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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드의 빌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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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티풀
작품등록일 :
2024.09.07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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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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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필드의 빌런 22

DUMMY

누군가를 특정하지 않은 그 한마디가 떨어지기 무섭게,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의 하늘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모두가 일제히 상대팀 진영으로 뛰어 들어갔다.


자연스레 선덜랜드 AFC 선수들은 신해성이 공을 차서 보낼 수 있는 패스 경로만 차단하면 된다고 여겼다. 따라서 전방의 공격수들은 신해성을 압박하고, 나머지 인원들은 속속들이 침투하는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의 공격진을 견제했다.


하지만 이는 신해성이 바라는 바.


툭!


그는 발등으로 공을 길게 터치하며 출력을 올렸다. 측면도 아닌 중앙으로 돌파를 시도하는 것이다.


“미친······.”


선덜랜드 선수들은 어처구니가 없었다.


“지가 산티아고야?”


산티아고 몬테즈는 이 시대 최고의 드리블러 겸 스트라이커 중 한 명이다. 지난해 발롱도르 후보에 오른 선수기도 했다.


당연히, 선덜랜드 선수들의 독백은 비아냥 섞인 비유였을 뿐이다. 누구도 무모한 선택을 하는 신해성이 산티아고 같은 움직임을 보일 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물론 신해성도 양팀이 이처럼 촘촘하게 뒤섞인 상황에서 패스를 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그는 이곳이 아닌 다른 현실에서 산티아고 몬테즈와 주전 경쟁을 벌이던 남자다.


뿐인가?


산티아고 몬테즈는 누가 최고냐고 묻는 인터뷰에서 늘 ‘신’이라고 답했다.


신해성은 그가 공격수로서 자신보다 못하다 여기지 않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전방에서 압박해 오는 선덜랜드 선수들의 움직임으로는 자신을 막을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길게 쳐둔 공을 금세 따라잡은 신해성은 보폭을 줄이는 동시에 걸음을 쪼갰다. 공과의 거리가 좁혀졌다.


툭, 투욱!


다리는 가볍게, 허벅지에 좀 더 힘을 실어서 출력을 높였다. 그렇게 속도를 유지한 채 상대 선수가 수비할 틈을 주지 않고 스치듯 지나쳤다.


훅!


속도를 살려 한 명을 제친 신해성은 그보다 앞에서 미리 몸을 돌리는 상대를 보며 발 바깥쪽으로 공을 밀었다.


“······!”


상대가 등지고 있는 쪽, 골문 방향으로 공을 보내며 무게중심을 이동시켜 두 번째 장애물을 돌파했다.


그렇게 골대가 있는 좌측으로 계속 달릴 것 같던 신해성이 그 방향을 막는 선덜랜드 선수를 정면에 두자, 앞발로 공을 건드려 순간적으로 구속을 늦췄다. 동시에 여전히 빠르게 발을 교차시키며 뒷발로 공의 방향을 반대로 전환했다.


볼 터치를 하는 발의 단면과 무게중심만으로 이루어진 섬세한 페이크에, 그를 막은 선덜랜드 선수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며 반대 공간을 내주고 말았다.


후욱!


그렇게 세 명을 제치는 순간 패널티 에어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는 선덜랜드 수비가 다섯 명이나 도사리고 있었다. 그야말로 바글바글하다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장면.


이들은, 달리는 속도를 전혀 늦추지 않은 채 세 명의 선수를 연달아 제치고 돌파한 신해성을 더 이상 관망하지 않았다. 그에게 일제히 달려들며 패스 길을 모두 차단했다.

이대로 압박해서 순식간에 공을 빼앗거나, 빼앗진 못해도 시간을 끌면 선덜랜드 미드필더들이 수비에 합류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간과한 점은 이 사실을 신해성 역시 알고 있다는 것.


‘좀 더.’


신해성은 상대 선수들이 자신에게 더 다가오길 기다렸다. 그들의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표정이 풀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아직도 신해성이 패스 동작을 취하지 않고 있으니 타이밍을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렇다면 사방에서 바로 압박해서 잘라버리면 되니까.


‘이건 산티아고도 안 뺐기고 못 배긴다!’


그들의 얼굴에 자리 잡은 자신감이 그렇게 확신하고 있었지만, 오히려 상대 수비수들을 최대한 가깝게 끌어들인 신해성은 확실하게 열린 자신만의 패스 길을 보고 있었다.

