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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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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6.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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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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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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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똑같이 당해봐라 2

DUMMY

김민우가 물었다.


“응? 뭐가요?”

“단번에 훔쳐 갔습니다.”

“잠시.”


서준은 집적 마우스를 잡아 영상을 돌렸다.


딸깍. 딸깍.


번개처럼 택배를 골라, 상의 속으로 빠르게 집어넣었다.


“무슨 말이에요?”

“고무장갑을 훔칠 때 굉장히 눈치를 많이 봤던 절도범입니다.”


원래 눈치라는 것은, 남의 마음을 그때그때 상황으로 미루어 짐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행동으로 나타난다.


지금인가? 걸릴 것 같은데. 혹시 나를 의심하진 않을까?

다른 표현으로 말하자면 초조함.


고무장갑을 훔칠 때의 모습은 초범일 가능성이 높고, 성인보다 미성년자에게서 많이 보이는 패턴이다.


서준이 점주에게 물었다.


“절도범의 체격이 작아 보이는데, 나이 대를 가늠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니면 특징 같은 거라든지요.”

“느낌상 어린 것 같긴 했어요. 아, 미간에 여드름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닌가? 맞는 것 같아요.”


절도범의 나이가 10대라는 신빙성을 더 갖추게 해준다.

청소년기엔 호르몬, 즉 테스토스테론과 에스트로겐의 호르몬 분비량이 증가해 여드름을 유발한다.

서준이 다시 정리해 입을 열었다.


“고등학생으로 추측되는데, 고무장갑을 훔칠 땐 망설이는 모습을 많이 보이다가, 택배는 빠르게 훔쳤습니다. 몸과 가까이 위치한 택배가 아닌 뒤쪽에 있는 것으로 가져갔습니다.”


손을 조금 더 뻗는 행동만으로도, 범행 시간이 더 길어진 거다.

범죄를 저지르는 시간이 길어진다는 건, 그만큼 발각될 위험이 높아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눈치를 보던 절도범은 그것을 감안하고 움직였다.


그 뜻은, 범인이 고른 그 택배가 꼭 필요했던 것일 수도 있다.

김민우가 재밌다는 듯 말했다.


“오 추리 추리. 더 비싼 물건이라 그랬을 수도.”

“예.”


서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도 있지만 절도범의 행동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행동 심리학과 범죄 심리학에서도 이 점을 소개한다.

점주가 말했다.


“택배 주인이 그라인더라고 하더라고요.”

“혹시 그 분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네.”


서준의 행동을 김민우는 흥미롭다는 듯 쳐다봤다.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신입이 척척 진행하고 있으니 말이다.

짧은 수습 기간에 매뉴얼이라도 집중적으로 배웠으려나?


“여기요.”


전화번호가 적힌 포스트잇을 건네받은 서준이 점주에게 물었다.


“현금 계산한 것 같던데, 얼마 계산했나요?”


범인이 과자를 결제한 금액을 말하는 것이었다.


“천오백 원이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린 서준이 조심스럽게 김민우에게 말했다.


“선배님, 제가 한 번 통화 해봐도 되겠습니까?”


팔짱을 끼고 서준을 지켜보고 있던 김민우가, 마음껏 하라는 듯 손을 들어 올렸다.

그때 손님이 들어와, 서준과 김민우는 카운터에서 빠져나왔다.

서준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상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서준은 코너를 돌아 한옆에 놓인 고무장갑을 보며 말했다.


“안녕하십니까···.”


자기소개를 마친 서준이 물었다.


“택배물이 그라인더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들었는데, 어떤 그라인더였나요? 정확한 명칭이나 어떤 곳에 사용하는지요.”

- 무선 톱날 앵글그라인더요. 목제 자를 때 쓰는 거요.

“톱날이요?”

- 네.

“가격대는요?”

- 5만 원 조금 넘어요.

“혹시 직업이 어떻게 되시나요?”

- 의자나 작은 가구 만드는 공방 하나 하고 있어요.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수사 진행 되는대로 연락드리겠습니다.”

- 네 수고하세요.


