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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문 님의 서재입니다.

호우와 꽃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완결

최무운
작품등록일 :
2019.04.15 02:03
최근연재일 :
2019.07.01 06:05
연재수 :
77 회
조회수 :
88,909
추천수 :
1,324
글자수 :
540,088

작성
19.05.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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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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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글자
18쪽

도시를 얻다.(2)

DUMMY

39. 도시를 얻다.(2)




법천북왕 장양우는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초기에 법천교 교주인 호기현의 설법에 감화되어 법천교도가 되었다. 법천교도가 되고부터는 호기현을 위해 정말 무엇이든 했다. 게다가 법천교의 무공까지 배우게 되자 장양우는 물불을 가리지 않았다. 호기현에게 방해가 되는 인물들은 사정없이 제거했다. 그렇게 호기현에게 인정을 받아 결국 법천교의 사대법왕인 법천북왕까지 올랐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호기현이 그에게 작전을 직접 지시하며 승리할 것을 당부했다. 첫 번째 작전은 호기현의 작전대로 보기 좋게 성공했다. 두 번째 작전은 잔당들을 추격하여 섬멸하는 것이었다. 도망간 잔당들이 다른 부대에 합류하게 되면 곤란하다는 호기현 선사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추격 조를 편성하여 잔당들이 다른 부대로 가지 못하도록 추격하며 죽이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작전은 쉽지 않았다. 호기현이 말했던 것과 맞아 떨어지지 않았다. 장양우 자신이 추격했던 앞쪽은 그래도 제법 성과가 있었다. 도망가며 뒤쳐진 공동파 부하들을 제법 많이 처리했다. 하지만 결국 완벽하게 섬멸하지는 못했다. 그렇게 날이 어두워 졌고 장양우는 진을 치고는 뒤쪽으로 추격해 갔던 자신의 부장인 양강모의 승전을 기다렸다. 하지만 밤늦게까지 기다려도 양강모는 오지 않았다. 자정이 다 되어 추격해 갔던 부하들이 도착했지만 그들의 손에는 검도 없었고 행색도 엉망이었다.


“양강모 부장님이 저들의 대장에게 죽임을 당했습니다.”


게다가 부하는 더 충격적인 보고를 장양우에게 했다.


“뭐라고? 양강모 부장이 죽었어?”


장양우는 잘 못 들은 줄 알고 다시 물었다.


“저놈들의 대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도망 온 부하들의 보고는 모두 한결 같았기에 장양우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결국 도망가던 적을 추격했던 양강모 부장은 오히려 적의 대장에게 죽어 버렸다. 장양우의 입장에서는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선사인 호기현은 추격하면 쉽게 적들을 모두 죽일 수 있다고 했었다. 장양우는 자신이 호기현 선사의 명령을 어디서부터 잘 못 수행했는지 되돌아 봤다. 호기현 선가가 틀렸을 리는 없었다. 하늘의 명령을 받고 있는 호기현 선사의 말은 절대적이었다. 다시 되돌아 봤지만 장양우는 자신이 실수한 곳을 찾을 수 없었다. 시키는 대로 정확하게 했다. 그래도 자신이 뭔가 잘못한 부분이 있었기에 일이 이렇게 되었다고 계속 생각하며 오늘 이곳까지 왔었다.


“이놈! 결국 내 앞에 왔구나! 이것도 하늘의 뜻이다.”


장양우는 호우를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비록 어제의 작전은 약간 어긋났지만 결국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위해 있었던 것이라 여겼다. 호기현 선사의 말이 틀렸을 리가 없었다. 결국 놈들은 하늘의 뜻에 따라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다. 이제 이들을 모두 죽여 호기현 선사의 명령을 완수하기만 하면 된다. 그렇게 되면 과정이야 어떻게 되든 결과는 같은 것이 되는 것이다.


“그렇습니다. 하늘의 뜻이겠죠!”


호우도 미소 지으며 대꾸했다. 두 사람은 같은 말을 하고 있었지만 서로 의미는 완전히 달랐다.


“네 놈을 죽여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마쳐야 하겠다. 각오는 되어 있겠지?”


장양우가 소리쳤다.


“전투가 시작되었으니 승부는 반드시 내어야 할 것입니다. 내 검은 날카로우니 조심하시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호우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하게 대꾸했다.


