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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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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6.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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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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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8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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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사건 2

DUMMY

- 너네 팀장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자리에 없어?


상대는 대뜸 반말을 해대 가며 팀장을 찾았다.

장난 전환가?

상황극을 벌이는 장난 전화도 너무나 많다.


“누구시죠?”

- 나? 강력 1팀 팀장이야.

“잠시만요.”


서준은 고개 돌려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던 팀장에게 말했다.


“팀장님, 강력 1팀 팀장님 전환데, 팀장님 찾으십니다.”

“응? 나?”


이 팀장이 다가와 수화기를 건네받았다.


“여보세요.”


- 인마, 한가한 놈이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핸드폰 잃어 버렸어?


그의 목소리를 확인한 이 팀장이 거만하게 허리춤에 손을 올렸다.

둘은 같은 기수였다.


“야, 우리 바쁜 거 몰라? 이번에 학폭 수사로 고구마 줄기처럼 죄다 검찰에 넘겼잖아. 으하하!”


이 팀장은 으쓱거리면서도 서준의 눈치를 살폈다.


- 부탁 하나만 하자.

“어? 부탁? 무슨 부탁?”


- 지금 살인인지 자살인지 접수됐는데, 손이 모자라서 너희 팀에서 좀 가줘라.


“여기 형사 팀이야, 다른 강력팀으로 넘기면 되지 왜···.”


- 사정 알면서 왜 그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초동수사까지만.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이 팀장이 뺨을 어루만졌다.

강력 1팀은 지금 다른 강력 팀 보다 실적이 저조한 상태.


- 서장님한테 깨져서 지금 나까지 밖에서 뺑뺑이 치고 있잖아. 애들도 다른 사건 수사하느라 정신없고. 초동수사만 어떻게 안 되겠냐?


고민하던 이 팀장이 말했다.


“도와주세요 해 봐.”

- 도와주십쇼 친구님, 내 평생 이 은혜는···.

“소고기.”

- 우리 수혜 고3이야, 내 년에 대학 들어가잖냐.


수혜는 그의 딸이었다.


“삼겹살.”

- 오케이 삼겹살.

“어딘데?”


통화를 마친 이 팀장이 피해자와 이야기를 하는 김민우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니 그의 시선은 금세 서준에게로 향했다.


“서준아.”


* * *


서준이 운전하는 차량이 미끄러지듯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조수석엔 이 팀장이 앉아 있었다.

다른 형사를 보낼 수도 있었지만, 이 팀장은 서준의 실력을 직접 가늠하기 위함이었다.


이렇게 팀원들이 잘하는 게 무엇이고, 못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 놔야 팀을 잘 꾸려갈 수가 있다.


무엇보다 편의점에서 딸각거리며 절도범을 찾아갔던 서준의 실력을 보고 싶었다.

이 팀장이 말을 꺼냈다.


“민우 따라 다니느라 수고가 많지? 그놈이 뺀질뺀질 거려보여도 정은 많은 놈이야.”

“좋습니다.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럼 다행이고.”


서준이 말했다.


“제가 긴장한 것 같으면 종종 개그도 해주십니다.”

“개그? 뭔 개그?”

“일본인이 레몬 먹으면 와따시다. 그런 거요.”

“난리도 아니네.”


피식 웃던 이 팀장이 문득 물었다.


“광역 프로파일러 있을 때 주로 어떤 걸 배웠어?”


6개월간 수습을 거친 서준이었다.


“범행을 벌인 범인의 성격이나 특징에 대해 의논을 많이 했습니다.”

“프로필도 뽑아내고?”

“네.”

“내가 범인이었다면, 범인의 입장에 서서. 뭐 그런?”


형사라고 다르지 않았다.

서준이 답했다.


“네, 맞습니다.”


하지만 요기서 중요한 맹점은, 범인의 심연에 보다 더 깊게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들도 생각하지 못하는, 그들의 무의식까지 들여다봐야한다.


그렇게 30분을 더 달려 서준과 팀장은 목적지 근처에 도착할 수 있었다.


복도식 아파트였다.

시각은 오후 2시 30분.

경찰차와 구급차 주위로 사람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었다.


“무슨 일이래?”

“사람 죽었대.”

“누가?”

“자살? 누가 죽인 거래?”

“하···. 집 값 떨어지는 소리 들리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사이로 이 팀장은 신분증을 보여주며 5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아이고 도가니야.”


이 팀장은 복도를 따라 걸어갔다.

복도엔 유모차도 있었고, 자전거도 있었다.


그렇게 가장 끄트머리인 505호에 도착했다.

슬쩍 안을 들여다보니 하얀 방진복의 감식반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게 보였다.

이제 막 감식에 들어간 것 같았다.


이 팀장이 경찰에게 받은 덧신과 장갑을 서준에게 건넸다.


