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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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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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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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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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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인버스

DUMMY

지뉴는 어린애다운 천진난만한 미소를 보이며 누가 들을세라 동훈의 귀를 끌고 와 귀엣말로 속삭였다.


“피터 삼촌은 술을 안 마시면 아무 말도 안 하거든요. 근데요, 술만 마시면 무슨 비밀이든 다 얘기해주는 거 있죠. 그래서 제가 술을 사다 줬어요. 대륙 곳곳에 숨어있는 비밀과 신비도, 보물에 관한 이야기도 다 들려줬어요. 삼촌이요.”


그러니까 지금까지 피터 삼촌이 어쩌고 했던 건 다 술기운에 주사 부린 거다, 이 말인 거야?

비밀결사 장미 기사단이고, 보물 이야기고 다 주사라고?


갑자기 신뢰도 확 떨어지네.


술기운에야 뭔 말을 못 하겠나.


큐메디 박 부장은 술만 취하면 자기가 격투기 선수들을 때려눕힐 수 있다고 떠들어대고, 밑에 집 유씨 할아배는 자기가 군대에서 북쪽 수령 모가지 딸 훈련한 특작부대 소속이었다질 않나, 갖은 거짓말과 허풍이 섞여드는 게 주사였다.


아무튼, 피터 삼촌의 주정을 진실로 믿는 지뉴는 조잘조잘 말을 이었다.


“다 제가 삼촌에 대해 파악해서 삼촌이 이야기를 다 털어놓을 수 있었던 거죠. 모험가 수칙도 알려주고, 보물을 찾았을 때 주의할 점, 삼촌이 겪었던 모험담도 얘기해줬어요. 그리고, 그리고 모험가였던 엄마에 관한 이야기도 해줬다요.”


피터 삼촌이 잘 취하는 술의 종류까지 말해준 지뉴는 빨리 칭찬하라는 듯, 그래야 다음 말로 넘어가겠다는 듯 술자리 이야기꾼이 술 한잔 사라고 종용하는 것처럼 머리를 들이밀었다.


동훈은 말은 못 하고 그저 녀석의 부드러운 머리칼을 쓰다듬어줬다.


그제야 만족한 지뉴는 씩씩하게 말을 이었다.


“전요, 엄마를 찾고 싶은 건 아닌데요, 엄마처럼 모험가가 되고 싶어요. 보물을 찾고 전설이 실재함을 밝히는 게 좋아요. 제 꿈이에요. 브랜디 할머니는 제가 모험가가 되는 걸 싫어해요. 피터 삼촌처럼 끝이 좋지 않을 거라나요?”


지뉴가 모험가의 꿈을 이야기할 때는 세상 모든 것을 다 가질 것처럼 행복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다.


할 말을 고르고 고른 동훈은 괜히 장난치듯 시비를 걸었다. 동네 형이 분위기 어색해지면 툭툭 건들듯 농담 한 번 던져본 거였다.


“실재함이 무슨 말인지는 알고 쓰는 거야?”


분명 그건 실수였다.


소년의 토크엔진은 꺼지지 않았고 동훈만 분위기가 어색해졌지 녀석은 아직도 천진하기만한 상태였다.

그러니 동훈의 장난스러운 시비는 소년의 엔진에 휘발유를 뿌린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실재함이 무슨 말인지 아냐고요? 현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거요. 산귀신 할아버지가 알려줬죠. 산귀신 할아버지는요, 영주님의 나무꾼이에요. 산에서 살아서 산귀신이에요. 왜냐면 하루는 골목대장 게릭이 산에 올라갔는데요,”


말을 돌리자 기다렸다는 듯이 수다를 쏟아내는 지뉴의 모습에 동훈은 기가 질려서 멀리서 보이는 여관을 가리키며 입을 막았다.


“이제, 그만. 여관 다 왔다. 말 그만해.”


가장 얄미운 사람이 줬다가 뺏는 사람이다. 지뉴에게는 말할 기회를 줬다가 뺏는 것도 거기에 포함됐다.


지뉴는 동훈이 얄밉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고는 툴툴거렸다.


“치, 물어볼 땐 언제고 말하지 말래요? 무슨 귀가 아파요. 제가 말을 하면 얼마나 많이 했다고. 나 말 안 해.”


