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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ii 님의 서재입니다.

리겔의 불꽃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eii
작품등록일 :
2015.03.16 21:19
최근연재일 :
2015.04.02 04:26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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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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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9
글자수 :
55,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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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3.23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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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제4화 추격자들(1)

DUMMY

이스턴스케일에서 온 사내는 크레이터월 성채를 빠져나와서 붉은 거리로 향했다. 성채와 가까운 붉은 거리의 동쪽은 최고급 사창가가 몰려있는 곳이었다. 종종 아름다운 미녀들이 창가에 앉아서 거리를 지나는 부유한 귀족청년들에게 미소를 건네기도 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아무도 이스턴스케일의 사내를 거들떠보지 않았다. 그가 스타폴왕국 국민들에서는 환영받지 않는 동방출신인 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그의 행색이 매우 남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내는 아랑곳하지 않고 거리 외곽에 있는 저급 사창가로 발길을 서둘렀다. 이곳에 이르자 분위기가 바뀌어 치근덕대는 늙은 포주들과 은퇴할 시기가 훨씬 지나버린 나이든 창녀들이 손을 잡아끄는 일들이 잦아졌다.

“동방 나으리, 잘 해드릴께요~”

“능숙한 여자들이 만족시켜드릴 겁니다. 원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해드려요~”

이스턴스케일의 사내가 멈춘 곳은 20대 후반의 미인이 손님을 끌어 모으는 유곽이었다. 변두리의 창녀 치고는 상당히 젊은 편이었다. 여자는 사내의 왼쪽 어께에 손을 얻으며 발끝을 살짝 지면에 걸치고 무릎을 올려 드러낸 다리로 사내의 길을 막았다. 이국적인 갈색 피부와 금발이 어우러져 정열적인 인상을 주었다.

“즐기시는 취향이 있으신가요?”

여자가 남자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글쎄, 보통은 상처를 입히는 것이 가장 즐겁지.”

남자의 우울하고 음산한 분위기에 비해 예상외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듯 여자는 게슴츠레하게 뜬 눈에서 눈썹을 살짝 올리며 가벼운 놀람을 표현했다.

“저를 상처 입히고 싶으시면 이쪽으로 오세요.”

여자가 남자의 손을 잡아끌었다.

“오늘은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보고 싶군.”

“그쪽 취향이시라면 벌써 준비된 아이가 있습니다만, 벌써 많이 굴려먹어서 좀... 손상되었군요.”

“가끔은 수고를 줄이는 것도 좋겠지.”

이야기를 나누며 여인은 유곽 내부 깊숙이 들어가 은밀히 감추어진 지하실로 남자를 안내했다. 여인이 먼저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을 지나 왼편으로 몸을 감췄고 남자가 뒤를 따랐다.

쉬익! 갑작스럽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날카로운 칼날이 남자의 목을 노리고 날아왔다. 남자가 몸을 살짝 뒤로 빼자 턱수염 몇 가닥이 떨어져 내렸다.

“샤리트!”

여자는 여전히 좀 전의 교태 넘치는 목소리로 남자를 불렀으나 단검을 잡은 자세는 상당히 탄력 있는 모습이었다.

“그냥 이름으로 부르지 에스테.”

“사르곤, 보고 싶었어.”

에스테는 웃으며 다시 단검을 다시 찔러 들어갔다. 사르곤이라 불리는 사내는 들어오는 에스테의 단검을 쥔 손목을 왼손으로 돌려막으면서 밀어내고 오른손으로 여인의 목을 잡으려했으나 여자는 몸을 낮추며 팔 밑으로 빠져나갔다. 좁은 복도였지만 공간을 정확히 계산한 기민한 움직임이었다.

서로를 쳐다보며 반 바퀴를 간격을 유지하고 돌자 여자 쪽이 계단을 뒤로하게 되었다. 사르곤은 난처하듯 어께를 들썩이다가 재빠르게 허리에 찬 단검을 빼내어 찔러 들어갔다. 에스테는 이 공격을 계단 위로 움직이면서 뒷걸음질해서 피했다. 움직이기 매우 불편한 지형이었지만 상당히 유연한 움직임이었다.

사르곤은 찔러 댄 단검을 횡으로 그으며 연이어진 동작으로 공격을 날렸으나 에스테는 이것을 자신의 단검으로 받아냈다. 사르곤의 단검은 자루 부근의 폭이 다소 넓고 가드가 없으며 상아색의 알 수 없는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마치 짐승의 뼈와 비슷해 보였으나 여인의 예리한 나이프와 부딪혀도 전혀 흠집이 나지 않았고 오히려 마찰로 인한 불꽃이 살짝 일어나기까지 했다.

