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블루티풀 님의 서재입니다.

필드의 빌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스포츠

새글

블루티풀
작품등록일 :
2024.09.07 01:00
최근연재일 :
2024.09.19 23:20
연재수 :
23 회
조회수 :
10,448
추천수 :
333
글자수 :
130,512

작성
24.09.11 08:20
조회
421
추천
16
글자
12쪽

필드의 빌런 10

DUMMY

엘리엇 캐버너.

★★★

장점, 빠르며 드리블이 좋고 잘생김.

단점, 딱 봐도 몸싸움이 약할 것 같음.


신해성의 뇌리로 노아 콜드웰에게 공을 받은 선수에 대한 정보가 떠올랐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엘리엇 캐버너가 상대팀 선수들을 끌어내기 위해 뒤로 공을 차 주자······.


메이슨 로이스턴.

★★★☆

장점, 시야가 넓고 패스를 잘함.

단점, 보고서에 의하면 느린 편.


공을 받은 메이슨 로이스턴이 눈을 빛냈다.

양쪽 터치라인을 따라 좌우측 날개 역할의 윙어들이 진격하며 적진에 공격수가 네 명이 된 상황.


‘자신 있는 걸 하라’던 신해성의 지시를 떠올린 메이슨 로이스턴은 상대팀 공격수가 전방 압박을 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상황에서도 넓은 시야로 침착하게 아군 위치를 파악했다.

이어서 가까이 있는 키튼 드리스콜이나 그 너머의 수비들에게 공을 돌리는 대신, 다소 먼 거리의 엘리엇 캐버너에게 다시 공을 보냈다.


팍!


저절로 전방 압박을 해오던 공격수 세 명이 패킹(Packing)됐다. 한마디로 패스 한 번에 세 명을 제친 효과를 냈다는 뜻이다.


“오.”


신해성의 잇새를 비집고 감탄사가 나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패스는 훌륭했으나, 그 공을 받은 엘리엇 캐버너의 상황은 여유롭지 못했다. 그가 날아온 공을 가슴으로 떨구기 무섭게 상대팀 풀백이 덮친 것이다.


콱!


엘리엇 캐버너가 공을 지키기 위해 분연히 애썼다. 상대 풀백의 육탄공세에 휘청거리면서도 공을 멀리 밀어냈다.


툭!


이어서 빠른 발을 살려 공을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상대가 뒤쫓지 못하도록 터치를 길게길게 하며 터치라인을 따라 질주한다.


팍, 팍······!


그 광경을 더그아웃에서 지켜보고 있는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의 수석코치, 이안 윌러비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게 먹힌다고?”


시합 하루 전에 바뀐 포지션을 통보했음에도 선수들이 큰 문제 없이 뛰고 있는 것이다.


뿐인가?


메이슨 로이스턴은 피터버러에서 보낸 두 번의 시즌 동안 빠른 선수들에게 자주 공을 빼앗긴 탓에 위축됐던 과거를 잊기라도 한 것처럼 안전한 지역에서 본인이 자신 있는 패스를 과감하게 시도했고.


엘리엇 캐버너는 상대 선수가 붙기만 하면 공을 돌리던 습관을 버리고, 자신 있는 드리블로 상대를 제치며 직접 돌파를 시도하고 있었다. 덕분에 지금 그에게는 두 갈래 패스 길이 열려 있었다. 뒤따라 라인을 올리는 윙백에게 공을 보내서 상대팀 수비라인을 좀 더 벌려놓을지, 아니면 곧바로 노아 콜드웰에게 크로스를 올릴지 결정만 하면 된다. ‘최종 목표는 노아 콜드웰’이라는 판단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패스!”


지금은 팀을 떠나게 된 공격수 마크 로스라면 상대 수비수들 압박을 견디지 못했겠지만, 노아 콜드웰은 샌터백 특유의 믿음직스러운 피지컬로 눈에 띄였다. 그라면 상대 수비수들을 누를 수 있을 거라고 여긴 엘리엇 캐버너는 마법에라도 걸린 듯 다리를 휘둘렀다.


