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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라구.B.P 님의 서재입니다.

경제왕 연산군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공모전참가작

라구.B.P
작품등록일 :
2024.05.08 21:07
최근연재일 :
2024.06.28 21:0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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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0,6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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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461,568

작성
24.05.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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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용산 락 페스티벌

DUMMY

왕에게 처맞기 전까진 약방제조였던 윤은로.


이젠 그냥 백수다.


물론 이 나라 양반들, 아니 이 시대 전 세계 귀족들이 다 그렇듯 관직이 없다고 정말 백수는 아니다.


토지를 보유하여 농장을 경영하건, 고리대로 상인들에게 장리를 놓아 돈줄이 있던, 이미 경제적 기반은 갖춘게 귀족이다.

(그래서 이 시대엔 전세계적으로 귀족을 기반으로 한 관료제는 '노블리스 오블리제' 비슷한 논리로 귀족들을 무료로 징발하듯 사용한다.)


파평 윤씨 집안은 건국 무렵부터 공신으로서 번성하여 한양에 기반을 둔 집안. 그들의 기반은 후자에 가까웠다. 그래서 방납도 한 거고.


그래서 지금 윤은로의 할 일은, 자기들이 뒷배를 봐주고 있는 사주인들과 관련된 경영 행위다.


"네 말대로 라면, 이제 곧 지폐를 다시 팔기 시작하겠구나."


"예, 형님. 특히 이번에는 지난 번보다 특별히 많이 지폐가 풀릴 것입니다. 제가 주상께서 만드신 인쇄기를 보았는데, 그 묘리가 지극하여 세상의 어떤 책이건 하루 아침에 수천, 수백 권을 만들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윤은로는 짤렸지만, 동생인 윤탕로는 아직 조정에 빌붙어 있다. 윤탕로는 조정에서 주워들은 지폐 정책에 관련된 정보를 형에게 알렸다.


"믿기지 않는구나. 아무리 주자로 인쇄해도 그게 가하단 말이냐?"


"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니까요, 형님."


"뭐, 그건 그렇다치고 네 말대로라면 지폐의 값이 곧 헐해지겠구나."


"그렇습니다. 내은동이에게 쌀을 모아두라고 말했습니다마는, 앞으로는 지폐 값을 비싸게 해서 물건을 사 모으기 어려울거 같습니다."


"아니지, 네가 아직도 장리 놓는 법을 모르는구나."


"형님께서는 무슨 묘책이 있으십니까?"


"이번에 지폐를 다시 나라에서 팔기 시작하면 우리가 그간 모은 쌀로 지폐를 최대한 사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경기, 황해, 충청도는 나라에서 백성들에게 지폐를 빌려준 상태지.


그들이 내년에 나라 빚을 갚아야 할 때 쯤에는 그들은 지폐가 급히 필요할 것이다.


그때 우리가 나서서 장리를 놓고 지폐를 백성들에게 빌려주는 것이지."


윤탕로는 형의 묘책에 무릎을 쳤다. 역시 형님은 공부머리랑 조정에서 일머리는 없지만 해처먹는 머리는 탁월하다.


그리고 윤씨 형제는 지금 이 대화가 새어나가기 전에 의금부에서 잡으러 온 것을 차라리 감사히 여겨야 한다.


왕이 지금 이 대화를 들었으면 앞뒤 안 가리고 윤씨 형제를, 비유가 아니라 문자 그대로 찢어죽이려고 했을테니까.


---


왕이 돌아올 때 조정은 그야말로 뒤집혔다.


미복잠행이랍시고 나갈 때부터 다들 불안했는데, 갑자기 겸사복이 궁으로 되돌아와서는 '왕께서 대역무도한 죄인들을 잡으셨으니 금군과 의금부를 보내주십시오.' 라고 하지 않는가?


대체 무슨 소린가 놀라서 딱히 불리지 않은 관헌들도 우르르 가보니 과연 왕이 용산 포구에서 왠 놈들을 때려잡아 놓고 있었다.

