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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님의 서재입니다.

붉은모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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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이수
작품등록일 :
2016.12.01 19:07
최근연재일 :
2018.04.21 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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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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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12.10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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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코누잔의 거래

DUMMY

아카네르,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귀족의 반열에 오른 젊은 천재로 그의 명성은 이미 루아즈에 까지 퍼져있었다. 그의 명석한 두뇌는 그가 어린시절부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는 천문과 행정, 군사, 외교 등 모든 분야에서 뛰어났고 엘로라 여왕의 아버지이자 선대왕인 몬디스왕은 그의 능력을 특별히 여겨 귀족으로 계급을 올린뒤 왕성에 머물게 했다. 그는 프로렌스의 크고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데 막힘이 없었으며, 이미 몇해 전 누구보다 먼저 루아즈의 침략을 왕에게 경고 했고, 이를 대비할 것을 귀족회의에서 건의했으나 번번히 묵살당하고 말았다.

몇몇 귀족들은 그의 목소릴 듣고는 모두가 잠시 잊고 있었다는듯이 기쁨의 감탄사를 내뱉었고 마치 전쟁을 피할 수 있을것만 같은 희망의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선대 몬디스왕이 세상을 뜨기전부터 엘로라여왕의 스승이었던 아카네르는 자신의 어린 제자 앞으로 나아가 겸손히 고개를 숙이고는 말을 이었다.

"국가의 안위가 걸린 중요한 임무라고는 하나 일개 사신으로 가시기에 대행정관의 자제인 코누잔님은 어울리지 않는 인사입니다. 또한 쿠르카왕은 난폭하고 교활하여 코누잔님의 안위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으니 저를 사신으로 보내주십시오."

"고맙군 아카네르, 하지만 이 코누잔, 프로렌스와 엘로라 여왕님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내놓을 수 있다. 전쟁을 막고자 하는 중요한 임무에 프로렌스 최고가문인 내가 사신으로 가는 것이 그대가 가는것 보다 나을것이다."

코누잔은 차가운 눈빛으로 아카네르를 응시하더니 다시금 여왕에게 고개를 돌렸다.

"두 분의 말씀이 다 옳으니 함께 사신으로 가시지요."

엘로라 여왕은 두사람의 청을 모두 거절하지 못하고 수락하고 말았다. 그러자 아카네르는 미리 준비해둔 듯 계속 말을 이었다.

"여왕님 저희 사신이 일을 그르칠수 있으니 마땅히 전쟁을 대비하셔야 합니다."

"맞습니다. 여왕님 전쟁을 대비하셔야 합니다. 용병을 하루빨리 불러모아야 합니다."

"무슨소리!! 사신단이 출발하기도 전에 루아즈에게 빌미를 만들어주잔 말인가!!"

집회장은 다시금 시끄러워졌다. 프로렌스의 40여 귀족들로 이루어진 귀족회의는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다수의 강경파와 전쟁을 피해야 한다는 소수의 온건파가 팽팽히 대립했다. 몬디스왕이 살아있었다면 온건파의 의견은 묵살되었겠지만 나약한 엘로라여왕이 집권한 현 왕권은 온건파 귀족들의 힘을 무시할수 없었다. 벌써 4대를 이어 대행정관 직책을 맡고있는 자바루프의 가문은 코누잔이 여왕의 정혼자가 되면서 그 위치가 더욱 곤고해졌다. 제 1귀족에 왕족이라는 날개를 단 자바루프가는 굳이 전쟁을 치러 가문을 위험에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지위가 낮은 귀족은 그렇지 않았다. 평화로운 시대가 지속되었다고는 하나 아누크인은 본능적으로 야수와 같은 전사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굴욕을 당하느니 죽음 택하는 것은 그들에게있어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었기에 대다수의 귀족들에게 역사적으로 자신들의 지배를 받았던 루아즈에게 항복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안트슈메크, 당신의 뜻은 어떻습니까?"

여왕은 특별히 안트슈메크의 이름을 부르며 의견을 물었다. 그는 왕의 이름 아래에 있는 프로렌스의 모든 병사들의 최고지휘관 즉 카로안이었다. 타고난 전사인 그는 검은 물론 창과 활에도 뛰어났고 오랜 시간 프로렌스를 지켜온 전사였다. 한동안 평화로웠던 프로렌스에 느닷없이 찾아온 위기에도 그의 심장은 두려움 따윈 느낄 수없었다.

"여왕님의 군대는 루아즈의 오합지졸과 비교할수 없습니다. 하지만 루아즈는 오랜시간 전쟁을 준비해 왔습니다. 협상을 하시되 저들의 눈을 피해 우리도 마땅히 대비를 해 놓으셔야합니다."

안트슈메크의 흔들림없는 눈빛은 여왕의 마음을 다시금 흔들어 놓았으나 여왕은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조용히 입을 열었다.

