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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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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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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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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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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3쪽

007. 낙오. (2)

DUMMY


007.




매정한 발길질이란 스킬이 가진 원래 효과는 공격력을 180퍼센트 더해주는 것.

즉, 한 번 걷어찰 때 2.8배의 충격을 전해주는 거다.

하지만 숨겨진 기능 중 하나는 스테미너를 더하면 스킬 효과도 증가한다는 것.


그 비밀을 알아낸 건 처치한 슬라임이 너무 많았기에 어쩌면 당연했다.

수없이 반복하는 중에 타이밍이 맞지 않아 소모한 스테미너가 공격력 증가로 이어졌으니까.

그리고 지금 모든 스테미너를 쏟은 한 번의 발길질을 완성했다.


“흐읍!”


퍼억······.


스킬 기본 효과 180퍼센트에 내 스테미너 전부인 300퍼센트.

총 480퍼센트가 더해졌으니 5.8배.

거의 6배의 힘이 담긴 킥이 킹슬라임에 꽂혔다.


단순히 6대를 때린 것과 6배의 충격을 준 건 완전히 다른 얘기다.

일격에 훨씬 큰 피해를 줄 수 있고, 치명적인 파괴를 이끌 수 있는 방법.

거기다 심지어 지금은 기습이었다.


그런데 들려온 타격 소리가 상당히 둔탁했다.


“뀨이이잉. 뀨뀨.”

‘······씨발.’


할 수 있는 최대한으로 파괴력을 끌어올렸다.

그런데 만화같이 동그란 눈을 뜨는 킹슬라임은 벌레 보듯 날 바라봤다.

절로 나오는 욕을 겨우 안으로 삼키고 펄쩍 물러났다.


츠즈즈즛.


여타의 게임처럼 데미지가 숫자로 뜨는 시스템은 아니다.

그저 외부적으로 변화하는 모습과 반응으로 적의 상태를 추측해야 하는 게임.


그런데 눈으로 보이는 반응도 모기 물린 수준이라 심하게 당황스럽다.

아파하지도 않고 꿈틀하지도 않다니.

전력을 다한 공격이기에 돌아오는 절망감은 상당했다.


‘효과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억지로 멘탈을 붙잡았다.

내 전력을 다한 일격이 완전히 무쓸모는 아니었다.


타격 부위의 살점이 약간 떨어져 나간 킹슬라임.

녀석에게서 부서진 살들이 빛이 되어 사라졌다.

그러며 아주, 아주 조금 덩치가 줄어들었다.


“뀨뀨! 뀨우우웅!”


이제야 자신의 상태를 파악한 걸까?

동그랗고 순한 킹슬라임의 눈이 역팔자로 변하더니 살기를 뿜어냈다.

매섭게 날 바라보는 몬스터가 몸을 구기더니 튕겨 올랐다.


포오오옹!


“미친!”


킹슬라임이 있는 보스룸은 어지간한 체육관 크기.

높이도 상당한 이곳의 천장까지 한 번에 뛰어오르다니.

저 거대한 덩치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을 장면이었다.


꽈아앙!


뛰기 전에 동작이 길었고, 높이 뛰어서 체공 시간도 길었다.

덕분에 피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은 일.

그래도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은 축축하기만 했다.


‘깔리면 죽는다.’


이런 생각이 절로 드는 중압감.

어떻게든 피하며 계속 녀석을 때려야 했다.

그러기 위해 할 일은 내 주요 스탯을 회복하는 것.


뽕, 꿀꺽꿀꺽.


띠링!


[‘스테미너 회복 물약’을 섭취하였습니다.]

[스테미너가 ‘50%’ 회복됩니다.]


‘하나 더.’


뽕, 꿀꺽꿀꺽.


띠링!


[‘스테미너 회복 물약’을 섭취하였습니다.]

[스테미너가 ‘50%’ 회복됩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되는 스테미너.

그렇지만 그걸 기다려줄 여유는 없었다.