왕이 편곤을 빙빙 돌리고 있어서 순간 직접 패서 잡은 줄 착각도 했다.


그렇게 신료들을 뒤집어지게 놀라게 해놓고서는 던지는 말이,


"대역무도한 죄인들이니 의금부는 국문하여라."


였다.


그리고 명대로 국문해보니 확실히 죄인이 맞기는 했다. 성종조 내내 스캔들이 되었고 얼마 전에도 언급된 윤은로의 방납 사건의 앞잡이들이었다.


게다가 겸사복과 내금위 관헌들의 증언에서도 놀라운 이야기가 나왔다.


이놈들이 '왕도 왕대비 앞에서 꼼짝 못하기 때문에 감히 윤은로를 건드릴 수 없다' 고 했다는 것이다.


왕이 맘만 먹는다면 왕대비에게도 불꽃이 튈 수 있고 윤은로에게는 언제든지 죄를 물을 수 있는 상황. 조정에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제 공은 왕의 손에 들어갔다.




경식은 딱히 정치적 사건으로 일을 키워서 숙청할 생각은 없었다. 시장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큰 범죄를 저질렀으니 그에 맞게 처벌하고 싶을 뿐.


그런데 알고보니 조선에는 매점매석을 처벌하는 법이 따로 없는 것이었다. 방구석 실학자가 쓴 소설 <허생전>에서 허생이 관아로 잡혀가는 엔딩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물론 하려면야 새 법을 만들어서 매점매석하는 놈들 조지자고 할 수 도 있긴 하다. 법률 불소급 원칙은 아직 미래의 것이다.

애초에 그건 새 법 만들어서 맘에 안 드는 놈을 맘대로 처벌해대던 왕 견제하려고 만든 원칙이다.


하지만 조선은 사실 법보다는 혈연과 계급이 중요한 전근대 사회.


왕이 진심으로 사회정의 구현을 하고 싶어서 무슨무슨 법을 만들어서 처벌한다고 해도 결국 누구 친인척이다 하는 사항이나 왕에게 '기분상해죄' 를 끼쳤느냐가 더 큰 이슈가 된다.


무슨 이유로 그들을 처벌하건 조선인들은 '왕이 외척들을 조진다' 라는 관점에서 보게 되리라.


이 정치적 부담을 직접 지기에는 좀 부담스럽다.


'정치적 부담을 분산시키고, 정책적으로 고칠건 고칠 수 있도록 하려면...'


경식은 조용히 생각을 하나하나 정리해갔다. 왕의 버릇을 아는 신료들이 봤다면 떨었을 일이다.




과연 신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주상께서 외척을 내치신다!'


'...무슨 자신감으로?'


'뭐긴, 지금 시행하고 있는 지폐의 법 때문 아니겠는가!'


조선의 정치 구도에서 외척은 활용하기에 따라 국왕의 친위세력이 되기도 하고, 총알받기가 되기도 하고, 반대로 권력을 장악하는 세도가가 되기도 한다.


때문에 보통은 대신들이 견제해야 할 세력이다.


물론 태종 같이 '나라는 나 같이 유능한 왕이 혼자 다 해 처먹어야하는게 맞음' 이라고 생각하는 왕이라면 외척도 쥐 잡듯이 때려잡았으나, 세조 대에는 파평 윤씨 등의 외척 가문이 부쩍 성장해 척신 정치가 이뤄졌다.


그리고 왕은 일찍이 즉위한지 두어달만에 대관들을 죄다 쫓아낸 인물이요, 신묘한 지폐의 법으로 벌써 국고를 채우는 유능함을 보이고, 화폐의 법을 말할 때 태종을 자주 인용하기도 했다.


신료들이 상감의 성정을 살피고 생각한건데, 자칫하면 폭군이 될 자질이 있으나(딱히 물리적으로 얻어터져서 내린 평은 아니다), 적어도 백성을 생각하는 마음은 진심인 재목이었다.


지금 주상은 제 2의 태종이 되고 싶은게 분명하다! ...가 신료들의 판단이었다.


