과 만나 막 출발하려는 때 성문으로 다급하게 달려오는 이가 있었다. 축제때 함께 술잔을 나누던 대귀족 쥬드란의 장남인 나테이 카잔이었다. 그는 스스로 가장 아끼던 백마를 타고는 화살처럼 달려 카루온을 붙잡았다.

"카잔. 늦었군. 못보는줄 알았어."

"인사드릴려고 오는 것이 아닙니다."

카루온은 그의 말에 비로소 그를 쫒아 뒤늦게 쫒아오는 하수인을 발견했다. 말을 타고 낙타 두마리를 끌고오는 하수인의 말허리엔 크진 않지만 힘껏 달리기엔 벅차보이는 2개의 짐꾸러미가 보였고 낙타의 옆구리엔 좀더 커보이는 짐꾸러미가 매달려 있었다.

카루온은 카잔의 얼굴을 쳐다보며 기쁨의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먼길도 친구와 함께라면 가까운 법이죠. 왕자님 서둘러 출발하시죠."

슈말의 장남인 헤르반의 말에 카루온은 가볍게 말옆구리를 차며 출발했다. 뒤이어 전송하는 사람들의 인사소리와 함성이 들리고 서쪽사막으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되었다.


만오레 사막을 지나는 일은 수십번 오갔던 능숙한 길잡이라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다. 시시때때로 불어닥치는 모래폭풍은 언덕의 모양을 수시로 바꾸었고, 오로지 태양의 그림자와 밤의 별자리를 보고 계산하여 길을 찾아야만 했다. 끝없이 피어오르는 아지랑이와 당장이라도 말라버릴듯한 목구멍, 게다가 뜨거운 태양은 금방이라도 살갗을 태워버릴듯이 강렬했다. 사막의 밤은 낮보다는 견딜만 하였으나 그들은 또다시 추위와 싸워야만 했다. 그들은 보통 해질무렵 만나게 되는 커다란 바위를 끼고 간단한 천막을 친 뒤 주변에서 급히 모은 땔감으로 모닥불을 붙이고 추위를 몰아냈다.

카루온 일행은 밀림을 벗어난뒤 꼬박 열밤이 지나도록 사막길을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3일밤은 더 가야 바라쿠타 상단이 위치한 주칸에 도달할 것이다. 여정을 이어가는 동안 밤이되면 카루온은 슈말로부터 루아즈와 주칸 그리고 그들이 몸담고 있는 바라쿠타라는 상단에 대해 많은 것을 전해들었다. 사막도시에서 태어나고 자란 슈말은 지금껏 카루온이 나고 자란 밀림과는 전혀다른 생활방식을 가지고 있었다. 또한 밀림밖 세상에 대해 누구보다 많이 알고 있었다. 그는 모래언덕에서 밤을 지새우는것과 조심해야할 동물들, 뜨거운 태양아래서 오래토록 견디는 방법 등 앞으로의 사막생활에서 필요한 지식을 상세히 카루온에게 전해주었다. 슈말은 특히 바라쿠타의 중요성에 대해서 열변을 토했다. 우루안 넬칸의 장남인 카루온이 바라쿠타를 이끌게 된 것은 매우 당연하고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카루온이 바라본 슈말은 우루안의 충직한 신하이자 종족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자신의 희생을 충분히 감내할만한 용기와 의지가 있는 사람이었다. 카루온은 앞으로 함께 바라쿠타를 이끌어갈 사람으로서 슈말은 부족함이 없다고 여겼다.