말 안 해? 나야 좋지.


동훈이 가벼운 발걸음을 옮기자 한참 말을 참던 지뉴가 근질거리는 입을 견디지 못하고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진짜 말 안 걸어요? 갈릭 아저씨가 그러면 쫌생이래요. 쫌생이가 뭐냐면요, 갈릭 아저씨한테 배운 말인데요, 아저씨한테 딱 맞아요. 마음이 좁고 작은 일로 꽁해있는 사람이에요. 딱 아저씨 아니에요?”


이 자식이.


동훈은 끝내 참지 못하고 지뉴의 정수리에 딱밤을 놨다.


딱콩!


지뉴는 갑자기 느껴지는 정수리 통증에 조막만 한 손으로 머리를 감싸 안으며 한마디를 지지않고 쏘아붙였다.


“아얏! 왜 때려요! 역시 브랜디 할머니 말이 맞았어. 원래 옳은 말 하는 사람들은 많이 맞는데요. 내가 맞는 말 하니까 아저씨가 심통 나서 때린 거야. 아저씨는 진짜 쫌생이야!”


그렇게 지뉴와 동훈은 모험을 마치고 여관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나간 터라 우여곡절을 겪고도 해가 중천을 향해 떠오르고 있었다.


여관에 도착하자 동훈은 반다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반다르는 입구에서 누군가와 함께 서 있었는데 배낭을 메고 옷까지 갖춰 입은 것이 떠날 준비를 다 마친 모양이었다.

옆에는 예의 사냥개가 노란 털을 휘날리며 동훈을 반기듯 컹컹 짖어댔다.


“하루를 기다려달라더니 새로운 친구를 사귄 모양이군. 펠리페 성에서의 일은 다 마쳤나?”


언제나 거기서 기다릴 것 같은 믿음직한 반다르의 모습에 동훈은 비로소 이 지역에서 퀘스트 하나를 끝마쳤구나, 하는 실감이 났다.


반다르는 옆에 선 처음 보는 청년을 가리키며 인사를 시켰다.


“인사하게. 내 옛 친우, 애스톨이라고 하네. 우리와 동행할 친구지. 애스톨, 이쪽은 내가 말했던 전사, 디오르. 정의로운 사내야.”


애스톨이라 불린 새로운 동행은 새하얀 이가 드러나는 멋진 미소를 지으며 동훈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디오르. 저는 반다르 님의 옛 동료 애스톨이라고 합니다. 이제 새로 동료가 됐으니 옛 동료라고 말하기도 뭐하군요.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손을 마주 잡은 동훈은 애스톨이 손을 격하게 흔드는 대로 흔들리며 대답했다. 힘 좋은 사람이네.


“디올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애스톨은 쾌활한 성격의 남자였다. 스물 후반에서 서른 초반으로 보이는 애스톨은 금발 곱슬머리를 가진 잘생긴 외모를 지녔다.

높은 코에 깊은 눈, 갸름한 얼굴상은 서양 미남 하면 떠오르는 바로 그 전형이었다.


어딘지 자유분방한 기질을 풍기는 애스톨은 표정에서부터 ‘나는 언제나 쾌활한 사람’이라는 표를 붙이고 다니는 듯했다.


“새로 사귄 친구는, 여기서 헤어지는 건가? 아니면 동행?”


반다르의 물음에 동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사이가 좋지 않은 아버지와 평생을 살던 마을을 떠난 소년이다. 어쩌면 아버지와 헤어지고 동훈과 함께 가는 게 더 좋을지도.


한바탕 소란을 함께 겪고 나니 꼬맹이 지뉴에게 정이 들었나 보다. 생각해보면 같이 싸우진 않았어도 일들을 겪었으니 전우라고 할 수 있으려나.


생각 끝에 동훈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녀석의 뜻이 중요했다.


“지뉴, 같이 갈 테냐?”


동훈의 제안에 지뉴는 동훈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같이 가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지뉴의 눈에서 동훈은 헤어지고 싶지 않다는 미련을 읽었다. 하지만 동훈은 이어지는 지뉴의 말에 크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아뇨. 아저씨는 아저씨의 길이 있고, 전 저의 길이 있다고 믿어요. 아저씨는 더 큰 목표가 있죠? 아마 아저씨를 따라가면 전 아저씨의 짐밖에 안 될 거예요. 전요, 모험가가 되고 싶다고요.”