서준이 핸드폰을 귀에서 뗐을 때였다.

김민우가 불쑥 피로회복제 음료를 건넸다.

그가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오, 이제 프로파일링 시작되는 거예요?”


서준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그보다 예측이 되는 게 있어서 말입니다.”


김민우가 피로회복제를 입으로 가져갔을 때, 서준이 말했다.


“심상치 않은 사건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민우의 입을 삐죽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들어나 보자라는 표정 같았다.


“어떤?”

“충동적 생각에 얼굴을 가리고 편의점에 들어와 훔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발적이라고도 할 수 있죠. 고무장갑과 톱니 그라인더는 살인 도구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고무장갑을 끼고 그라인더를 사용하면.

김민우가 미소 짓는 것처럼 두 입 꼬리를 끌어올렸다.


“생각이 너무 나간 거 아니에요?”

“그럴 수도 있지만, 연관성이 조금이라도 의심된다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될 수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모든 상황을 열어두고, 다각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각면이라···, 좋아요. 그럼 절도범이 충동적으로 훔쳤다고 했는데, 근거는?”

“절도범은 과자를 천오백 원에 구매했습니다. 이 편의점은 고무장갑을 2천 원에 판매하죠. 마트나 천 원짜리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를 가 보면 고무장갑이 천 원도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인터넷으로도 싸게 구입할 수 있다.


“당장에 고무장갑을 사야했다고요?”


그리고 톱날 그라인더.

고무장갑과 톱니 그라인더를 분리해서 생각하면, 뭔가 잘 들어맞지 않지만.

살인이라는 범죄를 떠올리면 톱니바퀴가 맞물리는 느낌이다.


“네. 충동은 돌발행동을 불러오기 마련이니까요. 탐문을 빨리 해야 할 것 같은데···.”


김민우가 서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럼 살인이 났어도 벌써 나지 않았을까?”


서준은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그럼 잡아야죠. 초범이든 뭐든 잡아야합니다.”


가만히 서준을 쳐다보던 김민우가 눈을 감으며 픽 웃었다.


“일단 오케이. CCTV, 블랙박스 우리 둘이서 다 뒤집어 못 까요. 그러니까···.”


서준이 입을 열었다.


“범인을 특정해 보자면, 어머니가 없을 가능성이 높고 아버지와 단둘이 산다면, 아버지의 성격은 궂은일 마다하지 않는 성격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손에 세제와 물을 묻혀도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는 사람, 이와 같은 성격의 할아버지나 할머니와 지낼 수도 있습니다. 절도범은 아마 이 근처에서···.”


서준은 편의점의 밖을 내다봤다.

오가는 사람들이 보이는 가운데, 서준이 다시 말을 꺼냈다.


“살 수도 있습니다.”


그러곤 갑자기 핸드폰을 조작하는 서준의 모습에 김민우가 물었다.


“뭐해요?”

“중고 거래 플랫폼 보고 있는데, 그라인더는 없네요.”

“대놓고 그렇게 팔겠어요? 다른 지역이나···.”


말끝을 흐리던 김민우가 생각을 고쳐 말했다.


“절도범이 가까운 곳에 살고 있을 수도 있다고 했죠?”

“네.”


김민우가 슬쩍 웃었다.


사람은 많은 실수를 한다.

때론 열정이 실수를 불러내기도 하는데, 신입도 이에 해당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범인의 프로필은 이해가 갔지만, 그렇지만 성급한 경향이 짙다.

하지만 김민우는 서준의 말에 응해줄 생각이었다.

원래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관이 한 번 쯤은 무너져 봐야 남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는 법이다.

서준의 열정은 인정해 주되, 실수를 보이면 고쳐 잡아 주기로.


“오케이. 가 봅시다.”


서준은 시선이 다시 밖으로 향했다.


“저쪽 골목으로 사라졌을 겁니다.”

“골목?”

“네.”


둘은 밖으로 나왔다.

편의점 맞은편으로 골목길.

편의점 좌우로 방범용 CCTV가 깔려 있었지만, 골목 입구를 담아내는 CCTV는 없었다.

