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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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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6.24 12:47
최근연재일 :
2024.07.02 18: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287
추천수 :
376
글자수 :
51,388

작성
24.06.30 19:10
조회
446
추천
36
글자
10쪽

이 정도 일 거라곤 생각 못했지? 2

DUMMY

* * *


서준은 관리실에서 CCTV를 확인하고 있었다.

박혜화의 사망추정 시각은 04시 20분.


딸깍. 딸깍.


서준은 03시부터 영상을 빠르게 재생시켰다.


“박혜화 씨가 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하셨죠?”


경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한 달 쯤 됐을 거예요. 아이고···, 젊은 아가씨가 참 안 됐어요.”


딸깍. 딸깍.


새벽 시간에 아파트에서 나오는 사람들과, 나가는 사람들은 적었다.

서준은 그들에 대해서 경비원에게 물었는데, 여기서 오랫동안 근무한 경비원은 그들이 누군지 말해주었다.

일일이 조사하지 않아도 신분을 확보한 셈이었다.


서준의 머리가 계산기처럼 돌아가기 시작하자, 경비원이 말해 주었던 그들은 용의선상에서 제외됐다.


박혜화는 이사 온지 별로 되지 않았고, 밤에 일하고 낮엔 잠을 잔다.

아파트의 주민들과 친하지 않을뿐더러, 그런 사람들에게 새벽에 문을 함부로 열어진 주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딸깍.


04시 01분.


헬멧을 쓴 한 남성이. 박혜화가 사는 동으로 들어가는 것이 포착됐다.

오른손엔 배달 음식을 든 채였다.

서준은 그 남성을 재차 확인하려는 듯 CCTV 영상을 되감았다가, 재생했다가를 반복했다.


무광의 검은색 헬멧에, 쥐색 츄리닝.

키를 가늠해 보자면 약 175cm.

새벽시간에 주민들에겐 문을 열어주지 않았어도, 배달원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직접 받거나, 문 앞에 놓아도 문은 반드시 열어야 한다.


서준은 CCTV 영상을 빠르게 돌렸다.

그렇게 배달원이 다시 빠져나오는 그때, 화면을 정지시켰다.


04시 22분.


배달원은 박혜화가 사는 동에서 약 21분을 체류했다.

계단을 오르는데 약 3분을 소요하고, 다시 내려가는데 3분이라 가정하면.

16분의 알리바이가 증발한 셈이었다.

그리고 16분은, 항거 불능한 사람을 살해하는데 충분한 시간.

사람을 질식 시키는데 10초에서 20초 정도면 충분하다.

범행을 체계적으로 준비했다면 가능하고도 남을 시간.


서준은 목이 뻐근해지는지 목을 좌로 꺾었다.

헬멧 남에게 고정된 시선은 발톱이 되어, 영상을 마구 긁어대는 것 같았다.


서준의 범상치 않은 분위기에 경비원이 입을 열었다.


“이 사람이 혹시···?”


영상의 남성을 핸드폰 카메라로 담은 서준이 표정을 풀며 말했다.


“참고인일 뿐입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밖으로 나온 서준은, 아파트에서 가까운 거리의 차칸 치킨과 대왕 족발을 검색했다.

두 가게는 마주보며 위치해 있었고, 거리는 약 2Km.


때마침 손님을 내리는 택시 한 대가 보였다.

서준은 택시를 잡아 타, 그곳으로 향했다.


* * *


대왕 족발 가게에 도착한 서준은 유리창 너머 안을 들여다봤다.

문이 잠기고 불이 꺼져 있는 것을 보니, 사장이 출근을 하지 않은 것 같았다.

서준은 통 유리창의 적힌 전화번호를 확인하며 전화를 걸었다.


-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몇 번을 해봐도 상대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서준은 몸을 돌려 걷기 시작했다.

50미터 거리에 위치한 차칸 치킨 가게로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이 팀장님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네 전화 받았습니다. 팀장님.”