사실 박경식이 했던 일들을 보면 이걸 오해라고 말하는게 되려 뻔뻔한 일이 될 것이다.




편전에 신료들을 모으니, 다들 입을 모아 "윤은로, 윤탕로를 크게 벌하소서!" 라고 입을 모아 상언했다.


심지어 성종 시대에 윤 씨 형제들이 저질렀지만 성종의 두둔으로 어영부영 넘어간 죄들도 주르륵 고발되기 시작했다.


남의 첩을 뺏어서 간음했네, 이전에도 노비들이 의정부 관헌들에게 방자하게 대했네, 양민의 집을 뺏기 위해 수작했네, 국상 중에 기생집에 드나들었네 등등.


사실 지금 내은동이 실토한 것이나 왕을 시위하던 병사들의 증언이 윤은로를 무슨 대역죄로 확정 지을 수 있을만한 소리는 아니다.


물론 노비가 한 짓은 곧 주인의 책임이 되는게 조선의 관념이나, 꼬리 자르기도 하려면 할 수 있다. 왕이 두둔하려고 하면 무지한 백성이 망언을 한 것이다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왕이 대역죄 타령하면서 손수 노비들을 잡아왔다. 여기서 이미 각이 날카롭다. 증인도 있고, 자백도 있다.


심지어 왕이 직접 귀로 들은 증언까지 있으며, 상놈들이 왕을 겁박하기까지 했다. 죄가 윤은로로 안 올라가면 그게 더 이상하다.


여기서 줄 잘 못 서면 죽는다. 윤 씨 형제를 구해주기엔 자기들 목숨이 아까웠다.


애초에 저 새끼들은 딱히 잘하는 것도 없는데 범죄만 산더미처럼 저지른 버러지 같은 놈들이라 맨날 논란을 달고 살았다.


아니, 외척이랍시고 세도 부리는 것부터 잘못된거였다.


아니아니, 사실 이제 생각해보니 다들 처음부터 윤가 놈들이 싫었던 거 같다.


윤 씨 형제 덕에 낙하산으로 앉은 인사들에 대해서도 온갖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 하는 상소가 올라왔다.


조정 분위기가 그쯤 되니 경식도 계본을 보며 '...이 새끼들 왜 여태껏 살아 있던거지?' 하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다.


방납을 해처먹고 있던 시점에서 이미 용서할 생각은 없었지만, 지금 쏟아지는 윤은로 대탄핵쇼 중 특히 신경을 긁는 것은 윤은로의 NTR 행각이었다.


NTR 이나 해대는 양아치들은 죽어 마땅하다. 그것은 이 나라 태조의 고조부 목조 이안사의 삶(*1)으로도 정당화 된다.


일부 눈치 없게 소신발언을 하는 놈들 빼곤 공론이 모여 윤 씨 형제에 대한 처벌은 사사(賜死)로 윤곽이 잡혔다.


죄목은 신하들이 꼬지른 죄를 전부 더한 것에, 안했다고 우기면서 방납을 계속하고 있었으니 기군망상죄요, 법에는 없던 매점매석의 죄를 또 추가한 것이었다.


그리고 왕이 NTR충을 싫어한다는, 신료들은 알 수 없는 이유도 숨겨져 있었다.


집에 가만히 있던 파평부원군 윤필상도 짤렸다. 사실 자기도 찔리는게 있어서 아프다면서 집에 가만히 있던 거다.


같은 파평 윤씨에 윤은로 형제랑 6촌이기도 하고, 윤탕로도 쌀 매집하고 지폐로 바꿔 이득을 챙긴 정황이 발견(*2)되었기 때문이다.


파평 윤씨 가문은 조정에서 그대로 쓸려나갔다.




윤은로의 비호를 받고 사주인 노릇하던 놈들이 용산에 지은 집과 모아놨던 재산도 전부 몰수 되었다.


집은 그대로 뜯어서 이후 필요한 건설 자재로 쓰게 되었다.


