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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19,637
추천수 :
42
글자수 :
450,893

작성
17.01.22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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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루가단

DUMMY

제국의 수도 마세르에는 수없이 많은 상인이 있다. 그들은 대게 하나나 몇몇가게를 운영하는데 더러는 수십개의 가게를 운영하는 상인도 있고 극소수지만 전 대륙의 도시에 자신의 가게를 운영하는 대상인도 있다. 이러한 대상인은 막대한 부를 바탕으로 귀족과 같은 호화생활을 누리며 도시에서도 제법 큰 영향력을 행사했는데 이는 도시에 많은 세금을 내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계급은 표면적으로는 평민에 불과했지만 도시의 귀족과 심지어 왕까지도 관계가 이루어져 사실상 귀족과 다름없었다. 마세르에서 가장 주목 받는 대상단인 루가단이 바로 그러했다. 벌써 3대를 내려온 루가단은 나날히 확장되어 이제는 마세르를 대표하는 대상단에 이르게 되었다. 처음 마세르의 남쪽에 위치한 우아작툰의 노예 시장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던 테르가의 조부는 젊은시절 거리를 방황하며 문제를 일으키던 싸움꾼이었다. 왜소한 체격이었지만 눈치빠르고 대범했던 그는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만들어 우아작툰 시장부근에서 제법 큰 규모의 조직을 만들었고 그들은 상인들의 수입을 갈취하는것으로 유명해졌다. ‘루가단’이라 불리던 이 조직은 날이갈수록 횡포가 심해졌고 참다못한 상인들은 상비군인 카로와나에게 의지해 그들을 저지하려 했다. 결국 카로와나와의 마찰로 존폐의 기로에 섰던 루가단은 막대한 뇌물로 마세르의 카로안과 카로와나를 포섭했고 이는 오히려 우아작툰에서의 그들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 루가단은 불법적인 금전 갈취를 그만두고 새로운 활로를 모색했는데 그것은 그들 스스로 상단을 만드는것이었다. 그들은 물건을 파는것이 아닌 유통을 전문으로하는 상단을 만들었고 테르가의 조부인 카세이가 우두머리가 되어 조직된 상단은 시작부터 거대한 규모였다. 그들은 많은 정보력과 카로와나와의 결속으로 귀족과 왕성과의 교역도 쉽사리 이루어 졌으며 순식간에 우아작툰에서 독보적인 상단이 되었다. 뒤를 이은 루가단의 주인은 테르가의 아버지인 알다만이었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자신의 아버지를 따라다니며 상단을 이끌기 위한 교육을 받았고 그의 능력은 놀랄만한 것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마세르를 벗어나 3개의 대도시에 루가단의 가게를 열었고 끊임없이 대륙을 돌며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그리고 그가 자신의 아들에게 상단을 물려줄 즈음에 루가단은 마세르에서 열손가락 안에 드는 대상단이 되어 있었다. 그는 많은 부인과 자식을 두었는데 그 중 첫번째 부인에게서 2명의 아들을 보았고 그들이 현재 루가단의 세력을 양분하는 장남 테르가와 차남 우엘렌이었다. 아누크의 전통에 의해 집안의 권력은 장남에게 돌아가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테르가는 장사보단 검과 더 어울리는 남자였다. 그의 검술은 매우 뛰어나서 17살이 넘어서자 자신의 아버지인 알다만보다도 더 많은 명성을 쌓았고 그는 제국의 전사 아르칸트가 되어 스스로 귀족의 반열에 올랐다. 결국 루가단의 주인은 차남인 우엘렌에게로 돌아갔고 그것은 테르가와 알다만의 공통된 뜻이었다. 테르가는 자신의 능력으로 당당히 귀족이 되었고 알다만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비록 자신의 위치가 귀족과 다름없는 것이라 해도 결국 평민에 불과했기 때문에 자신의 아들이 귀족이라는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것이었다. 테르가는 10년만에 아르칸트에서 물러나게 되었는데 이후 루가단의 후계문제를 놓고 많은 이들이 테르가와 우엘렌의 관계를 걱정했다. 순종적인 우엘렌은 장남인 테르가가 루가단의 다시금 새로운 주인이 되길 원했다. 하지만 테르가는 현명했다. 그리고 욕심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자리를 우엘렌에게 양보하고 그의 일을 도우며 우엘렌의 곁을 지키길 원했다. 형제의 의는 두터워졌고 루가단은 더욱 번창했다. 이후 루가단의 주인은 차남인 우엘렌의 집안으로 넘어가고 테르가는 루가단의 2인자로 남게 되었다. 루가단의 두주인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며 자신의 자리를 지켰다. 전 대륙에 걸친 루가단의 구역중 핵심지역인 마세르와 아키토스호 주변 도시의 상단을 우엘렌이 관리했고 전 대륙에 퍼져있는 도시를 주기적으로 돌며 상단의 가게를 관리하고 세력을 확장하는일은 테르가가 도맡게 되었다. 그렇게 20여년이 흘렀다.


