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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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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6.24 12:47
최근연재일 :
2024.06.30 19:1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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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23

작성
24.06.24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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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글자
10쪽

똑같이 당해봐라 3

DUMMY

“개인적인 감정은···, 아니 있는 사람입니다.”


- 개인적인 감정이요?


잠깐 말이 없던 그녀의 음성이 가라앉았다.

감히 누가 도련님의 감정을 상하게 했을까.


- 싹 다 파 볼까요?


“네.”

- 알겠습니다.


전화를 마친 서준의 고개가 문득 옆으로 돌아갔다.

지저분한 빈 유모차를 끄는 할머니가 보였는데, 한쪽 다리를 조금씩 절고 계셨다.

나이는 70대 초중반 정도.

유모차는 폐지를 담는 용도로 보였는데, 그녀는 서준을 지나쳐 빌라로 들어섰다.

요환의 할머니 같았다.


“선생님.”


서준이 부르자 할머니가 고개를 돌렸다.

서리가 내린 듯한 하얀 머리.

세월의 풍파가 고스란히 묻어 있는 얼굴.

가뭄처럼 메마른 두 손.

저런 분에게 담배 심부름을 시키려 했다고?

거스름돈은 가지라면서.

물론 할머니는 거절했다고 말했다.

서준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경찰입니다.”


할머니의 처진 눈에 의아함이 서렸다.


“경찰이요?”

“네.”

“경찰이 왜요?”

“요환이가 오늘 학교에 나오지 않아서 와봤습니다.”


그녀의 늘어진 눈꺼풀이 크게 떠졌다.

하늘이 무너질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녀가 절뚝이며 서준에게 다가왔다.


“우리 요환이가 학교에 가지 않았다고요? 왜요? 아니···, 우리 요환이 못된 짓 했어요? 그럴 애가 아닌데. 우리 요환이 지금 어디에···.”


서준이 부드럽게 말했다.


“요환이 잘못한 거 하나도 없어요. 그냥 학교에서 연락이 와서 확인 차 온 것뿐입니다. 요환이 집에 잘 있어요. 아파서 학교 못 갔다네요. 저랑 같이 들어가시죠.”


서준은 그녀와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할머니가 거실에 서 있던 요환이에게 다가가 이곳저곳을 만졌다.


“요환아, 어디가 아파? 아프면 병원을 가야지. 왜 집에 있어? 이렇게 해봐.”


할머니가 열을 체크하듯 요환의 이마를 짚었다.

가만히 서 있던 요환이, 갑자기 왈칵 눈물을 터트렸다.


“흐흑!”


할머니가 깜짝 놀랐다.


“아이고, 내 새끼. 많이 아파? 어디가 어떻게 아파? 할미랑 같이 병원 가자. 어여 가자 어여.”


요환이 흘러넘치는 눈물을 손으로 훔쳐내며 말했다.


“나 안 아파.”


할머니가 서준과 김우민에게 말했다.


“얘가 이래요. 제 할미 고생한다고 미용실도 안 가고 병원도 안 가요. 가자. 할미랑 같이 병원가자.”


김민우가 뭐라고 말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서준이 말했다.


“선생님, 요환이 제가 병원 잘 데려다주고 데려오겠습니다.”

“저도 같이 가면 안 돼요? 의사 말을 내가 들어봐야···.”


요환이 말했다.


“할머니 괜찮아, 금방 갔다 올게. 할머니까지 가면 경찰 아저씨들 불편하셔.”

“아 그런가? 그럼 잠깐만.”


할머니가 바지춤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곤 속주머니에서 구겨진 지폐를 꺼내, 주름을 펴내려는 듯 손바닥으로 다리미질 하듯 문질렀다.


“병원비 가지고 가.”

“나 돈 있어.”

“가지고 가.”


할머니가 강제로 요환의 주머니에 돈을 쑤셔 넣었다.


* * *


밖으로 나온 요환이의 얼굴은 살짝 겁에 질려 있었다.

자신이 범죄를 저질렀으니 말이다.

경찰서로 끌려가는 일만 남았으니까.

서준이 말했다.


“걱정할 거 없어. 고무장갑 가지고 가서 편의점에 가서 사과드려.”


서준이 지갑에서 5만 원짜리 두 장을 내밀었다.


“자, 받아. 택배 훔친 것도 죄송하다 하고, 돈 드려.”


이미 포장을 개봉했다는 자체가 중고품이다.

그 광경에 김민우가 고개를 저었다.

측은지심으로, 앞으로도 저러다간 남아나질 않을 거다.

요환이 머뭇거리자 서준이 돈을 내밀며 재촉했다.


“네. 감사합니다.”

“지금 찾아가서 사과드려.”

“네.”


우물쭈물하던 요환이 다시 빌라로 들어갔다.

김민우가 머리가 아프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아이고 대구빡아, 봉사 활동하러 왔어요? 도와주는 건 좋은데, 우린 수사로 도와주는 거지 물질적으로 도와주는 사람들이 아니에요. 돈 모아서 집 안 살 거예요? 장가 안 갈 거예요?”


현실적인 조언이었다.

수사를 하다 보면 안타까운 일들이 많이 겪게 되는데, 그때마다 서준처럼 행동하면 월급이 남아나질 않는다.

경찰들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수사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우연인지 뭔지 외계인 같은 프로파일링 보여줬지만, 결국 신입 티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김민우는 그렇게 생각했다.

서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답했다.


“죄송합니다. 새겨듣겠습니다.”


한숨을 짓던 김민우가 두 입 꼬리를 끌어 올렸다.