이 일은 굶주리던 경기 백성들을 임시로 군대로 배속시켜서 아무 일을 시키던 것을 그대로 동원해서 시행했다.


박경식도 처음에는 군대를 무슨 일 시키는데 쓰냐 했는데, 이제보니 보병은 다들 무기도 갑옷도 없어서 그냥 노역하는데에 쓰고 있지 않은가.(*3)


군제 개혁은 미뤄두고, 백성 먹여 살려야하니 기존 방식을 따랐다.


지폐법이 쌀 하나는 꽤 잘 모아낸 상태라 밥 값 걱정은 없었다.


또 윤은로 네 창고를 여니 쌀이 막 나왔으니 앞으로도 한창을 쌀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조선군들은 탐관오리의 배를 가르면 뭔가 막 나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배를 갈라도 황금알이 나오지 않는 황금알을 낳는 오리보다 좋았다.


이것이 진정한 낙수 효과였다.




병사들 말고도 얻어먹은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의, 조형, 이자견 등이 윤은로, 윤탕로의 죄를 고발한 공로가 크다. 관직을 가자하라."


신료들은 상을 받은 이들이 죄다 대간 출신임을 눈치챘다.


사실 왕이 대간 전격 해체를 시전하기 전에 대간들이 쫑알거리던 주제 중 하나가 윤은로랑 윤탕로가 쓰레기니까 내치라는 것이었다.


그때는 죽어도 안 듣던 왕이 이제와서 윤 씨 형제들을 때려잡고 이제와서 (전직)대간들에게 잘 했다고 하는 이유를 신료들은 알아서 가늠해야했다.


'외척들을 내친 책임을 대간들에게 돌리려 하시는가!'


대쪽 같던 대간들 중에 눈치를 그나마 챙긴 놈들만 살아남아서 조정에 남아 있는 것이다.

전직 대간들은 신하로서 해야할 충언을 한 것 뿐이라고 말하며 빠지려고 했다.


물론 먹히지 않았다. 왕은 이것저것 선물(윤가네 창고에서 나온 것)을 추가해서 전직 대간들에게 내렸다.


윤씨 형제네 관련 건들은 바로 자기네들이 고발한게 맞다보니 더 빠질 수도 없었다.

전직 대간들은 상을 받고도 엄청나게 찜찜했다.




한편 용산 포구의 마을이 개박살나자 호조는 당황했다.


지금 시점의 조선은 '아직은' 사주인 세력이 세공물의 유통을 전부 장악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


그렇다고 법전에 쓰인대로 지방에서 세공물을 가져와 중앙에 납부하는 FM 대로 공납이 돌아간 적은 조선 개국 이래로 단 한번도 없다. 아니, 조선 개국 이전에 고려 말 때에도 안 굴러갔다.


사주인은 나름대로 조선 세납 과정에 필수적인 존재인데, 왕이 직접 나서서 그들을 개박살 내버린 것이다.


즉위 이래로 재정 문제에 대해서 그렇게 신경 쓰던 왕이 왜 이런 짓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다른 신료들이 '모리배 장사치들이 해처먹으면 때려잡아야지~' 하고 넘어가고 있을 때 호조만 고통을 받았다.


아니, 생각해보니 이번 왕이 되고서부터 호조는 매일 고통이었던거 같다.


호조참의 이극규가 아룄다. 참판 홍귀달은 과로에 시달리다가 튀어서 참의가 대신하고 있다.


"윤은로, 윤탕로 형제의 죄가 중하나, 용산의 가호(家戶)를 빼앗는 것은 백성들이 소란할까 우려됩니다."


"용산의 가호? 아아, '그것'들 말인가?"


사주인들 두둔하는냐고 왕이 대놓고 눈치를 주지만 이극규는 쫄지 않았다.

원역사에서 폐비 윤씨 추존 문제 때에도, 무오사화 때에도 나름대로 소신발언을 하던 깡은 여기서도 발휘되었다.


