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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ii 님의 서재입니다.

리겔의 불꽃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Ceii
작품등록일 :
2015.03.16 21:19
최근연재일 :
2015.04.02 04:26
연재수 :
7 회
조회수 :
5,070
추천수 :
609
글자수 :
55,072

작성
15.03.16 21:36
조회
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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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글자
18쪽

제2화 링핑거(2)

DUMMY

같은 시간, 왕국의 제2도시, 미티어타워의 가장 안쪽에 위치한 성채 ‘크레이터월’의 집무실에는 세 명의 사내가 긴 침묵 가운데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이 성의 주인이며 스타폴 왕국여왕의 남편이자 미티어타워의 영주인 로드릭 레스터 대공이었고 다른 한명은 왕국 내무대신인 퀼 사드 후작이었다. 한 동안의 침묵은 계속 되었다. 때문에 성내에서 수색이 벌어지는 부산한 움직임의 소리가 아련히 들려왔다. 한참의 침묵을 깨고 가느다란 목소리로 후작은 입을 열었다.

“대공전하, 관문이 봉쇄되었다는 전서구가 올 시간이 조금 지난 것 같군요”

“그렇군. 전령이 당한 건가? 괜찮은 솜씨야. 내 부하 중에서 저런 실력자가 있었다니 놀랍군.”

30대 중반의 젊은 대공은 가벼운 목소리로 대답을 해왔다.

“난 인색하진 않은 사람인 것 같네만 말이야, 보통 내가 지불한 만큼 만족시켜주는 곳은 없었지. 사창가든 군대든 말이야. 그런데 지금은 돈이 아깝지 않을 만큼의 모습을 보여주는군. 내가 준 급여 이상의 값어치를 이런 식으로 보여주다니 우습군.”

“부하라니, 무슨 말씀이신지...?”

퀼 사드 후작은 동그랗고 깊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갸웃 했다. 곱슬머리에 통통하게 살이 오른 볼, 이국에서 온 유리알로 시력을 조정하는 얇은 구슬을 한쪽 눈에 낀 이 초로(初老)의 사내는 특이하게도 궁금함을 표현할 때 조류동물의 갸웃거림과 같은 인상의 태도를 보였다.

“난 자기 생각이 타당한지 검증하기 위해 질문하는 사람은 싫어한다네.”

“호오, 그러시군요. 대공께서는 저를 싫어하시는군요?”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을 되묻는 것도 별로 달갑진 않네만.”

“대공께서 귀찮은 일이나 격식을 싫어하시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저 또한 남에게 무엇인가 물어볼 때에는 원칙이 있습니다.”

“사실 난 귀찮은 일보다 지루한 일을 훨씬 더 싫어하지. 어디 말해보게. 자네가 원칙에 얽매이는 사람은 아니기에 많이 지루할 것 같진 않네만. 이 이야기를 들어 둬야 그 원칙인지 뭔지 하는 것으로 내 뒤통수를 치는 일을 알아볼 수 있지 않겠나?”

“과찬이십니다. 그저 의미 없이 호기심을 채우지는 않는 다는 것이지요. 여왕폐하께서 지난 1년간 대공을 그리 그리워하시는데, 제2도시에 떠도는 소문이 의미 없는 소문임을 확인하는 것이 무의미하겠습니까?”

“글쎄, 내 사생아에 대한 것이라면, 자네도 내 입장을 알지 않나. 그 아이는 벌서 3년 전에 죽었어.”

후작의 이야기를 듣고도 대공은 화를 내기는커녕 오히려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그저 말장난은 그만둬야겠군요. 전하, 저기 과묵한 친구가 비슷한 또래의 남자아이를 이스턴스케일로부터 데려왔다는 소문이 있습니다만. 그 아이, 만약 살아있다면 10세 정도 되었겠군요.”

후작은 이스턴스케일 출신의 사내 슬쩍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나 사내는 아무런 반응이 없이 두 사람을 무표정한 얼굴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었다. 이스턴스케일 사람들은 보통 특유의 옅은 갈색 피부가 부리부리한 눈과 어울려 생기 있어 보이기 마련이지만 이 사람은 오히려 그런 특징들이 다소 음산한 느낌을 주는 편이었다.

“하하. 그래서 지금 내 부하가 그 꼬마를 도피시키는게 아닌가? 내 치부를 가리기 위해서.”

사내에 대한 이야기가 화제에서 빠져나갔지만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농담이 지나치시군요. 이건 여왕폐하나 평의회의 견해와는 상관없습니다만, 저는 대공께서 그 아이를 빼돌리시진 않은 것으로 봅니다.”

