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9,615
추천수 :
42
글자수 :
450,893

작성
16.12.17 01:34
조회
340
추천
1
글자
9쪽

아카네르의 계략

DUMMY

하눕은 차가운 밤공기로 가득한 사막모래 위에 비친 자신의 달그림자가 꽤나 짧아졌다고 생각했다. 사막은 간간히 들리는 벌레 울음소리와 모래를 헤치는 뱀과 여우의 움직임 외엔 특별한것이 없었다. 그는 더이상 자리를 지키는것이 힘들만큼 피곤이 몰려왔다. 그만 자리를 뜨려 결심한 그때 그의 눈에 저 멀리 큰 동물의 움직임이 보였다. 조심히 몸을 숨기고 살피니 말을탄 사람이 바위산을 향해 다가오고있었다. 말을 탄 이는 꽤나 신중하게 한동안 주위를 살피더니 조용히 코누잔이 머물고있는 동굴안으로 들어갔다. 동굴앞엔 코누잔의 가문을 뜻하는 깃발이 햇불에 반짝이듯 가볍에 펄럴이고 있었다. 하눕은 자세히 살펴보기 위해 동굴 가까이 다가가려 했으나 순간 코누잔의 호위를 맡는 하수인들이 동굴밖으로 나오는 바람에 수상한 행동을 들킬뻔했다. 그는 더이상 접근하지못하고 서둘러 몸을 빼 아카네르가 머무는 동굴로 달려가 이 사실을 고했다.

"그자가 여기를 떠나면 몰래 뒤따라가 사로잡아야한다. 무슨 이야기가 오갔는지 알아내야한다!"

아카네르는 하수인을 남겨두고 하눕과 함께 동굴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상당히 먼길을 돌아 코누잔의 거처에서 루아즈로 가는 길목에 몸을 숨겼다. 코누잔과 루아즈에 어떤 거래가 오갔다면 그것은 반역 행위나 다름없었다. 아카네르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될 일이었다. 이윽고 아카네르의 예상대로 코누잔의 거처에서 나온 한 사내가 루아즈로 돌아가는 길목에 다달았다. 주변엔 눈에 띄는 다른 움직임은 없었다. 도주할 것을 염려한 아카네르는 서서히 말을몰아 그자에게 다가섰다. 이내 아카네르와 하눕을 발견한 사내는 잠시 당황한듯 주위를 살피더니 다시 아무렇지 않은듯 아카네르를 향해 마주쳐왔다. 세사람이 말을 나눌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자 아카네르는 불쑥 말을 꺼냈다.

"이보시오, 코누잔님은 안녕하시오?"

예상치 못한 물음에 사내는 크게 당황하더니 갑자기 말을 내달려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아카네르와 하눕의 포위에서 벗어나기 힘들만큼 가까운 거리였다. 하눕은 금새 쫒아가 몸을 날려 그자를 바닥으로 떨어뜨리고는 손쉽게 제압해 버렸다. 준비해 온 끈으로 더이상 도망치지 못하게 사내를 포박한 하눕은 그자를 아카네르 앞에서 무릎을 꿇렸다. 아카네르는 이자를 통해 코누잔의 수상한 음모를 밝혀낼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포박당한 사내는 아카네르가 궁금했던 것을 묻기도전에 스스로 혀를 깨물고 바닥에 쓰러져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아카네르와 하눕은 어찌 손써볼 방법이 없었다. 곧이어 말없는 시체가 된 사내를 두고 두사람은 더욱 커진 궁금증만을 안은채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의문의 실타래는 다른곳에서 풀리고 있었다. 동굴로 돌아온 아카네르는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또 다른 사내를 만날수 있었다. 그의 어깨엔 자바루프의 가문을 뜻하는 문신이 박혀있었다. 아카네르는 동굴깊숙이 그를 들이고 자신을 찾아온 연유를 물었다. 그 노예가 들려준 이야기는 아카네르의 피를 끓게하는것이었다.