- 어디니?


서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변비가 좀 있어서···, 죄송합니다. 금방 가겠습니다.”

- 하이고···, 내가 그 고통 잘 알아서 뭐라 못하겠네. 파이팅하고 와. 너무 힘주지 말고.

“네.”


서준이 통화를 마쳤을 땐, 차칸 치킨 집 앞이었다.

그런데 여기도 문이 잠겨 있었다.

하긴, 5시도 안 됐는데 그럴 만도 했다.


그때.


“누구···?”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서준이 출입문에서 물러나며 말했다.


“아, 여기 사장님이세요?”

“네.”


50대 초반의 평범한 남성이었다.

서준이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경찰입니다. 뭐 좀 여쭤 볼게 있어서요. 잠시 시간되실까요?”

“경찰이 왜···. 네, 그럼요.”


서준이 핸드폰을 꺼내는 사이, 사장이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서준은 안으로 들어서며 주위를 훑어봤다.

가게 내부는 그리 크지 않았고, 테이블이 네 개 있었다.

하지만 서준에겐 가게의 내부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바로 CCTV.

들어왔던 곳으로 시선을 틀어보니, 출입문 쪽 천장에 CCTV가 불빛을 깜빡이고 있었다.


“콜라 좋아하세요? 마실 게 이것 밖에 없어서.”


사장은 냉장고에서 캔 콜라를 꺼내고 있었다.

서준의 입가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아니요. 많이 마시고 와서 괜찮습니다.”


사장들에겐 저것도 다 돈이다.

서준이 사장에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CCTV 영상 속 헬멧남의 모습이었다.


“혹시, 새벽에 이런 사람 오지 않았습니까?”


사장이 집중력을 발휘하려는 듯 미간을 모은 채, 사진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아, 네. 튀김기를 막 끄려던 참에 전화가 와서 포장으로 사가셨어요.”


포장하고 갔단다.


“그럼, 배달원으로 온 사람이 아니라는 말씀이죠?”


그의 눈동자가 왼쪽으로 올라갔다.

기억된 이미지를 더듬고 있는 것이었다.


“행색은 배달원 같았는데, 배달 일 끝나고 집에 가서 먹으려고 하는 느낌이랄까요?”


백진희와는 다른 완벽한 진술이었다.

질문에 답을 하면서, 자신의 예상 또는 추측하는 바를 말한다.

정보를 주고 싶어 한다.


“주문은 어떻게 받으셨나요?”

“전화 주문으로 받았어요.”

“핸드폰으로요?”

“아니요. 매장 전화로요.”


서준의 시선이 카운터 전화기로 돌아갔다.

발신자 정보가 찍히지 않는, 평범한 전화기였다.


“전화가 결려온 시간대가···?”

“한··· 3시? CCTV 보여드릴게요. 그런데 그 사람이 무슨 범죄라도 저질렀나요?”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사람을 때리고 도망간 모양이에요.”

“아이고 저런.”


‘사건’ 수사 중에 그 ‘사건’의 내용이 외부로 흘러나가는 건 좋지 않다.


사장은 모니터를 보며 영상을 휙휙 넘기더니 한 지점에서 정지시켰다.


“여기요.”


영상의 헬멧 남성이 사장에게 돈을 내밀고 있는 광경.

시각은 03시 45분.

한 손엔 마왕 족발일 것 같은 음식을 들고 있었고, 한손으로는 사장에게 현금을 내밀고 있었다.


“사장님, 이 사람한테 받은 현금, 혹시 쓰셨나요?”


소지하고 있다면 지문이나, DNA가 재취될 가능성이 있다.


“아니요. 돈 통에 있어요.”


사장이 돈 통에 손을 가져가자, 돈 통이 경쾌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런데 현금이 별로 없었다.

만 원권과 천원 권을 합쳐도, 채 5만 원도 되지 않아 보였다.


“요즘 다 카드 결제해서 현금이 별로 없어요.”


