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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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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6.24 12:47
최근연재일 :
2024.06.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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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5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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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똑같이 당해봐라 4

DUMMY

“요환이가 괴롭힘을 당한다고 말했을 때, 솔직히 화가 많아 났습니다. 그런데 말로만 그렇지 증거가 없어요. 증거가, 현진이가 제일 괴롭혔다고 하는데 현진이 걔가 어떤 얜지 아십니까? 우리 학교 전교 1등이에요. 모범생이라고요. 요환이랑은 말싸움 한 번 했답니다. 말싸움.”


서준이 지루하다는 듯 다리를 외로 꼬았다.

그러며 픽 하고 웃었다.


“자녀가 있습니까?”


자신보다 어린놈의 설교 같은 말에 눈살이 찌푸려졌지만, 최기철은 질문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네. 갓 돌 지난 아들 하나 있습니다.”

“제가 왜 자녀가 있냐고 묻는지 아시죠?”


그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네 아들이 그리 말했어도 증거 타령할 거냐?

긴 한숨을 내쉰 최기철이 서준을 쳐다봤다.


“그럼 제가, 제가 다시 애들 불러다 모아놓고 얘기해 보겠습니다.”


서준이 중얼거렸다.


“뻔뻔하네.”


최기철이 잘못 들었다는 듯이 눈을 부릅떴다.


“네?”

“아닙니다.”


서준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교장실이 어딥니까?”

“지금 아마 자리에 안 계실 겁니다.”


서준은 웃었다.


“어디냐고요.”


최기철이 손을 허리춤으로 가져갔다.


“경찰이면 남들 근무시간에 이렇게 들쑤셔도 되는 겁니까? 학생들이 있는 곳이에요.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이 있는 곳이라고요.”


서준은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눈을 꾹 감고 참았다.

뭔가 학교는, 다른 곳과 다르게 신성시하는 느낌을 주려는 것 같은데.

눈을 뜬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나라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이 공부하는 곳이죠. 중요합니다. 그런데···.”


서준은 뚜벅뚜벅 걸어 최기철의 앞에 섰다.

그리고 최기철의 귓가에 속삭이듯 말했다.ㅇ

서준의 눈은, 그를 잡아먹을 듯 송곳니가 가득 들어차 보였다.


“언제부터 학교가 특정 범죄자의 죄를 눈감아주는 양성소가 됐답니까?”


요환이 하나 가지고, 괴롭히는 놈들이나 어른들까지 몇 명이나 달려들었다.

최기철이 뒤로 주춤거렸을 때, 서준은 흥미가 식었다는 듯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

최기철은 어느새 이마에 맺힌 땀을 훔쳐냈다.

거리를 걷다가도 경찰차가 지나 갈 때면 불안감이 엄습했는데, 이번엔 그 정도가 달랐다.

마치 악마가 말하고 간 것 같았다.


심장이 악마를 피해 몸에서 뛰쳐나가려는 듯, 쿵쾅거렸다.

최기철은 곧장 핸드폰을 들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상대는 받지 않았다.


“아, 시발, 왜 안 받는 거야?”


선생들의 입단속을 시킬 생각이었다.


* * *


복도에서 마주친 학생에게 교장실 물어 본 서준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요환이를 괴롭혔던 현진이는 볼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딸려 들어오게 되어 있었고, 접근한다면 자극이 되어 요환이에게 연락갈 수도 있었으니까.


- 이름은 강현중이고요.


강현진의 아버지의 신상정보였다.


- 법인 세 개를 3개를 운영하고 있어요.

“업종은요?”

- 현림 건설, 현림 필름, 현림 식품. 셋 모두 중소업쳅니다. 그런데 현림 식품에서 화진 고등학교에 납품을 하고 있네요? 커넥션이 있을 수도 있고.

“현림한테 일거리 주는 원청에 연락해서 다 끊으라고 하세요.”


그녀의 궁금증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어렵지 않은 일이긴 한데, 근데 진짜 무슨 일이세요?

“나중에 얘기해 드릴게요. 아, 후원하고 싶은 애가 있습니다. 화진 고등학교 2학년 3반. 김요환···.”


서준은 교장실로 걸어가며 김요환의 정보를 알려주었다.

대학생, 석사나 박사까지 교육에 있어 전폭 지원 해주는 것도 모자라 생활고를 고려해 매달 장려금까지.

물론 할머니의 병원비까지 모두 싹 다.

서준이 직접 언급한 사람이었으니 재단은 김요환에게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서준이 통화를 마쳤을 때 도착한 곳은 정확히 교장실 앞이었다.

서준은 가볍게 노크하며 문을 열었다.

멋들어진 난을 천으로 닦고 있던 중년인이 보였다.