"비록 사주인들이 모리배라고는 하나, 강상(江商)들이 그들에 의지하여 잡물을 팔고 시전은 강상에 의지하여 외방의 잡물을 구합니다.


사주인을 혁파한들 경주인들이 그 이익을 챙겨 공납의 폐해는 줄지 않습니다.


작년 흉년이 들어 공물을 감하였는데, 용산의 강상들이 흩어지면 각사가 필요한 잡물을 구하지 못할 것이니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흠? 현실 감각 좀 있는데?'


이극규가 도성 민심을 걱정한 이유는 분명 있다.


뭐가 어쨌건 왕이 때려잡은 사주인들의 기반은 다 한양 도성이다.


강에서 활동하는 상인들은 사주인들에게 물건을 팔고, 도성의 소매상들이나 행상이 용산 등 포구로 가서 사주인들에게 소매품을 사고, 그걸 한양의 소비자들에게 다시 판다.


그게 한양 도성에 소비 물자가 공급되는 기본 구조였다.(*4)


왕이 물리적으로 사주인들을 때려잡는 바람에 그 공급망이 개박살나고 말았다. 한양 시전 민심은 지금 장난이 아니다.


왕이야 '오호라? 너희 따위가 감히 내게 '권세'를 논해? 권세란,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이다.' 라면서 때려잡으면 그만이지만 뒷정리는 다 신료들 일이다.


"호참, 내가 경기 백성을 구제하고 재정을 풍족캐 하는 것에 골몰하고 있다는 것을 아실 것이오."


그건 귀에 박히게 들어서 알고 있다. 그리고 초기에 말도 안되는 목표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벌써부터 어느 정도 효험이 보이고 있는듯 했다.


그래서 혹시 명군인가 기대도 했는데, 이렇게 말아먹어버리니 더욱 당황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내 이번 사주인들과 방납에 대해서도 혁파하고 재정을 풍족캐 하려는 비책을 좀 생각한 바가 있소. 들어보시오..."


이극규는 왕에 대한 기대감만큼 집중해서 들었다.




신하들 착각과 다르게 정치적 옥사가 아닌지라 직접 죽는 사람의 수는 적었다.


윤 씨 형제 외에, 직접 왕에게 현피를 시도했던 내은동 및 사주인과 노비들 정도. 경식은 내은동에게 증언 잘하면 살려줄 수 있다고 했지만 역시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윤 패밀리 중 특히 노비들은 목에 죄목을 건 패를 걸고 서울은 물론이고 한강 포구의 마을들에서 조리돌림 당하고 참수됐다.


사실 왕이 직접 털었던 용산포구 말고도 사주인들은 서강이나 마포 등에도 있다.


하지만 이극규가 걱정한대로 그들을 다 때려잡았다간 서울이 터진다. 저들이 잡혀간 후 추가로 관헌들이 포구들을 단속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사주인 계층은 이 상황이 뭘 뜻하는지 필사적으로 해석해야했다.


그들의 '조선에서 상놈으로 살아남기' 레벨이 말똥이와 내은동의 수준을 넘어 새로운 경지에 도달하여 새로운 스킬이 개방되었다.

'정책 결정하는 높으신 분의 의중 듣지도 보지도 않고 알아서 읽기' 였다.


사주인 노릇하던 이들을 조리돌림하고 공개처형 하는걸 보아 백성들을 안심시키려는건 아닌거 같다. 하지만 사주인들을 철저히 단속하려는 것도 아니다.


해석 결과는, 한마디로 '알아서 기면 너희는 넘어가 주겠다' 였다.


포구에 살던 백성들이 죄인들에게 돌을 던지고 욕을 했다. 자기들은 저 '죄인'들이랑 다르니까.

저 모리배 사주인들이 매점매석하던 것에 피해를 본 선량한 백성들이지, 절대 저들의 단골 고객이 아니다.


죄수들이 정당한 법에 의한 처벌로 참수 되기도 전에 돌에 맞아 죽을뻔한 용산 락 페스티벌은 윤은로 이하 모리배들이 참수되며 성황리에 끝났다.