사장이 현금에 손을 가져가려는 그때, 서준이 얼른 말했다.


“사장님 잠시 만요. 이 돈 제가 사도될까요?”


해괴망측한 말이었다.

돈으로 돈을 산다니 말이다.


“네?”


서준이 지갑에서 10만 원을 꺼내 사장에게 내밀었다.

당황했던 사장의 표정이 뭔가 알겠다는 듯이 변했다.


“증거물 뭐 그런 건가요?”

“네, 맞습니다.”

“그런데 너무 많은데···.”

“감사해서 그래요. 받아주세요.”

“2만 원만 주시면 돼요. 2만 원 짜리 사갔거든요.”


그러니까 가장 위의 만 원권 두 장이, 헬멧남의 것이란 것이었다.

서준이 사장의 손에 돈을 얼른 쥐어주며 말했다.


“혹시 봉투 좀 쓸 수 있을까요? 봉투 값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아유! 그래도 너무 많아요. 많아.”


잠깐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서준이 5만 원을 주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

그런데, 봉투를 찾던 사장이 말했다.


“아이고, 이거 봉투가 딱 떨어졌는데, 장사한다는 사람이 정신머리가 이렇습니다. 허허. 혹시 일회용 장갑은 안 되죠?”

“아닙니다. 상관없습니다.”


서준은 사장이 가져온 일회용 장갑을 뽑아 손에 끼어 넣고 돈을 잡았다.

그리곤 그대로 뒤집어 까며 돈을 회수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서준은 CCTV를 뒤로 조금 더 돌려 재생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헬멧 남.

영상을 조금 더 뒤로.


서준의 한쪽 입 꼬리가 묘하게 비틀어져 올라갔다.

CCTV는 창 너머 밖도 비추고 있었는데, 반쯤 고개를 내민 택시 한 대가 비상등을 킨 채 정지했다.

그리고 그 택시가 출발하자, 헬멧남이 들어왔다.


개인 택시였는데, 희미하지만 번호판이 반쯤 보였다.


[4279]


서준은 그 광경을 핸드폰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협조 감사합니다.”

“뭘요. 당연히 협조해드려야죠.”


서준이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인사를 전했다.


“그럼 성업하세요.”


밖으로 나온 서준은 어디론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김 비서님, 접니다. 서울개인택시조합에 연락하셔서 오늘 새벽 3시 40분경···.”


서준은 이곳의 주소를 불러주며, 그 시각 손님을 이곳에 내려준 택시 기사를 찾는다고 말했다.

물론 그 기사가 빠르게 반응하게 만들어야 했다.


“포상금은 천만 원 드린다고 하세요.”


기사들끼리 입소문이 돌 것이고, 평소 4279번의 택시와 친분이 있는 기사들이 있다면, 자고 있더라도 깨워 알려줄 것이었다.


“대신 그 손님이 헬멧을 착용했거나, 소지한 채 탑승한 사람이어야 합니다.”


김 비서는 토 달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까, 서울특별시 택시 운송사업 조합에도 연락을 넣어 둘까요?”

“그럼 더 좋고요.”


CCTV와 블랙박스를 확인하는 알바를 풀려고 했었다.

CCTV나 블랙박스를 보여줄 수 있냐고 돈을 주면, 대부분의 차주나 가게 매장 사장들은 보여준다.

일반인이 CCTV를 보여 달라고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그렇게 수많은 알바를 고용해 하나의 영상을 보는데 5만 원이라고 가정한다면, 10개를 보면 50만 원.

100개를 보면 500만 원.

1000개를 보면 5000만 원.

서준에겐 그리 큰돈이 아니었다.

더 쓸 의향도 있었다.

어차피 쓰는 돈 보다, 들어오는 돈이 더 많았다.

서준은 도로를 바라보며, 시커멓게 얼굴이 보이지 않는 범인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넌 내 눈이, 몇 개나 될 수 있는지 모를 거다.

상상도 못하겠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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