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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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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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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828
추천수 :
1,137
글자수 :
928,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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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0.31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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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5쪽

쌀과 정情

DUMMY

어머니는 설거지하시다 동훈의 물음에 뒤를 돌아 확인하셨다.


동훈의 손가락 끝에 있는, 거실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쌀 포대 덩어리.


쌀 포대 덩어리라고밖에 할 수 없으리라. 누가 포박 플레이라도 한 것처럼 쌀 포대 두 개가 단단한 끈으로 꽁꽁 묶여서 하나가 되어있었으니까.


쌀 포대를 확인한 어머니는 이제야 생각났다는 듯 말해주셨다.


“응? 뭐? 아, 그거. 누가 보냈더라. 상주? 상주 형님? 너 아는 사람 같던데. 그 사람이 보냈다고 하면 알 거라고 그러더라고. 상 당했던 사람이니?”


상주 형님이라면, 동훈이 혈맹에 들어 게임 할 적 같이 게임을 했던 간부 형님 아니던가.


[상주대농] lv.73


상을 당해서 상주가 아니라 상주에서 크게 농사짓는 형님이라 상주 형님이었다.


어머니는 설거지를 마저 하시며 당부하셨다.


“너 오면 옮겨야지, 옮겨야지 했는데 잘 됐다. 쌀 포대 두 개가 묶여있는데 끈이 끊어지지도 않고 옮길 수가 있어야지. 택배 아저씨도 낑낑대며 옮기시더라. 혜원이도 못 옮겼어. 네가 저 베란다 밖으로 가져다 놔라.”


그때 동생 혜원이 얄밉게 덧붙였다.


“엄마, 그거 오빠도 못 옮겨. 40키로짜리 두 개가 붙었는데 어떻게 옮겨. 보낸 사람은 우리 엿 먹으라고 끊어지지도 않는 노끈으로 묶어놨다니까? 손동훈, 너 어디서 원한 샀지? 저건 쌀이 아니라 돌이야. 돌을 집에 보내는 사람은 원한 있는 사람밖에 없지.”


그러고는 혀를 쏙 내밀고는 제 방으로 들어가 버리는 게 아닌가.


원한은, 저년이.


동훈은 당장 방으로 따라 들어가 오빠의 위엄을 세워야 할지 고민하다 둘 다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툭탁거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관뒀다.


‘쌀이나 옮겨야지.’


80키로에 달하는 쌀 포대는 운동하는 사람에게도 들기 쉽지 않은 물건이었다.

무게중심이 잘 잡혀있지 않은 데다 잡을 곳도 마땅치 않고 단단한 재질이 아니라 영 들기 불편한 물건이라 더욱 그랬다.


하지만 동훈이 힘을 주자 쉽게 들리는 쌀 포대.


잡을 곳이 마땅찮고, 무게중심이 안 잡혀있고 등등, 충분한 힘만 있다면 어려울 게 없는 문제였다.


쌀 포대를 들어 옮기며 동훈은 두 달 정도 전에 상주 형님과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친구놈하고 저는 자취하는데 나와서 사니까 쌀 비싼 걸 알겠다니까요? 정말 밥 해먹기 힘들더라고요.’


동훈이 그렇게 한탄하자 상주대농 형님이 딱 두 마디 하셨다.


‘주소 불러.’


그땐 형님이 왜 주소를 부르라는지 몰라 일단 어머니네 주소를 불렀었는데 이게 이렇게 됐네.


상주 형님은 언제나 꼼꼼한 성격이었다.

근데 그게 보통 꼼꼼한 성격이 아니라 병적일 정도로 꼼꼼하셔서 무슨 일을 하실 땐 하나부터 열까지 다 시시콜콜하게 준비하시는 피곤한 성격이었다.


이를테면 이런 거다.


혈맹 이름으로 혈비를 거둔다 치면 혈비를 얼마 거둘 것이며, 언제까지 거두는지만 결정하면 되는데 형님은 혈비를 누가 언제까지 그 돈을 보관하고 있을 것이며, 혈비를 연체하는 사람들은 하루가 지났을 땐 경고 메일을 보내고 경고 메일은 어떤 문구가 들어갈 것이며... 등등.


