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3,297
추천수 :
1,061
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7 22:20
조회
1,472
추천
33
글자
12쪽

013. 새로운 시작. (2)

DUMMY


013.




평탄한 삶을 살아오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드라마틱한 인생을 겪어온 것도 아니고.

그냥 적당히 불행하고 힘든 하루하루를 견뎌왔을 뿐.


이 악물고 살아남은 나에게 주어진 다음 스텝은 취업 성공.

힘겹게 마친 대학이 아깝지 않게 좋은 곳에 들어가야 했다.

그래야지만 오랫동안 고생한 나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줄 수 있으리라.


“······아.”


주륵.


눈을 떴다.

은은하게 간접으로 전해지는 LED 불빛이 내 눈에 가득 들어왔다.

그리고 눈물이 한줄기 흘렀다.


‘돌아왔구나. ······성공해서.’


누군가에게는 잠시 치러진 면접이었을지 모른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너무도 특별하고 길었던 시간.


꼬일 대로 꼬인 면접은 몇 번이나 포기를 생각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포기하려 했지만, 방법이 없을 때도 있었고.

그렇지만 그 시간들을 어떻게든 버티며 결국 취업에 성공했다.


“나서준씨.”

“······네.”

“몸은 괜찮으신가요? 저희의 불찰로 고생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내 감동을 끊어낸 사람은 말끔하게 생긴 남자.

그래도 말을 비얀트 처럼 싸가지 없게 하지 않았다.

그러니 웃으며 괜찮다고 말하며 몸을 일으켰다.


“다행입니다. 걱정 많이 했습니다. 면접이란 특수 상황 때문에 접속 권한을 막아놔서 이런 일이 생겼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일부러 그러신 것도 아닌데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죄송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일과 관련된 보상은 회사 측에서 준비 중이니 부디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여기 핸드폰 있습니다.”

“아, 네.”


보상?

보상은 이미 충분히 비얀트에게 받은 거 아닌가?

아니면 고양이가 준 보상은 은밀하게 진행된 협상을 눈감아달라는 거?


‘나중에 볼일이 있겠지.’


비얀트라는 캐릭터? NPC?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움직이는 사람이 있을 거다.

아마도 인사 부서의 꽤나 높으신 분.

그 사람과 마주치면 그때 속사정을 들을 수 있으리라.


띠로로로롱.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핸드폰이 켜졌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는지 쏟아지는 메시지들.

대부분 스팸이라 신경 쓸 건 없었다.


그런데 날짜가 이상했다.


“······일주일?”

“네. 시간이 많이 흘렀습니다.”


황송하다는 듯 어찌할 줄 모르는 직원.

이 사람의 잘못은 아니지만, 설명을 요하는 눈빛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는 일주일 조금 부족한 시간입니다. 이제 날이 밝았으니까요.”

“아니, 그건 됐고요. 제가 여기에 일주일이나 누워있었다는 말이잖아요.”

“네. 그렇죠. 일주일.”


황당하지만, 또 생각해보면 이상한 건 아니었다.

던전에서 보낸 시간은 정말로 길었다.

얼마나 긴 시간인지 측정하고 싶을 만큼.


그런데 그 시간이 얼추 일주일에 가깝다는 말.

징하게도 버티고 버텨 이 자리에 온 거였다.


‘그런데 왜 멀쩡해?’


일주일을 누워있었으니 몸에 이상이 없을 리가 없다.

욕창이 생겨도 안 이상하고, 심지어 배도 안 고팠다.

역시나 이런 내 시선은 앞의 직원에게로 향했고.


“자고 시즌 2의 생명 유지 장치는 특별합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 어떤 이상도 생기지 않게 유지할 수 있죠. 수많은 연구가 만들어낸 성과입니다.”


어이, 왜 자랑스러워하고 그래.


‘신기하긴 하네.’


어디 결리는 구석 하나 없이 멀쩡한 몸.

오히려 면접으로 긴장했을 때보다 더 기운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여기 사원증하고 앞으로 일정을 정리한 서류입니다. 고용계약서는 신입사원 연수 이후에 진행될 거니 참고 부탁드립니다.”

‘이게 사원증.’

“나가시는 곳은 저쪽입니다. 제가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손에 쥐어진 사원증은 드라마에서 보던 것과 유사했다.

떡하니 박힌 ‘JAGO’라는 글자가 더욱 멋졌지만.

그렇게 내 입사 면접은 끝이 났다.




* * *




얼떨떨한 채로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버스에서 내가 겪은 게 꿈이 아닌지 몇 번이나 볼을 남몰래 꼬집기도 했고.

그렇지만 기뻐할 시간은 길지 않았다.


‘일단 알바부터 정리하고.’


먹고 살기 위해서 해온 아르바이트만 세 개.

과외는 면접 전에 마무리했으니 상관없었고.

저녁에 하던 술집과 연락받으면 나가던 노가다도 끝이었다.


