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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프로파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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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正龍)
작품등록일 :
2024.06.24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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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30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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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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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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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사건 1

DUMMY

이 팀장이 다가와서 물었다.


“어떻게 된 거야?”


서준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학폭을 조사하다 보니, 이 사람이 사건을 덮고 있었습니다. 가해자 아버지입니다.”

“가해자 아버지?”

“네.”


서준이 옆구리에 끼고 있던 장부 두 개를 내밀었다.

강현중이 돈을 꺼냈던 금고에서 발견한 것이었다.


“이건 이중장부 같습니다.”


서준은 설명을 이어 나갔다.

강현중은 김요환을 괴롭히던 아들의 아버지였고, 화진 고등학교에 급식 재료를 납품하며 교장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장부에 나와 있었다.

교장의 이름 옆에 기재된 금액을 보면, 촌지도 준 것 같았다.

강현중이 살벌한 눈빛으로 말했다.


“아니라니까, 변호사 불러 주세요. 변호사.”


이 팀장이 미간을 찌푸리며 강현중을 쳐다봤다.


“불러줄 테니까. 조용히 하세요.”


팀장이 서준에게 시선을 돌렸다.


“네가 그걸 왜 수사하고 다녀···.”


팀장은 번뜩 김민우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편의점에서 CCTV를 딸깍이더니 범인을 특정하고 집에 찾아가 잡았다.

말이 되나?

범인을 추적할 땐 CCTV나 블랙박스를 뒤집어 까뒤집으며 쫓아간다.

그런데 서준은 그런 중간 과정 없이 잡아 버렸다.

프로파일링을 했다고 했는데, 그래도 믿기지가 않았다.

서준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학폭을 수사 과정에서 강현중이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알아버려서, 잡아 왔습니다.”


이 팀장이 헛웃음을 지었다.


“직무 유기라 별 수 없었다는 거야?”

“네. 수사하다 보니 알아버려서···.”


이 팀장이 뒷목을 주물럭거렸다.

신입이 아니라 1팀에 또 다른 꼴통이 들어온 것 같았다.

뺀질대는 김민우, 물건을 부서되는 강태후, 막내 도윤이는 그나마 낫다.


“영장은 어떻게 된 거야? 영장 혹시 네가 신청했어?”


이 팀장은 자신이 말하고도 어이가 없었다.

프로파일러로 들어 온 신입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으니까.

영장 발부는 사건 신청서를 작성한 후, 증거와 함께 검찰로 송부한다.

검사는 자료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 법원에 제출하고, 또 법관 심사를 거치며 적법하다고 판단되면 영장이 발부된다.


그런데 그 과정이 하나도 없었다.

자신이 승인한 적도 없고.


“영장이요?”


서준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미세 표정도 완벽해 명품 배우가 따로 없을 지경이었다.

경찰서로 돌아오는 길에 모른 척하기로 작심했다.

수사에 있어 서로 협력하며 다양한 의견을 나누어야 하는데, 혹시나 자신만 동떨어져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었으니까.


팀장이 강현중을 턱짓했다.


“이 사람 영장 떨어졌어. 내일 발부된다고. 너 혹시 빽있니?”


서준이 뒷배가 있다면 모든 이야기가 가능하다.

서준을 눈을 깜빡였다.


“네? 아니요. 전 모르는 일인데. 정말 잘 모르겠습니다.”


팀장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머리를 쓸어 넘겼다.


“일단, 유치장으로 아니다. 유치장 어딘지 모르지? 갑시다.”


이 팀장은 강현중의 팔을 끌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수갑이 아니라 벨트가 그의 두 손을 결박하고 있었으니까.


“변호사 불러달라니까요.”

“네. 어디 누구를 불러 드려요?”


팀장이 귀찮다는 듯이 답하며 그를 끌고 갔고, 혼자 남아 버린 서준은 그대로 경찰서를 빠져나갔다.


* * *


서준이 발길이 멈춰진 곳은 화진 고등학교 근처의 분식집이었다.

서준의 시선이 고정된 곳엔, 떡볶이가 아주 먹음직스럽게 판에 깔려 있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가만히 쳐다보며 아무 말 없이 서 있을 뿐이었다.


“뭐 드릴까요?”


사장의 말에 서준이 상념에서 깨어나며 멋쩍게 웃었다.


“다음에 오겠습니다.”


떡볶이는 절대 먹지 않는 서준이었다.

인생의 전환점이 저 떡볶이로부터 시작되었으니까.

아니 떡볶이가 아니라, 모든 것은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렇게 화진 고등학교의 경비에게 신분증을 보여줬다.

경찰의 두 번째의 방문에 경비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수사 중이라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서준은 안으로 들어가며 김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화진 고등학교 정문 앞으로 승합차 한 대 보내 주세요.”

- 승합차는 또 왜요?

“몇 명 좀 이동해야 해서요.”


김 비서는 토달지 않았다.


- 알겠습니다.


이윽고 2학년 3반에 도착한 서준은 문에 노크했다.


드르륵.


문이 열리며 수학 선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누구시죠?”

“경찰입니다. 강현진 유조찬 임찬호 이하나 안에 있죠?”