보통 사람들은 생각하지 않을 부분까지 과도하게 생각해 다른 사람들 노이로제 걸리게 하는 성격이 있었다.


그 성격은 바로 쌀 포대 두 개를 칭칭 묶은 노끈에서 드러났다.


혹여나 풀어질까 동여맨 노끈은 아주 형님 성격답게 빈틈없이 꽁꽁 싸맸다.


베란다 안쪽으로 들어와 쌀 포대를 놓은 동훈은 아주 꽁꽁 싸매어진 쌀 포대의 상태를 보고 감탄했다.


“예술이네, 예술이야.”


얼마나 꼼꼼하게 묶었는지 가위나 칼이 들어갈 구석도 보이지 않는, 쌀 포대 묶기의 달인이 묶은 듯한 기예였다.


게다가 안에 철심이 든 노끈은 확실히 일반적인 식칼이나 가위로 잘리지도 않았다.


옮기긴 옮겼는데 이제 이 노끈을 풀어내는 게 문제.


“그걸 써야 하나.”


솔직히 이건 소 잡는데 쓸 칼을 닭 잡는데 쓰는 거 같긴 한데.


동훈은 태블릿을 꺼내 모바일 더 벨룸에 접속했다.


집에서 동기화하려고 가져온 건 아닌데, 그냥 왔을 때 할 거 없으면 너튜브나 보려고 가져온 건데 이렇게 쓰네.


동훈은 모바일 더 벨룸에 접속하여 ‘손동훈’ 캐릭터를 클릭해 들어가 동기화 버튼을 눌렀다.


동기화.


마법소녀가 변신이라도 하듯 옅은 빛무리에 휩싸였던 동훈에게서 빛무리가 사라지자 동훈이 현실 서버의 더 벨룸에서 입었던 갑옷과 들었던 칼을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마치 증강현실처럼 눈앞에 떠오르는 게임 속 인터페이스.


동훈은 바로 목적했던 칼을 쌀 포대에 겨눴다.


바로 영웅 등급의 ‘지룡의 신블레이드’.


사람과 무기까지 통째로 썰어내는 무시무시한 무기가 현실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척 봐도 명품이라는 티를 내는 서슬 퍼런 칼날과 손잡이 장식, 칼 자체가 뿜어내는 웅장한 기세는 고작해야 쌀 포대를 묶은 노끈을 자르려고 꺼낸 칼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래, 좋은 칼 뒀다 뭐해. 이런 데다 쓰는 거지.”


동훈은 지룡의 신블레이드를 낑낑대며 노끈에 맞춰 조심스럽게 쿡 찔렀다.


동훈의 우월한 힘과 인간 이상의 힘 조절 능력은 정확하게 노끈에만 칼끝을 찔러넣는 신공을 보여줬다.


투두둑!


털썩!


노끈이 끊어지고 마침내 하나였던 두 개의 쌀 포대가 도로 두 개로 나뉘었다.


예리한 칼에 의해 끊어진 노끈은 그 단면마저 날카로웠다. 대충 쓰레기를 정리한 동훈은 태블릿 없이 동기화를 해제했다.


동기화 해제.


누가 볼새라 주변을 살핀 동훈은 얼른 동기화를 해제했다.


현실 세상에서는 동훈의 맨몸에서 나오는 힘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없었다. 장비에서 말미암은 강력한 스텟 펌핑은 현실 세상에서 도무지 쓸 일이 없는 것이다.

이 정도 스텟 펌핑으로 사람을 잘못 쳤다간 정말 뼈와 살이 분리될 테니까.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그러니 기껏 찾아낸 동기화 기능을 이런 데라도 쓸 수밖에.


잠시 쌀 포대를 내려다본 동훈은 주섬주섬 핸드폰을 꺼냈다.


“이럴 게 아니라 잘 받았다고 감사 인사라도 해야지.”


근데 나올 때 똥 뿌리고 나왔는데 형님이 화내시는 거 아니야?


자연히 더 벨룸으로 만난 사이라 기존에 있던 혈맹에는 여전히 형님이 계실 터였다.


따지고 보면 잘하고 있던 게임 파투내버리고 나간 건 동훈이었다. 그 기저에 깔린 사건들을 모르면 말이다.