“너의 검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나는 지금까지 오로지 단 한 사람에게만 패배했을 뿐이다. 너도 나의 상대가 될 수는 없다.”


장양우가 큰소리를 쳤다.


“후후! 그럼 이번에 당신을 이긴 사람이 두 사람으로 늘어나겠네요.”


호우도 밀리지 않았다.


“이런!”


“저런 건방진 말을!”


“죽으려면 무슨 말을 못해!”


그러자 법천교 진영에서 분노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헛소리 하지 마라! 네 놈들이 무슨 무적이냐?”


“네놈들의 목을 곧 접수하러 가겠다. 기다려라!”


이번에는 호우의 부하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법천교 무사들에게 크게 소리치며 맞받아쳤다.


“하하하! 좋다! 좋아! 어린 나이지만 배포가 정말 두둑하구나! 마치 나의 어린 시절을 보는 것 같다. 나도 네 놈 나이 때는 그렇게 자신만만했다. 하지만 그때 선사님을 만나 보기 좋게 패배하고 말았다. 네 놈도 곧 그렇게 될 것이다.”


장양우도 크게 웃으며 말했다.


“그때 당신의 무공은 형편없었던 모양이군요. 그렇게 간단하게 패배하다니 말입니다.”


호우가 말했다. 호우는 이미 결투가 벌어진 상황이라 물러설 수 없었다. 무조건 강하게 밀어 붙이고 봐야 했다.


“하하하! 무공이 약했어!”


“형편없었군!”


호우의 부하들도 웃으며 호우의 말에 힘을 실어 주었다.


“헛소리하지 마라! 대왕님은 무적이다.”


“곧 죽을 놈이 입만 살았구나!”


법천교에서도 당연히 물러서지 않았다.


“아아! 시끄럽다. 더 이상 헛소리는 하지 말고 승부를 내자!”


그러자 장양우는 손을 들어 올려 크게 휘젓고는 호우를 향해 소리쳤다. 그 모습만 봤을 때에는 정말 남자다웠다.


“좋습니다.”


호우도 찬성했다. 말로 싸워봤자 승부는 나지 않는다. 직접 검으로 승부를 내야 진짜 승부가 나는 법이었다.


-척척!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기세를 잡아나갔다.


-위~잉!


-휙휙휙!


그러자 두 사람 사이에는 내공으로 인해 작은 바람이 천천히 일기 시작했다.


“우웃!”


“뒤로!”


부하들도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다가 무언의 압박감을 느끼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휙!


“법천기공(法天氣功) 법천대통가지신검(法天大通加知神劍)!”


장양우가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양우는 여전히 자신감이 가득했다. 자신의 선사인 호기현이 자신을 이긴 바로 그 무공으로 호우를 상대했다. 장양우는 호기현이 자신을 이겼던 것처럼 자신도 호우를 이길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았다.


-휙!


“오채신공(五彩神功) 제 2식 청채복원(靑彩復元)!”


장양우가 움직이는 것과 동시에 호우도 움직였다. 호우는 오채신공 중 제 2식을 펼쳤다.


“하압!”


“이얍!”


-챙챙챙!


두 사람은 곧바로 가운데에서 만나 서로 어지럽게 검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뭐야!”


“뭐가 이렇게 빨라!”


호우의 부하들은 두 사람의 대결을 넋을 놓고 구경했다. 자신들의 무공은 구대문파의 무공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고 항상 큰 소리를 쳐왔다. 그러나 지금 두 사람의 숨 막히는 대결을 보고는 그 생각이 바뀌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지금까지 자신들이 볼 수 없었던 검의 궤적과 속력이었다.


“역시! 대왕이시다.”


“역시!”


반면 법천교에서는 당연하다는 반응이었다. 법천교 무사들은 장양우의 무공을 자주 봐 왔다. 그랬기에 이 정도는 그저 평범한 수준이었다.


-휙휙!


-척!


-척!


그렇게 부하들이 감탄하고 있는 사이 두 사람은 검을 교환한 후 다시 처음에 서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으음!”


호우는 묵직한 신음소리를 냈다.


“어!”


반면 장양우는 고개를 갸웃 거렸다.


“저 놈도 조금 하는데?”