“내 부하가 데려갔다니까.”

“네, 그건 맞을 겁니다. 링핑거 관문으로 전서구가 날지 않은 것을 보면 말이죠. 누가 전서구를 죽인 것 아닙니까? 게다가 죽은 호위기사 두 명중 한 명은 저항한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아마도 얼굴을 알고 있는 자에게 당한 것이겠죠. 일을 벌인 사람은 성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겠군요. 안타깝게도 그 불쌍한 비둘기들은 내일 아침 전하의 하인들 식탁 위에 오르겠군요. 그것은 그것대로 다행스러운 일이겠지요. 고달픈 하루 노동의 대가가 늘어나니까요.”

“아까도 말했지만 난 그다지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네만.”

“헌데, 그 아이를 데려간 사람을 알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겠군요.”

“맞네, 내 직속 근위기사대의 펠이라는 평기사였더군. 오늘 대체근무자였지. 원래 근무자에게 약을 쓴 거 같아. 늪지 출신의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친구였는데...”

“대공전하의 눈을 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젊은이로군요.”

“동시에 자네의 눈을 피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젊은이이지.”

“늪지가 제 영지인 것을 사죄드려야겠군요. 단속이 소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럴 것 없네. 나도 자네와 마찬가지로 자네가 그 아이를 빼돌렸다고 생각하진 않으니.”

“....”

퀼 사드 후작은 잠시 동그란 눈을 굴리더니 해맑게 웃으며 대답했다.

“대공전하와 저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하다니 기쁩니다.”

“그건 됐고, 자네는 펠에 대해서 무엇을 말해 줄 수 있나?”

“글쎄요. 저도 잘 모르는 친구로군요”

“정말인가? 재미있군. 자네를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자네가 모르는 사람은 없을 거 같네만.”

“쑥스럽군요. 전하, 저는 이 나라의 내무대신입니다만.”

“그럴 수도 있지 않나? 나라도 아버지가 공작이셨고 내가 일찍이 그 자리를 물려받지만 않았으면 당신이 내무대신이든 아니든 아무래도 상관없었을 거야.”

“그런 시기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전하께선 어떻게든 이 자리까지 올라오셨을 겁니다.”

“그러니까 말일세. 아버지가 없었으면 자네가 죽어 관에 들어갔을 때 즈음 이 자리에 올라왔겠지. 아무런 배경 없이 일신의 능력으로만 후작에 오른 자네만큼 나이 들어서 말일세. 어떤가, 세상은 능력 있는 자들에게도 불공평하지 않나?”

“신께서는 모두에게 공평한 햇빛을 내려주십니다만.”

대공은 잠시 후작의 눈을 들여다봤다. 속을 알 수 없는, 기묘한 생기가 도는 눈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후작은 여왕 앞에 몸을 숙일 때 이외에는 누구와 만나 어떤 대화를 해도 눈을 피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딱히 상대에게 두려움을 주거나 하지는 않는 편이었다. 대공은 그것이 더 위험스럽게 느껴졌다.

“하하. 한 해중 삼분의 일은 안개가 낀 늪지에서 살아온 현자가 공평한 햇빛을 이야기하다니 절로 숙연해지는군. 굳이 그런 걸 믿는 사람은 꽉 막힌 기사들 정도지.”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저 역시 그리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자네를 싫어하는 걸세. 꽉 막히지 않은 사람이 그런 걸 믿을 때 난 좀 불안해지거든.”

“오늘 과분한 칭찬을 여러 가지 듣는군요. 어찌 되었건 저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그 아이에 대한 대공의 입장은 잘 들었습니다. 링핑거는 지금 좀 번잡스러운 것 같아 미들핑거(The Middle Finger)의 공무용 관문을 사용하고 싶습니다만.”

“좋을 대로 하시게.”

퀼 사드 후작은 대공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몸을 돌렸다.

“헌데 자네.”

“네, 대공.”

후작은 천천히 몸을 돌리며 대공에게로 돌아섰다. 대공은 집무실 한편에서 아무런 말없이 의자에 앉아있던 동부 출신의 중년 사나이를 가리켰다.

“저 사람이 누구인지는 끝까지 물어보지 않는군.”

“대공께서도 아시다시피...”

후작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를 모르는 사람은 많아도 제가 모르는 사람은 적은 편이랍니다.”