그래도 그게 무서워서 감사 인사 안 드리는 건 마음에 걸려 안 할 수가 없었다. 형님이 자취하는 동생 밥이나 제대로 먹이려고 좋은 쌀을 두 포대나 보내신 걸 텐데.


동훈은 그래도 혈맹의 행동대장이었다고 혈원들의 연락처 같은 걸 모두 가지고 있었다. 혈맹의 살림꾼 역할도 도맡아 했으니 이 정도는 당연했다.


‘상주대농 형님.’


한참 망설인 동훈은 용기를 내 통화버튼을 눌렀다.


뚜르르르륵 띡


신호가 가자마자 전화 받는 소리가 나고 동굴 저음이라고 불릴 만큼 낮은 중년 남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깥이었는지 곁에는 은은한 트렉터 엔진 소리가 섞여 들렸다.


-‘누구세요.’


42세 상주 거주, 오만평 정도 땅에서 농사를 크게 짓는 김영술 형님.

햇볕에 그을린 구릿빛 피부가 인상적인 형님은 오프 때 말씀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옆에 앉은 사람 안주는 꼭 챙겨주는 정 많은 사람이었다.


혈 내에서 불리기로 ‘상주 형님’으로 통했다.


동훈은 곧장 제 소개를 먼저 했다.


“형님! 저 청풍명월 혈맹의 ‘디올 사고 싶다’입니다. 혈 행동대장이었던.”


청풍명월 혈맹. 그리운 이름이었다. 거지 같은 이름이기도 하고.


동훈이 조금만 소개해도 전화 너머의 형님은 곧장 알아들었다.


-‘어, 우리 디올이. 행동대장. 오랜만이야. 어쩐 일로 전화 준 거야?’


다행히도 자신이 손동훈임을 알았는데도 기분 나쁜 기색이 없어 보였다. 오히려 반가워하는 듯한 목소리.


그래도 그냥 사람이 좋아서 싫은 데 좋은 척할 수 있으니 동훈은 아직 조심스러웠다.


“다름이 아니라 형님이 보내주신 쌀은 잘 받았습니다.”


동훈의 감사 인사에 상주 형님은 아유, 하며 뭘 남사스럽게 구느냐는 듯 쌀이 잘 갔느냐고 물었다.


-‘어, 응, 그래. 쌀 두 포대 따른 데로 안 가고 둘이 같이 잘 갔지? 택배가 못 미더워서 꽁꽁 묶어 보냈는데도 불안하네. 요전에 쌀 포대 두 개를 보냈는데 하나는 잘 가고 하나는 어디로 사라진 거야. 그래서 이번엔 신경 좀 썼지.’


어휴, 저 걱정병. 농사는 어떻게 지으시나 몰라.


상주 형님은 논에 댈 물도 밀리그람 단위로 넣을 것 같은 사람이었다. 농사 지을 땐 그런 걸 다 억누르시니 잘 지으시는 거겠지.


“예, 형님. 쌀 두 포대 잘 왔더라고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응, 그래. 그거 내가 농사지은 거야. 햅쌀이라 맛있을 거야. 그래.’


동훈을 위해 쌀을 빼뒀을 형님을 생각하니 또 마음이 뭉클해졌다.


그래도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군주새끼에겐 안 미안하지만 같이 게임 하던 사람들에게까지 미안한 마음이 없진 않았다. 망설이던 동훈이 어렵게 입을 뗐다.


“감사합니다, 형님. 저, 제가 혈맹에 누 끼치고 간 건,”


형님은 마치 그 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동훈을 위로했다. 화를 낼 줄 알았던 동훈으로서는 깜짝 놀랄 반응이었다.


-‘에휴, 말도 마라. 디올이 네가 성내고 혈 나간 다음에 많이들 나갔어. 동맹 깨지고 그런 거뿐 아니라 고생한 네가 박대당하고 나갔다는 소식에 다들 실망해서 혈 나가고 접고 그랬다.’


내가 군주에게 박대당한 건 대체 어떻게 아시고?


“아, 박대당한 건 누가....”