“그래도 대왕님이 이길 거야!”


“그건 당연하지! 그래도 저 놈도 제법 버티는 것 같아!”


법천교 부하들은 두 사람이 다시 처음 자리에 돌아와 서로 노려보고 있자 한 마디씩 했다.


“오늘 어쩌면 대단한 구경을 할 수도 있겠어!”


“맞아! 이거 엄청난데!”


“우리 대장이 이겨야 할 텐데!”


호우의 부하들도 마음을 졸이며 두 사람의 대결을 구경하고 있었다. 첫 번째 대결은 모든 무림인들이 그러하듯 상대를 탐색하는 초식이었다. 장양우도 호우의 무공을 가늠해 보기 위해 적당한 수준의 무공을 펼쳤다. 하지만 호우는 달랐다. 호우는 구대문파의 제자가 아니었다. 강호의 관습과는 거리가 멀었다. 호우가 오채신공 제 2식 청채복원을 펼친 이유는 상대를 탐색하는 그런 상투적인 무공이 아니었다. 호우는 법천교 진영의 옆구리를 파고들며 법천교 무사들을 공격하느라 이미 상당한 내공을 소모했다. 이 상태로 아직 내공이 온전한 장양우를 상대한다면 곧바로 밀릴 수도 있었다. 그래서 호우는 오채신공 제 2식 청채복원이라는 무공을 먼저 펼쳤다. 청재복원은 오채신공의 다른 무공과는 다르게 상대를 공격하는 초식이 아니었다.


무림인들은 초식을 펼칠 때 내공을 소모한다. 검법을 펼치면 검만 상대를 향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내공의 힘으로 검강도 같이 발출되어 상대를 압박해 간다. 내공이 많은 사람은 더 강한 검강을 뿜어내어 상대를 압박한다. 고수들은 단 한 번의 초식 교환으로도 상대가 어느 정도의 무공과 내공을 가지고 있는지 쉽게 판단하는 근거가 바로 이것이다. 호우가 펼친 청채복원은 바로 상대의 이런 속성을 이용하여 상대의 내공을 나의 내공으로 빼앗아 오는 초식이다.


상대는 초식을 펼치며 내공을 소모하는 반면 청채복원 무공을 펼친 자신은 상대가 뿜어내는 내공을 나의 내공으로 흡수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상대는 내공을 소모하는 반면 자신은 무공을 펼치면서도 오히려 내공이 늘어나는 효과를 발휘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호우가 펼친 무공이 엄청날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단점도 있었다. 자신의 내공을 회복하는 무공이기 때문에 상대에게 타격을 줄 수가 없었다. 만약 상대가 이런 수법을 간파하고 강하게 밀어 붙이면 오히려 무공을 펼친 자신이 위험하게 된다.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 잠시 사용해야 효과를 발휘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이 청재복원이다. 똑같이 상승 무공을 펼쳤지만 한 사람은 내공을 소모하고 한 사람은 내공을 전혀 소모하고 있지 않다면 그 다음 상황이 어떻게 전개 되어 갈 것인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물며 오히려 대결하고 있는 상대의 내공을 빼앗아 와 나의 것으로 만든다면 승부 예측은 더더욱 쉬울 것이다.


“이상한데!”


장양우와 같은 고수가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장양우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호우가 검법을 펼치자 청색의 광채가 빛나며 자신의 내공이 빠르게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다른 강호의 무공들과 다르다는 것을 단번에 느낀 것이다.


“흠!”


반면 호우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내공이 처음 상태로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젠 해볼 만 했다. 오채신공의 다음 초식을 펼칠 정도로 내공은 충분히 회복 되었다. 호우는 숨을 크게 쉬며 다음 초식을 준비했다.


“무슨 술수를 부리는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그런 술수는 통하지 않는다.”


장양우는 다시 공격준비를 했다.


“술수인지 아닌지는 곧 알 수 있을 것이오! 이번에는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호우도 자세를 잡으려 말했다.


“좋다! 덤벼라!”


장양우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쳤다. 호우가 자신이 모르는 무공을 펼치고 있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만큼 장양우는 법천교의 무공에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아니 법천교의 무공이 아니라 호기현 선사가 가르쳐준 무공이라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다.


