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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2,852
추천수 :
1,061
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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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글자
13쪽

005. 면접. (4)

DUMMY


005.




호기롭게 다른 길을 선택했다.

이미 만원이 된 절벽을 포기하고 나 홀로 선택한 산 뒤편.


“도와주세요! 저 스테미너가 다 떨어졌어요!”


그런 날 따라온 몇몇 사람들.

내려다보니 바로 아래 울먹이는 여자가 소리치고 있었다.

꽤 예쁜 얼굴은 평소였다면 두 팔 걷고 도왔을지도 모른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코가 석 자.

이 면접에서 떨어지면 내 삶 자체가 위험하다.

이런 상황에 누굴 도울 만큼 정신 빠진 놈은 절대 아니다.


사실 도와줄 방법도 없었고.


“아, 안돼. 제발 도와줘요! 아악!”


애써 외면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적어도 떨어지는 사람들이 진짜로 죽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 내 면죄부였다.


─── ◆ STATUS ◆ ───

.

.

.

[ 스테미너 ]

▶[ 112% <200%> ]

─────────────


‘회복 속도도 빨라져서 다행이네. 그래도 빨리 쉴 곳을 찾아야 해.’


결국, 이쪽으로 온 사람 중 버티고 있는 건 나뿐이다.

그건 스테미너에 올인한 덕분에 회복 속도도 빨라졌기 때문.

이 차이가 아니었다면 이미 나도 러브 다이브에 동참했을 거다.


그렇지만 빠르게 떨어지는 스테미너는 쉴 곳을 원했다.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나아가며 간절한 마음으로 눈을 쉬지 않게 굴렸다.

그렇게 오르길 또 잠시.


“······씨발. 믿고 있었다고.”


누굴 믿고, 뭘 믿었는지 나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러한 감탄이 저절로 입에서 나와버렸다.

내 몸 하나 구겨 넣을 수 있는 공간이 반가워 참을 수 없었다.


그 위쪽은 틈틈이 쉴 곳이 보이니 거의 통과했다고 봐도 좋았다.

이를 악물고 손을 몇 번 더 뻗었다.

그러자 턱하고 잡힌 바위 위로 작은 구멍이 날 반겼다.


“후우, 잠깐만 쉬자.”


몸을 구기며 앉자 한 자리까지 떨어졌던 스테미너가 빠르게 차오른다.

대충 몇 분이면 풀충전 되리라.

그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건 심호흡을 하며 주변을 살피는 것뿐.


‘진짜 멋지다. 이게 그래픽이라고?’


어떻게 구현했는지 놀랍기만 한 풍경.

정말 어딘가에 실존한다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는 사실적인 모습이었다.

이런 걸 나만 빼고 즐기고 있었다니.


‘나가면 꼭 해야지. 아니지. 합격하면 직원 혜택으로 무료로 할 수 있을지도 몰라.’


두 번째 면접은 합격이라고 봐도 좋으리라.

광견 무리와의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다.

충분히 선착순 안에 들 수 있을 거란 확신이 들었다.

어쩌면 1등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살짝.


그래서 그런지 합격 후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벌써 기대하게 된다.

어처구니없을 정도의 김칫국이지만, 마음을 정돈하는 것에는 도움이 됐다.

덕분에 휴식 시간도 빠르게 흘렀다.


“조금만 힘내자. 1등 한 번 해보자.”


억지로 화이팅하며 몸을 구멍에서 뽑아냈다.

그러며 다리에 힘을 주고 위로 몸을 올렸다.


쩍.


“······응?”


하지만 인생이란 게 그리 쉽게 풀리지 않았다.


쩌저적.

쿠구구구궁.


“진짜로? 이 타이밍에?”


무너진다.

단단하기만 할 거 같은 바위산인데 부서지고 무너져 내린다.

그렇게 난 억울한 얼굴을 할 수밖에 없었다.




* * *




기운 내자고 힘 좀 줬다고 바위에 금이 간다는 게 말이 되는 건가?

고작 나 같은 놈이 힘껏 움직였다고 무너지는 산을 진짜 산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가?

이건 그냥 날 떨어트리고 싶은 주최 측의 농간이 아닐까?


‘진짜 인연이 아닌갑다.’


한 치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어두웠다.

부서진 바위틈에 있던 동굴로 떨어지는 중이니 이상한 건 없었다.

그저 한없는 억까에 속이 쓰릴 뿐이었다.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 약간.

인연이 아니라는 씁쓸함 조금.

그런 마음으로 떨어지길 잠깐이었다.


퍼억.


“커헉!”


등에 느껴지는 둔중한 충격에 숨을 삼키지도 뱉지도 못했다.

그래도 다행인 건 족히 십여 미터는 떨어진 거 같은데 그리 아프지 않다는 것.

아바타라더니 진짜 그런 모양이다.


“······죽진 않은 건가?”


꼼짝없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떨어지면 죽는 게 당연한 높이였으니까.