"코누잔님이 반역을 꾀하고 있습니다. 어제밤엔 루아즈의 왕을 만나셨는데 전해들은 바로는 엘로라 여왕님의 후계자 자리를 약속받은 대신 이번 전쟁에서 내분을 일으켜 루아즈를 도울것이라 했습니다."

"여왕님의 정혼자로서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코누잔 이놈...그런데 넌 노예 신분으로 누구에게 그 것을 전해 들을수 있었느냐? 그리고 왜 주인을 배반하고 내게 이소식을 전해주는것이냐?"

아카네르는 충격적인 소식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자초지정을 따져물었다.

"전 카소에님을 따르는 노예입니다. 어제밤 코누잔님이 침소로 돌아와 카소에님께 이번 음모를 털어놓고 도움을 요청하셨습니다. 아시다시피 카소에님은 오래토록 코누잔님의 손발이 되어 함께 일하셨지만 이번일 만큼은 냉정히 거절하셨습니다. 그 일로 두분 사이가 원수처럼 벌어지셨습니다. 카소에님은 프로렌스를 위해 코누잔님의 반역을 묵인하지 않겠다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또한 이번일을 의논코자 카소에님께서 조만간 아카네르님을 찾아뵐것이라 전하라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때까진 이 일을 함구해 달라하셨습니다."

사내는 서둘러 말을 마치고는 동굴 밖을 나서려했다.

"잠깐, 카소에님께 전해라. 프로렌스를 위해 큰 결심을 하셨다고 말이다."

아카네르는 잠시 사내를 멈춰 세운뒤 짧게 말을 전하고 돌려보냈다.

"있을수 없는일입니다. 반역이라니!!"

하눕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거친말을 내뱉었다. 아카네르는 그런 하눕을 진정시키며 그간의 의문이 풀린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자의 말을 온전히 믿을수 없다. 하지만 사실이라면 코누잔은 죽음을 면치못할것이다. 하눕, 프로렌스로 돌아가는 즉시 코누잔과 카소에의 주변을 철저히 감시하고 내게 보고하라. 그리고 저자의 뒷조사를 해보도록."

충성스런 하눕은 아카네르의 지시를 그대로 따랐다.

사신단이 프로렌스에 도착한것은 밤이 깊은 시각이었으나 그들이 가져온 소식은 바람처럼 퍼져 이튼날 아침 프로렌스의 많은 귀족은 이미 전쟁에 대한 논쟁으로 뜨거웠다. 온건파와 급진파로 팽팽히 나뉜 가운데 여왕은 깊은 고심에 빠졌다. 온건파는 아카네르의 처벌과 사신단을 재차 파견할것을 주장했고 급진파는 즉각적인 전쟁준비를 주장했다. 전쟁은 여왕으로선 두려운 것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굳센 사내로 태어나지 못함을 자책했다. 논쟁은 오전 내내 이어졌다. 그녀는 더이상의 논쟁으로 시간을 허비할수 없다 생각했다.

"모두 그만 논쟁을 멈추세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않습니다. 다른 선택의 여지는 없는것 같군요. 먼저 사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아카네르는 직위를 물러나 근신토록 하세요. 그대에 대한 처벌은 추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사신을 다시 보내자는 대행정관의 의견이 합당합니다. 적당한 인물로 다시 사신을 파견하세요. 하지만 전쟁준비는 계속되어야 합니다."

엘로라여왕의 지시는 급진파 귀족들의 기대에 어긋나는 것이었지만 모든것은 아카네르의 계략이었다. 아카네르는 프로렌스로 돌아온 어제밤 은밀히 여왕을 만나 오늘 취해야할 일들을 일러주었다. 여왕은 옛스승이었던 아카네르를 전적으로 신임하였고 그의 말을 그대로 따랐다. 온건파는 여왕의 결정을 크게 환영했고 새로운 사신단은 즉각 루아즈로 파견되었다.