지뉴의 속 깊은 말에 동훈은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은 보통 총명한 게 아니니 어린아이의 몸이라지만 어딜 가서도 꼭 제 뜻을 이뤄내고 말리라.


===

퀘스트 완료!

[업적]인연-지뉴 슈틀렌


보상 : 맵Map

===


예의 인연 퀘스트가 클리어되고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었다. 이건 동훈이 그토록 찾아 헤매도 찾을 수 없던 미니맵 기능이었다.


미니맵을 켜니 다엘촌을 기준으로 한 남부 변경의 지도가 크게 표시되고 동훈 자신이 있는 펠리페 성에 파란 점이 깜빡거렸다.


‘어쩐지 미니맵 기능이 없더라니 여기 숨어있었네.’


간단하게 미니맵 기능을 확인한 동훈은 지뉴에게 작별인사를 건넸다. 만남이 있다면 헤어짐도 있다지만 언제나 작별은 아쉬운 법이었다.


“그래, 요 녀석아. 너도 가서 네 세상을 봐야지. 이 아저씨 품에서 날먹할 생각하면 렙업도 제대로 못 해요. 그래도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언제가 연이 되면 우린 또 볼 테니까.”


동훈의 알 수 없는 말에 지뉴는 어리둥절했고 그게 바로 동훈이 노리던 바였다.


아는 척 오지게 하던 녀석이 이런 표정을 지으니 이제야 어린애 같다고 해야 하나. 동훈은 큭큭대며 손을 흔들었다.


동훈의 웃는 모습에 자신이 당했다는 걸 깨달은 지뉴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씩씩댔지만 이미 동훈은 떠난 다음이었다.


지뉴의 볼에 공기가 힘없이 빠져나가고 아이의 눈망울에는 물기가 가득해졌다.


지뉴가 멀어져 가는 동훈의 뒷모습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잘 가요, 형. 다음에 또 봐요.”


***


찰박, 찰박, 찰박.


펠리페 성 고대 지하도, 도시의 오물이 흐르는 그곳에 한 사람이 나타났다. 이 어둡고 지독한 지하의 공간에 나타난 사람은 냄새가 나지도 않는지 평온한 표정으로 지하도를 거닐고 있었다.


최초에 지뉴가 보았던, 장미 문신을 한 남자. 바로 그였다.


독거미 패밀리와의 전투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은 건지 알 수 없는 빅피스트 패밀리의 똘마니 전투원은 동훈이 봤던 것과는 전혀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 상태였다.

동훈이 봐도, 혹은 그의 형제 같은 빅피스트 패밀리의 다른 전투원이 봐도 이전의 그와 지금의 그가 동일인물이라는 걸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터였다.


잠시 주위와 방위를 살피던 그는 어느 장소로 가 구멍 뚫린 천장에서 한 줄기 햇볕이 비치는 곳에 서서 작은 노래를 웅얼거렸다.


짧고 울림 있는 리듬으로 사내의 입술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일종의 찬송가 같았다.


노래를 마치고, 남자는 돌연 앞으로 손을 뻗었다.


그가 뻗은 손을 펼치자 장심에서 빛으로 된 구가 빠져나오더니 냄새나고 더러운 하수도를 신성하고 결백한 수도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환한 빛의 구를 향해 장미 문신의 남자는 기도하듯 손을 모으곤 중얼중얼 무언가를 보고했다.


“천사님, 신탁에 봉사하는 봉사자가 고하옵니다. 펠리페 성의 정규군 편제는 실패했나이다. 범죄자를 규합해 군대를 창설하려는 계획은 빅피스트의 리더십 부재로 연합이 분열돼 얼개만 남은 채 결과를 내지 못했나이다. 장미의 이름으로 보고를 마치오니 모든 것은 신의 뜻대로.”


신성한 빛 앞에는 모든 거짓의 베일이 걷히고 진실만이 드러나나니.


동훈의 평범한 갱단의 일원이라고 오해할 만큼 평범했던 외모가 점점 흩어지더니 선이 굵고 각져 다부진 외모가 드러났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큰 상처가 있는 사내는 동훈이 보았다면 정말 비밀결사의 억척스러운 전사네, 라고 말할 범상치 않은 외모의 소유자였다.