그는 두아들을 두었는데 그들 또한 보통의 사내들은 아니었다. 장남 헤르반과 차남 니안은 아버지인 슈말의 숭고한 뜻과 의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어린시절부터 슈말을 도와 지금의 바라쿠타를 이끌어왔는데 두사람의 능력은 슈말과 우루안의 기대 그 이상이었다. 네그라스의 노예에 불과하던 슈말이었지만 그의 두 아들은 아누크의 귀족 자제와 같은 당당함과 그에 따르는 출중한 능력을 지녔다. 장남인 헤르반은 홀로 익힌 검술로 주칸의 도적집단을 상대하는데 부족함이 없었으며 긴 장검을 마치 단도 다루듯 빠르고 유연하게 사용했다. 그의 검술은 독특하면서도 간결하고 공격적이었는데 스페스의 카로안인 오카스는 한때 그와 함께 주칸의 도적을 상대한 전투에서 그의 검술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후 그를 스페스로 불러 함께 검에 대해 토론하고 연습하기도 하였는데 그때 오카스는 헤르반이 자신의 뒤를 이어 스페스의 카로안이 될 것이라 말했었고 헤르반의 이름은 그의 아버지의 이름을 덮을만큼 스페스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

차남인 니안은 형과는 정 반대의 인물이었다. 그는 표면상 아버지 슈말을 도와 바라쿠타를 이끄는 정도로만 알려졌으나 사실상 바라쿠타는 그의 손에 움직이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 그는 꽤나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으며 소년티를 벗기 전부터 아버지의 일을 도왔고 조그만한 과일가게에 불과하던 바라쿠타를 주칸에서 손꼽히는 상단으로 성장시키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본성이 순하고 겸손한 슈말은 자신의 두 아들은 스스로 자랑하는 법이 없었고 그것은 헤르반과 니안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슈말이 자신의 주인인 우루안에게 그러하듯 자신의 아버지 슈말의 말에 순응했고 주저함이 없었다. 카루온은 두사람을 바라볼때마다 왠지 모를 떨림이 느껴졌다. 왕자의 수업을 마친 그가 다시금 이 먼 사막도시까지 오게 된 것이 어쩌면 왕의 밑에서 순탄하게 왕이 되기위한 입지를 다지는 것 이상의 새로운 기회와 힘을 갖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카루온의 생각이 거기에 미치자 그의 왼쪽 입술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주칸으로 가는 것이 그렇게 기쁘십니까?"

모닥불의 불빛을 빌려 책을 읽던 카잔이 문득 카루온의 얼굴을 살피더니 책을 덮으며 물었다.

"그래 기쁘다."

"왕자님의 마음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군요. 여느 도시의 왕자였다면 지금쯤 도시의 행정관직을 맡으셨을텐데 이 멀리 사막길을 건너면서도 억울하지 않으십니까?"

"스페스에는 수카닌이 있지 않느냐? 넬칸께서 나를 주칸으로 보내시는 것은 깊은 뜻이 있으신 까닭일거다."

"그렇지만 다른 귀족들도 그렇게 생각할지 의문입니다. 그들은 넬칸께서 왕자님의 능력을 의심하시는 것으로 착각할지 모릅니다. 그래서 왕자님을 행정관직 대신 이런 곳으로 보내신걸로 말입니다."

"후훗, 내가 능력이 부족하다면 수카닌이 왕을 하면 되지 않겠느냐? 뭘 그리 걱정하느냐."

"왕자님!!"

카잔은 왕자를 놀림 심산으로 말을꺼냈으나 다소 뜻밖의 대답을 내뱉는 왕자에게 농담이 지나치다는 투의 표정을 지어보이며 그를 다그쳤다.

카루온은 그런 카잔의 모습을 바라보며 연신 웃음을 띄고 있었다. 그는 농담은 그만 됐다는 듯이 카잔에게서 눈을 떼고는 근처에서 짐을 정리하는 하인을 불러 슈말을 찾았다.

"왕자님 부르셨습니까?"

곧이어 슈말은 한손에 불이 붙은 나뭇가지를 횃불삼아 손에 든채로 카루온 앞에 섰다.

"늦은밤 미안합니다. 오늘밤은 내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가 해서 불렀습니다."

"밤이 깊었는데 잠을 청하시지 않구요, 내일은 좀 더 긴 여정이 될것입니다."

"이젠 사막길을 가는데 좀처럼 적응이 되서 말입니다."

카루온의 잔잔한 미소에 슈말은 같은 미소로 답하며 대답했다.

"그러고 보니 제가 중요한 사실을 전해드리지 못했군요. 앞으로 왕자님께서 상단을 이끌어 가시자면 꼭 기억해야될 이름이 있습니다."