에스테는 자신이 받아낸 단검을 사르곤이 휘두르는 힘을 이용해 밀어내고 팔을 둥글게 돌리며 자세를 바꿔 상대의 얼굴로 찔러 들어갔는데 이 과정에서 나이프를 손 안에서 빙그르 돌리며 세이버 그립(Saber Grip)에서 리버스 그립(Reverse Grip)으로 잡는 법을 바꾸었다. 에스테의 단검이 몸을 낮춰서 피하는 사르곤의 눈앞에 이르렀으나 챙! 하는 소리와 함께 막혔다. 사르곤의 단검 역시 공격이 가드를 당한 시점에서 재빠르게 수비로 전환해서 에스테의 칼날을 따라왔던 것이다. 동시에 다른 손으로 여자의 손목을 잡아 꺾을 듯 잡아채자 에스테는 채어진 방향으로 한 바퀴 돌면서 땅바닥을 굴러 거리를 벌리며 등 뒤를 빼앗긴 것을 상쇄하려 했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짧은 주문이 사르곤의 입에서 외워지는 것이 등 뒤에서 들렸고 ‘우웅’하는 소리와 함께 눈에 거의 보이지 않고 각도에 따라 푸르스름한 기운 살짝 비추이는 이상한 칼날이 에스테의 오른쪽 어께위에서 목을 겨누고 있었다. 사르곤의 향했던 최초의 일격에 답례라도 하듯 여인의 머리카락 몇 가닥이 바닥에 떨어지고 있었다.

“이게 보고 싶었던 거지, 에스테?”

“언젠간 이 칼날을 꺼냈을 때에도 이겨 보이겠어.”

에스테는 몸을 돌려 사르곤의 품에 파고들고 키스해왔다. 그리고 나직이 상대를 불렀다

“샤리트.”

이스턴스케일 사람들이 ‘바다의 용’이라는 뜻으로 부르는 ‘샤리트’라는 말에는 역사시대 이전부터 내려오는 예언이 있었다. 바다의 용으로 불리는 위대한 왕이 비바람을 일으키며 세상을 덮을 해일과 함께 동부의 왕국들을 이스턴스케일 아래로 통일시키리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현재에 이르러서는 서부 왕국과 이스턴스케일 사이의 ‘침묵의 바다’에서 활동하는 해적단의 두목을 지칭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았으며, 수많은 ‘자칭’ 샤리트들이 약탈을 생업으로 삼으며 바다를 누볐다. 이스턴스케일이라는 지명은 ‘바다의 용’의 비늘모양으로 늘어선 반도형태에 기인하여 서부왕국 사람들이 붙인 이름이었으며, 그 땅의 주민들은 자신들의 왕국을 바다용의 땅 ‘키샤리트’라고 불렀다.

“언제 봐도 신기한 칼이란 말이야.”

여인과의 키스를 잠시 음미한 사내가 답했다.

“유곽 생활은 할 만한지 모르겠군.”

“전에 안 해본 일도 아니고, 해적질보단 편한 것 같기도 해. 목이 날아갈 상황은 비교적 적으니까.”

“아까 이야기한 ‘준비된 건’ 어디 있나?”

“문 안에 있어. 많이 굴려먹었다고 했지? 뭐, 그래도 상처가 심하긴 하지만 죽을 정도는 아니야.”

사르곤은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문 안에는 의자 위에 한 사내가 묶여있었고, 눈이 가려진 채, 다리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었다. 사르곤은 사내 주위를 천천히 한 바퀴 돈 뒤 왼쪽 어께에 살짝 손을 올리며 물었다.

“이름이 뭔가?”

“글쎄, 댁들이 내 머리 치료를 부실하게 하니까 생각이 잘 나질 않자나. 이건 뭔가? 이스턴스케일식 미이라 만들기인가?”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것 같군.”

“이 도시에서 음흉하고 수상쩍은 잿빛 시체가 걸어 다니는 걸 본 적이 있는데, 누구였더라? 아, 당신이었군! 미이라 만들 붕대를 잃어버려서 찾으러 왔나? 당신 옷을 뺏어 입을 생각은 없었네만.”

사르곤은 쓴웃음을 지으며 상대의 어께를 두 손으로 잡고 말했다.

“정말 치료가 부실한 것 같아 미안하군. 어디 어께도 탈골된 것 같은데? 잠깐 손봐주지.”

사르곤은 사내의 어께를 잡고 힘을 주었다.

우드득!

“으악! 크헉... 빌어먹을!”