상주 형님이 숨길 게 뭐 있냐는 듯 누가 그렇게 동훈의 사정을 퍼뜨려준 건지 말해줬다.


-‘멍군이가 너 장비 군주새끼가 복구 안 해줬다는 것도 다 말하고 그랬어. 그런 법이 어딨냐고, 너 억울해서 그렇게 하고 나간 거라고. 그런 억울한 일 있으면 우리 간부들한테 말하지 그랬어.’


멍군이 이 자식. 의리 넘치는 자식. 언제 한 번 불러서 밥이라도 사줘야겠다.


남에게 억울한 일이 벌어졌을 때 침묵하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걸 밝히겠다고 이러쿵저러쿵 발 벗고 뛰는 건 어려운 일이었고.


누군가를 위해 쉬운 일을 내버려 두고 어려운 일을 골라서 했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인연을 맺을 가치가 있는 일이었다.


멍군이랑 친하기는 했지만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기대도 못 했다.


멍군이에 대한 감사는 잠시 미뤄두고,


동훈은 마음 썼을 상주 형님에게도 미안한 마음을 표현했다.


“형님들께 죄송해서요. 제가 죽어서 장비 떨구고 그런 건데요.”


에잉, 하는 소리와 함께 형님은 동훈의 자책을 꾸짖었다.


-‘그게 너 잘못해서 그런 건가? 네가 혈맹을 위해서 열심히 노력했으니 그만큼 적들이 널 밉게 봐서 죽여 떨군 거 아니겠어? 그러니 쟁 중에 떨군 거지.’


상주 형님의 따뜻한 위로는 그간 동훈의 마음에 걸렸던 일 하나를 녹여내는 느낌이었다.


“말씀이라도 감사해요, 형님.”


상주 형님은 어딘지 시원섭섭한 목소리로 동훈이 나가고의 일을 설명해줬다.


-‘아무튼 그래서 동맹 깨지고 혈원들도 많이 탈퇴하고 그랬다. 나도 이참에 접었고. 사람들 좋아서 같이 게임하는 거 좋아서 게임했던 건데 이런 일 벌어지고 다들 접고 나가고 그러니 겜 할 맛이 나야지.’


사람 때문에 하는 게임.


게임은 단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재미, 남을 이기는 재미, 새로운 세상을 탐험하는 재미로만 하는 게 아니었다.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 또한 게임을 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 친구가 좋아서, 이 사람들이랑 같이 게임 하면 재밌어서 이 게임을 지속해 나가는 동기로 삼는 건 생각보다 흔할 정도였다.


동훈 역시 혈원들의 지지와 믿음으로 행동대장 역을 계속해오지 않았던가.


“어휴, 괜히 저 때문에.”


동훈의 자책 어린 말에 당치도 않은 말 말라는 듯 형님은 발끈하며 소리쳤다.


-‘디올아, 그런 소리 하지 말어. 접을 때 됐으니 접은 거니까는. 보내준 쌀로 밥 맛나게 해서 먹고. 쌀 떨어지면 이 번호로 연락해. 이 형이 쌀은 많어. 친구하고 노나먹으라고 두 포대 보낸 거니까 친구랑 노나서 먹고.’


동훈이 그때 자취한다고 말했던 친구는 동훈의 가장 친한 친구인 정태였다. 애초에 쌀 얘기가 정태와 자취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것이었으니.

형님이 나눠 먹으라시니 한 포대는 정태 보고 가져가라 해야 하나.


하여튼, 동훈은 감사한 마음을 담아 마지막으로 감사를 표했다.


“항상 감사합니다, 형님. 잘 지내시고, 종종 안부 드리겠습니다.”


허허 웃은 형님은 그러라며 기꺼워했다.


-‘그래, 언제 서울 가면 우리 혈 사람끼리 또 모여서 오프하자고. 이제 게임은 같이 안 해도 추억이 있잖아.’


상주 형님의 제안에 동훈은 고개를 끄덕이며 크게 웃었다.


“예, 형님. 형님들 시간 맞춰오시면 제가 자리 싹 봐두겠습니다. 들어가십쇼, 형님!”


전화가 끊어지고 동훈은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다.


게임 속에도 사람이 산다. 그게 동훈의 마음을 든든하게 했다.