"그대의 말이 맞아요. 안트슈메크, 군대를 재정비하고 만약을 대비해 모든 전투준비를 갖춰주세요. 그대에게 이 일을 맞기겠어요."

"네,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여왕의 말에 안트슈메크는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네그라스로 급파된 사신단이 돌아온 뒤 급하게 소집된 귀족회의는 해가 중천에 뜨기전에 끝이났다. 코누잔과 아카네르는 지체하지 말고 출발하라는 여왕의 명을 받고 간단히 점심을 해결한 뒤 다시 만났다. 두사람은 서로를 의식하면서 간단한 인사만 건낸채 말등 위에 올랐다. 속력을 낸다면 내일 오후 해가 떨어지기 전에 루아즈에 당도할 것이다. 햇빛에 달구어진 마른 모래언덕을 달리는 것은 말과 사람 모두에게 곤욕스런 일이었다. 선두에 선 아카네르는 약간의 여유를 두며 천천히 말을 몰아 나갔다. 그에겐 3명의 하수인이 따라붙었지만 코누잔의 뒤에는 10여명의 하수인과 30여명의 노예들이 그를 따랐다. 짧은 일정이 될 여정이었지만 코누잔의 짐은 마차 3대분이었다.

해가 중천을 넘어서자 강력한 열기가 머리 위로 쏟아졌다. 아카네르를 뒤따르는 하인들은 지친 기색을 드러냈지만 수많은 생각들로 머리속이 복잡한 아카네르는 더위도 잊은듯 말위에서 미동조차 없었다. 그는 이번 전쟁을 피할수 없음을 이미 직감했다. 여왕의 명에 따라 루아즈에 사신으로 간다해도 전쟁을 막을 방도는 얻지 못할것이 분명했다. 다만 어떻게 싸워 이겨야 하는지 그 해답을 찾는 일이 중요할 뿐이었다.

서둘러 말을 재촉한 덕에 다음날 해질 무렵 사신단은 그들이 원하던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루아즈의 왕은 병을 핑계로 그들을 쉽사리 만나주려 하지않았다. 결국 왕은 코누잔의 신분을 전해들은 뒤에야 다음날 아침 사신단의 알현을 허락했다. 코누잔과 아카네르는 왕의 배려로 왕성안에 마련된 거처로 인도되었고 그들에겐 왕성안에서만 자유롭게 이동하는것이 허락되었다.

도시의 성문에서 왕성에 이르는 대로를 걷는동안 아카네르는 프로렌스에서 찾을수 없는 생기가 루아즈 도시 전체에 넘쳐 흐름을 느낄 수 있었다. 순간적으로 프로렌스의 쇠퇴가 자신의 책임인양 고개가 무거워진 그는 한동안 침묵속에 잠겨있다가 왕성에 이르러 마음을 다잡으며 당당히 걸음을 옮겼다. 아카네르는 코누잔에게 함께 저녁 식사를 할 것을 제의했지만 그의 정중한 거절에 할수없이 자신에게 마련된 방으로 일찌감치 들어갔다.

그날 밤 쿠르카왕은 대행정관인 에라반의 급한 보고에 잠을 깨고 말았다. 에라반은 왕의 가까운 친척이자 루아즈 최고 귀족으로 언제나 왕의 그림자와 같은 존재였다. 에라반이 전한 소식은 너무도 뜻밖의 것이었다. 쿠르카왕은 에라반의 뜻에 따라 주위를 물리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자세를 고쳐 앉았다. 잠시 뒤 에라반의 안내를 받고 코누잔이 쿠르카왕의 침소로 들어왔다.

"프로렌스의 법무관 코누잔, 쿠르카왕을 뵙습니다."

"밤늦은 시각에 날 보자고 한 이유가 무엇이오?"

코누잔은 좌우로 주위를 살핀뒤 조금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이번 전쟁에서 제가 왕께 도움을 즈릴 수 있을것 같아 찾아왔습니다."

"프로렌스 최고 귀족가문의 후계자인 그대가 무엇을 바라고 날 돕는다는것인가?"

"제가 바라는것은 프로렌스의 새로운 왕입니다."

에라반과 쿠르카왕은 예상치 못한 코누잔의 대답에 적잖이 놀라고 말았다. 코누잔의 눈빛이 어둠속에서 반짝이고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훗, 허튼소리! 그대의 도움이 없어도 나는 프로렌스를 굴복시킬수 있다. 쓸때없는 기만은 내게 통하지 않아. 험한 꼴을 보기전에 그만 돌아가게."

쿠르카왕은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짐짓 관대한 척 그를 돌려 보내려했다.

"내부에서 무너지지않는한 프로렌스의 성문은 결코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성벽은 높고 튼튼하며 반년이상 버틸 식량이 있습니다. 제게 엘로라 여왕의 자리를 약속해 주십시오. 그러면 1000만 카인의 전쟁 배상금과 더불어 앞으로 루아즈의 신하국으로서 예를 지킬것 입니다."