‘루아즈의 쿠르카왕이 프로렌스를 공격할것이라고 합니다. 그는 근래에 많은 수의 용병을 불러모았고 휘하의 병사가 5000에 가깝다 합니다. 프로렌스는 네그라스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루아즈가 무슨수를 썼는지 네그라스에선 이번 전쟁을 함구할 생각인듯 합니다.’


한달 전 프로렌스에서 활동하던 반에조(루가단의 비밀조직)가 전한 루아즈와 프로렌스의 심상치 않은 기운이 테르가상단의 이동을 더욱 빠르게 재촉했다. 마세르를 떠난지 채 90일도 되기전에 네그라스를 거쳐 주칸에 이른 테르가 상단은 카리아 연합의 루가단 상점들을 미처 점검하지도 못한채 그냥 지나칠수 밖에 없었다.

주칸의 중심가에 거처를 정한 테르가상단은 모두가 분주한 가운데 한가로이 차를 마시는 테르가의 모습이 무척이나 대조되어 보였다. 하지만 그의 머리속은 하인들 만큼이나 복잡할 터였다. 그는 반에조가 가져온 새로운 소식을 정리하며 두 도시의 전쟁을 가늠해 보았다. 매끈한 돌로 만들어진 긴 테이블에 역시 돌로 만들어진 10여개 의자가 놓여있는 자못 커다란 방에 홀로 차를 마시는 그가 무척이나 적막해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경쾌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불쑥 그의 시선에 건장한 청년이 들어왔다.

"할아버지, 무슨일인지 제게도 말씀해주십시오."

홀로 차를 마시는 테르가의 방에 불쑥 발로니테가 얼굴을 내밀었다. 어릴적부터 테르가로부터 검술을 익힌 발로니테는 자신의 아버지보다 할아버지인 테르가를 더 많이 따랐다. 테르가는 말수가 적고 차가운 인상을 지녀 하인들은 물론 자식들조차 그를 어려워했는데 발로니테는 그런 테르가에게 웃음을 주는 몇 안되는 사람이었다. 비록 과거의 영광은 빛을 바랬지만 상인으로서 여전히 루가단의 2인자인 테르가의 거처에 허락없이 마음대로 드나들수 있는 것은 발로니테가 유일했다. 발로니테는 어느덧 20살이 되어 완연한 성인의 모습을 갖추었다. 날렵한 몸매에 온몸을 휘감은 잘은근육들, 그리고 그의 목엔 루가단의 상징인 까만전갈이 새겨져있었다.

갑작스런 발로니테의 등장에도 테르가는 놀라는 기색도 없이 가벼운 웃음으로 그의 인사말을 대신했다. 그리고는 눈짓 한번에 그의 곁에 있는 의자로 발로니테를 이끌었다. 발로니테가 의자에 앉자 테르가는 비로소 찻잔을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발로니테, 검술연습은 꾸준히 하고 있는냐?"

"네, 이젠 할아버지와 겨뤄도 쉽게 지진 않을겁니다."

발로니테의 말엔 장난끼 가득 웃음이 묻어났다. 테르가는 애써 웃음을 숨기지 않고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난 이미 백발의 노인인데 어떻게 너를 당해내겠느냐. 하지만 네 능력을 믿고 그 누구에게도 자만하면 안된다. 발로니테."

테르가의 표정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었으나 그의 말엔 강한 힘이 느껴졌다. 발로니테는 자못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말을 가슴에 새겼다.

"아버님, 들어가겠습니다. "

"들어오너라. 발로니테 네 자리로 가거라."

두사람의 짧은 대화가 끝나자 발로니테의 아버지인 라카드와 함께 그의 4형제가 테르가의 방으로 찾아들었다. 뒤이어 테르가 상단을 이끄는 20여명의 하수인들이 조심스레 들어와 테이블에 앉은 4명의 형제들 뒤로 줄을 맞춰 선채로 테르가의 말을 기다렸다.