***


동훈 일행이 펠리페 성을 떠나고 하루 뒤,


펠리페 성으로부터 북쪽에서부터 커다란 모래 먼지가 일었다. 관도를 따르지 않는 그들은 흙먼지를 박차며 거침없이 달려왔다. 그 방향은 펠리페 성이었다.


두두두두두!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붉은색의 휘장을 매단 일단의 인마 무리가 펠리페 성 근처에 당도했다.


완전무장한 인마가 다섯이나 위협적으로 달려오니 펠리페 성 경비는 잔뜩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평소라면 오는 사람 보내지 않고 가는 사람 막지 않는, 뇌물 받는 게 주업무였던 경비병이라지만 저렇게 공성 병기에 가까운 무장 기사가 오는 것에는 예민한 게 당연했다.


척 보기에도 두꺼운 판금 갑옷은 석양의 빛을 반사해 주홍빛으로 이지러졌다.

범상치 않은 광택이 흐르는 갑옷과 붉은색 술이 휘날리는 단단한 투구를 장착하고 명마의 혈통이 분명한 준마 위에서 도도하게 내려다보는 기사들.


성 위에서 경계를 서는 병사들은 분명 기사들보다 위에 있는데도 그들이 내려다보고 있다고 느끼는 건 단순히 기분 탓일까.


“멈추시오! 신분을 밝히시오!”


판금 갑옷에 마갑까지 갖춘 기병은 그 자체로 신분이며 지위였다. 경비병들은 차마 막말하지 못하고 공손하게 말을 높였다.


인마 중 가장 선두에 선 자, 기사단의 선봉장이 당당하게 앞서 나와 외쳤다.

갑옷 안에서 말하는데도 그에게는 기이한 울림이 있었고 성벽, 그러니까 목책에서 경계를 서는 경비병 모두는 그의 말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붉은 왕의 기사단, 붉은 기수다. 이곳의 주인에게 전하라. 왕의 전언이 당도했노라고.”


그의 말을 들은 경비병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벽에 붙은 비상종을 울리며 비상을 외쳐댔다. 경비병들의 비명과도 같은 경고가 석양이 지는 펠리페 성을 뒤흔들었다.


땡! 땡! 땡! 땡!


“반왕의 기사단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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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검사 22.12.05 311 11 22쪽
61 옥탑 인간 22.12.03 324 10 20쪽
60 핏빛기사단 혈맹 22.11.29 331 7 22쪽
59 디렌의 탑 22.11.24 326 10 19쪽
58 정립 22.11.22 352 11 16쪽
57 첫 전설급 아이템 22.11.20 357 14 14쪽
56 다크엘프 비사(秘史) 22.11.18 337 10 18쪽
55 악령 22.11.15 346 13 13쪽
54 무너진 탑 22.11.13 357 11 13쪽
53 도발에는 도발로 22.11.12 356 12 13쪽
52 회장클럽 22.11.10 360 13 12쪽
51 얼음공주 22.11.09 348 8 19쪽
50 투자설명회(2) 22.11.07 355 12 14쪽
49 투자설명회 22.11.03 380 14 16쪽
48 저주와 10레벨 22.11.02 383 15 15쪽
47 영성 강림 22.11.01 372 13 17쪽
» 쌀과 정情 22.10.31 384 11 15쪽
45 건물주 22.10.30 393 11 14쪽
44 인버스 22.10.29 392 9 13쪽
43 폴트란으로 22.10.28 383 11 15쪽
42 독무대 22.10.27 382 12 15쪽
41 따이! 22.10.26 395 14 18쪽
40 훈련 22.10.26 404 12 14쪽
39 쟁에서 승리하는 법 22.10.25 421 9 20쪽
38 이벤트퀘스트, 가문의 비밀 22.10.24 419 12 15쪽
37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푸세요(2) 22.10.23 419 13 18쪽
36 사랑하는 사람에게 베푸세요 22.10.22 426 13 16쪽
35 폭력의 도시 22.10.21 468 12 18쪽
34 [zㅣ존영zㅐ] 22.10.20 491 11 21쪽
33 사기도박? 나도 할래 22.10.19 493 10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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