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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53,916
추천수 :
1,137
글자수 :
928,341

작성
22.11.01 23:30
조회
372
추천
13
글자
17쪽

영성 강림

DUMMY

한낮의 벌판은 덥기보단 따사로웠다. 관도를 따르지 않는 동훈 일행은 펠리페 성을 떠나 북동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더 벨룸은 선량한 여행자들이 나다니기에는 위험한 요소들이 산적했다.

상인이나 여행자를 위협하는 도적들, 굶주린 야생의 맹수들, 인간에게 적대적인 소소한 몬스터들이 바로 그 존재들이었다.


게임 안에서는 단순히 유저들의 경험치를 위해 몹으로 돌아다니는 그것들이 현실에서는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실재의 위험으로 존재했다.


동훈에게 그런 위협은,


‘드디어 닥사의 시간이다! 닥치고 사냥!’


축복이나 다름없었다.


동훈은 길을 떠나오며 도적이나 야생의 늑대, 작은 몹 따위를 보이는 족족 적극적으로 따라가 죽였다.


그 뒤를 따르는 반다르와 애스톨은 여정을 더 길게 만드는 동훈의 기행에 반대하기는커녕 기꺼이 동참했는데 그들은 동훈에 대해서 조금 오해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둘이 하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는데 동훈이 여행자들의 평화를 위해 거리를 청소하는 거라나 뭐라나? 반다르는 동훈이 명예를 아는 기사라고도 했다. 알 수 없는 말이었다.


애스톨과 반다르는 마침 한 무리의 야생 늑대(lv. 5)를 해치운 동훈에게 공치사 몇 마디를 건넸다.


“디오르, 당신의 선행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게 아쉽군요. 기사의 위업이란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시간을 할애하고 칼을 휘둘러 희생하는 모습이 타인의 귀감이 될만합니다.”

“디오르의 명예로운 행동은 명예를 위해 행해질 뿐 타인의 인정을 위해 하는 것이 아니야.”


애스톨의 감격한 눈과 반다르 역시 무표정하지만 동훈을 인정하는 듯한 눈빛이 동훈으로 하여금 부담을 느끼게 했다.


이 양반들이 왜 이런대? 닥사 하는 거 처음 봐?


반다르와 애스톨의 오해를 뒤로하고 동훈은 이 닥사에서 시원한 해방감을 느꼈다.


‘이 닥사의 맛. 얼마만이야. 더 벨룸은 닥사와 레벨업이지.’


닥사와 ‘왕축’의 경험치 뻥튀기에 힘입어 레벨은 빠르게 올랐다.


지금껏 더디게 오르던 레벨이 무색하게 동훈의 레벨은 순식간에 9레벨 30퍼센트 경험치가 넘었다.


‘레벨 10만 맞추고 돈 좀 써야겠다. 거의 한 1억 생겼으니 뽑기도 좀 뽑고 왕축 충전도 해야겠네. 거의 다 썼어. 역시 100밖에 되지 않는 왕축은 코에 붙이기도 힘들다니까.’


동훈은 자신의 보유 왕축 현황을 바라보았다.


==

현재 보유 왕의 축복

2200/2500(최대치)

==


==

보유 캐시 : 33,751,800캐시

==


왕축이 떨어지지 않도록 관리하기 위해 단계가 떨어질새라 캐시로 왕축을 충전하다 보니 벌써 30만원 돈이나 썼다.

하지만 그에 걸맞게 오른 레벨은 전혀 캐시가 아깝지 않은 기분이 들게 했다.


동훈은 레벨이 올랐으니 그에 따라 상승했을 스텟을 확인하려 상태창을 켰다.


===

LVL : 9

HP : 610

MP : 410

STR : 94

DEX : 51

CON : 53

INT : 32

WIS : 32

CHA : 15

===


역시나 드러나는, 단지 9레벨이라고 말하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높은 숫자로 장식된 상태창.


94의 STR은 거의 20레벨의 기사 캐릭터와 그 수치가 비슷할 정도였다.

기사 캐릭터는 STR 수치를 위주로 보너스 스텟을 투자하고 장비를 맞추는 걸 생각하면 군주 캐릭터인 동훈이 그에 버금가는 STR 수치를 지녔다는 건 놀라운 수준.


610의 HP는 절대 끔살이 불가능할 정도의 체력이었고 410까지 오른 MP는 ‘디바인 스트라이크’를 너댓번은 쓸 수 있는 마력량이었다.