볼살이 불독처럼 늘어지고, 텅 빈 머리를 가리려는 듯 옆 머리칼을 빗어 덮었다.

그가 느지막하게 몸을 돌렸다.


“누구십니까?”


선생인 줄 알았는데, 웬 대학생처럼 보이는 청년이 서 있었다.


“경찰입니다.”

“경찰이요?”

“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그럼요. 들어오세요.”


서준은 문을 닫고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경찰이 무슨 일로?”

“2학년 3반 김요환 아시죠?”


그의 표정이 잠시 멈칫했다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요?”


그가 생각하는 듯 중얼거렸다.


“요환이라···, 김요환···.”


서준의 입 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말을 늘어트리는 형태다.

이름 바 암초 효과(reef effect).

물이 흘러가다가 바위에 부딪혀 둘러 간다는 것을 뜻한다.

진술에서도 물 흐르듯 흘러가지 않고 머뭇거릴 때가 있다.

말하는 스토리가 뭔가에 걸린 것처럼(암초 효과) 빙빙 돌기 때문이다.


말을 끌며 속으로 딴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르십니까?”

“아, 이제 생각났네요. 압니다. 최기철 선생이라고 그 사람이 담임이죠. 그런데 왜 그러시는지?”

“학폭에 시달리고 있었다던데, 모르셨습니까?”

“아아.”


그가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확인해 보니 애들끼리 말싸움한 거였어요. 요환이가 화가 나서 괴롭힘당했다고 거짓말한 거고. 핸드폰도 확인해 봤는데 아무것도 없더라고요.”


서준은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미란다 고지 원칙 중에 하나.

너는 변명의 여지가 있고.

지금 변명할 기회를 충분히 주었다.

서준이 말했다.


“최기철 선생님과 말씀이 동일하시네요. 제가 뭔가 착각했나 봅니다. 형식적인 일이라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서준의 눈에 교장이 맺혔다.

혹시나 조금이라도, 너는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을까라는 그런 착각.


“바쁘신데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그럼.”


서준이 고개를 살짝 숙이자, 교장의 짙은 미소에서 친절한 말이 흘러나왔다.


“그럴 수 있죠. 저보다 더 바쁘실 텐데. 온 김에 커피 한 잔하고 가세요.”

“괜찮습니다. 속이 좀 거북해서.”


너희들을 보면 속이 울렁거린다.


“그럼.”


* * *


학교를 빠져나온 서준은 이번에도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 아이고! 이게 누구야!?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잘 지내셨죠?”

- 죽겠지 뭐. 경제가 안 좋으니까 범죄가 더 늘어. 우리 술 한 잔 언제 해?

“시간 내보겠습니다. 전 검사님, 영장하나 발부해 주실 수 있나요? 긴급으로요.

- 응? 영장? 네가 무슨 영장이 필요해?

“저 수사관 됐잖아요.”

- 아, 벌써 그렇게 됐나? 아 맞네 맞아!

“이거 섭섭하네요.”


서준이 슬며시 웃었다.


- 미안미안, 내가 일에 치여서 요즘 집에도 못 들어가고 있다니까?

“저랑 술 마실 시간은 있으시고요?”

- 왜 그래~ 뭔 사건 맡았는데 잘 안 돼? 어떤 놈이 뭐 방해해? 누구야? 혹시 동료들이 그러는 거야?


당장이라도 찾아가 혼내 줄 것 같이 말하는 그였다.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러니까···.”


서준은 차분하게 설명했다.

지금 일개의 수사관으로서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을 하고 있었다.


- 오케이, 그런데 오늘은 안 되고, 내일 오전에 발부될 수 있도록 해볼게.

“감사합니다.”

- 우리 사이에 감사는 무슨! 아버지 잘 계시지?

“네, 잘 지내고 계세요.”

- 그래, 내가 영장 발부되는 대로 연락할게.


서준은 기분 좋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들어가십쇼.”


통화를 마친 서준은 손을 흔들어 택시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탁! 닫았을 때, 현림 건설 대표실에선 큰 소리가 나고 있었다.


[대표 강현중]


명패 뒤로, 자리에서 목석처럼 벌떡 일어난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불룩 나온 그의 배는 충분히 기름져 보였다.

핸드폰을 쥐고 있는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왜 갑자기 그러시는 겁니까?”

- 죄송합니다. 그렇게 됐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그때 보자고요.


전화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끊겨 버렸다.

강현중의 주먹이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씨발 새끼가! 내가 그동안 쓴 돈이 얼만데!”


수주를 받기 위해 뇌물과 처먹인 술만 해도 억대를 이룬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거래를 끊어 버리겠다니.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똑.


강현중이 신경질적이게 소리쳤다.


