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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 님의 서재입니다.

이산

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조휘
작품등록일 :
2014.03.19 15:11
최근연재일 :
2014.04.25 10:01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87,684
추천수 :
1,675
글자수 :
34,866

작성
14.03.27 16:03
조회
7,756
추천
164
글자
6쪽

이산 10

DUMMY

3장. 자객(刺客)


‘아, 이 사람이 백동수구나.’

호가 야뇌(野餒)인 백동수는 할아버지가 서얼인 관계로 그 역시 서얼의 신분이었다. 그는 훗날 정조의 지시에 따라 이덕무(李德懋), 박제가(朴齊家)와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의 편찬에 깊이 관여했을 만큼 무예가 뛰어나 가히 조선제일이라 칭할 만했다.

“너에게 상을 내릴 터이니 나를 따라오너라.”

“황공하옵니다.”

대답한 백동수가 이산을 따라가자 지켜보던 익위사 관원들의 눈에 질투의 빛이 역력했다. 익위사는 시강원과 더불어 동궁의 핵심에 해당했다. 동궁이 즉위해 임금의 자리에 올랐을 때 공부를 가르쳐준 시강원과 자신을 지켜준 익위사를 조정요직에 앉히는 경우가 많아 관료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가길 소망하는 자리였다.

그런 이유로 익위사는 고관대작과 세도가의 아들, 손자가 주를 이루었는데 신분이 미천하거니와 집안 역시 별 볼일 없는 백동수를 이산이 콕 집어 데려가자 그에게 질투의 눈빛을 보낸 것이다.

이산은 백동수를 개유와에 데려갔다. 동궁전이 아닌 개유와에 데려가는 거에 의문이 들 법도 했지만 백동수는 묵묵히 그를 따라왔다.

개유와에 도착한 이산은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는가?”

“개유와이옵니다.”

“개유와는 처음인가?”

“숙직을 선 경험은 있지만 들어와 보는 건 처음이옵니다.”

이산은 탁자 앞에 놓여있는 손님용 의자를 가리켰다.

“앉게.”

“소생은 서있는 게 편하옵니다.”

“자네를 쳐다보느라 내 목이 아플까봐 그러는 걸세.”

“그럼 앉겠사옵니다.”

백동수가 앉자 이산이 물었다.

“정식 관원이 아니라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

“맞사옵니다.”

“이유가 무엇인가?”

“무과에 합격했으나 자리가 없어 아직 관직을 받지 못했사옵니다.”

이산은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숙종시절부터 필요한 숫자보다 많은 사람을 뽑는 만과(萬科)가 자주 행해졌다고 하더니 백동수도 관직을 받지 못한 모양이구나.’

이산은 한숨을 쉬며 물었다.

“관직이 없는데 어떻게 익위사에 들어오게 된 건가?”

“소생의 누이가 이덕무(李德懋)에게 시집갔사온데 이덕무와 채제공대감이 아는 사이여서 소생을 천거해준 거라고 들었사옵니다.”

“으음, 그렇게 된 거였군.”

세손의 스승을 맡은 채제공은 그를 진정으로 호위해줄 수 있는 무사가 없음을 통탄한 나머지 눈여겨보던 백동수를 천거한 것이다.

이산은 벽에 걸려 있는 활을 꺼내 시위를 당겨보았다.

“내가 요새 팔을 다치는 바람에 활을 잡지 않아 궁술을 많이 까먹었네. 하여 궁술을 다시 배울 생각인데 자네가 가르쳐주겠는가?”

“광영이옵니다.”

백동수는 활을 넘겨받아 시위를 당기는 법, 화살을 먹이는 법 등 궁술의 기본자세를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백동수는 조선에 왜검(倭劍)을 처음 들여온 것으로 알려진 김체건(金體乾)의 아들 김광택(金光澤)에게 검술을 배워 창검(槍劍)에 관해서는 조선 제일의 실력자였다. 또, 마술(馬術)과 궁술마저 뛰어난 실력을 보유하여 난생처음 활을 잡아보는 이산에게 그는 아주 좋은 스승이었다.