그 외에 스텟들은 각기 특화된 직업들의 10레벨 스텟과도 비견할만하니 가히 훌륭한 스텟작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 돈으로 만들어진 스텟이지만.


흐뭇하게 상태창을 확인한 동훈은 잘 만들어진 스텟을 분석했다.


‘7레벨 때 영성을 2개 장착했으니 스텟 펌핑이 좀 됐네. 역시 레벨이 올라야 돈의 힘이 발휘된다니까. 지금까지 현질은 맛보기였지.’


10레벨이 되면 지금은 그저 스텟 조금 올려주는 장식에 불과한 영성이 진정한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할 것이다.


동훈은 10레벨을 기대하며 상태창을 닫았다.


‘차차 원거리도 생각을 해봐야 하는데. 어차피 주무기를 장검으로 하고 부무장을 스태프로 쓸 거면 큰 의미가 없지만.’


게임에서야 근거리 캐릭터로도 뭐든 할 수 있었다.

때리면 AC와 데미지 리덕션을 믿고 다 맞으며 뚜벅뚜벅 걸어가 쓍쓍 썰어버리면 그만이었다. 불도저처럼 말이다.


하지만 현실은 또 다르지 않겠나.


우선, 사람의 몸은 불도저가 아니었다. 아무리 AC가 공격을 맞지 않게 한다지만 운 좋게 틀어박히는 칼 한 치는 아프고야 말 것이다.

어머니가 체했을 때 손 따자고 하는 것도 싫어하는 동훈으로서는 원거리 무기의 필요성을 조금은 느끼게 했다.


게다가 게임에서야 어느 하나에 특화된 캐릭터가 좋았지만 현실에서는 만능 잡캐가 살아남기 좋았다. 생존은 한 가지 기술로만 하는 게 아니니까.


동훈은 갱들과 싸울 때 활을 한 번 썼던 걸 기억하고 괜히 활을 소환해 만지작거렸다.


“디오르 씨가 기사라는 걸 듣긴 했지만 허공에서 활을 꺼내는 걸 보니 새삼 신기하긴 하네요. 저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


우리의 새로운 동행 애스톨, 미남인 그가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는 건 여성들이라면 넘어갈 수밖에 없는 매력이 있었다.


칭찬을 들었을 때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은 그냥 허허 웃는 거라던데, 동훈은 그 조언에 따라 허허 웃었다.


그러고는 동훈은 다소 건방지게 들릴 수 있는 질문을 했다.


“반다르 씨, 활을 잘 쓰려면 얼마나 걸릴까요? 활은 숙련하기 어렵다던데. 절 가르쳐주실 수 있으십니까?”


게임 모드에 들어가 기계적으로 쏴재끼는 솜씨도 분명 좋지만 동훈은 활의 기본도 모르는 상태였다.

뭐든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좋을 테니 동훈은 반다르에게 가르침을 구했다.


잠시 생각한 반다르는 다른 대답을 돌려줬다. 분명 주무기가 활인 반다르의 자존심을 상하게 할 수 있는 질문이었음에도 반다르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애스톨에게 배우는 건 어떤가? 이래 봬도 이 친구가 한때는 가르치는 거로 먹고살았지.”


반다르의 말에 애스톨의 어깨가 한 치는 솟아오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참으로 투명한 사람이었다.


“하하, 이래 봬도라니, 대장도 참. 예, 제가 이래 봬도 교관 출신입니다. 동부의 장병들은 제 손 아래서 컸죠. 지금 동부 수해지대에서 한창 이름을 날리는 레인저인 녹색의 악마도 제 밑에서, 악! 왜 때립니까, 대장!”


애스톨의 자기 자랑이 길어지자 반다르는 솥뚜껑 같은 주먹으로 애스톨의 머리를 후려쳤다. 반다르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제 자랑만 하루도 족히 할 애스톨임을 잘 알았다.


“쓸데없는 소리 덧붙이지 말고 가르쳐줘. 칼 휘두르는 걸 보면 어쩌면 활도 금방 다루게 될지 몰라.”


대장? 애스톨의 대장 소리는 너무 자연스러워서 반다르도, 애스톨 스스로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다.


분명 뭔가 있다니까.


옛 동료를 모으는 반다르와 그를 대장이라고 부르는 애스톨. 상단의 부회주였던 세마엘은 반다르를 동부 수해지대에서 봤다고 했더랬지?


애스톨이 가르쳤다는 동부 수해지대(樹海地帶)의 레인저도 결국 동부 사람이고.