이어서 그가 방향전환이나 어떤 준비 동작도 없이 달리는 자세 그대로 발 바깥쪽을 이용해 공을 찼다.


팍!


트리벨라(Trivela)라고도 불리는 기술이었다. 강력한 발목 힘이 실린 공이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휘며 압박하러 달려온 정면의 선덜랜드 수비수를 우회해 날아갔다.


“미친······!”


예술적인 궤적을 그린 공이 그에게 달려든 수비수들 너머, 측면 공간으로 떨어졌다. 그 공은 터치 라인을 따라 들어온 루이스 안토니우 마르티네스의 발등에 걸렸다.


뻐엉!


파 포스트, 반대편 골대 모서리를 노린 강력한 슈팅이었다.


하나, 선덜랜드 골키퍼 역시 만만치 않았다. 그는 루이스의 날카로운 슈팅 궤적을 정확히 읽었는지 과감하게 몸을 날리며 공을 쳐냈다.


팍!


미처 낚아채지 못한 공이 튕겨 나오며, 이 같은 변수를 예측하고 가까운 위치에 들어와 있던 신해성에게로 떨어졌다.


턱.


공을 잡았을 때 그는 수비수들한테 에워싸인 상태. 슈팅할 수 있는 각은 정해져 있었다.


‘왼발잡이.’


드리블할 때도, 아웃사이드 패스를 할 때도 왼발이었다. 이를 주의 깊게 지켜본 선덜랜드 골키퍼는 자신이 몸을 날려야 할 방향을 내심 정해두고 자세를 낮췄다. 이제 상대 모션을 보고 공의 높이만 예측하면 되는 것이다.


그 순간 신해성이 한 번 접거나 디딤발을 놓는 동작도 없이 그대로 슈팅을 시도했다.


팍!


“어?”


미처 예상치 못한 전개에 골키퍼는 바닥을 박차지도, 그렇다고 좌우 어느 한쪽으로 과감하게 몸을 날리지도 못한 채 타이밍을 놓쳤다. 졸지에 동작이 엉켜버린 그는 골대 안으로 우아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는 칩슛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철썩!


“양발잡이······!”


골키퍼는 뒤통수를 한 대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상대가 두 발을 다 쓴다는 것 때문에 못 막은 건 아니었다.


‘결정적인 찬스에 이런 침착함이라니.’


더그아웃에서 벌떡 일어난 선덜랜드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까지 나와서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여기서 두 골을 따라잡혀? 13번! 13번만 막아!”


골키퍼는 울 것 같았다. 다른 선덜랜드 선수들 역시 허탈한 얼굴로 허리춤에 손을 올리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은 감독도 아닌, 오직 한 명만을 향했다.

바로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의 하늘색 유니폼 정중앙에 박혀있는 13번 등번호를.


‘저 인간 대체 뭐야?’


선덜랜드 선수들은 감독님이 직접 뛰어보라 하고 싶었다. 그들은 심란하게 선수들의 축하를 받고있는 선수 겸 감독, 신해성을 바라보며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졌다. 저 이상한 남자는 마치 당연한 일을 했다는 듯 조각상처럼 서서 꿈쩍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감독님, 우리가 해냈습니다! 한 골 차까지 따라잡았어요!”

“한 골만 더 넣으면 동점이에요!”


조각상에 차례로 매달리는 선수들.

신해성은 이들을 밀어내지 않았다. 대신 이렇게 큰 시합은 처음인 게 분명한 어린 선수들에게 말했다.


“끝까지 집중해! 앞으로 두 골 남았다.”


매섭게 외치는 신해성을 바라보는 한 사람.

루이스 마르티네스는 전율하고 있었다.


‘이거야!’


그는 오늘, 보았다.

꿈속에서나 가능하던 플레이를.

자신이 축구를 시작한 후부터 언제나 꿈꾸던 모습을―.

그런 선수를 말이다.


어떻게 동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 팀에서, 저 감독님의 지도를 받아야 해······!’


그런데······.


이처럼 환상적인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신해성은 축구가 팀 스포츠라는 둥 고리타분한 소리나 하는 걸까?

정작 그 자신은 완벽한 판타지 스타면서!

아직 스포트라이트를 받기에는 이르다는 질책을 하는 걸까?

루이스의 머릿속이 복잡해지는 그때.


“루이스!”


그를 부른 신해성이 손짓했다.

누구 말이라고 거역할 쏘냐.

