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재벌 프로파일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6.24 12:47
최근연재일 :
2024.07.02 18:50
연재수 :
11 회
조회수 :
7,279
추천수 :
376
글자수 :
51,388

작성
24.06.29 16:50
조회
532
추천
38
글자
12쪽

이 정도 일 거라곤 생각 못했지? 1

DUMMY

서준의 열리려던 입이 다물어졌다.


‘제가요. 그건 왜···.’


어디에 앉아 있었냐는 질문에, 오히려 질문을 던진다.

질문이라는 것은 어떠한 정보를 얻고자 하는 행위다.

지금 그녀는 질문하며 정보를 얻으려한다.


“어제 일을 한 번 얘기해 보고 싶어서요. 사망하신 박혜화 씨, 공감능력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 맞습니까?”


그녀의 붉은 눈이 크게 떠졌다.

마치 그런 걸 어떻게 알고 있냐는 표정이었다.

서준이 말을 이었다.


“예민하고 툭 하면 민감하게 반응하고, 평소에 목소리가 높았을 것 같은데. 피해의식도 보이고.”


피해의식이란 자신을 피해자라고 인식하는 것이다.


상대가 자신에게 위로의 말을 던져도, 좋은 말을 해줘도 자신만의 세계관에 부딪혀 송곳처럼 목소리를 높인다.


“네. 마, 맞아요. 그걸 어떻게···.”


그녀는 서준의 얼굴을 무의식적으로 다시 한 번 살폈다.

하지만 아무리 떠올려도 손님으로 마주친 기억은 없었다.


“호, 혹시 혜화 언니 손님으로 오신 적···.”


서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오늘 처음 봤습니다.”


죽은 시체로 말이다.

그녀의 표정이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물들자, 서준은 술자리가 벌어진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백진희는 창가를 등지고 앉았다.

맞은편엔 박혜화가, 안주거리들이 박혜화쪽으로 조금 몰린 형국이다.

하룻밤 자는 손님이 찾아오면, 대개 손님에게 편의를 주려고 노력한다.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거나, 더 편한 자리를 제공하거나.

그런데 저 술자리의 모양은 정반대였다.


탁 트인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건 사망한 박혜화였고, 음식들도 박혜화 쪽에 가깝다.

그리고 화장실 가는 길도 박혜화가.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자신에게 맞춰져 있다.


화장대를 빼곡하게 채운 화장품, 그리고 반지와 귀의 피어싱, 네일아트.

자신을 치장하는 것을 굉장히 좋아한다.

침대 옆 테이블에 사진을 놓고 거기에 만족감을 얻는다.

이를 종합해 보면, 자기 우월성과 과시욕을 엿볼 수 있다.

사진과 화장품 피어싱 등등.


예민함과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피해의식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다.

이런 이들은 대체로 세상이 자기중심으로 돌아가고,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자기애 성격장애(narcissistic personality disorder).


술자리를 벌였던 그곳을 쳐다보던 서준이 백진희에게 다시 고개를 돌렸다.

한 사람이 자고 가는데, 술은 샀으면서 칫솔은 사지 않았다.

박혜화가 백진희의 위생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거다.


서준이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지금 던질 질문은, 산자와 죽은 자에게 동시에 던지는 질문이기도 했다.


“백진희 씨.”


그녀가 놀라듯 답했다.


“네?”

“혜화 씨 목걸이 못 보셨습니까?”


피어싱과 반지, 그리고 네일아트처럼 여기저기 치장하는 걸 좋아하는 그녀의 목엔 목걸이가 없었다.


서준이 이렇게 단정 짓듯 말하는 대엔 이유가 있었다.

단정적인 질문은 받은 상대는, 왜 그럴까라는 사고와 추리를 시작한다.


백진희의 눈동자가 왼쪽 위로 떴다가, 오른쪽으로 향했다.

상상과 기억을 섞고 있다는 뜻이다.

눈동자의 움직임은 무시할 수가 없었다.

마주보는 상대와 이야기 할 때 빤히 쳐다보며 관찰 할 수 없다면.


개인방송을 하는 이들의 눈동자를 가만히 살펴보면, 말을 할 때의 눈동자의 움직임을 살펴 볼 수가 있는데.


상상할 때와 자신이 경험했던 것들을 말할 때 눈동자의 위치는 각각 다르다.

하지만 눈동자만으로 100% 신뢰할 수는 없다.

미세표정이나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백진희의 제스처를 보면 뭔가를 숨기고 있다는 신뢰도는 올라간다.

6월 중순인데도 불구하고 추운 듯 양쪽 어깨를 움츠리고 있는 그녀는, 오른손으로 왼팔을 매만지고 있었다.


이는 원시적 뇌인 변연계가, 위험을 감지해 몸을 작게 만들려는 무의식적인 지시다.