“나한테 죄송할 건 없는데···.”


그때 요환이 쇼핑백 하나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고무장갑과 그라인더가 들어 있었다.


“지금 가서 죄송하다고 사과드릴게요.”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데 몇 학년 몇 반이야?”

“2학년 3반이요.”

“담임 선생님 이름은?”

“최기철이요.”

“그래, 다시는 요환이 괴롭히지 못하게 할 테니까. 한 번만 믿어 봐. 믿기 힘들어도 이번 딱 한 번만, 한 번만 믿어 봐.”


요환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어서 가봐.”


요환이 인사를 꾸벅하며 골목길로 움직였다.

요환의 뒷모습을 보던 서준이 김민우에게 몸을 돌렸다.


“선배님, 이럴 땐 어떡해야 하는지···.”

“뭘 어떻게 해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20조, 학교 폭력을 보거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자는 학교 등 관계 기관에 이를 즉시 신고해야한다.”


김민우가 이마를 문질렀다.

뭐 저런 걸 다 외우고 다닐까.

서준이 말을 이었다.


“제가 학교 폭력의 사실을 알았는데, 모른 척 직무유기 한다면 형법 제136조에 걸려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네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김민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수사해야지. 여청계로 이관···.”


그때 김민우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이 팀장이이었다.


“네 팀장님.”

- 어떻게 됐어? 그놈이야?


연쇄절도범이 맞냐고 묻는 것이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아니요. 다른 사람이고 단순 절돕니다. 미성년자고 합의 본 다네요.”


- 그래? 그럼 딴 데로 새지 말고 지금 바로···.


그때 서준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선배님, 요환이 학교에 좀 다녀오겠습니다.”

“어?”


그대로 몸을 돌리는 서준의 모습에 김민우가 손을 뻗었다.


“여청계로 이관하면···.”

- 내 말 지금 듣고 있어!?


서준이 멀어지는 모습에 김민우는 헛숨을 뱉었다.

그리곤 다시 이 팀장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네 듣고 있어요. 말씀하세요.”


* * *


서준이 학교에 도착한 시간은 점심시간이었다.

복도를 지나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은 웃음이 떠나질 않았고, 에너지가 차고 넘쳤다.

요환이도 그랬을까?

학생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로, 고개를 들지 못한 채 걷는 요환이가 흑백으로 보이는 듯했다.

눈에 잡힐 듯 아른거리는 요환의 모습에, 서준은 요환이에게 말하듯 속으로 말했다.


‘그 마음 대충이나마 알 것 같다.’


자신도 어렸을 적 어떤 사건을 겪었으니까.

그래서 프로파일러가 된 이유기도 했다.

서준은 시선을 틀어 교무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서자 몇몇 선생님들이 보였다.

서준은 가장 가까운 선생에게 가서 물었다.


“2학년 3반, 최기철 담임 계신가요?”

“아직 식사 중이신 것 같은데, 누구···.”


선생이 서준을 위아래로 훑었다.

깔끔한 인상을 주는 외모며, 팔다리가 시원시원하게 길었다.

서준이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자, 그의 눈이 살짝 커졌다.


“아···.”


그의 눈이 왼쪽 위로 향했다.

이는 기억을 떠올릴 때 보편적으로 많이 관찰된다.

뭔가 알고 있는 눈치였다.


“이제 곧 오실 것 같은데, 음료라도···, 아 저기 오셨네요.”


교무실 문이 열리며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왔다.

특징 없이,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해 보이는 외형이었다.

서준이 물었다.


“최기철 씨?”


선생이라는 호칭을 쓸 수도 있었지만 서준은 그러지 않았다.


“네. 어떻게 오셨어요?”

“경찰입니다.”


최기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순간의 스트레스가 찾아왔는지, 그가 머리를 쓸어 올렸다.

물론 무의식적인 행동이었다.

그런 행동들은 서준의 눈에 다 관찰되고 있었다.


“경찰이 무슨 일로···.”


서준은 바로 본론을 꺼냈다.


“요환이 아시죠?”


그의 눈빛이 살짝 떨렸다.

그가 혀로 입술을 훔치며 말했다.


“잠시만.”


그는 곧장 어디론가 전화를 걸어 말했다.


“반장, 좀 늦게 들어갈 테니까. 자율학습 하고 있어.”


통화를 끝마친 최기철이 서준에게 말했다.


“다른 데서 얘기 나누실까요?”

“그러죠.”


교무실을 빠져나간 최기철은 서준을 상담실로 안내했다.

서준은 상담실에 들어서자마자 먼저 말을 꺼냈다.


“학생들 가르치시는데 많이 힘드시죠?”


그가 쓰게 웃으며 답했다.


“교권이 예전 같지 않아서, 쉽지 않은 건 사실입니다.”

“학폭을 방관하는 건 쉽고요?”


최기철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서준이 말했다.


“음료는 됐습니다.”


두 사람이 상담하듯 자리에 마주 앉았다.

말을 질질 끌 필요도 없고, 빙빙 돌릴 필요도 없었다.


“요환이가 학교폭력을 당하고 있는데 왜 어물쩍 넘어가셨습니까?”


서준의 눈이 그윽하게 가라앉았다.

쑥대밭으로 만들 거다.

요환이를 괴롭힌 놈들.

요환이가 학교 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묵인한 것들, 그걸 또 지시한 놈 등등.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돈?

내가 더 가지고 있다.

니들이 가지고 있는 인맥과 권력?

내가 더 가지고 있다.

너희들만의 카르텔?


“말해 보시죠.”


아주 개판을 만들어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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