이산은 배운 대로 자세를 잡아보며 물었다.

“궁술을 배울 때 가장 중요한 점이 무엇인가?”

“무엇보다 완력(腕力)이 중요하옵니다. 완력이 강할수록 시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여 과녁을 정확히 조준할 수 있사옵니다. 하니 소생의 짧은 생각으로는 먼저 완력을 기르는 게 좋을듯하옵니다.”

“완력이라…….”

백동수를 익위사에 돌려보낸 이산은 개유와 한편에 자리를 편 후 혼자 팔굽혀펴기를 연습했다. 처음에는 열 개가 고작이었다. 그러나 나중에는 한 번에 스무 개를 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천천히 늘려가자. 그리고 팔굽혀펴기보다는 턱걸이가 완력을 기르는데 더 좋을 거 같으니 철봉을 따로 만들어 설치해봐야겠구나.’

팔굽혀펴기를 마친 이산은 개유와 한편에 마련한 야전침대에 누웠다. 조선에 야전침대가 있을 리 만무해 이산은 솜씨 좋은 공인을 불러 간편하게 누워 잘 수 있는 침대를 개유와에 설치해두었다.

이산은 침대에 누워 개유와에 있는 책을 계속 읽었다.

꼬장꼬장한 사대부가 보았다면 예의에 어긋나는 짓이라 욕을 할지 모르지만 개유와는 온전히 그만의 공간이었다.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누구도 들어올 수 없어 집에서 책을 보듯 책을 읽었다.

채제공과 한 1년의 수업은 많은 지식을 얻게 해주었다. 처음에는 ‘검은 건 글씨요, 흰 건 종이요.’수준이었지만 글자를 깨우치자 그 앞에 새로운 세상이 펼쳐졌다. 이산은 아예 개유와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세손이 모은 서적을 읽는데 모든 시간을 할애했다.

자정이 넘은 시각, 졸음이 쏟아진 이산은 잘 생각으로 등잔에 손을 뻗었다. 그런데 문이 열렸는지 찬바람이 먼저 등잔불을 꺼트렸다.

‘누가 들어왔나?’

이산은 일어나서 문으로 걸어갔다.

“거기 누구 있느냐?”

소리쳐 불러보았지만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이상하군. 내관과 궁녀도 없다는 말인가?’

동궁전에 출입하는 모든 내관과 궁녀의 임무는 동궁전을 지키는 게 아니라, 세손을 보필하는 거였다. 그래서 이산이 동궁에 머무를 때는 동궁에 숙직했으며 개유와에 있을 때는 개유와에 대기했다. 그런데 불러도 대답하는 내관이 없으니 이상한 일이었다.

‘설마?’

의혹을 느낀 이산은 급히 주위를 보았다. 마침 저녁에 연습하던 활이 눈에 들어왔다. 활을 손에 쥔 이산은 문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문은 다시 닫혔는지 찬바람이 종적을 감췄다.

심호흡을 한 이산은 마른 입술에 침을 바르며 활로 문을 살짝 밀었다. 찬바람이 다시 들어오며 계단과 이어진 난간이 먼저 보였다.

위이잉!

초승달이 구름에 가려 스산한 날씨였다.

“게 아무도 없느냐…….”

이산이 다시 한 번 궁인을 부르는 순간.

휙!

등 뒤에서 날카로운 파공음이 살벌하게 울려왔다.

본능적으로 앞으로 구른 이산은 수중의 활을 뒤로 휘둘렀다.

부웅!

활이 빗나갔는지 걸리는 게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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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이산 9 +7 14.03.26 6,736 160 10쪽
8 이산 8 +3 14.03.25 6,427 148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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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이산 6 +6 14.03.21 8,246 156 8쪽
5 이산 5 +2 14.03.21 7,843 151 8쪽
4 이산 4 +4 14.03.20 8,724 157 9쪽
3 이산 3 +4 14.03.20 10,178 172 10쪽
2 이산 2 +3 14.03.19 10,356 189 9쪽
1 이산 1 +6 14.03.19 11,094 164 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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