“좋소이다. 오채신공 제 3식 적채일검(赤彩一劍)!”


이번에는 붉은 빛이었다. 붉은 빛은 사람의 피를 상징한다. 제 3식 적채일검이 펼쳐지면 상대의 피를 볼 수밖에 없었다. 피를 보는 무공이라 이름까지도 적채일검인 것이다. 호우는 바로 그 무공을 펼치며 장양우를 압박해 갔다.


“흥! 소용없다. 대법천가지신검!”


장양우는 호우의 붉은 빛을 보면서도 콧방귀를 날리며 조금 전에 자신이 펼쳤던 무공보다 한 단계 위의 무공을 꺼내 들었다. 법천교 최상승 무공이 장양우의 손에서 펼쳐지고 있는 중이었다.


“오오!”


“엄청나다!”


“대단하다.”


지켜보던 부하들은 어느 진영이라고 할 것도 없이 모두 두 눈을 크게 뜨며 두 사람의 무공에 감탄했다. 특히 호우의 무공은 펼쳐질 때마다 광채까지 나타나는 특징을 보였다. 생전 처음 보는 무공이라 구경하던 모든 사람들이 저절로 감탄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호우의 무공은 위력도 엄청나 보였지만 광채까지 발산하자 볼거리도 되어 구경하던 사람들은 모두 눈을 호강하고 있었다.


“이얍!”


“얍!”


-휙휙!


-챙채채채채챙!


-휙휙휙!


“욱!”


-척!


-척!


두 사람은 이번에도 가운데에서 서로의 검을 격렬하지 부딪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검을 서로를 향해 휘둘렀다. 검이 공기를 가르며 지나가는 소리와 두 개의 검이 서로 부딪치는 소리로 주변의 공기는 날카롭게 진동했다.


“우웃!”


“어엇!”


구경하던 사람들 중 내공이 약한 사람들은 모두 귀를 막으며 괴로워했다. 내공이 강한 사람들도 속이 거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만큼 두 사람의 대결은 강한 내공의 부딪침이었다. 검끼리 부딪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고 있었지만 그 뒤에 숨어 있던 진짜는 바로 강한 내공 대결인 것이었다. 두 사람 모두 검강을 만들어 상대에게 맹렬히 쏟아 부었다. 고수의 대결에는 흔히 있는 장면이었다. 그렇게 격렬하게 검을 교환했던 두 사람은 다시 조금 전과 마찬가지로 처음에 있었던 자리로 되돌아왔다.


-척척척!


“우욱!”


“음!”


두 사람 모두 처음의 자리로 되돌아오자마자 곧바로 세 걸음을 뒤로 물러섰다. 둘 다 한 번에 정확하게 착지를 하지 못했다. 그만큼 두 사람은 격렬한 초식과 내공으로 대결하고 있었다. 그러나 세 걸음을 뒤로 물러선 두 사람의 그 다음 반응은 각자 조금 달랐다.


법천북왕 장양우는 법천교의 중요 직책을 맡고부터 선사인 호기현에게 법천교의 상승 무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 무공이 바로 지금 호우와 상대하면서 첫 번째와 두 번째 펼쳤던 무공이었다. 장양우는 선사인 호기현이 직접 가르쳐준 무공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장양우는 선사에게 배운 대로 호우와 검을 부딪치자마자 배운대로 먼저 손목을 꺾었다. 보통 그렇게 하면 상대가 약간의 힘으로 비틀어 버리면 자신의 검이 오히려 꺾여 버리기 때문에 금기시 하는 수법이었다. 그러나 장양우는 그런 것까지 이미 대비가 다 되어 있었다. 그 수법은 상대를 유인하기 위한 법천교만의 비장의 무기였던 것이었다. 장양우가 그렇게 하자 예상대로 호우의 검이 자신의 검을 눌러왔다. 장양우는 순간적으로 검에 힘을 빼며 그대로 몸을 이동시켜 호우가 휘두르는 검을 흘려보내려고 했다. 이것은 상대의 검을 유인하는 동작으로 그 다음 동작은 당연히 상대의 비어있는 상채를 향해 검을 찔러 넣는 것이었다.


-휙!