왼쪽 팔뚝을 만지고 있는 오른팔은 복부와 흉부를 가로지른다.

장기를 보호하려는 형태다.

팔뚝을 매만지는 행위는 진정을 하려는 무의식적인 반응이다, 그걸 그루밍이라고 한다.


“잘 모르겠어요.”


목걸이가 어디에 갔는지 모른다.

추측성 대답 없이 말이 아주 짧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보거나 느낀 것, 그리고 예측한 것들을 말해주고 싶어 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 말하고 싶어 한다.

SNS에 자신의 일상이나 사진을 업로드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스님들의 묵언 수행이 떠올려보면,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백진희는 언니의 목걸이에 대해 어떠한 정보도 주지 않는다.

자신의 생각과 예측 같은 게 일절 없다.

이런 비슷한 상황에서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이들은 대개, 어디에 있지 않을까라는 추측성 정보라도 내놓곤 한다.


서준의 눈이 그녀를 빨아드릴 것처럼 고요해져갔다.

그녀와 말을 섞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툭 툭 걸리적거리는 게 계속 생겨난다.

백진희는 말을 짧게 한다.


남성은 거짓말을 할 때 장황하게 말을 쏟아낸다.

말들 속에 진실을 숨기려하기 때문이다.


여성은 반대다.

말을 최대한 아끼며 진실을 숨긴다.


“일어나자마자 발견하셨다구요?”


경찰이 말하길, 소파에서 자고 일어난 백진희가 화장실에 가는 과정에서 발견했다고 진술했다.

그녀가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네.”

“혹시 평소에 혜화 씨가 누군가와 자주 다툼을 벌인다거나, 원한관계···.”


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언니는 사람이랑 싸우면 그냥 연을 끊어 버렸거든요.”


서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자기애 성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다.

싸우면 풀려 하지 않고, 상대방의 사과를 기다린다.

자존감이 아니라 자존심이 강하다.


“그럼 금전관계 얽힌 갈등 같은 것도 없었나요? 돈을 빌렸다거나, 힘들다는 이야기를 한 적은요?”

“마이킹이 8천정도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못 그만두고···.”


마이킹이란 일하는 업소에서 빌린 돈을 말하는 것이었다.

그녀가 생각났다는 듯 말을 이었다.


“그것 때문에 마담 언니랑 한 번 다툰 적은 있었어요.”


전보다 말 수가 늘어났다.

시신에 대한 정보를 물어 봤을 땐 말 수가 줄고, 살아생전의 이야기는 길게 말한다.


“왜 다퉜죠?”

“7천이었는데, 8천으로 올랐거든요.”

“이해가 잘 안되는데,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명품을 빌리는 렌탈 샵이 있어요. 거기서 저희가 옷을 빌려 입고 출근하는데···.”


렌탈 값을 가게 마담이 내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렌탈료가 비싸져 그게 고스란히 빚이 됐다는 내용이었다.

박혜화는 그걸 나중에 알았다고, 다툼이 있었다고.


“실례되는 질문이지만, 진희도 씨도 마이킹이 있습니까?”


그녀가 자신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네. 있어요.”

“진희 씨도 마담과 다퉜나요?”

“아니요. 전··· 네?”


서준이 사소한 질문으로 말을 돌렸다.

하지만 사소하지 않았다.


“배달은 누가 시켰나요?”


치킨과 족발, 술등을 말하는 것이었다.

치킨 박스의 상호명은 차칸 치킨, 족발의 상호명은 대왕족발.

모든 것이 증거가 될 수 있기에,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서준이었다.


서준의 질문을 받은 그녀가 눈을 깜빡였다.


“언니가요.”

“몇 시쯤 배달 왔는지 기억나세요?”

“술에 취해서 잘 기억이···. 그런데 저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나요? 무서워서···.”


일반인이 시신과 한 집에 있다는 것은 심리적인 부담이 큰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가고 싶다는 말을 지금 했다.

방금 몇 마디 나눈 직후에.

그럼 확인해 볼 필요성이 있다.

조금 전 대화의 진실여부를 말이다.


“곧 나가게 해드리겠습니다. 진희 씨는 어디서 주무셨죠?”

“전 거실에서요.”

“잠시만.”


서준이 몸을 돌려 증거 보관물 박스에 담긴, 박혜화의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물론 감식 반에게 허락을 구했다.

질문도 던졌다.


“이 핸드폰 어디에 있었습니까?”

“침대요.”


고개를 끄덕인 서준은, 증거 봉투에 담긴 핸드폰 전원 버튼을 눌러봤다.

배터리는 15%가 남아 있고, 잠금은 지문으로 풀 수 있었다.

서준은 바로 화장실로 향했다.

시신은 이제야 감식 반들의 손에 눕혀지고 있었다.


“사망 추정 시간은 나왔습니까?”


그들 중 누군가가 답했다.


“04시 20시쯤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새벽 시간.