"그게 누군입니까?"

왕자의 옆에선 카잔이 스스로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얼른 물었다.

"하갈리스 라는 자인데 주칸과 루아즈에서 악명높은 도적입니다."

"더 자세히 말해보십시오."

"3년전쯤 갑자기 나타났는데, 그에 대해서는 잘 알려진 것이 없습니다. 소문에 의하면 마세르의 라메타였다고도 하고···"

"라메타!!"

"단지 소문일 뿐입니다."

"또 네그라스에서 쫒겨난 카로와나라는 말도 있습니다. 어찌됐건 처음엔 그리 눈에 띄지 않았는데 차츰 세력을 키우더니 근래에는 이 일대의 도적들은 모두 그 자의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들의 수가 이미 200을 넘었고 아카론이란 바위산을 근거지로 활동하는데 도적질이 날로 심해져 인근의 상단이 큰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멘티스를 잡아가 노예시장에까지 손을 뻗친걸로 알고있습니다."

"그들과 직접 마주친적이 있습니까?"

왕자는 슈말의 말에 진지한듯 물었다.

"몇번 있었습니다. 검을 부딪친건 두번뿐이지만. 한번은 그들이 말에도 타지 못한 초라한 행색이었죠. 두번째엔 그들의 무리가 제법 커졌을때 였습니다. 그들은 용케 저희를 기억하고는 싸움을 걸어왔으나 무사할수 있었습니다."

"헤르반 때문입니까?"

왕자는 살짝 미소를 띄우며 물었다. 그말에 슈말은 스스로 부끄러운지 멎적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헤르반 옆에 붙어다니는 저 사내도 보통은 아닐 듯 보이는군요."

"이고르 말씀이군요. 그는 쿠아즈입니다. 가까이에서보면 눈동자가 붉죠. 헤르반이 좀 더 어릴때 거두어들인 뒤로 충복처럼 따르는데 검술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았습니다."

"아... 쿠아즈... 쿠아즈가 원래 저렇게 키가 큽니까?"

"아무래도 아누크의 피가 섞여 대게 맨티스보다는 큰 편인데 이고르는 유독 큰 편입니다."

"그나저나 헤르반의 명성이 헛된 것이 아니였군요."

카잔은 내심 감탄한듯이 슈말의 아들을 칭찬했고 슈말은 다시한번 겸손하게 대답했다.

"도적의 검술이 서툰까닭입니다. 다만 그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어 언제까지 그들로부터 상단의 안전을 지킬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흠··· 꽤나 골치아픈 상대로군."

"그들은 주칸과 루아즈의 상단에 많은양의 돈을 뜯어내고 있습니다. 사막길 통행료라는 명분으로요. 아직 저희에게 사람을 보내진 않았으나 그 시기가 멀지 않은듯 합니다."

"도둑놈들이 간이 크군. 헌데 루아즈에서는 더 이상 손을 쓰지 않는 것입니까?"

슈말의 말에 카잔은 궁금한 것을 계속해 물어보았다.

"루아즈의 귀족들이 그놈들의 뒤를 봐주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주칸의 도적으로 시작된 그들의 이야기는 한동안 여러 주제를 바꿔가며 계속되었다. 그리고는 한참 뒤 높이 솟았던 달이 기울기 시작할 무렵 그들은 내일의 여정을 위해 잠자리에 들었다. 카잔은 서둘러 잠자리에 들고는 잔잔한 숨을 내뿜으며 잠에 들었고, 카루온은 사막의 선명한 달빛을 바라보며 쉬 잠들지 못하고 다시금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의 머리속엔 이미 새로운 바라쿠타와 주칸의 미래가 그려지고 있었지만 슈말이 들려준 도적의 출현에 그의 머리속이 잠시 혼란에 빠진듯했다. 하지만 그는 이내 헤르반을 떠올리고는 쓸때없는 걱정에 아까운 시간을 낭비한듯 서둘러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주칸을 향해 달리는 시간은 사막의 모래폭풍 만큼이나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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