“가라!”


그렇게 그의 인프론트에 공이 얹히는 찰나, 어느새 따라붙은 수비수가 발을 뻗어 크로스 궤적을 막아버리는 것이 아닌가?


팍!


공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튀었다.


“제기랄!”


엘리엇 캐버너는 공을 쫓고 싶었지만, 크로스를 올리는 순간 몸의 밸런스가 무너져서 따라갈 수 없었다.


반면 공이 튄 곳에는 상대팀 미드필더가 있었다. 어렵지 않게 공을 소유한 미드필더가 즉시 템포를 올리며 공을 길게 찔렀다.


팍!


이미 라인을 한껏 올려둔 피터버러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급히 돌아 뛰었지만, 날카로운 패스가 뒷공간으로 빠지고 말았다.


탁.


그 공을 측면으로 올라와서 받은 오성 블루윙즈의 스트라이커, 이동우가 단숨에 패널티 에어리어까지 침투했다. 이어지는 강슛.


뻥!


피터버러 골키퍼 마테오 네베스가 몸을 날렸지만, 공은 골대 안으로 자석처럼 빨려들어가버렸다.


철썩!


“젠장!”


마테오 네베스가 잔디를 주먹으로 내려쳤다. 순식간에 선제점을 내준 것이다. 이미 곪을 대로 곪은 상처처럼 쉽게 좌절감이 밀려왔다. 다른 선수들의 표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젠장······.”


또 지난 시즌의 악몽이 시작되는 걸까?

그들의 자신감이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 모습을 보다 못한 이안 윌러비가 머리를 감싸쥐며 선수들을 독려하려는 순간, 신해성이 어깨를 잡았다.


“······?”


그가 돌아보자 신해성이 말했다.


“기죽지 말고 계속 공격하라고 해요. 수비적으로 플레이를 하면 엉덩이를 걷어차 주겠다고.”

“역공 당해서 뒷공간 털리는 거 못 봤습니까? 라인을 내려야 해요. 상대팀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더 골을 허용했다간 선수단 사기가 바닥을 칠 겁니다.”


이안 윌러비의 의견에도 신해성은 고개를 저었다.


“중간에 공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골 기회는 우리한테 왔을 겁니다.”


이안 윌러비는 할 말이 많은 얼굴이었지만, 결국 손뼉을 치며 선수들에게 외쳤다.


“괜찮아! 라인 올리고 공격해! 계속 공격해!”


그렇게 기존 전술을 고집한 결과는 참담했다.

몇 차례 더 상대팀 진영 깊숙이 파고드는 그림이 나왔으나 번번이 공격이 끊긴 채 역습을 당한 것이다.

미드필더들이 이를 악물고 양쪽 진영을 오가며 공격을 병행한 덕분에 한 골 더 먹히는 데서 그치긴 했지만, 그럼에도 전반에만 2 대 0 상황으로 지고 있었다.

오성 블루윙즈 서포터즈의 환호성을 들으며 드레싱룸으로 돌아온 피터버러 선수들의 얼굴은 뻘겋게 익어 있었다.


“빌어먹을! 이게 맞아?”

“서로 공격 한 번씩 주고 받았는데 왜 우리만 먹느냐고.”

“점유율만 비슷하지, 우린 슛을 못했으니까.”

“1.5군 맞아? 왜 이렇게 잘해?”

“수비를 해야 돼. 언제까지 공격만 시킬 셈이지?”

“이건 미친 짓이야.”


그때, 드레싱룸 문이 열리며 신해성이 들어섰다. 선수들이 눈을 피했다.

두 골을 먹히는 동안 전반 내내 같은 주문만 하던 그를 보면 분통을 터뜨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귀까지 막을 수는 없는 노릇.


“잘했다.”

“뭐라고요?”


엘리엇 캐버너가 즉시 물었다. 그는 ‘내가 지금 무슨 소릴 들은 거지?’하는 표정이었다.