“오랜만에 해봤는데 생각보단 뼈가 잘 맞춰진 것 같군. 내가 치료해줬으니 이름 정도는 말해줘도 되지 않나? 치료비 치고는 싸게 먹히는 것 같은데 말이야. 아니면 도로 어께를 빼놔야겠네. 난 자선 사업은 싫어하거든.”

“젠장. 엿 같군. 내 이름은 에드다. 네놈도 잘난 이름 좀 가르쳐 주시지. 나중에 답례를 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 근위기사대의 에드경. 난 사르곤이네. 침묵의 바다에서 해적질을 하고 있지. 이 계통에서는 나름 명망이 있네만. 아무튼 자네의 답례는 기대하겠네.”

사르곤은 에드의 눈가리개를 벗기며 말했다. 횃불에 살짝 눈이 부셔 찡그렸다 다시 눈을 뜨자 사르곤의 창백한 얼굴이 보였다. 평범한 검은 색 옷차림에 허리에 단도를 차고 있었고 특이할 만 한 점은 사슬로 띠를 만든 책을 한 권 어께에 두르고 있다는 점이었다. 해적? 다소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몇 번은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군. 바다에서 오셨군그래. 물고기를 여기 산악지방까지 가져올 때는 보통 말리거나 훈제를 해서 오는데 그래서 당신 몰골이 그 모양이었군.”

“자, 에드경, 이런 상황에서 가질 수 있는 일반적인 궁금함이 있지 않겠나.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는데 말이야.”

“뭐가 궁금한가?”

“자네와 싸운 펠이라는 남자 친한 편이었나?”

“그 빌어먹을 자식이 보고 싶은가? 음침한 구석이 잘 어울릴 것 같군. 소개시켜줄 테니 둘이 오붓이 뜨끈한 밤을 보내보라고.”

“어디로 갔을 것 같나? 늪지는 아닐 테고.”

“몰라, 그딴 거. 예언이 필요했으면 나한테 묻지 말고 신전으로 가서 엎드렸어야지.”

사르곤은 가볍게 미소 지은 후 애드의 다리에 난 상처를 쥐었다.

“으아악!”

“난 인간이 아닌 존재에는 고개를 숙이지 않는다. 모르진 않을 텐데?”

꾸욱. 사르곤은 에드의 다리를 다시 지그시 누른 뒤 손을 떼었다.

“크윽!”

“물론 나를 모욕하려고 한 것이었으면 제대로 먹혔네. 이래 뵈도 비교적 난 모욕을 잘 참는 편이거든.”

“허억. 어련하시겠나.”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가지. 이렇게 계획된 탈출인데 펠이라는 친구가 정처 없이 떠돌고 있을 것 같나? 내 생각은 그렇지 않네만.”

“바트는 어떻게 되었나?”

“바트? 아. 죽은 친구 말이로군. 지금 즈음 누군가 시체를 발견하고 크레이터월로 옮겨졌겠지.”

에드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슬퍼 보이는군. 그러니 펠이라는 친구를 감쌀 필요는 없지 않겠나?”

“...모르겠군. 여행 중에 펠이 나한테 안부편지라도 보내줄 것 같나?”

“대단한 걸 묻는 게 아닐세. 사소한 이야기라도 좋으니 자세히 풀어보게나.”

“흥, 대공께서 당신이 나를 잡아둔 것을 아시면 어떨 거 같나?”

“어차피 대공은 이 정도 이유로 나를 어떻게 하지는 않을 걸세. 아직은 나를 필요로 하고 있으니. 의심이야 좀 사겠지만, 애초에 나를 믿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별 상관도 없는 일이지. 그래서 말이네,”

사르곤은 에드의 머리칼을 잡고 고개를 들어 올려 눈을 똑바로 노려보며 물었다.

“이제 슬슬 지루해지는군. 여기서 살아서 나가려면 이야기를 해 보게. 펠과 여자아이가 어디로 간 것 같나?”

함정이다. 에드는 위험하다는 느낌이 직감적으로 올라왔다.

“글쎄, 아까도 모르겠다고 하지 않았나. 하긴, 당신 기억력이 정말 나쁜 것 같군. 자기가 데리고 온 게 여자애인지 남자애인지도 기억 못하니 말이야.”

사르곤은 거세게 애드의 머리를 젖히며 단검을 뽑아 목에 들이댔다.

“자네, 그 아이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군. 오늘 자네를 처음 봤지만 참 영리해 보여. 입심도 좋고 말이네. 헌데, 거짓말도 그만큼 능숙했으면 좋았을 텐데. 난 말이야 직업적 특성상 누가 거짓말 하는 것은 정말 잘 알아보거든.”

“큭. 흥! 그보다 네가 거짓말에 능숙해서겠지.”