김민우가 서준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눈썰미 좋네.”


범죄자들은 애나 어른이나 할 것 없이 CCTV가 없는 곳을 좋아한다.

서준은 편의점에 들어서기 전에 다 파악해 놓은 것 같았다.

김민우가 정수리 위로 깍지를 꼈다.


“앞장서요. 어데 가 봅시다.”

“네.”


서준은 바로 골목길로 걸음을 옮겼다.

골목길은 거미줄처럼 복잡하지 않았고, 길이 일정했다.

3분여 만에 골목길을 빠져나오자, 줄지어진 빌라와 원룸이 둘을 반겼다.

김민우가 서준에게 알아맞추어 보라는 듯 쳐다봤다.


“이제 어디로 가면 좋을까요?”

“탐문···.”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준의 말을 끊었다.


“어디부터?”


서준은 한 곳을 쳐다봤다.

4층 빌라.

다른 건물들과는 다르게, 안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비밀번호 없이 개방형이었다.

가장 오래되고 낙후된 곳을 먼저 고른 것이었다.


“저기? 가 보죠.”


서준이 먼저 유리문을 밀며 안으로 들어갔고, 김민우가 뒤를 따랐다.

서준은 101호의 초인종을 눌렀다.

하지만 고장이 나 있었다.


서준이 가볍게 노크하듯 문을 두드렸다.

아니 그때였다.


덜컥.

문이 열리며 밖으로 나오려던 누군가와 눈이 마주쳤다.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미성년자.

앞머리가 특이하게도 혼자 자른 것처럼 삐뚤삐뚤했다.

깜짝 놀란 학생이 말을 흘리듯 입을 열었다.


“누구···.”


서준은 본능적으로 벌어진 문 사이로 발을 얹었다.

학생 같았는데 지금은 학교에 있어야 할 시간이었다.

체구도 왜소하다.

학생이 아니라면 정말 동안이었다.

키가 약 165cm에 몸무게가 50kg도 안 나갈 것 같았다.


김민우의 눈이 껌뻑여졌다.

뭔가 느낀 것이었다.


서준이 말했다.


“주민센터에서 가구 실태조사 나왔어요.”

“네?”

“실제로 이 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 조사하러 나왔어요. 학생인 거 같은데. 학교 안 갔어요?”

“아파서···.”

“저런, 어쩌다가, 누구랑 같이 사세요?”

“할머니랑 둘이···.”


서준이 말했다.


“경찰이야.”


순간, 학생의 몸이 경직됐다.


“왜 왔는지 알지?”


눈을 내리깐 학생의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렸다.


“······. 죄송합니다.”


자백이 나와버렸다.


“나이랑 이름이 어떻게 돼?”

“김요환이요. 고2에요. 죄송합니다.”

“그래, 요환아. 할머니 계시니? 훔친 물건 어디 있어?”

“제 방에···.”


현관으로 들어가는 서준의 모습에 김민우는 황당함을 감출 길이 없었다.


‘뭔데 이거?’


편의점에서 마우스를 딸깍 딸깍 거리더니, 빌라에 들어가 범인을 잡았다.


‘말이 되나?’


몇 달에 걸쳐 예약하고 기다려야 하는 무당도 이러지는 못할 것이다.

김민우는 서준을 보며 눈을 껌뻑거렸다.


자꾸 머릿속에서 딸깍 딸깍 소리가 들려오는 것만 같았고,

불가사이한 일을 직접 경험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서준의 뒤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낡은 가구와 오래된 가전제품들이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김민우가 거실을 둘러보고 있는 사이, 서준은 김요환의 방으로 따라 들어갔다.

바닥에 깔려 있는 매트릭스 하나와, 책상이 전부였다.


김요환이 책상 밑에서 포장이 뜯기지 않은 고무장갑과, 그라인더를 서진에게 건넸다.

손가락을 가져가 대면 핏방울이 뚝 떨어질 것만큼 날이 아주 날카로웠다.

날카로운 것은 서준의 눈도 마찬가지였다.