말하는 투나 행동거지를 보면 절도 있고 규율에 익숙한 게 분명 어디 군대에 있던 사람들 같다.


더 벨룸은 전쟁 게임이니 역시 군대가 많기도 많은데, 동부라면 대체 누구의 군대일까?


동훈의 추리는 거기까지였다.


애스톨이 본격적으로 수업을 시작한 탓이었다.


“그럼 기본부터 배워야겠죠? 전 디오르 씨의 실력을 전혀 모르는 상태니까요.”


동훈은 아직 애스톨의 실력에 대해 의심이 남은 상태였다.


애스톨이 잘생긴 것도 맞고 반다르와 함께 군대에 있었다는 건 짐작 가능했지만 그는 하도 유쾌하기만 한 사람이라 그가 정말로 잘 가르쳐줄지는 의문이었던 탓이다.


동훈의 표정을 읽은 건지 애스톨이 웃으며 눈을 찡긋거렸다.


“하하, 제가 그래도 이미 1단계의 전사입니다. 디오르 씨의 그 의심을 종식시켜줄 실력은 된단 거죠. 경지의 단계에 대해서는 잘 아십니까?”


10레벨이 넘는단 말이야? 초보존에서는 꽤 쎈 편인데.

자신 있게 1단계를 말하는 걸 보면 10레벨 초반은 넘는 듯했다. 중반에서 후반?


캐릭터는 머리 위에 이름과 레벨이 바로 뜨지만 NPC는 머리 위에 이름과 레벨이 뜨는 게 제멋대로였다.

대개는 적 상태가 되면 붉은 이름표가 뜨는 걸 확인했지만 이 아군 NPC가 문제였다.


동훈은 NPC들이 논하는 레벨 체계, 단계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어 고개를 저었다.


“우선 1단계 이전은 대개 단계의 구분을 하지 않습니다. 구분에 의미가 없기 때문이죠.”


10레벨 이전은 고만고만하다 이건가?


그렇긴 하다.

10레벨 이전까지는 스펙업 구간도 한정적이고 보너스 스텟은 물론 장착하는 장비 역시 스텟 펌핑을 하기에는 모자란 부분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돈을 쓰지 않는 무과금 유저의 경우가 그렇고. 돈을 쓴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그러나 NPC인 애스톨이 현질에 대해 알 리 없으니 설명을 이어갔다.


“1단계를 넘어서는 순간 상위와 하위를 나누게 되는 거죠. 1단계 하위의 전사는 보통 1단계를 막 넘은 전사부터 그 단계에 얼추 익숙해진 전사까지를 아우르죠. 상위는 2단계에 오를 수 있는 정도의 전사를 이릅니다.”


이런 걸 알아두긴 해야지.


동훈이야 단계고 뭐고 이름표만 확인할 수 있다면 1레벨 단위로 자세하게 알아낼 수 있다지만 그걸 모르는 사람에게 레벨을 표현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이를테면 방금 잡았던 산적 놈이 6레벨이었는데 그걸 반다르와 애스톨에게 알리기 위해서 6레벨이 어떻고 해봐야 알아듣질 못하니 만약 급박한 상황이라도 닥치면 적에 대한 브리핑 없이 전투해야 한다는 소리였다.


지금이야 스텟으로 찍어누르니 위험한 상황 같은 건 없다지만 보스몬스터 사냥 같은 경우에는 그래도 원활한 소통이 필수인데 그걸 못한다는 건 굉장히 불리한 상황에 처한다는 걸 의미했다.


그러니 저 사람들이 알만한 단계 구분도 숙지를 해둬야 하는 게 리더의 덕목이었다.

그렇게 설명을 잘 경청하려는데 애스톨이 그런 동훈을 향해 씩 웃는 게 아닌가. 다분히 장난기 넘치는 미소였다.


“먼저 1단계와 1단계 이전의 차이가 어떤 건지부터 알려드리죠. 덤비세요.”


애스톨이 건방진 표정과 자세로 동훈을 향해 손가락을 까딱였다.


확실히 애스톨이 봐온 동훈의 움직임은 정직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노련함이 있는 칼의 휘두름이라기보단 힘을 믿고 내지르는 정직한 일격에 가까웠다.


그러니 애스톨은 지금 동훈에게 겸손함을 가르쳐야 할 때라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겸사겸사 자기 재미도 좀 보고 말이다.