선수들 모두 비슷한 얼굴로 신해성을 바라봤다.

신해성 뒤, 이안 윌러비를 비롯한 코치진이 한숨을 쉬며 선수들 시선을 피했다.


“2 대 0인데 잘했다는 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지난 사건 이후 꽤나 순종적이 된 노아 콜드웰마저 나서서 한마디 했다.

그러나 신해성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아니, 잘한 게 맞아. 그 이유를 말해주지. 잔디에 적응도 안 된 상태로, 여러 선수들이 자기 포지션도 아닌 곳에서 뛰는 데도 점유율은 비슷했어. 챔피언십 레벨이라고 평가되는 K리그 최상위팀 1군을 상대로 전반에 실험적인 게임을 하면서 두 골을 내주는 데 그친 거지.”

“예?”

“아니, 1.5군이라면서요?”

“내 짐작이 틀렸더군.”


신해성이 뻔뻔하게 말했다.


“친선 경기에 핵심선수들을 전부 내보낼 줄이야. 나라면 안 그랬을 거야. 하지만 분명한 건 1군 상대로도 우리가 해 볼만하다는 거지. 안 그래?”


선수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부정하지 않았다. 상대가 1군이라고 해서 두 골을 먹은 사실이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지만, 신해성의 말처럼 해볼만했다.


“여기 잔디가 거지 같긴 하더라고요. 건조하고 딱딱해서 땅볼로 올 공도 튀어서 오고. 그래도, 이젠 적응했습니다.”

“맞아요. 전반 막바지에는 전부 다 막았죠.”


신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너희는 땅이 그 모양인데도 몸 사리지 않고 여러 차례 상대팀을 막아냈다. 여기에는 우리 미드필더들의 공이 컸지.”


아닌 게 아니라 중앙미드필더 두 명은 녹초가 되어 있었다. 전반전 내내 양쪽 진영을 오가느라 진이 빠진 것이다.

신해성은 그들을 일별한 뒤 말을 이었다.


“시즌 시작하면 뛰어야 하니까 혹사하면 안 돼. 너희는 후반에 쉰다. 대신 노아 콜드웰이 센터백으로 내려가고 센터백 보던 코피 카마라가 중앙으로 올라와.”


전반 내내 계속 공격 흐름이 끊기면서 타겟맨인 노아 콜드웰이 결정적인 기회를 잡진 못했지만, 그는 공간을 찾아다니는 타겟맨으로서 상대 수비수들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볼 경합을 벌였다. 한마디로 진을 빼놓은 것이다.


반면 역습 때마다 직접 돌파를 시도했던 오성 블루윙즈 공격수들은 지쳐서 발이 무거워졌을 터.


“지금이라면 노아, 네가 상대 공격수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 거야. 일단 잡기만 하면 네 피지컬에 뼈도 못 추리겠지. 네 장기로 마음껏 요리해라.”


노아 콜드웰이 힘차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예, 감독님.”

“그리고, 노아 대신 존 킬리언이 최전방 공격수로.”

“예!”


존 킬리언이 곧바로 대답했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독기가 바짝 오른 모습이었다. 더그아웃에서 팀이 두 골을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야말로 고역이었으니까.


“전반에 노아랑 계속 엉킨 수비수들도 꽤 지쳤을 거야. 그놈들한테 네 돌파력을 보여줘. 그리고 나를 비롯한 팀에게 네가 마크 로스보다 낫다는 걸 보여줘라.”

“······알겠습니다.”


신해성이 두 눈을 번뜩이는 존 킬리언에게서 눈을 뗀 그때, 교체멤버가 된 중앙 미드필더 메이슨 로이스턴이 물었다.


“코피가 올라오고, 저는 누구랑 교체합니까? 아직 제가 빠지면 주장 완장을 넘겨받을 동료도 정해두지 못한 상태입니다.”

“그건 걱정마라. 둘 다 해결해 줄 테니까.”