에드가 숨막히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사르곤은 웃음을 흘리며 에드를 놔 주면서 대답했다.

“아무렴 어떤가. 내 충고를 두 가지 하고 싶네만.”

“뭔가?”

“첫 번째는 그 아이에 대해 아는 것을 숨겨야 한다는 거지. 자네가 그 아이가 여자아이인 것을 알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대공은 자네를 죽일 걸세. 자세한 이유야 짐작도 안가겠지만 내말이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건 영리한 자네가 알아차렸을 것 같네만.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것은 오직 나 한 사람이지.”

“웃기는군. 내가 그 아이에 대해 뭘 알든 증명 가능한 이야기인가? 대공 앞에서 내 머릿속의 기억을 어떻게 꺼내 보일지 궁금하군!”

“실없는 소리는 그만 하지. 이 사안이 무엇인가 증명하는 것이 중요한 일은 아니지 않나. 행여 대공께서 사실 여부를 위한 재판이라도 열어 주실 것 같나? 고작 해야 링핑거 다리 밑에서 술에 절어 떨어진 자네 시체나 발견되겠지. 안 그런가?

“흥, 다음 충고는 뭔가?”

“일단 다음부터 거짓말을 할 때는 사실을 섞어서 이야기해보게. 약간의 자기기만이 이뤄지면 훨씬 자연스러운 거짓말이 나온다네.”

“참 실용적인 가르침이군!”

“자네가 일찍 죽으면 안 될 이유가 생겼거든. 나를 위해선 자네가 더욱 실용적이리라 기대하네만.”

‘젠장.’

에드는 일이 심하게 잘못되어 감을 느꼈다.

“물론 난 대공에게 자네에 대해 밀고 하진 않을 계획이네.”

“친절하시군. 자선사업을 싫어한다 했으니 공짜는 아닐 테고, 조건이 무엇인가? 펠에 대한 그 ‘세세한’이야기를 떠벌여 주는 것인가?”

“하하. 칼자루가 나한테 넘어온 것 같은데 그 정도에서 끝나리라 예상한 건 아니겠지. 해적이 값어치 있는 물건을 알아보고도 빈민촌 시장에다 팔아먹을 것 같나? 일단 그것을 들어보는 것을 포함해서 나를 위해 몇 가지 일을 해 주어야겠네.”

에드는 펠에 관하여 세세한 질문을 받았다. 생김새, 근무가 없을 때에는 무슨 일을 했는 지, 무예는 어느 정도인지, 여행이나 거주의 문제 등등. 이런 질문들에 답하며 에드는 펠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생각보다 별로 없었단 느낌이 들었다. 사르곤의 시답잖은 질문에 이것저것 답하고 있었지만 어차피 펠에 대해 의리를 지킬 필요는 없었다. 다만 자신을 감싸준 소녀의 일은 마음에 걸렸다. 질문은 한참이나 계속되었고, 에드는 지루함을 느껴서 건성으로 대답하기 시작했다.

“흐음. 늪지에서 자라고 가족이나 어렸을 때의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이스턴스케일에서 5년간 거주했었다고?”

“무슨 목적으로 있었는지는 듣지 못했어. 대충 여행이라고 둘러대는 것 같았지만. 무슨 여행을 한 나라에서 5년 씩이나! 하여간 지금 생각해보면 음흉한 새끼라니까.”

“그 밖의 다른 지방에 대한 이야기는 체스터랜드와의 전쟁에 참가했던 것과 남부에서 근무했던 것 정도이군. 잠깐. 아까 좋아하는 음식이 뭐라고 그랬지?”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지만, 그 뭐더라 내가 아까 말하지 않았나. 무슨 사과라고 그랬지? 아 크리소베릴 사과(Chrysoberyl apple). 아주 향기롭다고 하더군.”

“크리소베릴... 브라운워터에 가 본적이 있는 모양이군.”

“그런 이야긴 못 들었는데?”

“크리소베릴 사과에 대해 아나?”

“뭐 별로, 그냥 사과 주제에 엿 같은 가격이 붙은 거 정도는 아네만.”

“크리소베릴 사과는 브라운워터왕국에 인접한 페어리우드의 동부에서만 생산되는 갈색 사과야. 같은 색의 보석에서 이름을 따왔지. 다른 나라에서는 국왕들조차 일 년에 한두 번 진상 받는 게 고작인 정도야. 스타폴은 브라운워터와의 관계가 악화되어서 그마저도 수입되지 않은 지 칠팔년은 되었네. 대단한 작위라도 있지 않는 한 평기사정도가 살 수 있는 물건이 아니지. 펠이 그것의 맛을 안다는 것은 브라운워터에 가 본적이 있다는 거지. 원산지에서도 더럽게 비싸긴 하지만.”