“누구야!?”


조심히 들어온 여비서가 말했다.


“최광섭이라는 사람인데요. 대표님 전화 안 받으신다고 내선으로 전화 와서. 돌려 드릴까요?”

“누구?”

“최광섭이요.”


최광섭은 현림 필름의 최대 거래처였다.


“돌려줘.”

“네.”


비서가 밖으로 나가고 대표실의 내선 전화가 올렸다.

강현중이 화를 식히려는 듯 크게 한숨을 내쉰 뒤 수화기를 들었다.

그리곤 억지웃음을 만들어냈다.


“아이고, 우리 최 사장님! 제가 잠깐 통화하느라고···.”

- 김 사장님, 우리 이번 달이 계약 만료일이죠?

“네. 그래서 말인데 한 번 봬야죠? 제가 아주 근사하게 모시겠습니다. 제가 끝내 주는···.”

- 계약서대로 이행하고 끝내는 걸로 합시다.

“네? 두 배로 받으신다고···.”

- 그건 그냥 술자리에서 나온 얘기지 않습니까. 그럼 바쁘실 텐데 이만 끊겠습니다.

“지금 발주하려고 재고 쌓고 있었는데 그러시면, 여보세요? 여보세요!? 이런 시발!”


이번에도 통화가 일방적으로 종료되자, 강현중은 수화기를 테이블에 꽂아 버렸다!



콱! 콱!



“이런 시발 새끼들 갑자기···.”


눈에 핏발이 선 그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쉽게 진정하지 못했다.

그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다른 곳이랑 계약했나?

나 보다 더 처먹이는 새끼가 나타난 건가?

그럼 자신에게 딜하듯 넌지시 뉘앙스를 풍겼어야 했는데, 그런 낌새조차도 없었다.


그때, 핸드폰이 진동했다.


우웅- 우웅-


액정엔 모르는 번호가 찍혀 있었다.

평소엔 받지 않았을 테지만, 강현중은 독기 어린 눈빛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시발 누구야!”


핸드폰에선 강현중과는 상반되는 담담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경찰입니다.


서준이었다.


“경찰?”

“네. 서울 경찰···.”


보이스 피싱이라고 생각한 강현중이 버럭 소리쳤다.


“야 이 새끼야! 내가 누군지 알아!?”


그때, 강현중은 문득 머릿속으로 스쳐 지나가는 게 있었다.

거래처에서 갑자기 거래를 끊는다는 일방적인 통보.


‘설마 이 새끼들 감사받았나?’


그렇다면 톱니바퀴가 들어맞는다.

갑자기 거래를 끊고 경찰까지 전화까지 한 걸보면 말이다.

김현중의 분노는 점차 긴장감으로 변해버렸다.


“경찰이 무슨 일로 연락하셨습니까? 제 번호는 어떻게 알았어요?”

“명함 보고 전화 드렸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김 비서가 전해준 정보였다.


“무슨 일로요?”


대표실이 적막에 사로잡혔다.

오로지 강현중만이 서준의 대답을 기다리며 침을 집어삼켰다.


“현진이 아버님 되시죠? 학폭 관련해서 전화 드렸습니다.”


강현중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요온인가 요훈인가 애미애비없는 그 자식 때문에 연락을 한 것 같은데.

잘 마무리 시켰는데 경찰서로 직접 찾아가 신고를 한 건가?

하지만 지렁이가 꿈틀거려봤자다.

현진이는 미성년자고 기자를 통해 경찰에게 돈을 먹일 수도 있다.

거지 집안이라는데 대충 합의를 해줄 수도 있고.

뭐 어떻게든 검찰까지 갈 수가 없다.

강현중은 잠깐 아들을 떠올렸다.


‘한심한 놈.’


그딴 놈들이랑은 아예 상종하지 말라 했거늘.


“내 아들이 말입니까?”

“네. 피해자 이름은 아시죠?”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내 아들은 그럴 애가 아니···.”

“피해자의 이름은 김요환입니다. 직접 보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 잠시만요.”


통화가 끊겨버렸다.

강현중의 얼굴이 더욱 새빨갛게 변해갔다.


“이런 개새끼들이 날 뭐로 보고···.”



거래처나 이놈이나, 모두 싸가지 없이 먼저 전화를 끊어 버린다.

그때 강현중의 고개가 출입문으로 돌아갔다.


“누구세요? 선약하셨어요?”

“방금까지 통화했던 사람입니다.”

“기다리세요! 제가 대표님께···.”


비서의 말리는 소리와 함께 대표실의 문이 덜컥 열렸다.

강현중이 미간이 찌푸려졌고, 들어온 서준이 슬쩍 미소를 지었다.


“조금 전까지 통화한 한서준이라고 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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