스테미너 자체가 공격력인 상황.


조금이라도 빨리 회복해야 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한 포션은 넘쳐났다.


─── ◆ INVENTORY ◆ ───

[ 15,591 COIN ]

[ 스테미너 회복 물약 ][ 100/100 ]

[ 스테미너 회복 물약 ][ 100/100 ]

[ 스테미너 회복 물약 ][ 100/100 ]

[ 스테미너 회복 물약 ][ 068/100 ]


[(1)][ 2 ][ 3 ][ 4 ][ 5 ]······[ 10 ]

───────────────


368개.

2개를 마셨는데도 넘쳐나는 수량.

기나긴 던전을 지나온 보상 중 하나였다.


“뀨우우. 뀨!”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게 느리기만 한 킹슬라임.

하지만 덩치에 어울리게 무지막지한 내구력을 갖췄다.

그런 녀석이 분노하여 날 노리고 있었다.


“오냐. 어디 누가 이기나 해보자.”


질 수 없었다.


여기가 게임인지 면접인지 이제 머릿속에 남지도 않았다.

그저 날 고생시킨 던전의 주인.

저 괴물을 이길 생각만이 머리에 가득 찼다.




* * *




······퍽.


스킬을 쓰지 않고 걷어차면.


꿀렁.


킹슬라임의 푸른 살결이 한 번 출렁이고 만다.

떨어져 나가는 살점도 없고, 아파하지도 않는다.

전혀 피해를 주지 못하는 것.


······퍼억.


그러면 매정한 발길질 스킬을 쓰면 효과적이냐?


‘지랄 났네.’


그것도 딱히 큰 효과는 없다.

아주 약간의 푸른 살점이 떨어져 빛으로 사라진다.

진짜 눈에 띄지도 않을 만큼.


“뀨우웅!”

“시끄러워!”


저 귀여운 척하는 목소리와 덩치가 너무 어울리지 않는다.

어지간한 자동차보다 커다란 괴물이 귀엽다니.

난 인정할 수 없어 최대한 스테미너를 모아 스킬에 때려 넣었다.


퍽.


“뀽!”


그래도 그나마 최대치로 때리면 티가 나긴 했다.

흩어져 빛으로 사라지는 살점도 제법 됐고.

문제는 그럼에도 아직 너무 커다랗다는 거.


‘존나 힘들어.’


사실 킹슬라임의 속도는 상당히 느리다.

이 녀석의 높이 뛰기 공격은 못 피하면 병신인 수준.

아주 피하라고 하는 공격에 가깝고, 이걸 제외하면 다른 공격 수단도 없다.


그렇지만 버그로 의심될 정도의 무지막지한 내구성은 그 자체로 살벌한 무기가 된다.

반복된 전투로 서서히 무너지려는 정신력.

점점 붙잡기가 힘들어져 간다.


짜악!


“크윽.”


볼이 얼얼했다.

내 손으로 때렸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강하게 후려친 뺨.

아바타라서 통증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 정말 세게 때리고 나서야 따끔함이 전해졌다.


‘저거에 맞는 것보단 백 배 나아.’


점점 몽롱해지는 정신을 부여잡기 위한 발버둥이었다.

스스로 때린 싸대기가 저 덩치에 깔리는 것보다는 낫다는 판단.

그리고 조금은 정신이 차려지기도 했다.


그렇게 내 뺨을 때리고 킹슬라임을 걷어찬다.

틈날 때마다 스테미너 회복 물약을 마시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반복, 같은 일을 무수히 반복해 나간다.


시간은 그렇게 빠르게 흘러갔다.


─── ◆ INVENTORY ◆ ───

[ 15,591 COIN ]

[ 스테미너 회복 물약 ][ 15/100 ]

[ EMPTY ]

[ EMPTY ]

[ EMPTY ]


[(1)][ 2 ][ 3 ][ 4 ][ 5 ]······[ 10 ]

───────────────


‘그걸 다 마셨네.’