락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백성들은 충실하게 일상으로 돌아갔다.


포구와 서울 각사를 드나들며 사주인과 각사이노 투잡을 뛰던 이들은 다들 본직인 각사이노 노릇에 충실하게 임했다.


포구에서 사주인과 함께 해먹던 상인들은 외방 공리들에게 '그 물건 우리에게 파쇼' 하고 영업을 다니지 않았다.


진 별감은 난생 처음 공납하러 와서 각사 이노들이 쓸데없는 점퇴를 하지 않고 FM대로 세공물을 수납해주는 걸 봤다.


포구의 상인들에게, 과로에 절진 티가 팍팍 나서 무슨 걸어다니는 시체 같은 상태인 관원들이 와서 누구와 함께 장사 일을 하느냐, 이 가게를 관리하는 대표가 누구냐, 가게 밑천의 주인은 누구냐 같은걸 캐묻고 다니는 것에도 잘 협조했다.


윤 패밀리가 죽으니 나라의 기강이 잡히는 것이 이와 같았다.


---


<이하 미주>


*1 : 조선의 태조 이성계의 고조부 이안사는 전주에서 살았는데, 그 지역의 관기를 좋아하였는데 고을의 별감이 그 관기를 취해서 별감과 싸움이 났다고 합니다. 그걸 계기로 이안사가 동북쪽의 함경도로 도망쳐 그 후손들이 거기서 세력을 키워 군벌로 성장하고, 고손자 이성계 대에는 고려에서 제일 유력한 군벌로 성장하여 조선을 건국한 것이지요. 안타깝게도 이안사는 NTR 을 해대는 양아치 별감을 쳐 죽이지 못했습니다만 그 고손자가 양아치 별감의 나라를 망하게 했으니 복수에 성공한게 아닐까요?


*2 : 4화 <대간이 대듦>에서 대간들이 윤필상은 곡식을 쌓아둬서 이득을 챙기고 있다는 고발을 한 적이 있습니다. 해당 고발은 조선왕조실록 연산군일기 1년 기사에서 따온 것으로 고증입니다. 원래 역사에서 윤필상은 갑자사화에 연루되어 죽으나, 본작에서는 도성의 물가 안정에 눈이 돌아간 주인공에게 딱 걸려서 불명예스럽게 쫓겨나게 되었습니다.


*3 : 3화 <사고방식 자체가 다릅니다>에서 군인들이 노역부화 된 상황에 박경식이 놀라는 장면이 있지만, 이런 추세는 본작의 시대보다 훨씬 앞서 성종 4년에 이미 "보병은 다들 토목공사에 동원되어 도성을 지키는 자는 하나도 없다. 이름만 보병이고 실상은 역졸에 불과하다"고 상소가 올라올 정도로 심각하게 병역이 노역화 되어 있었습니다. 성종 24년 기사는 "보병은 무기를 지니지 않으니 군사를 셀 때 제외한다" 고 할 정도였죠. 성종 22년 2만 대군을 동원하고서 겨우 여진족 9명을 벤 대실패는 이런 조선군의 질적 하락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본작에서는 박경식도 문제 의식은 가지고 있으나 아직 너무 바쁜 상황이군요.


*4 : 이러한 사주인의 포구 상업 지배 양태는 조선 후기에는 더욱 발전하여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도고, 객주, 여각 등의 전문화 된 상인으로 발전합니다. 11화 <용팔이 1>에서도 미주로 사주인들이 대동법의 공인으로 발전했음을 설명했지요. 조선 전기의 사주인들은 여러 모로 조선 후기 상인들의 공통 조상이라고 할만합니다. 본문에서 '아직은 사주인들이 모든 세공물의 유통을 장악하고 있는 수준은 아니다'고 했는데, 11화 미주에서 설명했듯 16세기 말이면 사주인들이 거의 모든 세공물의 유통을 장악하기 때문입니다. 본작에서는 사주인을 혁파하고 정부가 포구 상업을 제도권에 포함시켜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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