다행히 톱날엔 피나 물에 닦은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상자는 어쨌어?”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요환이 말했다.


“버렸어요.”


서준의 고개가 가볍게 끄덕여졌다.

팔려고 한 게 아니라 쓸려고 했다.

팔려고 했다면 상자와 같이 보관했을 것이다.


“이거 어디다 쓰려고 했어?”

“······.”


요환이 머뭇거리며 손톱 주변 살을 뜯었다.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었다.


“목은 왜 그래?”


경동맥을 뭔가가 압박한 것처럼 멍이 들어 있었다.

서준의 말에 요환이 목가를 슥슥 문질렀다.


“놀다가 그랬어요.”

“요환아, 고개 좀 들어 볼래?”


요환이 얼굴을 들어 올렸다.


“고무장갑 왜 훔쳤어?”

“설거지 하려고요···.”

“그라인더로는 뭐하려고 했어?”

“팔려고···.”

“이름이 김요환이라고 했지?”


할머니랑 둘이 살고 있다.


“네.”

“잘 들어.”


요환은 저도 모르게 마른침을 집어삼켰다.

서준의 눈에서 뭔가 본 것 같았는데, 그게 등줄기를 오싹거리게 만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늑대처럼 자신의 얼굴과 목을 이리저리 쳐다보고 있었다.


“미성년자라고 해서 처벌을 받지 않는 건 아니야. 거짓말을 하면 처벌이 더 강해지지.”


그때, 서준이 요환의 오른쪽 팔의 소매를 쭉 걷어 올렸다.

자잘한 상처와 멍이 들어 있었다.

심지어 담뱃불 자국도 보였다.

서준이 물었다.


“이거랑 관계있는 거야? 머리도 그렇고.”


가위로 대충 자른 것 같은 앞머리.

머뭇거리듯 자신의 손가락을 매만지던 요환이 입을 열었다.


“그게···.”


* * *


작은 놀이터였다.

술병이 굴러다니고 사복을 입은 남녀 학생들이 담배 피며 낄낄거리고 있었다.

요환은 그들의 무리에 끼어 있었는데 아무 말도 못한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야, 이거 가져.”


눈이 찢어진 학생 하나가 빈 담배 갑을 요환에게 휙 던졌다.

땅에 떨어진 담배 갑을 요환이 집어 들었다.


“니네 할머니 쓰레기 줍고 다니잖아. 내가 도와준 거야. 고맙지?”

“어, 응. 고마워.”


요환이 담배 갑을 주머니 속으로 집어 넣었다.


“내가 널 이렇게나 챙긴다. 그러니까 나한테 잘해.”

“응.”


그때, 중앙에 앉아 있던 녀석이 말했다.

안경을 썼고, 모범생처럼 바른 차림과 용모를 가지고 있었다.

강현진이었다.


“요환아, 너 근데 오늘 왜 3천 원밖에 안 가져왔어?”

“미안.”

“안 들려. 가까이서 말해.”


요환이 다가가자 강현진이 말했다.


“목 아프다 요환아.”


요환이 현진이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미안, 돈이 없어서···.”

“그럼 만들어 와야지.”


요환은 용기를 내어 말했다.


“현진아, 네가 나보다 돈 더 많잖아. 집도 잘사는데···. 사, 삼천 원이 왜 필요···.”


아빠가 어디의 사장님이라고 했다.


“아이고. 우리 요환이 순진하네. 응?”

“어?”


현진이 요환에게 얼굴을 가까이 가져갔다.


“오해하지 말고 잘 들어. 응? 나 너 좋아해.”


주변 녀석들이 낄낄 웃었다.


“미친 좋아한데! 사랑고백 하냐?”

“이 새끼 게이였네. 하하하!”


현진이 요환에게 다시 말했다.


“널 싫어해서 괴롭히는 게 아니야. 네가 내 말에 아등바등 거리는 게 재미있어서 그래. 좋아하는 사람 보면 즐겁고 재미있고 그러잖아. 그런 거야.”

“······.”