“감사합니다.”


서준이 장갑과 덧신을 신는 모습에 이 팀장은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긴장감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수습기간 때 끔찍한 사건들의 사진들을 많이 봐서 그런가?

하지만 사람 시체를 직접 보는 건 다를 수도.


“가보자고.”


서준은 이 팀장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소파엔 최초신고자인 한 여성이 넋이 나간 상태로 앉아 있었고, 감식반들은 족적과 지문, 그리고 동영상을 촬영하기 바빴다.

사고가 벌어진 곳은 화장실.


“아이고···.”


화장실 안을 확인한 이 팀장이 탄식했다.


해바라기 샤워기 왼쪽으로, 높은 수건걸이에 목을 매단 여성의 시신이 축 늘어져 있었다.


커튼 같은 것으로 목을 매단 것 같았는데, 경추가 부러진 듯 목이 기이하게 길어 늘어났고, 입에서 혀가 길게 빠져나왔다.

하얀 나시티 차림의 그녀는, 툭 치면 금방이라도 흔들흔들거릴 것 같았다.

일반 사람이라면 감당하지 못할 광경이었다.


그때, 시신에 무심하리만치 시선을 고정한 서준이 말했다.


“팀장님, 제가 가까이 가서 살펴봐도 되겠습니까?”


이 팀장이 놀라듯 서준을 돌아봤다.


시신을 처음으로 본 사람이라면 뒤로 나자빠졌을 광경.

서준의 수준도 일반인과 비슷했다.

이제 출근한지 3일 차 일진데 이런 현장을 수백 번 봤다는 것처럼 담담했다.


아니 애써 감정을 다스리며 프로파일러서의 임무를 다하고 싶은 것일까?

아무튼 마음가짐은 높게 쳐줄만 했다.


“괜찮겠어?”

“예.”

“그래, 아무것도 만지지 말고 조심해.”

“네.”


서준은 안으로 들어서며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플래쉬를 켰다.


서준이 시신에 다가가는 모습에 이 팀장은 왠지 오싹 소름이 돋는 것 같았다.


서준의 뒷모습과 눈빛은, 마치 고기를 여기저기 뜯어보며 해체하려 다가가는 도축 업자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서준은 뱀처럼 혀를 길게 빼고 있는 그녀의 얼굴을 바라봤다.


꽤 예쁘장한 얼굴이었다.

귀에선 핸드폰 불빛에 작은 나비 피어싱 세 개가 반짝거렸다.

얼굴엔 화장기가 없었다.

서준은 그녀의 목을 조르고 있는 커튼을 바라봤다.

교수형 매듭이다.

서준의 시선이 이번엔 그녀의 목을 관찰했다.

이중 삭흔은 보이지 않았다.


삭흔은 끈 자국을 말하는 것이었는데, 타살에 의한 살인은 이중 삭흔(두줄)이 관찰되는 게 보편적이다.


살인범이 줄로 먼저 목을 조르면 그때 삭흔 하나가 생성되고, 자살을 위장하려 매달았을 땐 끈이 목 위로 올라가면서 끈 자국이 하나 더 생긴다.

이를 이중 삭흔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중 삭흔이 보인다고 해서 타살에 무게를 싣는 것은 위험했다.

목을 매달았을 때 의식이 흐려지면서 몸이 경직되는데,


통나무처럼 덜컥, 덜컥 찾아오는 경련으로 끈 자국 더 위로 올라가 이중 삭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또한 삭흔이 하나인 경우라고 해도 자살로 쉽게 판단해선 안 된다.


모든 경우의 수를 빼고 더하고 나누고, 계산해 결과 값을 도출해야 한다.


목을 조르는 커튼을 빼내려 손톱으로 긁은 것 같은 저항흔.(핥퀸 자국)


의사(자살)의 경우 저항흔은 잘 발견되지 않는다지만, 의식이 흐려지면서 무의식적으로 탈출하려 손톱으로 긁어대기도 한다.


표면적으로 목만 보자면 자살에 가깝다.

부러졌을 거라 예측되는 설골과 경추를 제외하곤 말이다.


서준은 핸드폰 플래쉬로 그녀의 멍이 든 어깨를 비추었다.

이번엔 팔을 살폈다.

긁힌 상처 없이 매끈했다.

양쪽 손목에선 자해했던 흔적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손등도 손바닥도 그랬다.


서준은 무릎을 굽혀 네일아트를 받은 그녀의 손가락을 바라봤다.

붙인 손톱은 몇 개가 떨어져 나가 있었는데, 엄지와 중지엔 얇은 반지가.


서준은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시선을 고정했다.

새끼 손톱위에 얹어진 물방울 모양의 악세사리.

반질반질거렸다.

스크레치를 잘 찾아 볼 수 없을 정도였다.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팀장에게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감식 반장이었다.


