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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복이와 함께 한 일상] 럭키 투쟁기, 포춘 도망기 5일차.

럭키는 오늘도 죽음과 맞서 싸웠다. 5일 차를 맞이했고 여전히 승자다. 그의 인내는 숭고함이 있다. 아비는 그저 감사를 보낸다. 고통은 정도를 지나면 승화의 지점이 있다. 고체나 기체 따위의 전이가 아니다. 임계점을 넘어선 순간 어떤 신성이 깃든다. 보통의 상태는 넘어설 수 없는 한계. 넘어선 이들에 대한 찬양일지도.


포춘이는 오늘도 무언가를 피해 도망친다. 주변의 소음?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것을 피해 이리저리 숨는다. 어제는 럭키의 방어 굿 판이 집 안방에서 열리는 바람에 거기에 휘말려 넋을 좀 잃은 듯하다. 레이저 와 빛날이, 쥐돌이에 잠시 한 눈 판 20여 분간을 제외하면 계속 멍했고, 계속 피해 숨었으며, 또는 꿈속으로 피했다. 그 덕에 불안 탓인지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한다. 밥마저 피하는 것. 그의 입맛을 사로잡을 단 하나의 음식은 우유도 캔 사료도 건 사료도 바삭한 과자도 아닌 츄르였다. 근데 그마저도 반절밖에 소화하지 못한 아침. 저녁에는 정성을 더하여 두 개를 해치우셨다. 더 가능할지는 차마 묻지 못했는데, 가능 여부를 찾아보느라 때도 놓친 것. 찾아보니 원래 재료 자체의 염분 탓에 두 개 이상을 피하라고 되어 있는데 다른 곳에서 나트륨을 섭취할 일이 없던 포춘이에게는 두 개 반도 충분히 허용 범위 안이었을 것이다. 되려 영양 면에서 많이 부족한 식사였을 것이 분명해서 아비는 가슴이 쓰렸다.


럭키의 배고프다는 신호 혓바닥 날름날름. 어머니의 제보와 이번 반복된 관찰로 사실임이 판별 되었다. 


포춘이의 배고픔 신호는 아비를 향해 다가와 울음으로 요구하는 것인데, 최근에 그렇게 요구해서 준 적이 거의 없다. 그렇게 놀아준 적은 종종 있었던 것 같아도. 마른 사료를 자율 배식 형태로 두는 바람에 간식을 그럴 때 주었다.어찌 됐든 포춘이는 밥 달라는 신호를 주지 않은 지 나에게는 5일은 족히 넘었다. 그간 먹은 게 확인된 바로는 건식 사료 한 웅큼에 츄르 3개 반이나 될까? 다시 살펴보니 포춘이도 문제가 심각하군. 내일 반드시 병원에 데려가야 하리라. 굶주림으로 인한 질병은 더 이상 우리 집에 올 수 없지는 않지만 오면 안 된다!


럭키도 1일 이전에 아무 것도 먹지 않다가 1일부터 콧줄(비식도관)을 넣어 위에 직접 유동식과 물을 공급해주기 시작했었다. 첫 날의 사투 시작으로 아비도 소환되었고 함께 죽음에 싸우는 럭키와 기도 토템의 럭키 투쟁기가 쓰이기 시작했다. 다시 먹는 이야기로 돌아와서 급여량 늘리기에도 애를 먹던 와중, 밥 보다 생존에 대한 각 장부들과 고통에 대한 투쟁이 우선하게 되었고 비로소 오늘 투쟁의 근원이었던 밥 먹기에 대한 자율을 쟁취한 것이다. 강제 급여가 아닌 자율 급여의 시대를 엶으로써 투쟁은 새로운 시대를 열게 되었다. 이제 좀 더 긴 싸움을 위해 마음의 여유를 찾아야 한다. 초조함, 불안. 공포와 긴장으로 하루 순간을 지새우는 것을 그만두고서 나아간다. 희망의 장으로! 


“사랑해요! 럭키짱!”


포춘이의 밥으로부터의 도망. 과연 6일차에는 어떨 것인가.


럭키와 포춘이의 싸움과 도망은 좋은 결말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댓글 1

  • 001. Lv.72 럭키포춘

    22.06.05 20:05

    쓰라는 공모전 글은 안 쓰고 묘한 일기를 적기 시작했다. 럭키와 포춘이는 오늘도 고맙게 살아주었다. 못난 아비는 울다 웃었고, 안도하다 불안했으나 절망하다 희망으로 하루를 마무리 지었다. 내일의 일기가 나올지 모르겠다. 글이나 좀 써졌으면 좋겠다. 5일간 5시간이나 제대로 잤을까 싶은 이의 정신이 레드불의 잘못된 활용으로 인해 기이한 방전을 이루고 마구 지껄이다가 쓰게 된 일기니까. 그래도 럭키와 포춘이는 사랑이고 남겨져야 한다. 유전적으로는 거세 되었을 지라도 정신은 계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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