잠시 짧은 침묵이 이어졌다. 모두들 왜 이 자리에 모여있는지 알고있다는 표정으로 테르가의 말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테르가는 짧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흠···. 난 이곳에 머물러 당분간 두도시의 전쟁을 지켜봐야겠다. 라카드, 넌 파이칼, 이툰과 함께 예정대로 움직이도록 해라. 반에조를 통해 상황을 주고받고 때가되면 뒤따르겠다."

"네."

테르가는 장남인 라카드에게 셋째, 막내를 이끌고 코르틴과 알바니아를 거쳐 리칼연합의 도시들을 둘러볼것을 지시했다. 전 대륙에 걸친 루가단의 조직을 매년 한번씩 둘러보는 것이 테르가의 주된 일이었기에 그는 상단을 예정대로 출발 시켜야만 했다. 대신 자신은 주칸에 남아 전쟁을 지켜볼 셈이었다. 이번 전쟁은 루아즈의 승리가 예견되었고 그렇게 되면 루아즈는 더욱 발전하고 프로렌스는 침체 될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수익이 별로 없는 프로렌스의 상단을 처리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었다. 테르가는 루아즈의 상단을 더 많이 확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전쟁은 오래 걸리지 않을터였다. 루아즈의 좋은 길목을 골라 상가건물을 몇채 매입한 뒤에라도 그는 루가단의 반에조를 통해 언제든 상단의 위치를 찾을수 있었고 그들과 합류할수 있었다.

반에조는 루가단 조직의 일부분으로 대륙의 거의 모든 도시에 적어도 1~2명은 배치된 파수꾼을 일컬었다. 그들은 잘 훈련된 비둘기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었고 이런 능력은 왠만한 도시의 첩자들이 지닌 정보에 버금가는 것이었다. 그들은 전 대륙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사건과 소식들을 루가단 조직의 중앙으로 보고하는 임무를 가지며 루가단의 비밀군대인 시나오 그리고 상인집단과 더불어 3대조직 중 하나를 이루었다.

"아버님의 계획은 어떤것입니까? 프로렌스의 우리 세력이 피해를 입기전에 미리 손을 써야되지 않겠습니까?"

라카드의 짧은 대답뒤에 테르가의 차남인 세이카가 물었다. 그는 테르가가 아끼는 아들로 다른 형제들에 비해 과감하면서도 치밀하여 누구보다 상인의 자질을 갖추고있었다. 테르가는 밝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네말이 맞다. 하지만 우린 좀 더 기다려 볼 필요가 있다. 루아즈의 힘이 강성하다 해도 프로렌스가 쉽게 성문을 열어주진 않을 것이다."

세이카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는 짧게 끝났고 라카드는 함께 지시를 받은 형제들을 제촉해 내일 당장 떠날 준비를 했다. 카리아를 빠르게 지나친 탓에 계획된 여정이 여유롭긴 했지만 그는 철두철미한 아버지를 떠올리며 마음의 여유를 두지 않았다. 테르가는 뛰어난 전사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뛰어난 장사꾼이라고 라카드는 생각했다. 라카드 일행은 해가 떨어지고 난 뒤에도 한참을 더 바삐 움직이고는 이윽고 편히 몸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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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65 아히ㅡ
    작성일
    18.04.01 01:05
    No. 1

    테르가 상단은 전쟁에서 둘 중에 이길 쪽을 고르려 할거 같은데
    머물고 있는 장소가 노예반란 일으키려 하는 주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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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새로운 형제들 +1 17.02.04 340 1 19쪽
17 아카론의 도적들 +1 17.01.27 209 1 18쪽
16 프로렌스의 새로운 용병 +1 17.01.26 344 1 21쪽
15 발로니테의 계획 +1 17.01.22 309 1 18쪽
» 루가단 +1 17.01.22 284 1 11쪽
13 페루스의 검 +1 17.01.06 382 1 20쪽
12 루아즈의 세검사 +1 16.12.31 318 1 15쪽
11 카소에의 음모 +1 16.12.29 439 1 12쪽
10 주인과 노예 +1 16.12.24 430 1 12쪽
9 바라쿠타의 길 +1 16.12.17 264 1 23쪽
8 아카네르의 계략 +1 16.12.17 34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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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코누잔의 거래 +1 16.12.10 38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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