그런데 안쪽 동굴에 떨어지며 살다니, 천운이었다.


띠링!


그렇지만 온전한 건 아니었다.


[견딜 수 없는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상태 이상,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15분 동안 기동이 느려지며 일부 스탯이 감소합니다.]


주르륵 띄워진 메시지는 내가 아니, 내 아바타가 겨우 살았다고 말해주었다.

상태창을 보니 근력과 민첩이 각각 3씩 떨어진 것도 보였다.

안 그래도 높지도 않은 스탯이 더 낮아져 우울감이 몰려왔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돌겠네. 이게 딱 막힌다고?”


기어 올라가면 면접을 어떻게든 통과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런데 올려다본 위쪽은 이미 다른 바위로 막힌 상태.

세상이 진짜 억지로 나만 망하게 하려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기어 올라갔다.

하지만 절망감만 더해질 뿐.

막힌 길은 절대로 나아갈 수 없는 곳이 되어버렸다.


‘누가 포기할 줄 알고.’


어차피 죽지도 않는 아바타다.

조금 약해지고, 조금 느려졌다고 얼마나 차이가 날까.

할 수 있는 데까지는 끝까지 할 생각이었다.


위로 가는 길이 막혔다면, 다른 길로 가면 된다.

다행히 앞쪽이 뚫려있었다.

마치 내가 걸어가라고 만들어 놓은 것 같은.


‘그래도 게임인데 너무 어두운 거 아니냐?’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길이 뚫려있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빛 한 점 들지 않는 공간에 답답함과 스멀스멀 피어나는 공포심.

불만이 쌓일 수밖에 없었다.


“아.”


속으로 욕을 하며 걷길 몇 분.

마침내 빛이 보였다.

희미하지만 어둡기에 그 어느 것보다 밝게 날 이끌었다.


투웅.


“어라? 이건 또 뭐야?”


빛을 향해 달리다 무언가에 부딪쳤다.

아니, 부딪힌 줄 알았는데 뚫어버렸다.

아주 얇은 막 같은 것이라 나도 모르게 그래 버렸다.


띠링!


그리고 시스템이 움직였다.


[히든 던전, ‘음습한 동굴’에 진입하였습니다.]


팝업된 메시지.

그건 내가 던전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그것도 히든 던전에.


“아니? 면접장에 무슨 던전이야?”


게임도 아니고 무슨 면접 보는 곳에서 히든 던전이 나온단 말인가.

그렇지만 이미 발을 들인 것.

이제는 클리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 * *




자고는 전용 캡슐 세트가 필요한 게임이다.

기본 장비를 구입하는 것만 최소 천오백 만원의 예산이 필요한 게임.

그래서 캡슐방이나 PC방에서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한 시간에 만원? 다들 미쳤구나.’


처음 출시됐을 때, 내 감상은 이러했다.

한 시간 즐기기 위해 투자해야 할 금액이 상상을 초월하다니.

이러니 자고퓨어라는 말이 생겨나지.


심각한 중독성에 비싼 비용.

이건 내 눈에 그냥 마약으로 보였다.

그래서 멀리했던 거였다.


“기본적인 건 일반 게임하고 그렇게 다르지 않네.”


그렇다고 내가 게임도 안 해본 천연기념물이란 말은 아니다.

정확히 말하면 오히려 반대.

어려서부터 무료 게임이나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게임은 꽤 열심히 한 편이다.


게임이라는 큰 틀을 놓지 않은 자고.

그렇기에 나름 게임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 주는 어색함이 덜했다.

던전도 마찬가지였다.


“꾸우우웅.”

“이게 슬라임? 그래도 넌 다행히 귀엽게 생겼구나.”

“꾸우웅. 꾸잉.”


자고 게임 영상을 딴 게시물은 엄청나게 많기에 볼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을 점령하다시피 한 짤과 영상들이니 당연한 일.

지금 던전을 지키는 몬스터가 슬라임이란 것도 그래서 알아본 것.


그리고.


퍽, 퍽!


“꾸이이이잉!”

“그냥 죽어. 편하게 가자.”


특유의 귀여운 모습이 인기 많은 슬라임.

난 이 귀여운 몬스터를 거침없이 짓밟았다.


꿀렁꿀렁한 기묘한 타격감.

꼭 질긴 물풍선 같아서 조금이지만 재미있기도 했다.

왜 초보자들에게 슬라임이 딱 좋은 사냥감인지 이해되는 순간이었다.


“······뀨이잉.”


팡!


그렇게 내 발길질 몇 번에 하나의 생명이 목숨을 다했다.

진짜 물풍선처럼 터지며 내 몸까지 적신 슬라임.

녀석의 잔해는 빛이 되어 빠르게 사라졌다.


띠링!


[‘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1’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아주 미세한 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슬라임을 잡고 얻은 건 코인 ‘1’과 카르마.

다른 게임의 경험치라고 볼 수 있는 카르마가 쌓이면 레벨이 오르는 거다.

코인은 당연히 이 게임의 화폐고.