“아니요. 갑자기 그만둔다고 해서 제가 죄송하죠. 네네. 그럼요. 다음에는 제가 술 한 잔 사야죠. 네네. 네, 맞아요. 감사합니다, 반장님. 그럼 다음에 뵐게요.”


겨우 전화를 끊었다.

벌써 술을 한잔 걸치셨는지 말이 길어져서 후다닥 정리한 거.

안 그랬으면 한참을 붙잡혀있었을 거다.


‘그런데 오래도 했구나.’


일주일 동안 연락 온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인 철거반장 아저씨.

전역하고 어떻게든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찾았던 노가다판에서 만난 인연이었다.

그런 날 좋게 봐줘서 같이 일한 것만 벌써 몇 년이다.


소개비를 아낄 수 있어 같이 일을 시작했는데 이제는 준전문가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쨌든 우리의 일로서의 인연은 여기까지.


“벌써 내일이네.”


면접을 일주일이나 치르는 바람에 준비 시간이 너무 짧았다.

연수원에 들어가는 게 고작 하루 남았으니까.

그래도 모든 걸 다 줄 테니 몸만 오라고 하니 다행이긴 했다.


일주일이나 실종됐는데 주변 정리할 사람이 거의 없다니.

씁쓸하긴 했지만, 열심히 살아온 나름의 훈장이라 생각하고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그리고 자고 신입사원 연수의 날이 밝았다.


“안녕하세요.”

“어? 서준이?”


연수는 여러 군데에서 나눠서 진행된다.

내가 갈 연수 장소는 청주에 있는 무슨 호텔.

호텔을 통째로 빌려서 진행한다고 했다.


거기로 가기 위해 버스를 타기 위해 약속 장소로 오는 길.

모이는 사람 중 마주친 이는 동현좌였다.


“역시 합격하셨네요.”

“어떻게 된 거야? 떨어진 거 아니었어?”

“운 좋게 붙었어요. 추가 면접까지 했거든요.”

“아, 그래서 남들 나올 때도 캡슐이 닫혀있었구나. 난 이미 떨어진 줄 알았지.”


떨어질 뻔하긴 했다.

그래도 합격해서 여길 왔고.

그 합격에 큰 도움을 준 사람이 동현좌니 너무도 반가웠다.


“합격했으면 연락하지. 카페에 가입 안 했어?”

“바빠서요. 주변 정리하고 그러니까 정신없더라고요.”

“하긴 나도 가입만 하고 모임은 한 번 밖에 안 나갔어.”


아마도 합격자끼리 연락을 주고받는 모양.

나처럼 빠진 사람도 있을 거니 크게 중요한 건 아니었다.


“아무튼, 좋네. 술 산다는 약속 안 잊었지?”

“당연하죠. 월급 나오면 제대로 쏩니다.”

“크, 좋네. 벌써 기대된다.”


이 사람의 공을 생각하면 큰 출혈도 겁나지 않았다.

거기다 시즌 2가 정식 오픈만 된다면 적지 않은 돈을 벌 자신도 있었고.

다만 그 일이 본사 직원이라는 이유로 막힐까 살짝 걱정되긴 했다.


“수연아!”

“아, 동현씨.”


잡담을 나누며 버스 타는 곳으로 걷던 동현이 별안간 누군가를 불렀다.

그의 외침에 뒤돌아본 사람은 내 나이 또래의 여자였다.

차가운 분위기가 살짝 거리를 두게 만드는 그녀는 상당히 아름다웠다.


“그냥 오빠라고 하라니까. 동기끼리.”

“더 친해지면요. 이쪽은?”

“인사해. 여긴 나서준이라고 우리 동기. 모임은 따로 안 나왔어.”

“아, 그런가요? 반가워요. 공수연이에요.”


손을 내미는 공수연의 손을 맞잡고 악수를 했다.

거절하기 어색해서 잡은 손인데 생각보다는 따뜻했다.


“저쪽으로 가자. 다들 조금 일찍 와서 보기로 했잖아.”

“그러죠.”


아, 그냥 만난 게 아니구나.

이미 친해진 사람끼리 뭉친 자리에 내가 끼어든 형국이었다.

그렇지만 내 어깨에 팔까지 두른 최동현은 날 무작정 끌고 갔다.


그리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 무수한 악수와 인사를 나눠야 했다.




* * *




끼이이익.


‘······음, 벌써 도착이네.’


서울에서 청주는 그리 멀지 않았기에 한숨 자니 도착했다.

주변은 산과 물이 가득한 자연으로 둘러싸인 곳.

그리고 그 가운데에 덩그러니 있는 깔끔하고 예쁜 호텔.

이곳이 3주 동안 우리가 교육받을 장소였다.


“자, 신입사원분들은 짐을 챙겨서 문자로 보내드린 방으로 먼저 이동하시면 됩니다. 그곳에서 편한 옷으로 환복하고 간단하게 행사를 할 예정입니다. 행사는 14시에 시작이니 그때까지 편히 쉬시면 됩니다. 추가적인 안내는 문자로 드릴 예정입니다.”


안내에 나선 인사과 선배님의 말.

