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은 비가 내려 추웠고, 오후엔 비가 개어 후덥지근하다.
이 온도의 오르내림은 모두에게 힘들다.
잠을 꾸준히 못 자고 이리 저리 자리를 옮기는 길이.
그래도 홀로 움직일 수 있는 기력이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밥은 하루에 습식 사료 40g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정도로 먹는 길이.
정상 체중 고양이의 4분의 1도 안 되는 식이량.
그러나 그마저도 감사할 따름이다.
더위 탓에 복이도 놀이량이 줄고 잠이 늘었다.
털갈이로 하루에 두 주먹씩 털을 뽑아주고 있다.
거기에 시시때때로 도망을 쳐 틈으로 숨는다.
복이는 아직도 길이를 거부한다.
친해지길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너무 싫어하지만 않았으면 한다.
이렇게 생존에 성공하고 있는 두 고양이.
내일은 길이의 8번째 생일이다.
이때까지 버티는 게 기적이라 여겼는데 얼핏 보기엔 잘 지내고 있는 것만 같다.
며칠 전부터 샛노랗던 오줌이 정상적인 색을 띄기 시작했다.
이게 더 이상 포함시킬 암모니아가 없어서 그리 된 게 아니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래도 언제 밥을 먹을 지 몰라 땄다가 버리는 밥이 꽤 된다.
애가 타는 것을 줄여보려 마음을 열심히 다스리는 중.
길이 복이 뿐만 아니라 나도 생존하고 있다.
싸우고 도망가고 버티던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살지 못하게 되는 그 순간까지 그렇게 살아내고 있다.
복이가 방금 간식을 다 비웠다.
참 기쁘다.
길이는 먹을 기색이 없다.
괜찮다.
먹어주는 순간을 기대할 뿐이다.
그렇게 일희일비를 넘어 기쁘고 평안한 시간들을 보내려 애쓴다.
글을 써서 모아두려고 힘쓴다.
힘들어서 돌린 비정기는 글이 쌓이거나 큰 사건이 일어나야 바뀔 것 같다.
떠날 준비는 정말 마쳤는지 다시 살핀다.
존재의 부재를 헤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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