신해성은 그에게 다가가서 손을 내밀었다.


“완장.”


메이슨 로이스턴 역시 체력이 많이 빠진 상태였기에, 약간 떨떠름하게 ‘Captain’이라고 쓰여진 주장 완장을 벗어서 건넸다.


이를 받아든 신해성이 지퍼를 지익 내리고 바람막이를 벗더니, 자신의 팔에 완장을 찼다.


“내가 나간다.”

“······!”


저건 또 뭐하자는 건가 지켜보던 선수들의 입이 딱 벌어졌다.

그들은 서로를 쳐다보며 눈으로 물었다.

이래도 되는 거야?

미친······ 이게 맞아?

그 대답은 신해성에게서 들려왔다.


“기대했던 것보다 뜨거운 열정이 보기 좋았다는 거지, 보는 내내 한심해서 죽는 줄 알았다. 진짜 패스가 뭔지 보여줄 테니까 따라나와.”


*******


알레― 오성 블루윙!


오오오, 오, 오오―.


오성 블루윙!


오오오― 오오오― 오성!


경기장에 오성 블루윙즈의 응원가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그 아래 여유로운 표정으로 입장하는 오성 블루윙즈 선수들.

한편 비장한 얼굴로 경기장에 들어서는 피터버러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을 바라보던 오성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저기 아까 벤치에 있던 그 코치 아니야?”


신해성은 편안한 바람막이를 입었던 데다, 아직까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나가 선수들에게 전술 지시를 내린 적도 없었으므로 관객들은 착각했다.


“코치가 아니라 선수였나 본데?”

“혹시 한국인인가? 아니면 그냥 동양인?”

“혼혈 아니야? 주장 완장을 차고 있잖아.”

“아직 어려 보이는데 대단하네.”


그들은 이곳이 아닌, 다른 현실에선 국민 영웅이었던 신해성을 전혀 알아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벌떡 일어나서 지시를 내렸던 수석코치 이안 윌러비를 감독으로 오해했다.

설마 젊은 동양인이 자긍심 높은 영국 축구, 그것도 무려 3부 리그 구단의 감독을 꿰차고 있을 거라고 누가 짐작이나 할까?

더욱이, 감독이 선수로 출전한다는 개념은 이 순간 그들의 상상 속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필드의 빌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3 필드의 빌런 23 NEW 4시간 전 55 5 12쪽
22 필드의 빌런 22 +1 24.09.18 167 16 12쪽
21 필드의 빌런 21 +1 24.09.17 234 13 12쪽
20 필드의 빌런 20 +1 24.09.16 265 15 12쪽
19 필드의 빌런 19 +2 24.09.16 273 14 17쪽
18 필드의 빌런 18 +2 24.09.15 304 16 12쪽
17 필드의 빌런 17 +1 24.09.14 320 14 12쪽
16 필드의 빌런 16 24.09.14 344 16 14쪽
15 필드의 빌런 15 24.09.13 375 16 12쪽
14 필드의 빌런 14 +2 24.09.13 402 14 14쪽
13 필드의 빌런 13 24.09.12 401 15 14쪽
12 필드의 빌런 12 24.09.12 408 11 12쪽
11 필드의 빌런 11 24.09.11 408 13 13쪽
» 필드의 빌런 10 +3 24.09.11 422 16 12쪽
9 필드의 빌런 9 24.09.10 431 13 12쪽
8 필드의 빌런 8 24.09.10 460 14 11쪽
7 필드의 빌런 7 24.09.09 465 12 13쪽
6 필드의 빌런 6 +2 24.09.09 499 13 12쪽
5 필드의 빌런 5 +1 24.09.08 536 14 12쪽
4 필드의 빌런 4 24.09.08 547 11 12쪽
3 필드의 빌런 3 24.09.07 606 17 14쪽
2 필드의 빌런 2 24.09.07 867 22 14쪽
1 필드의 빌런 1 +5 24.09.07 1,661 23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