그는 경건하게 보고를 마치고 흩어지는 빛의 구를 일별하곤 하늘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펠리페 성에서 정규군 편제를 돕고 악마의 대리자 반왕에 맞서라는 신탁이 어그러지다니. 홀로 대군과 맞선 빛의 검을 휘두르던 그 남자는 또 누구고. 이 또한 신의 뜻인가?”


***


“요즘 장이 왜 이래? 인버스만 노났네. 장이 거꾸로 가, 거꾸로.”


동훈은 핸드폰 화면으로 MTS를 보고 있었다.

숫자가 가득하고 색색의 선이 그래프 위에서 춤을 추는 복잡한 화면이 이제는 익숙해진 동훈이었다.


동훈의 한탄과는 반대로 동훈의 잔고와 수익률은 파란색,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고 있었다. 동훈은 역시 거꾸로 가는 인버스에 또 탑승했기 때문이었다.


동훈이 새로 담은 곱버스는 연신 고공행진 중이었다. 당연히 그러했다. 통찰이 알려준 올라갈 수밖에 없는 종목을 골랐기 때문이었다. 신고가에 신고가를 경신하는 동훈의 효자 종목은 바로,


KOB 다우존스지수 인버스 2X


미국의 다우존스지수를 추종하는 이 ETF 인버스는 다우존스지수라는 미국의 산업 지수가 올라가면 가격이 내려가고, 지수가 내려가면 가격이 올라가는 물건이었다.

미국 금리가 어쩌고 하는 뉴스에 다우존스지수는 요동을 쳤고 그래프가 고꾸라지며 인버스의 가격은 튕겨 올라갔다.


물론 이런 상승의 이유를 동훈은 알 리 없었고.


미수금이 25퍼센트인 이 곱버스는 그저 동훈이 저번에 EBB 선물인버스를 청산한 후 새로이 구매한 것으로 상승 화살표가 3개라 홀린 듯이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는,


총매입 73,339,200원

총평가 95,341,000원

총손익 +22,001,800원

KOB 다우존스지수 인버스 2X : 매입가 73,339,200원/ 평가손익 +22,001,800원 / 수익률 +30%


안 되겠다. 오늘은 고기를 먹어야겠다. 그것도 소로.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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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검사 22.12.05 311 11 22쪽
61 옥탑 인간 22.12.03 324 10 20쪽
60 핏빛기사단 혈맹 22.11.29 331 7 22쪽
59 디렌의 탑 22.11.24 326 10 19쪽
58 정립 22.11.22 352 11 16쪽
57 첫 전설급 아이템 22.11.20 357 14 14쪽
56 다크엘프 비사(秘史) 22.11.18 337 10 18쪽
55 악령 22.11.15 346 13 13쪽
54 무너진 탑 22.11.13 357 11 13쪽
53 도발에는 도발로 22.11.12 356 12 13쪽
52 회장클럽 22.11.10 360 13 12쪽
51 얼음공주 22.11.09 348 8 19쪽
50 투자설명회(2) 22.11.07 355 12 14쪽
49 투자설명회 22.11.03 380 14 16쪽
48 저주와 10레벨 22.11.02 383 15 15쪽
47 영성 강림 22.11.01 372 13 17쪽
46 쌀과 정情 22.10.31 384 11 15쪽
45 건물주 22.10.30 393 11 14쪽
» 인버스 22.10.29 393 9 13쪽
43 폴트란으로 22.10.28 383 11 15쪽
42 독무대 22.10.27 382 12 15쪽
41 따이! 22.10.26 395 14 18쪽
40 훈련 22.10.26 404 12 14쪽
39 쟁에서 승리하는 법 22.10.25 421 9 20쪽
38 이벤트퀘스트, 가문의 비밀 22.10.24 419 12 15쪽
3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푸세요(2) 22.10.23 419 13 18쪽
36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푸세요 22.10.22 426 13 16쪽
35 폭력의 도시 22.10.21 468 12 18쪽
34 [zㅣ존영zㅐ] 22.10.20 491 11 21쪽
33 사기도박? 나도 할래 22.10.19 493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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