“흐음. 그 개자식한테 종종 저녁을 사준 게 더 후회되는군. 그렇게 부자인 줄 알았으면 한 푼도 안냈을 텐데 말이야.”

“브라운워터에 가본 적은 있지만 그 곳에 대한 이야기를 흘린 적은 별로 없다는 거군... 펠의 도주로는 브라운워터 방면일 가능성이 높아. 따라잡으려면 서둘러야겠군.”

“만나게 되면 안부나 전해주게. 엉덩이에 칼을 꽂아줄 테니 잘 씻고 있으라고.”

“후후. 그러도록 하지. 그리고 내 첫 번째 부탁은 대공에게 브라운워터방면으로 펠이 도주했을 가능성을 이야기하지 말아달라는 것이네. 행여 거래를 깰 생각은 말게나. 크레이터월 내에서도 자네를 지켜보는 눈이 계속 있을 걸세. 다음에 부탁할 일은 전령을 보내도록 하지. 이제 그만 보내주려 하는데, 미안하지만 눈을 가려줘야겠네.”

사르곤은 눈가리개를 에드의 눈으로 가져갔다.

“맘 데로 하게나.”

“자네를 대공의 눈에 띄지 않게 풀어줘야 할 것 같은데... 어디 매수할 만한 사람이 없나? 입을 맞춰둬야 할 것이야.”

“... 서쪽 광장 구시가지에 데려다 주면 되.”

“사람 이름은 대지 않는 것이 현명하군. 약점을 잡히기 싫은 건가? 미행은 하지 않을 테니 걱정 말게.”

말을 마치자 검은 천이 에드의 눈을 질끈 감싸왔다.


사람을 시켜 에드를 보내고 사르곤은 여자를 불렀다.

“에스테!”

“무슨 일이야?”

“꼬마를 찾으러 사람을 좀 보내야겠어. 나사크는 어디에 있지?”

“도시 외곽에 있어.”

“난 다음 계획을 진행하기 위해 키샤리크로 돌아갈 거야. 나사크를 데리고 브라운워터방면으로 여자아이를 추적해 가도록 해. 아이를 데리고 계속 말을 몰긴 힘들 테니 적어도 페어리우드 근처에 이르기 전에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알겠어. 남자는 어떻게 하지?”

“상황을 봐서 행동해, 어려운 상대면 바로 죽이고...”

사르곤은 에스트의 이마에 키스를 하며 말을 계속 했다.

“사로잡을 수 있으면 심문 하고 죽여.”

에스테는 사르곤에게 눈웃음을 지은 후 유곽을 나서면서 나이프를 꺼냈다. 걸어 나가며 허벅지쯤에서 몸을 휘감듯 나이프를 돌리자 긴 치마의 단이 잘려나가며 아름다운 다리가 드러났다. 여인은 곧바로 말 위로 뛰어올라 어둠 속으로 말을 몰아 사라져갔다.


작가의말

직장인이고 세 아이의 아빠라 글 쓸 시간이 많이 부족하네요.

새벽에 일어나 두  시간  정도 쓰는 것으로 공모전 분량을 다 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제야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알게 된 것이, 

정말 꾸준하고 묵묵하게  좋은 글을 써 오고 계신 분들이 많다는 것이군요.

언젠간 부족함을 메워나가 전업작가가 되고 싶지만, 일단 성실히 쓰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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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5

  • 작성자
    Lv.15 김종성
    작성일
    15.04.07 15:13
    No. 1

    페리어우드 동부에서만 생산되는 갈색 사과!

    잘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Ceii
    작성일
    15.04.10 00:42
    No. 2

    인터넷이 참 편리하긴 한 것 같습니다. 오랜 선배님들은 종일 도서관에서 소설과 아무 관계없는 책들을 뒤적이셨을텐데요... 재미있게 본 '귀를 기울이면'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귀여운 중학생 여주인공이 첫 소설을 쓰기 위해 열심히 도서관을 돌아다닌 것이 생각나네요. 편리함을 넘어서는 그 무엇인가가 있겠지요. 저도 요즘에는 도서관이 정말 가고 싶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역전승
    작성일
    15.04.17 20:29
    No. 3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Ceii
    작성일
    15.04.17 20:44
    No. 4

    용기주셔서 감사합니다ㅠ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반자개
    작성일
    15.04.28 09:35
    No. 5

    세 아이의 아빠시면.... ㅎㄷㄷ....
    자판 건드릴 시간도 없으시겠사옵니다....
    존경합니다. 선배님....!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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