코누잔의 제안은 너무도 충격적이여서 쿠르카왕과 에라반은 잠시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아무리 인간의 욕망이 끝이없다 한들 프로렌스 최고가문 출신인 그가 이리 쉽게 조국을 배신한다는것은 쉽게 믿어질수 없는 것이었다.

"내가 그대를 어찌 믿을수 있는가?"

"출병하시거든 해가 떨어질 무렵 프로렌스에 도착하도록 하십시오. 그날 밤 안트슈메크 대신 제가 대군을 이끌고 기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미리 병사를 매복한 뒤 승기를 잡으십시오. 이후 엘로라 여왕이 수성을 하면 루아즈 병사의 군복을 입힌 용병을 이용해 여왕과 안트슈메크를 암살한 뒤 안에서 성문을 열겠습니다."

코누잔의 대답엔 막힘이 없었다. 쿠르카왕은 설사 그의 말이 거짓이라해도 자신이 손해볼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내앞에서 거짓을 말하지는 않겠지?"

"믿지 못하시니 여기 프로렌스의 군대의 정보를 넘겨드리지요. 어떻습니까?"

코누잔은 자신의 품속에서 고급종이로 만들어진 두루마리 서신을 에라반에게 건냈다. 에라반은 그것을 받아들고 왕 앞에 다가가 전해주었고 두루마리를 펼쳐본 쿠르카왕의 얼굴에 슬며시 미소가 번졌다.

"좋소, 그대를 믿어보지. 만약 날 기만한 것이라면 그 목숨을 내놓아야 할것이야."

"내일 사신단을 맞는 자리에서 대왕을 도발해 우리측 사신의 의심을 거두게 할것 입니다.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이제 왕과 저의 새로운 역사가 씌일것입니다."

세사람의 밀회는 서둘러 마무리됐고 코누잔은 의심을 피하기 위해 먼길을 돌아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코누잔이 침소에 들어가자 그곳엔 누구보다 아끼는 이복형제 카소에가 기다리고 있었다. 카소에는 밝은 미소의 코누잔을 보고 그의 계획이 성공했음을 알았다. 두사람은 같은 아버지를 둔 형제였으나 카소에의 모친이 평민출신이었기에 카소에는 코누잔처럼 아버지의 후광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빼어난 검술과 지혜로 여러 형제 중 단연 돋보였고 일찍 코누잔과 의기투합하여 지금은 그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그를 보좌하고있었다.

코누잔은 주위를 물리고 카소에를 가까이 불러 왕과의 거래에 관한 모든것을 그에게 말해주었다. 사실 그의 모든 행동과 계획은 카소에의 머리속에서 나온 것이었다. 카소에는 일찍이 코누잔의 야망을 알아채고 기꺼이 그의 손발이 되어 그를 돕기를 자처했다. 어느덧 코누잔은 여왕의 약혼자를 넘어 왕위를 넘보게 되었고 그것은 분명 그의 부친 자바루프의 뜻에 반하는 것이었기에 코누잔은 카소에만을 의지할수 밖에없었다. 카소에는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것을 크게 기뻐했다. 그리고 코누잔에게 더욱 행동을 조심 할것을 당부하며 내일 해야할 일을 코누잔에게 일러주었고 코누잔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뜻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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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바라쿠타와 아카론 17.02.18 160 0 14쪽
20 프로렌스의 새로운 우나프 +1 17.02.11 255 1 11쪽
19 전쟁의 시작 17.02.11 187 1 15쪽
18 새로운 형제들 +1 17.02.04 340 1 19쪽
17 아카론의 도적들 +1 17.01.27 209 1 18쪽
16 프로렌스의 새로운 용병 +1 17.01.26 343 1 21쪽
15 발로니테의 계획 +1 17.01.22 309 1 18쪽
14 루가단 +1 17.01.22 283 1 11쪽
13 페루스의 검 +1 17.01.06 382 1 20쪽
12 루아즈의 세검사 +1 16.12.31 318 1 15쪽
11 카소에의 음모 +1 16.12.29 438 1 12쪽
10 주인과 노예 +1 16.12.24 429 1 12쪽
9 바라쿠타의 길 +1 16.12.17 264 1 23쪽
8 아카네르의 계략 +1 16.12.17 341 1 9쪽
7 아카네르와 코누잔 +1 16.12.10 311 1 10쪽
» 코누잔의 거래 +1 16.12.10 385 1 11쪽
5 만오레사막에 감도는 전운 +1 16.12.03 472 1 11쪽
4 새로운 여정 +2 16.12.01 501 3 11쪽
3 스페스의 귀족회의 +2 16.12.01 866 4 12쪽
2 왕자의 귀환 16.12.01 1,271 8 11쪽
1 프롤로그 16.12.01 1,920 9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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