시종일관 여유롭던 대공의 표정이 짧은 순간이지만 살짝 일그러졌다. 후작은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렇군. 아내에게 전하게. 올 해 안으로 수도로 돌아가겠다고.”

“폐하께서 기뻐하실 겁니다.”

“수도까지 편안한 여행되시게.”

“감사합니다, 대공.”

후작이 집무실을 나가자 이스턴스케일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여왕도 후작도 그 아이를 데려간 것은 아닙니다.”

“그렇겠지.”

잠시 뜸을 들이고 대공이 말을 이었다.

“후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없앨까요?”

“글쎄, 난 파악할 수 없는 상대를 죽이는 것은 달가워하지 않네. 파악이 안 되면 그자의 능력을 알지도, 혹은 내가 참고하거나 응용할 수도 없지 않나.”

“저도 제가 꿰뚫어볼 수 없는 상대를 죽이는 일은 싫어합니다만, 제 편이 아니면서 제 그릇에 넘치는 사람은 예외 없이 죽였습니다. 후작도 그런 사람으로 보이는군요.”

“자네 그런 줄은 알았지만 생각보다 훨씬 조심스럽군?”

“침묵의 바다에서는 모두가 혼자일 뿐입니다.”

“난 말이야, 이 일이 즐겁거든.”

“무슨 말씀이온지?”

“후작이든, 여왕이든, 혹은 자네든 간에 날 즐겁게 해준단 말이네. 우리들이 벌이는 체스가 비록 위험에 가득 차 있지만 즐겁지 않나? 난 상대가 의표를 찔러오는 것이 재미있어. 예상치 못한 일은 종종 낯선 즐거움을 주기 마련이지.”

“보통 많은 사람들은 낯선 상황이나 예상치 못한 일을 두려워합니다.”

“하하. 그렇겠지. 그래서 자네와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가? 경쟁자가 적을수록 살아남기는 쉬우니 말일세.”

“때때로 공께서 당황하는 모습이 보고 싶군요.”

“자네 생각보다는 자주 있는 일일세. 오늘만 해도 후작이 자네가 누구인지 알고 있는 것을 보고 사실 꽤 당황했는데 말일세.”

“이스턴스케일에 있는 후작의 첩자들을 캐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아보도록 하지. 하지만 일단 그 아이와 펠을 찾는 것이 급선무이겠군. 일이 계획대로만 진행되면 자네가 정당한 이름을 찾을 날이 머지않아 오게 될 거네.”

“감사합니다. 대공.”

“별말씀을 다 하시는군. 그럼 나도 아내를 만날 준비를 해야겠군.”

레스터대공은 탁자에서 포도주를 따라 들고 천천히 창가로 갔다. 대공이 링핑거 관문 쪽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스턴스케일의 사내는 말없이 의자에서 일어나 인사도 없이 방문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릴 뿐이었다.


타다다닥! 에드는 전력을 다해 펠을 향해 뛰었다. 평상 시 상당히 침착한 그였지만 검격이 닿을만한 거리에 다다르자 생경한 감정에 휩싸여 바로 칼을 휘둘렀다.

챙!

펠은 에드가 파고드는 것을 한걸음 뒤로 빠지며 받아냈다. 첫 합을 휘두른 순간 에드는 왼쪽 어깨에서 강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말에서 떨어지면서 받은 타격이 꽤 큰 부상으로 이어진 것 같았지만 침을 한 모금 삼키며 다음 수를 생각했다. 방패도 챙기지 못해 바스타드소드로는 거리상으로 많이 불리했지만 갑주를 입고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펠은 피투성이의 모습이었지만 그 피는 대부분 바트와 엉겼을 때 묻은 것이리라. 에드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다시 칼을 휘둘렀다.

에드는 상단을 노린 공격에서 칼을 거둬 다시 허리춤을 파고들었다. 상당히 빠른 공격이었지만 펠은 침착하게 자루 중단으로 이를 막으며 폴액스에 붙은 쐐기로 상대의 다리를 걸었다. 넘어지면 여지없이 폴액스에 달린 창끝이 갑옷을 뚫고 들어올 참이었다. 에드는 화들짝 놀라 다리를 들어서 피했으나 발목쯤에서 쐐기에 걸려 중심을 뒤쪽으로 잃어버렸다. 펠이 폴액스 자루를 돌리며 재차 가하는 공격을 가까스로 막은 뒤 뒤로 한참을 물러서야 했다.

‘제길.’