“잠시 만요.”


서준은 시신의 오른쪽으로 다가가 한쪽 무릎을 굽혔다.

그리곤 증거 봉투에서 핸드폰을 꺼내, 그녀의 뻗뻗한 엄지에 가져가대었다.

서준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잠금이 해제되자 바로 그녀의 핸드폰을 살폈다.

그렇게 배달 앱을 터치해 사용내역을 확인 해봤는데.


어제와 오늘, 그러니까 새벽을 통틀어 배달을 시킨 적은 없었다.

통화내역도 살펴봤지만, 별다른 특이 사항을 발견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나 몰라 통화내역을 자신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 두었다.


몸을 돌린 서준은 핸드폰을 증거 박스에 집어넣고, 다시 백진희에게로 돌아갔다.


“박혜화 씨가 배달을 시키지는 않은 것 같은데.”


그녀가 입술을 집어 삼키듯 목울대를 출렁였다.


“아···, 술이 너무 많이 취해서 제가 시켰나 봐요.”

“그렇군요. 그럼, 핸드폰 한 번 확인 시켜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네? 갑자기 제 핸드폰은 왜···?”

“배달 시간을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녀의 동공이 팽창했다.

사람의 동공이 팽창하는 이유는 두 가지.

어떤 물체를 또렷이 인지해야 할 때, 또 위험 요소를 발견했을 때 동공이 팽창된다.

그녀가 입을 열지 못하고 있을 때 서준이 또 다시 물었다.


“협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녀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저를 의심하시는 건가요?”


서준은 놀랍게도,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감식 반들의 시선이 서준이게 화살처럼 꽂혔다.

서준이 말했다.


“배달 사용내역만 보여주시면 됩니다.”


그녀가 목걸이에 손을 가져가며 억울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아요. 제가 세미 누드를 좋아해서 그런 사진들을 많이 찍어놔서···.”


그녀는 목소리를 조금 더 높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은 서준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리고 제가 언니를 어떻게 죽이겠어요? 그럴 힘도 없어요! 그냥 자고 일어났는데···.”


그때, 안방을 살피고 있던 이 팀장이 다가와 서준의 어깨를 잡았다.


“지금 뭐하는 거야?”

“의심이 돼서 말입니다.”

“뭐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심증만으로 몰아붙이면 안 돼.”


이 팀장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준의 능력을 가늠하고자 데려왔는데, 시신과 방을 대충 훑더니 대뜸 그녀를 몰아붙이고 있지 않은가.

이 팀장이 말을 이었다.


“영장 없이 남의 핸드폰 열람하는 건 불법이고.”

“자살을 가장한 타살 같습니다. 유서도 없고 물건들도 그렇고. 시신 상태를 생각하면 자살할 이유가 현저히 낮습니다.”


이 팀장이 소파에 앉아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있는 그녀를 눈짓했다.

그러면서 작게 말했다.


“뼈 밖에 없는 거 봐. 저 팔로 사람을 어떻게 매달아?”

“팀장님 제 얘기를 잠시, 공범이 있을 수 있습니다. 시신의 두 어깨의 멍을 보시면 보면···.”


이 팀장이 화를 누그러트리려는 듯, 눈을 감은 채 긴 숨을 내쉬었다.

심증만으로 추궁하는 것도 안 되지만, 저 여자가 인권위나 기자들에게 알리기라도 하면 아주 난리가 날 것이었다.

그때, 서준이 바로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서준의 재빠른 사과에 이 팀장이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서준이 말했다.


“저 화장실 좀···.”

“화장실? 여기 근처에 없을 텐데.”

“금방 해결하고 오겠습니다.”

“그래. 다녀 와.”


현관문을 빠져나온 서준은 덧신과 장갑을 벗었다.

그리곤 복도를 걸어 나가며, 손등으로 거칠게 입술을 훔쳤다.

피비린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내가 잡아야겠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재벌 프로파일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리메이크입니다. 24.06.24 607 0 -
11 지금 잡으러 간다. 1 NEW +2 11시간 전 197 27 8쪽
10 이 정도 일 거라곤 생각 못했지? 2 +7 24.06.30 445 36 10쪽
» 이 정도 일 거라곤 생각 못했지? 1 +3 24.06.29 533 38 12쪽
8 사건 2 +6 24.06.28 610 35 12쪽
7 사건 1 +11 24.06.27 737 36 13쪽
6 똑같이 당해봐라 5 +1 24.06.26 673 32 7쪽
5 똑같이 당해봐라 4 24.06.25 673 36 12쪽
4 똑같이 당해봐라 3 +2 24.06.24 675 35 10쪽
3 똑같이 당해봐라 2 +2 24.06.24 748 37 17쪽
2 똑같이 당해봐라 1 +2 24.06.24 962 32 12쪽
1 프롤로그. +3 24.06.24 1,024 32 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