“이 팀장 오랜만이네. 아무래도 자살 같아.”

“그러게요. 깨끗하네요. 어깨에 멍은 뭐 같아요?”

“어제 마사지를 받았다는데···.”


서준은 시신과 깨끗한 화장실을 이리저리 살핀 다음에야 화장실을 빠져나왔다.

칫솔은 하나였다.


이 팀장이 다가오는 서준을 바라봤다.

서준의 표정은 박물관에라도 온 사람처럼 담담해 헛숨이 뱉어질 지경이었다.

이 팀장이 서준을 가늠하려는 듯 은근히 물었다.


“어때 보여?”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시신이 깨끗하잖아, 이중 삭흔도 보이지 않고. 자살일 가능성이 높지.”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네일아트를 한지 별로 안 된 것 같은데···.”


생활반응에 의한 스크레치가 관찰되지 않았으니까.

네일아트를 한지 별로 안 됐다는 것이다.

치장하는 목적은 자기 자신의 만족감이나,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에서부터 비롯된다.

삶의 연장선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자살을 했다라···.


“충동적인 자살도 많지.”


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충동적인 자살도 많았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 가입 국가 중 1위다.

그 통계를 무시해선 안 된다.


“집 좀 살펴봐도 될까요?”


이 팀장이 많이 공부하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건 좋은데, 최소한으로 움직여. 집안에 있는 것들이 모두 증거가 될 수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서준은 먼저 안방을 살폈다.

안방은 평범했다.

다만, 화장대에 비해 향수와 화장품들이 지나치게 많았다.

고가의 제품들까지.

침대 옆 테이블엔, 죽은 그녀의 단독 사진이 몇 개 놓여있었다.

방은 깨끗하고 창문은 잠겨 있는 상태.

약봉지 같은 건 보이지 않았다.


안방 말고도 다른 방의 창문도 다 잠겨 있었다. 거실도 마찬가지였는데 커튼 하나가 없었다.

커튼으로 목을 맸기 때문이다.


서준은 거실에 중앙에 있는, 과자 봉지와 식어버린 치킨 족발, 그리고 굴러다니는 얇은 담배와 술병들을 내려다 봤다.


술잔으로 사용된 종이컵의 좌우를 기준으로, 안주들이 대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조금 치우쳐 있었다.

음식은 거의 손도 되지 않은 것처럼 남아 있었는데, 소주병은 각각 한 병씩 마신 것처럼 두 병이 비어져 있었다.

한쪽에 늘어진 비닐봉지를 살펴봐도 칫솔은 찾을 순 없었다.


서준은 경찰에게 다가가, 죽은 이와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의 신정보를 들었다.

월세로 들어와 이젠 시신이 되어버린 그녀의 이름은 박혜화 26세.

최초신고자의 이름은 백진희 25세.

백진희는 동거인이 아닌 하루 밤 놀러온 사람이었다.

이 둘이 업으로 살아가는 직종은 화류계.


서준은 이내 모델처럼 마른 백진희에게 다가갔다.


“안녕 하십니까···.”


서준은 신분을 밝히며 그녀를 관찰했다.

예쁘장한 그녀의 얼굴은 창백하기 그지없었고, 목소리는 덜덜 떨렸다.


“저 안 죽였어요. 진짜에요! 저한테 왜들 그러시는 모르겠어요. 신고도 제가 했는데···. 자기가 죽이고 신고하는 사람이 어딨어요?”


그녀의 DNA를 얻기 위해 면봉으로 입 안이나, 손톱 밑 머리카락 등등을 수집 했을 것이었다.


“왜 저를 검사하고···.”


서준은 그녀를 안심시키듯 말했다.


“감식반이나 경찰들이 출동했을 때 매뉴얼처럼 흔히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서준은 슬쩍 거실의 중앙을 쳐다봤다.


“어제 단 둘이 술을 마시셨나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렸다.


“누가 창문을 등지고 앉으셨죠?”


둘은 마주보고 있었다.

한 명은 창문을 등지고 앉았고, 또 한 명은 창밖의 풍경을 볼 수 있도록 앉았고.

그리고 안주들은, 창밖을 볼 수 있는 자리로 살짝 몰려 있었다.


깜빡이는 그녀의 눈꺼풀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가 왼쪽 위로 향했다.

기억된 이미지를 떠올리려는 것이다.

그녀가 오한이라도 드는 듯, 팔을 교차해 자신의 팔뚝을 매만졌다.

언니의 죽음에 대한, 일반인이 받아들이는 섬칫함일까.


“제가요. 그건 왜···.”


그녀가 붉은 눈시울로 서준을 바라봤다.

서준은 전부터 그녀를 안심시키려는 듯 부드럽게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조금 달랐다.

이건 아주 중요한 질문이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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