에드는 급속도로 흥분이 가라앉는 것을 느꼈다. 약간의 거리를 두고 칼을 겨누며 자세를 잡았다. 전부터 에드와 바트는 펠과 자주 대련을 한 편이었다. 바트는 워해머를, 에드는 바스타드소드를, 펠은 롱소드와 버클러를 주로 다뤘고 펠이 약간 실력이 나은 정도였지만 두 명 다 일방적으로 지는 일은 거의 없었다. 열 번을 싸우면 적어도 네 번 정도는 치명상을 입힐 자신이 있었다. 다만 펠은 상당히 여러 가지 종류의 무기에 익숙했고 대부분 주로 사용하는 무기만큼의 숙련도를 보여줬다. 그는 에드나 바트와 그리 많은 나이 차이는 아니었지만 5년 전에 벌어진 체스터랜드(Chesterland)와의 전쟁에 참전한 경험이 있었다.

두 사람이 대치하고 있을 때, 에드는 뒤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짐에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자기 편은 아니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나으리, 저희도 함께 공격할까요?” 떨리는 장년 남자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렸다.

다리 입구에서 보초를 서던 사람들은 가짜였다. 진짜 보초들의 시체는 까마득한 다리 밑에서 뒹굴고 있으리라. 그나마 펠이 매수한 사람들이 싸움을 할 줄 모르는 자들이어서 다행으로 생각되었다.

“끼어들지 마라. 나무꾼이 상대할만한 남자가 아니다. 죽거나 다치게 될거야.”

“하지만 나으리께서 당하시면 저희도 난처해집니다만... 히익! 아, 아닙니다.”

매수된 사내들은 펠이 말없이 쏘아보자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펠이 꼬마를 빼돌린 것은 겨우 사십분쯤 전의 일이었다. 그 짧은 시간동안 경비를 서던 기사 둘을 해치우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아이를 데리고 나와 링핑거 다리의 경비병을 모두 죽이고 전령을 잡기 위해 매복을 하고 있었다. 또한 무기도 상황에 맞추어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동안 알아보지 못한 펠의 실력, 그리고 그 이상으로 치밀한 계획을 세운 것이 느껴졌다. 게다가 링핑거 관문의 전령으로 자신들이 올 것도 펠은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리라 짐작이 들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에드, 방패도 없는데 바스타드소드를 한 손으로만 쓰다니 너답지 않군. 어께를 다친 거 아닌가?”

펠의 목소리는 평상시에 듣던 그대로였다. 그에게 농담을 던지던 기억이 올라오자 더러운 기분이 몰려왔다.

“바트를 저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이젠 내 걱정을 해주는 건가? 내가 그동안 오해를 했군. 너에게 사람을 웃기는 재주가 있는지 몰랐어.”

“그 바트 말이야, 지금 의사에게 데려가면 살 수 있을지도 모르지. 치명상은 아닌 거 같은데.”

에드는 펠 뒤쪽에 쓰러져 있는 바트를 건너다봤다. 몸을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벌써 피를 많이 흘린 상태였다. 조급한 마음이 올라왔다.

“흥, 거리를 벌리면 네 석궁이 예쁘게 내 엉덩이 사이에 박히겠지.”

에드의 말에 펠은 대답 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히얍!”

에드는 들어 올린 칼을 중단으로 찔러 들어갔다. 펠은 여전히 쓴웃음을 지으며 에드의 공격을 받았다. 갑옷을 입고 있는 만큼 약간의 공격은 무시하고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지만 펠 역시 경무장의 이점을 살려 좀처럼 거리를 주지 않았다. 게다가 낙마하며 투구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머리 쪽으로 들어오는 공격은 상당히 위험한 편이었다. 하지만 펠은 섣부른 공격은 하지 않고 매우 냉정히 싸움을 이끌어 나갔다. 에드가 접근하려 할 때마다 그는 자루 끝을 잡고 길게 휘두르며 견제를 했지만 허점이 나타날만한 큰 동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을 끌면 펠 역시 탈출이 점점 힘들어져. 하지만, 바트가... 시간이 없다!’

조급해져오는 마음을 억누르며 펠의 간격에 파고들기 위해 몇 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펠은 침착하게 막아냈다. 에드는 자세를 낮추고 칼을 아래로 겨누었다. 그리고 거의 칼 끝이 지면에 닿을 정도의 자세에서 하단을 공격해 들어갔다. 발목을 노린 첫 번째 참격을 펠이 폴액스의 도끼날로 막았고 에드는 몸을 돌리는 스텝을 밟으며 낮은 발차기를 날리는 동시에 폴액스 자루를 돌려 공격해오는 펠의 반격을 피했다. 위험을 감수한 큰 동작이었지만 공수를 함께 한 이 공격은 펠의 예상을 뛰어 넘었고 펠은 다리를 걸려 중심을 잃고 앞으로 넘어져갔다.