그런데 상황은 장양우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장양우가 검에 힘들 빼자 마치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호우의 검은 밑으로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앞으로 찔러왔다. 호우의 검은 위에서 아래로 내리치고 있는 중이었다. 때문에 장양우가 두 사람의 검이 서로 부딪치자마자 힘을 빼며 밑으로 내리면 호우의 검은 내리치는 힘에 의해 아래로 내려가야 하는 것이 당연한 순리였다. 그러나 호우의 검은 아래로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앞으로 쭉 뻗어왔다. 내리치다가 갑자기 힘이 작용하는 방향도 무시하고 앞으로 쭉 뻗어나간 것이었다.


-푹!


호우의 검은 그 짧은 순간에 장양우의 심장을 찌르고 다시 빠져나갔다. 결과적으로 보면 호우의 내리치는 검은 허초였고 장양우의 가슴 앞에서 찔러 들어오는 검이 진짜였다. 적채일검은 반드시 적의 피를 보는 검법이었기에 변화가 아주 많았다. 호우도 오채신공을 배울 때 가장 애를 먹었던 것이 바로 이 적채일검이었다.


“아차!”


-휙!


-챙!


장양우는 뭔가 잘 못되었다는 생각에 다시 검을 들어 올려 호우의 검을 막았다. 하지만 이미 호우의 검은 장양우의 심장을 찌르고 이젠 나가고 있는 중이었다. 장양우는 이미 목적을 달성하고 나가는 호우의 검을 쳐냈을 뿐이었다.


-휙휙!


-챙챙!


장양우는 심장이 화끈 거리는 것을 느끼며 호우를 향해 검을 의무적으로 휘둘렀다. 하지만 그런 검들은 호우의 검에 의해 모두 차단되었다.


-휙휙!


-척척!


그렇게 두 사람은 다시 떨어져 처음의 위치로 돌아갔다. 장양우는 호우의 적채일검에 정통으로 당하고 말았다. 호우의 적채일검은 단 하나의 초식으로 상대의 피를 부르는 무서운 수법이었다. 사실 하나의 초식이라고 했지만 두 가지의 수법이 이어져 있었다. 지금처럼 아래로 내리치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찔러 가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물론 다른 수법도 당연히 있었다. 상대는 내리치는 검을 막기 위해 검을 들어 올릴 것이다. 바로 그 순간 검을 탁 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쭉 뻗어 상대를 찌르는 것이다. 말이야 너무나 쉽지만 그것을 실제로 하려면 얼마나 많은 연습과 내공이 필요한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초식이었다. 호우가 조금 전에 제 2식 청채복원을 먼저 펼쳤던 이유가 바로 이 제 3식 적채일검을 펼치기 위함이었다.


장양우는 상대를 속이는 검법으로 호우를 제압하려고 했지만 바로 그 수법 때문에 오히려 호우가 더 편하게 적채일검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꼴이 되고 말았다.


-척척척!


두 사람 모두 처음의 자리에 다시 왔지만 격렬한 대결의 결과는 두 사람 모두에게 타격을 주었다. 강력한 내공 대결과 초식 대결로 두 사람 모두 중심을 제대로 잡지 못하고 뒤로 세 걸음씩이나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장양우도 비록 일격을 당했지만 이미 무공을 펼치고 있었기에 계속 자신의 무공을 펼치며 호우를 공격해 갔다. 만약 호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장양우의 후속 공격에 호우도 당할 수 있었다. 다르게 말하면 장양우가 호우의 적채일검에 이미 당했지만 너무나 순식간에 당한 것이라 그 타격이 곧바로 오지 않았다는 말과 같았다. 이미 심장이 뚫렸지만 장양우는 자신의 무공을 계속 펼칠 수 있었고 호우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면 같이 죽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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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부대를 이끌다.(2) 19.05.17 946 1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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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위험한 전투(3) 19.05.14 945 1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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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위험한 전투 19.05.11 994 15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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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원정대(3) 19.05.09 961 17 15쪽
23 원정대(2) 19.05.08 981 17 12쪽
22 원정대 19.05.07 1,102 16 16쪽
21 무림맹주(4) 19.05.06 1,065 18 14쪽
20 무림맹주(3) 19.05.05 1,099 17 14쪽
19 무림맹주(2) 19.05.04 1,102 19 16쪽
18 무림맹주. 19.05.03 1,143 19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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