가지고 있던 스테미너 회복 물약은 400개에 육박했다.

그런데 인벤토리에 남은 건 고작 15개.

징하게 긴 시간을 싸워왔다는 방증.


마셔버린 물약 숫자만큼 시간도 흐른 거다.

리얼 타임으로 측정된다면 얼마나 긴 시간인지 알고 싶을 정도였다.

너무도 지루하고 긴 시간이었으니까.


“뀨우우우우.”


그래도 게임 기반인데 너무하다 싶을 정도의 지독하게 긴 시간.

뺨을 때리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참아낸 시간.

그 시간 만큼 킹슬라임은 작아진 상태였다.


“존나 길었다. 안 그러냐?”

“뀨우웅!”

“성질은. 그래 봐야 이제 하나도 안 무서워.”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결과.

이제 다른 일반 슬라임과 그리 차이가 나지도 않는 킹슬라임.

만고불변의 법칙이 살점이 조금씩 떨어져 나간 괴물이 다시 한번 증명하고 있었다.


“잘 가라.”

“뀨우우우!”


퍽───!


“뀽!”


느낌이 달랐다.

수없이 걷어찼던 킹슬라임인데 특유의 물컹거림이 없었다.

무언가, 딱딱하면서 여린 것이 부서지는 느낌.


‘됐다.’


발에서 전해지는 충만한 반탄력.

본능적으로 끝이 왔다는 걸 느꼈다.


띠링!


[‘킹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12,000’ 코인을 획득했습니다.]

[상당한 카르마를 획득했습니다.]


“더럽게 힘들었다. 씨벌.”


빛이 되어 흩어지는 킹슬라임.

1만이 넘는 코인과 카르마를 남기고 사라지는 녀석에게 내 상품평을 남겼다.

하지만 저 세 줄의 메시지는 킹슬라임에 대한 것일 뿐이었다.


[던전 보스 ‘킹슬라임’을 처치했습니다.]

[던전, ‘음습한 동굴’을 정화하였습니다.]

.

.

.


던전.

먹고 살겠다고 시작한 면접에서 갑자기 들어오게 된 던전.

그곳을 드디어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 * *




솔직히 던전을 깨고, 던전 보스를 사냥하고.

이런 일에 엄청난 쾌감이나 성취감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저 재수 없이 면접 중에 벌어진 불상사일 뿐이었으니까.


“됐으니까 합격이나 시켜주쇼.”


나에게 중요한 건 던전 클리어의 보상 따위가 아니었다.

오로지 내가 원하는 건 던전의 탈출.

그리고 이어질 면접 진행과 합격이었다.


혹시 모르지 않나.

이렇게 포기하지 않고 면접에 열심히 한 나에게 합격 목걸이를 걸어줄지.

만일 그러지 않으면.


‘내가 나가서 어떻게든 공론화한다.’


면접을 어떻게 준비했길래 지원자를 이런 고통 속에 빠트린단 말인가.

거기가 사라진 지원자를 찾을 생각도 없고.

심지어 중간에 빠져나가는 방법이나 연락할 조치도 안 해놨다.


이 내용을 잘 정리하고 내가 한 일을 설명하면 자고에서도 좋게 봐주지 않을까?

안 그런다면 인터넷의 무서움을 맛보여줄 생각이다.

······잘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데 씨발, 여긴 또 뭐야?”


내가 던전을 찾기 위해 걸었던 동굴도 상당히 길었다.

던전 속에서 걸은 건 아마 비교할 수 없이 더 긴 거리였고.

그러니 땅속에서 얼마나 이동했는지 짐작도 안 되는 상황.


그래도 어쨌든 던전을 클리어하고 만들어진 포털.

그걸 넘었으니 모든 문제가 해결될 거라 믿었다.

그런데 눈에 보이는 건 전혀 예상 못 한 상황.


‘왜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는 거냐?’