‘뒤를 잡았어, 이겼다!’

에드는 발차기로 인해 회전하는 몸에서 바로 자세를 잡고 칼을 펠의 드러난 등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무방비상태인 그의 등에 바스타드의 예리한 칼날이 박히려는 순간 에드는 옆구리에 묵직한 통증을 느끼며 칼을 헛질렀다. 시야가 보이지 않음에도 뒤로 찔러온 폴액스의 창날이 옆구리에 박힌 것이었다. 펠의 체중을 실은 완력이면 제대로 맞췄을 때 플레이트 메일도 뚫어내곤 했지만 지금은 자세가 무너져서인지 깊은 흠집만이 났을 뿐이었다. 그러나 육중한 무기의 충격은 에드의 방어를 무너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대로 다시 휘두른 폴액스의 자루는 에드의 머리를 강타했다. 근접한 거리에서 휘둘렀기에 창날 부분이 아닌 자루 부분으로 가격됐지만 에드는 그대로 땅바닥에 쓰러졌다.

펠이 마지막 일격을 넣으려 폴액스를 들어 올리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어떻게든 몸을 굴려 피하고 싶었다. 에드는 허리를 틀어보려 애썼지만 온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죽음이 확실히 느껴졌다. 주마등. 삶에 대한 기대를 버린 순간에 몇몇 사람들의 얼굴이 눈앞에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각각의 장면에 각각의 감정이 느껴지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러나 그 기억의 연속은 어느 한 장면에서 시간이 정지하듯 멈춰섰다.

그것은 바로 오늘 아침 바트를 만나러 온 지나의 피곤한 미소였다. 그 장면에서 추억이 멈춰진 게 어쩐지 다행스럽게 여겨지며 에드는 체념한 채 눈을 감았다.


작가의말

2화까지 올리고 연재일자에 맞춰서 진행합니다^^ 세이브가 적어서 호흡이 가파르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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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0

  • 작성자
    Lv.4 석공연합
    작성일
    15.04.02 05:39
    No. 1

    추천 꽝!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Ceii
    작성일
    15.04.04 05:24
    No. 2

    헉. 추천까지ㅠㅠ 부족한 글 읽어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15 김종성
    작성일
    15.04.05 21:58
    No. 3

    추천은 기본 매너지요. 같이 연재중인 동료 아닙니까.

    저도 추천 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Ceii
    작성일
    15.04.05 22:36
    No. 4

    교룡득수 읽고 많이 배워갑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길게 가는 사람 되어보도록 애쓰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역전승
    작성일
    15.04.08 23:15
    No. 5

    좋습니다. 건필!!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Ceii
    작성일
    15.04.10 00:37
    No. 6

    시원스러운 댓글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검고양이
    작성일
    15.04.10 10:08
    No. 7

    자료을 보니 무기와 방어구에서 양손 장검을 바스타스 소드라고 부르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옵니다. 한 손으로 잡고 쓰는 마상용 장검은 아밍 소드,
    마상이 아닌 보병들이 쓰는 양손 장검은 롱소드 라고 하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28 검고양이
    작성일
    15.04.10 10:10
    No. 8

    저는 두 가지을 쓰는 것이 귀찮아서 그냥 장검이라고 씁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7 Ceii
    작성일
    15.04.10 21:18
    No. 9

    와! 정말 그렇네요. 이제껏 당연한 상식이라고 생각한 일인데, 전혀 아니네요. 역시 끊임없이 돌아보는 자세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역시나 검고양이님! 해박하신 지식에 놀라네요^^ 저는 설정이나 고증은 일차적으로 재미를 위한 것으로 생각해서 어떨 때는 정말 열심히 찾아보기도 하고 어떨 때는 그냥 저냥 생각대로 넘어가기도 하는데, 이 부분은 차기작에서는 꼭 반영하고 싶네요. ㅠㅠ 슬프지만 일반적인 환타지의 오류로 만들어진 설정을 가지고 출발하게 되는군요! 그래도 알게 된 것은 무척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41 반자개
    작성일
    15.04.28 09:26
    No. 10

    정말 옛날의 귀족들... 그것도 고위 귀족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았을까요?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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