“네. 그런데 무슨 일로···.”


서준이 입 꼬리가 비대칭적이게 슬쩍 올라갔다.


“아실 것 같은데, 학폭으로 수사 나왔습니다. 불러주실 있나요?”


잠깐 망설임을 보이던 그가 교실로 들어가 아이들의 이름을 호명했다.

곧 녀석들이 복도로 나왔다.


남자 셋, 여자 하나.


녀석들을 훑던 서준의 시선이 안경을 쓴 놈에게로 고정됐다.

강현진이었다.

정말 모범생 같은 얼굴과, 단정한 차림새였다.

이런 것들에 사람들은 속곤한다.


이웃집 누군가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전혀 그럴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착한 사람이다.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친절과 미소는 범인들이 범죄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안심과 방심을 유발하게 만들어 뒤에서 덮친다.

결코, 이유 없는 친절과 미소에 방심하면 안 된다.


미소 가죽을 뒤집어쓴 놈들이,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니까.

그 놈들의 상상 속에선 당신은 이미 처참하게 유린당하고 있다.

옛날과는 다르게 면식범의 범죄가 빠르게 높아지는 시대.

그들은 누군가의 이웃이다.

속지 마라.


지금 서준이 쳐다보고 있는 강현진도 놈들과 똑같은 부류다.

청소년의 껍데기를 뒤집어 쓴 범죄자.

자신은 저런 껍데기를 가죽처럼 벗겨버리고 그 속을 바라봐야한다.

아마 그 속은 상대를 비웃으며 입이 찢은 채 웃고 있겠지.


“경찰이야. 왜 왔는지 알지?”


짧고 타이트한 교복 차림새의 이하나가 인상을 찌푸리며 서준을 쳐다봤고.

강현진은 눈 하나 깜짝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경찰이 왜요?”


서준이 피식 웃었다.

범죄자 놈들은 애나 어른이나 하나 같이 반응이 똑같다.


“너희가 더 잘 알 것 같은데. 그냥 갈래 아니면 수갑 차고 갈래?”

“전화 한 통만 해도 돼요?”


서준이 마음껏 하라는 듯 강현진에게 손을 저었다.

하지만 강현진이 아무리 전화를 해도 상대는 받지 않았다.


“전화 안 받지? 가서 만나면 되겠구나.”

“네?”


서준이 미소를 끌어 올렸다.


“네 아빠 지금 경찰서에 있거든.”


* * *


이 팀장은 유치장에 갇힌 창살을 잡고 있는, 강현진의 아버지 강현중에게 말했다.


“당신 변호 안 한답니다. 바쁘데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쇠창살을 흔들 듯 두 손에 힘을 주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내 변호를 안 한다니?”


이 팀장이 어깨를 으쓱 거렸다.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변호사들은 돈만 된다면 피의자 피해자 할 것 없이 서로 변호하려고 달려들기 마련이니까.


강현중이 버럭 소리쳤다.


“당신 지금 거짓말 하는 거지? 이거 나 가만히 안 있어. 나 여기서 나가면 당신···.”


이 팀장은 고개를 푹 숙이며 중얼거렸다.


“하~, 이래서 범죄자 새끼들은 사람 대접해주면 안 돼. 사람 말귀를 못 알아들어.”


이 팀장이 그에게 핸드폰을 불쑥 내밀었다.

강현중의 것이었다.


“자, 당신이 전화 해봐. 그리고 이양반아, 어디다 대고 반말이야?”


강현중은 바로 자신의 전담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 고객이 전화를 받지 않아···.

“시발, 뭐하고 있는 거야?”


여러 번 해도 전화를 받지 않는 그였다.

강현중은 이번엔 변호사 사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여성이 전화를 받자, 얼른 말을 뱉었다.


“나 김현중인데, 이 변 있죠?”

- ······. 없다고 해.


김현중의 눈이 부릅 떠졌다.

분명 자신이 찾던 목소리가 작게 들려왔던 것이다.


- 지금 자리에 안 계시는데 어떤 용무로 전화 왔었다고 전화 드릴까요?

“옆에 있잖아!? 바꿔.”

- 지금 자리에 안 계신데요···.


김현중은 통화를 콱 꺼버렸다.


“이 개새끼가 뭘 잘못 처먹었나, 두고 보자.”


김현중은 이리저리 전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강현중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핸드폰을 든 그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 개새끼들이 갑자기 왜···.”


김현중은 이제 거대 로펌 검색을 시작한 뒤, 전화를 걸었다.


- 네. 재림입니다.

“변호사 선임 좀 하려고요.”

- 어떤 내용이시죠?

“오해로 경찰서에 잡혀왔는데, 신분이 확인된 사람인데 절 유치장에 가뒀어요 지금.”

-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강현중입니다. 법인 세 개 운영하고 있고요.”

- 잠시 만요.


강현중은 안내원의 목소리를 기다리며, 이 팀장을 쳐다봤다.

마치 가만두지 않겠다는 눈빛이었다.

그때, 안내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지금 저희 변호사님들이 수임 건수가 많아서요. 힘들 것 같습니다.

“네? 뭐라고요?”