그런데 조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그건 나만 그런 게 아닌지 이름 모를 다른 신입사원이 대신 물었다.


“저기 행사를 하는데 편한 옷을 입나요? 어떤 편한 옷을 입으라는 말씀인지?”

“아, 아직 전달이 안 됐나 보네요. 저희 자고의 교육은 모두 캡슐을 착용하고 진행됩니다. 아바타로 진행되는 행사니까 아무렇게나 입으셔도 된다는 말씀입니다. 아마 방에 있는 단체 트레이닝복을 입으시면 편할 겁니다.”


곳곳에서 탄성이 터졌다.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는데 다들 생각하지 못한 모양.

나야 워낙 긴 시간을 그곳에 있어서 그런지 그러려니 하며 핸드폰을 뒤적였다.


‘509호.’


문자를 확인하니 내 방은 509호.

3주 동안 지내야 할 곳이니 부디 좋은 룸메이트가 들어오길 바랐다.

하지만 내 기대는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혼자서 쓴다고? 미쳤네.”


신입사원 5,000명 전부가 모인 호텔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족히 천 명은 넘게 모인 곳이었다.

지금 내가 있는 방도 족히 3명이 써도 넘칠 크기.


그런 곳을 혼자 쓰다니.

왠지 돈 지랄 같아 내 돈이 아까운 느낌이 들었다.


“자고야. 자고.”


지금 이 시간에도 천문학적인 돈을 긁어모으고 있을 회사다.

그런데 고작 이런 작은 것에 놀라면 안 된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행사를 준비했다.


징징.


케리어를 정리하고 자고에서 준비해 놓은 옷도 입어봤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는 중 울린 핸드폰.


『점심 식사는 어느 식당에서든 요청이 가능합니다. 호텔의 부대시설도 모두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편하네.’


밥도, 부대시설도 공짜.

어디까지 무료 이용이 될지 모르지만, 스케일을 생각하면 아마 전부가 아닐까?

아주 파라다이스가 따로 없었다.


쿵쿵쿵.


“서준아, 밥 먹으러 가자.”

“······네. 잠시만요.”


벌써 인사시킨 사람만 서른 명에 가까운 최동현.


‘진짜 모임 한 번 나간 거 맞아?’


굳이 거짓말할 필요 없는 동현좌.

그런데 어떻게 저렇게 아는 사람이 많은 걸까?

파워인싸인 그를 아싸인 내가 이해하긴 힘들었다.


최동현에게 이끌려 사람들과 같이 점심을 먹고 카페에서 수다도 떨었다.

대부분 듣고만 있는 입장이었지만, 무료로 커피를 마시며 여러 사람을 만나자 조금은 나도 마음이 열리는 느낌.


‘그나저나 진짜 다양하네.’


나와 최동현 또래의 사람이 가장 많긴 했다.

그렇지만 모인 면면이 정말 다양했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도 그렇고 돌아다니는 다른 이들도 같은 동기라고 여기기에 어색할 정도로 스펙트럼이 넓었다.


도대체 뭘 하려고 이 사람들을 뽑은 걸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뽑은 건 분명 이유가 있을 텐데.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답을 구하지 못하고 점심시간이 지나고 첫 행사가 진행되었다.


“다들 원하는 캡슐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사원증으로 로그인하시면 자고 안에서 다시 안내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궁금증을 풀지 못하고 모인 자리.

수백 개의 캡슐이 쭈욱 깔린 곳에서 아무거나 선택하면 되었다.


“여기로 하자. 수연이는 이쪽.”


하지만 자리 선택은 내 의지가 아닌 동현좌의 몫.

열댓 명을 끌고 온 그는 사람들을 모아서 캡슐 일대를 점령했다.

나도 한 자리 차지하고 앉았고.


면접 중에도 사심 없이 챙겨준 최동현이었다.

그러니 그저 저 모습이 좋게만 보였다.

그렇게 그의 옆자리 캡슐에 몸을 뉘었다.


‘왜······ 편하냐.’


캡슐에 몸을 밀어 넣는데 이상하리만치 편안했다.

마치 외출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기분.

이 세상이 아닌 아바타로 움직이는 세상이 내 진짜 세상 같았다.


그렇게 난 다시금 세상을 떠나 자고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010. 성의 주인. (1) +1 24.05.26 1,635 38 13쪽
9 009. 낙오. (4) +2 24.05.25 1,668 40 13쪽
8 008. 낙오. (3) +2 24.05.25 1,678 35 12쪽
7 007. 낙오. (2) +1 24.05.24 1,706 37 13쪽
6 006. 낙오. (1) +3 24.05.24 1,757 35 13쪽
5 005. 면접. (4) +2 24.05.23 1,798 35 13쪽
4 004. 면접. (3) +1 24.05.23 1,854 32 13쪽
3 003. 면접. (2) +1 24.05.23 1,966 36 13쪽
2 002. 면접. (1) +1 24.05.23 2,270 37 13쪽
1 001. JAGO. +4 24.05.23 3,255 46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