“슬라임만 나오면 땡큐지.”


자고를 한 적은 없다.

그렇지만 일반적인 게임의 경우 첫 번째로 만나는 몬스터가 던전의 난도를 보여준다.

보스를 제외하면 슬라임 수준의 몬스터만 나온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았다.


그래도 긴장을 놓지 않고 나아가는 길.

결국, 마주한 몬스터는 슬라임이 전부였다.

덕분에 난 카르마와 코인을 천천히 모을 수 있었고.


.

.

.

[‘스테미너 회복 물약’을 획득했습니다.]


“이야, 이런 것도 드랍하네.”


거의 서비스 수준인 몬스터라 기대도 안 했다.

그런데 내 주력 능력인 스테미너를 회복시켜주는 물약을 주다니.

감사한 마음에 인벤토리를 살폈다.


─── ◆ INVENTORY ◆ ───

[ 12 COIN ]

[ 스테미너 회복 물약 ][ 001/100 ]

[ EMPTY ]

[ EMPTY ]

[ EMPTY ]


[(1)][ 2 ][ 3 ][ 4 ][ 5 ]······[ 10 ]

───────────────


띠링하고 팝업된 인벤토리.

넉넉하게 50종의 아이템을 넣을 수 있는 시스템 창고.

제일 먼저 보이는 건 새로 얻은 아이템이 아닌 내가 얻은 코인.


“열두 마리에 포션 하나. 드랍률이 괜찮은 건가?”


돈을 잃어버리지 말라고 인벤토리에 넣어주는 방식.

그 덕분에 내가 얼마나 사냥했는지도 한 눈에 보인다.

그 밑에는 이번에 얻은 아이템이 보였다.


그리고 어떤 아이템인지 자세히 알고 싶다고 생각하자.


띠링.


다시금 움직이는 시스템.


──── ◆ ITEM ◆ ────

[ 이름 : 스테미너 회복 물약 ]

[ 종류 : 소모품 ]

[ 등급 : NORMAL ]

[ 능력 ]

▶[ 복용 시 스테미너 ‘50%’ 회복 ]

──────────────


“오십퍼? 애매하네.”


아이템 성능이 조금 아쉬웠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절반이나 채워주는 물약이지만, 나에게는 고작 4분의 1.

그렇지만 없는 것보다 낫고, 노말 등급이니 그러려니 했다.


“계속 드랍하면 좋겠는데.”


내가 쓰기에도 좋고 다른 사람들과 거래를 해도 좋을 거 같았다.

이번과 비슷한 면접이 다음에도 있다면 분명 스테미너가 부족한 사람이 나올 거다.

그 사람을 돕고 다른 걸 얻을지도 모르니까.


이런 마음으로 열심히 걷는 길.

여전히 슬라임은 많았다.

발로 차기만 해도 잡을 수 있는 아주 귀여운 녀석들.


띠링!


그리고 다시금 반가운 소리.


[누적된 카르마로 ‘나서준’님의 영혼이 성장합니다.]

[레벨 ‘1’ ▶ ‘2’]

[보상으로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잔여 포인트 <0> ▶ <+1>]


얼마나 많은 슬라임을 죽였는지는 코인을 보면 안다.

슬쩍 인벤토리를 보니 정확히 30마리.


“그럼 그 미친 개새끼가 슬라임 15마리쯤 되는 건가?”


나에게 달려들던 미친개 2마리를 죽이고 레벨업한 사람들.

역산하자면 괴물 같은 개 1마리의 카르마가 슬라임 15마리 이상, 30마리 이하라는 것.


“개꿀이네.”


아직도 치가 떨리는 그 개새끼는 절대 이길 수 없을 거 같았다.

그런데 발로 툭툭 차면 죽는 슬라임으로 대신할 수 있다니.

정산 비율이 거지 같지만, 조금도 기분 나쁘지 않았다.


문제는 슬라임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던전 어디까지 이어지는 거야? 이러다 면접 끝나는 거 아냐?’


이곳이 게임이라면 히든 던전을 즐겁게 탐험했을 거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여기 있는 이유는 고작 게임을 하기 위함이 아니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점점 탈락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에 발걸음이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죽어!”


뻑!


“꺼지라고!”


빡!


“그만 나와!”


퍽!


그런 내 앞을 막는 슬라임은 정말 지독하게 계속 나왔다.

음습한 동굴이 아닌 슬라임 동굴이라고 이름 지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띠링!


[누적된 카르마로 ‘나서준’님의 영혼이 성장합니다.]

[레벨 ‘2’ ▶ ‘3’]

[보상으로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잔여 포인트 <+1> ▶ <+2>]


그리고 이런 날 찾아오는 건 던전 끝이 아닌 레벨업.


“씨발······.”


오르는 레벨이 전혀 반갑지 않았다.

오히려 이런 보상이 이 던전이 길게 이어질 거라는 암시처럼 다가왔다.

어쩐지 느낌이 굉장히 싸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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