- 죄송합니다.


전화가 끊겨 버리자 김현중은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마치 세상이 자신을 억지로 까고 있는 것 같았다.

전화기를 황망한 얼굴을 쳐다보고 있던 강현중이, 이 팀장을 쳐다봤다.

그의 눈빛은 전과는 다르게 착해져 있었다.


“저, 형사님. 핸드폰 베터리가 나가서 그러는데, 핸드폰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이 팀장이 자세를 삐딱하게 잡고 말했다.


“이 양반이 내 핸드폰이 무슨 공중전화인 줄 아나.”

“그게 아니라···”


이 팀장이 몸을 돌려 버리자 그가 다급하게 말했다.


“저기! 저기요! 그럼 핸드폰 충전이라도!”


이 팀장은 그대로 유치장을 빠져나갔다.



* * *


3일 뒤.


김요환과 관련된 인물들은, 잡아들이지 않으면 큰일이 날것처럼 속전속결로 다 잡혀 들어갔다.

돈을 받고 학폭을 잠재운 교장, 그 사실을 묵인하고 있었던 선생들, 그리고 돈을 먹인 강현중.

그런데 이상하리만치 언론에선 단 한 줄도 기사로 다루지 않았다.


“이상하단 말이지.”


검찰에 그들을 모두 넘겨버린 이 팀장은 생각을 하듯 미간을 모았다.

처음 검찰에서 영장 발부를 신청하지 않았냐고 했다가, 검사가 은밀하게 단독으로 진행하던 사건이라 말을 바꿨다.

그리고 그들을 잡아 오라 1팀에 영장을 내린 것이고.

여기서 더 이상한 점은 서준이 그들을 다 잡아 왔다는 것이다.

자리에서 일어난 이 팀장이 서준의 자리로 다가갔다.


서준은 마우스 휠을 굴리며 PC를 응시하고 있었는데.


“뭐해?”


뒤에서 들려오는 말소리에 서준이 움찔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팀장님이 아버지는 뭐 하시며 빽이 있는 거 아니냐는 등등, 자꾸 이것저것 추궁하듯 물어보니 찔릴 수밖에 없었다.


“관할 전과자 정보 좀 보고 있었습니다.”

“그건 봐서 뭐하게?”


서준이 뒷머리를 매만지며 어색하게 웃었다.


“외워두면 사건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사건 발생 시, 동종 전과범들을 신속하게 떠올릴 수가 있었으니까.


“그걸 언제 다 외워. 그전에 머리 다 녹아내리겠다.”


관할 전과범들만 해도 수가 수백 명이다.

팀장이 팔짱을 끼며 은근히 물었다.


“김요환 사건, 구형 최대로 때린다는 소문이 있던데 알고 있어? 법원 분위기도 이를 갈고 있는 것 같고.”


서준은 이마를 쓸었다.

구체적으로 알고 있었다.

김요환을 괴롭혔던 녀석들은 최대 6년.

그리고 교장과 그의 아버지 강현중은 4년.

묵인했던 선생들은 각 1년.

감봉 직위해제 같은 징계도 아닌 구형.

검사 측이 어떻게든 집요하게 형사처벌로 엮어 버린 것이었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었다.


지금쯤 놈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참회의 눈물과 후회와 반성?

아마 놈들은 검찰과 판사가 짜고 친다고 생각할 것이었다.

짜고 치는 게 맞았다.

반성문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피해자가 용서하지 않는데, 반성문을 읽은 판사가 죄를 덜어주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서준이 그렇게 만들었다.

요환이 하나를 두고 그들이 짜고 쳤던 것을, 서준은 그대로 돌려주고 있었다.

아니, 형량을 최대치로 끌어 올릴 것이었다.


그들을 잠깐 떠올렸던 서준이 공손이 답했다.


“잘 모르겠습니다.”

“정말 몰라?”


서준은 두 손을 아래로 모은 채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네.”


이 팀장은 턱을 매만졌다.

교장이나 법인 3개를 운영하는 급이라면, 급 있는 변호사들이 서로 변호하겠다고 파리처럼 붙었어야 했는데.

모두 피해버리고 결국 일반 변호사들로 배정됐다.


혹시 강현중이 검찰총장이나, 법원 고위직의 미움이라도 받았던 것은 아닐까?

그러면 말이 된다.

서준이 강현중을 잡아 온 타이밍은 정말 절묘한 우연이고.

그때, 서준이 화제를 돌리려는 듯 빈자리를 쳐다봤다.


“그런데 한 분이 계속 안 보이시는 것 같은데.”


자리가 너저분했다.

물건들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보면, 누가 쓰긴 하는 것 같은데, 3일 동안 김민우 선배님을 따라다니며 복귀를 반복하는 동안 한 번도 보지를 못했다.


“최화영이라고, 잠복 중인데 들어오면 보게 될 거야. 성격 더러우니까 조심하고.”

“아, 네.”


그때, 서준의 내선 전화기가 울어댔다.

이 팀장이 눈짓했다.


“받아 봐.”


서준이 수화기를 귓가로 가져가며 말했다.


“네. 서울 경찰···.”


서준의 미간이 서서히 모아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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