확실히 규율이 엄격한 군 출신이다 보니 교육방식이 상대를 억누르는 데에 치중되어 있는지도.


“지금 갑니까?”


하지만 동훈은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애스톨이 기대하지 않은 반응이었다.


애스톨은 자신감 넘치는 동훈의 모습에 오히려 악동처럼 웃었다. 마치 큰코다치게 해주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애스톨이 교관으로 지내며 자신의 실력을 믿고 오만하게 구는 신병을 얼마나 많이 봐왔겠는가.

동네에서 날고 기었다, 또래 애들 중 주먹 좀 썼다 하는 놈들은 모조리 군대에 들어오면 깨져나갔다.


‘사회에서 무슨 지위를 누렸던 군에 들어온 이상 일개 병사다!’


애스톨이 교관일 적 가장 많이 했던 말이었다.


당연히 동훈의 태연함도 애스톨에게는 우스웠다.


“하하, 자신감이 넘치시는군요. 오시죠. 그 서슬 퍼런 칼은 내려두시고 이 나무작대기로 할까요? 활을 가르치는데 무슨 나무막대냐고 묻지 마시죠. 원래 이런 겁니다.”


‘맞으면서 배우는 거라고요.’


뒷말을 빼먹은 애스톨은 희희낙락하며 쓸만한 나무막대를 두 개 찾았다.


휙!


애스톨은 방금 주운 부러진 나무막대를 동훈을 향해 던졌고 동훈은 멋대로 날아오는 막대를 가볍게 낚아챘다.


마치 전쟁놀이를 하는 골목대장들처럼 나무막대를 들고 마주선 애스톨과 동훈.


애스톨이 든 나무막대가 미묘하게 더 길었다. 그래놓고는 자기도 찔리는지 멋쩍게 변명했다.


“들고 보니 제 것이 더 기네요. 디오르 씨는 칼이 주무기고 전 아니니 이렇게 해야 공평하죠.”


왜인지 애스톨의 표정과 태도가 깐족거리기 시작한다고 느껴지는 건 착각일까?


늘 웃는 상에 해맑아 보이는 애스톨은 전투에 들어가면 그 미소가 묘하게 비웃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신기한 재주가 있었다.


동훈은 애스톨의 묘한 도발에도 아무렇지 않게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시죠.”


무기의 리치 차이도 크게 의미 없을 테니까.


동훈은 손에 가볍게 잡히는 나무작대기를 몇 번 휘둘러 보고는 곧장 게임 모드로 들어갔다.

각종 버프 스킬을 두를까도 생각했는데 그럼 20레벨도 되지 않은 애스톨에게 너무 과한 처사일 듯싶어 관뒀다.


애스톨은 활캐일 텐데 동훈과 근접전을 하겠다는 건 사실상 승패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20레벨의 기사가 와야 할 판에 활캐가 막대를 들고 덤비다니.


‘대장이 데리고 다니는 사람이라. 깐깐한 대장이 누굴 동행 삼을 사람이던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보자고. 그리고 선임으로서 위엄을 보여줘야지.’

‘10레벨 중후반대의 활캐라. 얼마나 살살해야 자존심 상해하지 않을까?’


서로를 가소롭게 여기는 상황.


누가 옳을지는 대봐야 알 것이다.


“갑니다!”


애스톨의 힘찬 기합과 함께 대련이 시작되었다. 애스톨과 동훈은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딱! 따닥! 따악!


나무막대 부딪히는 소리가 경쾌하게 리듬을 이뤘다.


애스톨의 움직임은 가벼움 그 자체였다. 이리저리 스텝을 밟으며 움직이는 모양새는 적으로 하여금 균형과 인내를 잃게 했다.


바람처럼 움직이며 불처럼 공격하라.


애스톨의 공격은 바람과 불같았다.


묵직한 맛은 없지만 테크니컬하게 적을 농락하는 아웃복싱 스타일의 애스톨은 동훈과는 정반대 스타일의 전사였다.

요리조리 피하며 절묘한 타이밍에 공격을 넣는 애스톨은 상대의 힘을 흘리고 공격을 무효화 하는 데에 능란했다.


하지만 모든 것은 힘 앞에 공평하리니.


동훈이 휘두르는 일격은 10레벨 상위에 있는 애스톨마저도 정면으로 맞서기 어려운 파괴력이 있었다.


타악!


휘청!