루이스 마르티네스는 거의 침투할 때처럼 달려갔다.


“예, 보스!”

“잘 봤지?”

“예!”

“네가 이 팀에서 해야 할 일이 뭔지 알려주마.”

“예!”


역시, 좀 더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기대하시는 거구나!


루이스가 다짐하는 가운데 다시 휘슬이 울렸다.


삐익―.


루이스는 더 이상 자신이 있어야 할 영역을 한정 짓지 않았다. 신해성이 직접 상대팀으로부터 공을 가로채서 기회를 만들었던 것처럼 그 자신도 선덜랜드 선수를 강하게 압박했다.


그가 누구인가?


썩어도 준치라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같은 프리미어리그 빅클럽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경쟁하던 인물이었기에 선덜랜드 미드필더는 큰 부담을 느꼈다.


‘왜 이렇게 빨라?’


선덜랜드 미드필더가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려다 곧바로 그쪽을 막아서는 루이스 마르티네스에 떠밀리듯 뒤로 공을 돌렸다.


팍!


그가 공을 차는 순간, 루이스 마르티네스가 제로백을 끌어올리며 스플린트를 쳤다. 마치 공격할 때처럼 확 튀어 나가며 잔디 위로 몸을 던진 것이다.


촤악!


가속도가 붙은 채 물기가 촉촉하게 밴 잔디를 타고 미끄러진 루이스 마르티네스가 발을 뻗어 아슬아슬하게 공을 갈퀴처럼 낚아챘다.


“좋았어!”


그는 짜릿한 기분을 느끼며 벌떡 일어났다. 신해성만큼 여유롭게 패스를 차단하진 못했지만 흉내 정도는 낸 셈이다.


뿐인가?


앞뒤로 당황한 선덜랜드 선수들이 급히 달려오고 있었다.

여기서부터 뚫고 상대 골문까지 올라가서 기회를 만든다― 고 다시 다짐하며, 루이스 마르티네스가 공을 발등으로 툭 치고 달렸다.


바로 그때, 신해성의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면 분명 그는 다시금 우상의 플레이에 도전했으리라.

하지만.


“여기!”


신해성은 마침 중앙 빈 공간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도저히 패스하지 않을 수 없는, 완벽한 패스 길의 끝에 서 있었다.


이는 루이스가 미처 보지 못했던 길이자, 아마 상대팀 선수들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경로일 터였다.


게다가 손을 든 것이 다른 사람도 아닌 신해성이었기에, 결국 루이스는 공을 찼다.


팍!


공중으로 솟구친 공이 공터로 떨어졌다. 지금은 공터지만, 신해성은 충분히 따라잡을 만한 출력을 내며 제때 진입했다.


‘마무리는 내가 한다.’


루이스 마르티네스는 선덜랜드 골문을 향해 미친 듯이 내달렸다. 상대팀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이 여럿 보였지만 상관없었다.

두 번째 골에서도 확인한 바이지만, 신해성과 자신의 콤비네이션을 막을 선수는 선덜랜드에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해성은 그에게 패스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본인이 돌파하지도 않았다. 떨어지는 공을 단 한 번의 터치로 돌려놨다.


퉁!


공이 지면에 닿기도 전에 다시 솟구쳤다.


신해성과 루이스 마르티네스의 콤비네이션을 경계한 선덜랜드 선수들이 중앙과 좌측 측면으로 몰린 틈에, 이를 노린 신해성이 원터치로 공을 좌측 후방으로 보낸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선 때마침 이번 경기 윙백으로 들어온 재스퍼 랭포드가 달려 들어오고 있었다. 그는 엄연히 측면 수비수임에도, 경기장 반대편에서 공격이 전개되고 있는 데다 오프 더 볼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상대 진영 깊숙이 침투한 것이다.

만약 역습이라도 당하면 먼 길을 서둘러 돌아가야 하지만, 그는 꼭 공이 자신에게 오지 않더라도 한 명의 공격 자원으로서 상대팀 주의라도 끌 작정이었다. 이러한 살신성인의 자세 덕분에 재스퍼 랭포드는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뜻밖에 신해성이 올린 공이 떨어졌고, 그는 노련한 고참 선수답게 본능적으로 다리를 휘둘렀다.


파악!


기습적으로 찬 공이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패널티 안쪽에 옹기종기 모여든 선덜랜드 수비수들과, 그 너머 골키퍼의 키까지 넘어갔다.


“안 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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