아카네르는 회의장을 돌아나오며 자신을 조롱하는듯한 코누잔의 뒤에서 비장한 얼굴로 서있는 카소에를 바라보았다. 카소에는 아카네르의 눈빛속에서 그가 조속한 만남을 원하고 있음을 알수있었다. 카소에는 보일듯말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네르가 왕성을 나서자 그를 급히 불러 세우는 이가 있었다. 그는 카로안 안트슈메크였다. 안트슈메크는 여왕의 처사에 의구심을 품고 그 까닭을 묻고 싶었지만 그는 아카네르를 만나는 것이 먼저라 생각했고 다행이 두사람은 어긋나지 않고 만날 수 있었다. 안트슈메크는 아카네르보다 15살이나 많았지만 그와의 관계는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아카네르,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안트슈메크님. 모든걸 말씀드리기엔 장소가 좋지 않습니다. 다만, 전쟁은 피할 수 없을것입니다. 계획대로 전쟁준비를 계속해 주십시오."

"그것은 걱정말게. 모든게 자네 뜻대로 진행되고 있으니."

아카네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쉬지 않고 말했다.

"흠, 그동안 끌어모은 용병의 숫자는 얼마나 됩니까?"

"대략 300 정도네."

"용병은 계속해서 받아들이십시오. 그리고 우리의 카로와나와 용병이 한몸처럼 움직일수 있도록 훈련이 되어야 합니다. 용병중에 궁수가 있다면 우선적으로 착출해 훈련시키십시오. 활과 화살은 쉬지 않고 만들어져야 합니다."

"알겠네, 결국 우리는 수성하는 것 외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안트슈메크님, 프로렌스 카로안의 이름으로 수성이 수치스러울 것이란걸 압니다. 하지만 전면전은 저희에게 불리합니다. 프로렌스의 운명이 안트슈메크님에게 달렸습니다."

"알겠네. 그대의 말에 따르겠네."

안트슈메크는 다시금 기쁜 얼굴이 되어 돌아갔다. 아카네르가 그를 처음 찾았던 2년 전의 그 모습이었다.

다음날 프로렌스에서 새로운 사신단이 루아즈로 떠났다. 하지만 며칠 뒤 그들은 아무 소득없이 돌아왔고 이제 두 나라 사이에 더이상의 대화는 남아있지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65 아히ㅡ
    작성일
    18.03.16 12:31
    No. 1

    카소에가 코누잔 계락 도와주던 형제였을텐데...
    애초에 자기 형제 제물로 바쳐 출세하려던건가

    찬성: 0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붉은모래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1 바라쿠타와 아카론 17.02.18 160 0 14쪽
20 프로렌스의 새로운 우나프 +1 17.02.11 255 1 11쪽
19 전쟁의 시작 17.02.11 187 1 15쪽
18 새로운 형제들 +1 17.02.04 340 1 19쪽
17 아카론의 도적들 +1 17.01.27 209 1 18쪽
16 프로렌스의 새로운 용병 +1 17.01.26 343 1 21쪽
15 발로니테의 계획 +1 17.01.22 308 1 18쪽
14 루가단 +1 17.01.22 283 1 11쪽
13 페루스의 검 +1 17.01.06 382 1 20쪽
12 루아즈의 세검사 +1 16.12.31 318 1 15쪽
11 카소에의 음모 +1 16.12.29 438 1 12쪽
10 주인과 노예 +1 16.12.24 429 1 12쪽
9 바라쿠타의 길 +1 16.12.17 264 1 23쪽
» 아카네르의 계략 +1 16.12.17 341 1 9쪽
7 아카네르와 코누잔 +1 16.12.10 311 1 10쪽
6 코누잔의 거래 +1 16.12.10 384 1 11쪽
5 만오레사막에 감도는 전운 +1 16.12.03 472 1 11쪽
4 새로운 여정 +2 16.12.01 501 3 11쪽
3 스페스의 귀족회의 +2 16.12.01 866 4 12쪽
2 왕자의 귀환 16.12.01 1,271 8 11쪽
1 프롤로그 16.12.01 1,920 9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