흩날리는 건 눈송이고, 불어오는 건 칼바람.

심지어 주변에는 빼곡한 침엽수로 이루어진 숲이었다.


분명 내가 있던 곳은 따스하고 또 따스한 동남아에 가까운 기후였다.

그런데 이렇게 극적으로 바뀐다?

아무리 게임이라도 이런 변화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크르르르르.”


그리고 들려오는 낮은 하울링.

등골을 파고드는 소리에는 살기가 가득했다.

킹슬라임이 주던 압박감과는 다른 정신이 바짝 드는 공포감.


“크르르르. 워우우우우!”


하얀색 털을 가진 늑대였다.

덩치는 나보다도 두 배는 될 법한 커다란 놈.

면접에서 봤던 미친개를 귀엽게 만드는 녀석이 날 보고 울음을 터트렸다.


“······지랄 났네.”


왜 일이 자꾸 꼬이는지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이대로 당할 수는 없는 노릇.


타다다다닥!


내 선택은 일단 뛰는 것.

날 노리는 괴물에게 몸을 내어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크르르. 워후!”

“컹컹! 크르르 컹!”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닌 여러 마리.

뒤도 돌아보지 않고 뛰었다.

잡히면 죽는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니 그저 살기 위해 달렸다.


하지만 슬라임과 달리 늑대는 네 발로 뛰며 인간보다 빠르다.

그러니 직선으로 달리는 건 자살행위.

어떻게든 매달릴 곳을 찾았다.


“컹!”

“으르르르. 커헝!”


배라도 고픈 건지 아니면 그냥 내가 미운 건지 열심히도 쫓아오는 늑대들.


“씨발! 절대 못 죽어!”


어떻게 킹슬라임을 잡고 살아남은 길이던가.

그런데 여기서 허무하게 죽는다?

절대 내가 용납할 수 없는 일.


스테미너가 쭉쭉 줄어드는 건 신경도 쓰지 않고 무작정 달렸다.


턱.


그리고 마주한 아찔한 절벽.

망설이지 않고 타고 올라갔다.


“컹컹!”

“크르르르. 워우우우우!”


살기가 전해지는 울음은 내 밑에서 계속 울렸다.

그렇지만 멈추지 않는 손발은 절벽을 타고 올랐다.

다행히 눈이 쌓인 절벽이라도 특수 행동 ‘클라이밍’은 날 위로 계속 올려주었다.


“하악, 하악. 스테미너 살살 녹네.”


미끄러지지 않고 절벽을 타는 대신 더 빠르게 줄어든 스테미너.

그래도 늦지 않게 적당한 쉴 곳에 자리 잡았다.

그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개새끼들. 갈 생각이 아예 없네.’


날 노리던 늑대들은 조금도 떠날 생각이 없었다.

실수로 내가 떨어지면 물어 죽이려는 듯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채로 울어댈 뿐이었다.

절대 아래를 보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런데 이제 어쩌냐?”


눈까지 휘날리는 알지도 못하는 곳.

던전을 나오면 그래도 어떻게든 비얀트 같은 면접관을 만날 거라 믿었다.

그런데 현실은 늑대한테 쫓겨 절벽 틈에 껴있을 뿐이다.


“나가고 싶다. 나가고 싶어. 나 좀 꺼내줘! 나 여기 있다고!”


마음이 무너진 걸까?

그저 이 이상한 게임 아니, 세상에서 나가고 싶었다.

점점 높아지는 소리는 외침이 되어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씨발 것들아! 나 좀 꺼내 달라고! 로그아웃한다고! 그냥 떨어질 테니까 꺼내 달라고! 개새끼들아!”


이제는 합격이고 뭐고 그냥 집에 가고 싶었다.

자고라는 회사에 취업하기보다는 소송을 걸어서 돈을 뜯어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다 부숴버리고 떠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 외침은 허공에 흩어져 사라졌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 내 외침은 곧 사그라들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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