제아무리 힘을 흘리고 공격을 무효화 하려는 데도 데미지가 들어와 버리는 무지막지한 파워는 애스톨로서도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 핫! 힘을 좀 쓰시는군요. 하지만, 힘으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려드리죠!”


애스톨은 조금 당황한 듯했다.

유쾌한 미소는 어딘지 조금 어긋났고 평정을 가장했지만 발놀림에 조급함이 엿보였다.


애스톨의 움직임은 점점 더 맞상대를 피하려 소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줬다.

그럼에도 공격의 날카로움은 전혀 무뎌지지 않았으니 애스톨은 불리한 상황에서도 무너지지 않는 저력을 가진 훌륭한 전사였다.


상대가 좋지 않았을 뿐.


동훈은 숲처럼 고요하며 산처럼 묵직하게 버티고 서 애스톨을 천천히 압박했다.


바람과 불은 숲과 산 앞에서 작은 불티에 불과할 뿐, 그 무엇도 태우거나 날리지 못했다.


탁! 타닥!


동훈의 발걸음에 속절없이 애스톨은 뒤로 물러났다.

동훈의 일격을 막고 돌파해낼 폭발력이 없는 한 동훈의 포지션에 휘둘리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턱!


어느 순간 애스톨의 등 뒤에 나무가 맞닿았다.


동훈의 나무막대는 마치 오우거가 휘두르는 몽둥이처럼 크게 보였고 아마 제대로 맞으면 못해도 뼈가 부러지리라.


‘젠장, 언제 여기까지 밀린 거지.’


이대로 애스톨이 패배하려는 절체절명의 순간.


이를 꽉 깨문 애스톨의 몸에서 여러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마치 고대의 어떤 주술적인 영을 불러오는 것 같은 장엄하고 신성한 느낌이 있었다.


휘이이익!


날카로운 휘파람 소리가 들려왔다. 돌연 바람이 애스톨의 몸에 빨려 들어가는 듯하더니 애스톨 주변에서 회오리쳤다.


고오오오오!


다람쥐, 재규어, 오크의 그림자가 애스톨의 몸에 혼탁하게 얽히더니 애스톨의 힘에 섞여들었다.


투둑! 툭!


몸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며 기이한 힘이 몸에 깃들 준비를 했고 애스톨의 기세는 완전히 전과 달라졌다.


날랜 다람쥐의 움직임이 애스톨에게 깃들어 빠르게 몸을 빼 물러난 뒤 재규어가 먹이를 노리는 태세로 동훈을 노렸다.

애스톨의 몸에서 성년의 오크, lv. 20, 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힘이 감돌았다.


애스톨의 눈동자가 붉게 빛나며 흉폭한 야생의 기운이 날뛰기 시작했다.


1단계 경지에 오른 전사가 낼 수 있는 최고의 힘.


‘영성 강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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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옥탑 인간 22.12.03 324 10 20쪽
60 핏빛기사단 혈맹 22.11.29 331 7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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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정립 22.11.22 353 11 16쪽
57 첫 전설급 아이템 22.11.20 357 14 14쪽
56 다크엘프 비사(秘史) 22.11.18 337 10 18쪽
55 악령 22.11.15 346 13 13쪽
54 무너진 탑 22.11.13 357 11 13쪽
53 도발에는 도발로 22.11.12 356 12 13쪽
52 회장클럽 22.11.10 361 13 12쪽
51 얼음공주 22.11.09 349 8 19쪽
50 투자설명회(2) 22.11.07 357 12 14쪽
49 투자설명회 22.11.03 380 14 16쪽
48 저주와 10레벨 22.11.02 385 15 15쪽
» 영성 강림 22.11.01 373 13 17쪽
46 쌀과 정情 22.10.31 385 11 15쪽
45 건물주 22.10.30 393 11 14쪽
44 인버스 22.10.29 393 9 13쪽
43 폴트란으로 22.10.28 384 11 15쪽
42 독무대 22.10.27 382 12 15쪽
41 따이! 22.10.26 395 14 18쪽
40 훈련 22.10.26 404 12 14쪽
39 쟁에서 승리하는 법 22.10.25 421 9 20쪽
38 이벤트퀘스트, 가문의 비밀 22.10.24 419 12 15쪽
3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푸세요(2) 22.10.23 419 13 18쪽
36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푸세요 22.10.22 426 13 16쪽
35 폭력의 도시 22.10.21 468 12 18쪽
34 [zㅣ존영zㅐ] 22.10.20 491 11 21쪽
33 사기도박? 나도 할래 22.10.19 493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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