“사람 마음도 몰라주고. 그래서 말이야. 내 마음에 징표를 찍어 주려고.”


현진이 친구들을 눈짓하자, 그들이 요환을 일으켜 세웠다.

소매를 걷히고 물고 있던 담배를 팔에 가져가 대었다.


“하, 하지 마! 미안, 앞으로 꼭 지킬게! 진짜 미안!”


요환이 소리치며 버둥거리자, 한 녀석이 요환의 몸을 잡았다.

그리고 한 녀석은 요환의 코와 입을 막은 채, 손가락으로 경동맥을 눌렀다.

기절 놀이처럼 행하고 있었다.


“야야, 마취 해줄게. 그럼 하나도 안 아파.”


요환의 눈이 금방 까뒤집어지며 힘을 잃었고, 담뱃불은 요환의 팔을 여기저기 지졌다.


“야, 이 새끼 정신 돌아온다. 다시 입 막아.”


* * *


사실을 털어놓는 요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렇게 1년 동안 끌려 다니며 괴롭힘을 당했다고 했다.

담임선생님에게 알렸을 땐, 담임선생님이 화를 내며 녀석들을 다그쳤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녀석들에게 어떤 징계도 없었다.

그 후론 담임선생님도 친하게 지내라는 말밖엔 하지 않았다.


“어제 할머니한테 돈 주고 담배 심부름을 시키려는 걸 보고···, 그런데 겁만 주려고 했어요! 진짜예요!”


서준은 요환을 가만히 바라봤다.

고무장갑까지 샀다는 건 구체적인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서준이 물었다.


“그런데 왜 어제 바로 찾아가지 않았어?”

“무서워서···, 진짜 다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오늘은 왜 학교에 안 갔어?”

“머리 밀어 버린다고 해서···.”

“머리를?”

“축구 좋아하는 애가 있는데, 담배빵으로 축구공처럼 만들어 준다고 해서.”


결국은 무서워서 녀석들을 피했다.

할머니에게 심부름을 시키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나쁜 생각을 했지만, 결국 천성은 그렇지 못한 아이였다.

자신이 괴롭힘을 당한 것보다, 할머니에게 심부름을 시킨 것에 대한 분노를 일으켰다.


그때, 책상에 핸드폰이 진동했다.

액정엔 금이 가 있었다.


[강현진]


서준의 시선이 핸드폰으로 돌아갔다.

금방이라도 낫처럼 핸드폰을 찍어버릴 것 같은 눈빛이었다.

반면 요환은 사람 보듯 핸드폰의 눈치를 살폈다.

마치 핸드폰이 강현진 그 자체인 것처럼.


핸드폰에 시선이 고정되어 있던 서준의 눈동자가, 짐승처럼 천천히 요환에게로 돌아갔다.

하지만 요환은 그 눈빛을 눈치 챌 수 없었다.

단지 서준의 분위기가 가슴을 턱 막히게 했다.


서준의 손을 들어 올리자, 요환이 반사적으로 움찔거리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포근한 손길이 머리를 쓰다듬었다.

눈을 떠보니 그는 미소 짓고 있었다.

그가 말했다.


“다 잘 될 거야.”


거실로 나간 서준은 지켜보고 있던 김민우에게 입을 열었다.


“선배님, 밖에서 전화 좀 하고 오겠습니다.”

“어? 응? 그래요.”


김민우가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번갯불에 콩을 굽는 느낌이 이러할까.

현관을 나서는 서준의 모습에 김민우은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외계인···?”


김민우는 정신을 바로 잡으려는 듯 쓰게 웃으며 얼굴을 문질렀다.


빌라 밖으로 나온 서준은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바로 여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네. 도련님. 첫 출근은 잘하셨나요?

“네. 그보다 화진 고등학교 2학년 강현진이라는 남학생이 있어요. 걔 아버지가 사업하는 것 같은데, 어떤 사업인지, 사업장은 몇 개나 운용 하고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아, 어디에 줄을 대고 있는지도.”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도련님 무슨 일 있으세요? 갑자기 왜···.


서준의 입가가 비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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