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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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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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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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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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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3쪽

014. 새로운 시작. (3)

DUMMY


014.




시간은 상대적으로 흘러간다.

지독하게 힘들고 괴로운 일은 느리게만 흐르고.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은 쏘아진 화살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벌써 끝이네. 진짜 빠르다.”


자고 신입 사원 연수가 진행된 3주.

그 시간은 모든 신입 사원들에게 짧게만 느껴졌다.

말을 하는 동현이형이나 듣고 있는 나에게도.


“그러게. 형 뻘짓 하는 거 더 봐야 하는데.”

“지랄 말고 나가면 양주 살 생각이나 하셔.”

“양주는 무슨 그냥 맥주면 넘치지.”

“이 새끼 처음에는 뭐든지 살 거처럼 하더니. 너 임마 그러면 안 돼. 어? 사람이 그렇게 앞뒤가 다르면······.”

“형 차례다. 빨리 들어가.”

“넌 이따 보자.”


3주의 시간이면 넉살 좋은 인싸와 허물없게 지내기 충분하고 넘쳤다.

여러 사람에게 인기 좋은 그는 유독 나에게 더 잘해주었고, 나도 사람 좋은 최동현을 형으로 부르기로 했다.


그런 동현이형을 보낸 건 막바지에 이른 연수에서 부서 배치를 상담하기 위해서였다.

연수 중에 치러진 각종 테스트를 기준으로 부서를 정하는 것.

그런데 이 테스트들은 면접 과정에서 얻은 성과가 많은 부분을 결정되었다.


‘숨기느라고 고생했지.’


지금 내 능력은 아마도 동기 중 비교할 수 없이 압도적일 거다.

노말 등급이긴 하나 레벨 10인 공격 스킬까지 가지고 있다.

거기다 말도 안 되는 칭호까지 있으니 비교한다는 게 이상할 정도.


그렇지만 비얀트와 약속한 대로 평범 이하로 성적을 맞췄다.

이미 부서가 결정되어 있으니 열심히 할 필요도 없었고.

과연 살벌한 눈빛을 보낸 고양이는 날 어디로 보냈을까?

걱정과 설렘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오빠.”


그런 날 부르는 살짝 하이톤의 목소리.


“어. 상담 잘 받았어?”

“응. 태환 선배님이 워낙 나이스하잖아. 이것저것 설명도 해주고 왜 그런지 이유도 알려줬어. 그래서 내가 어디로 가냐면 유저 관리팀. 나 유저 관리팀으로 가게 됐어.”


수연이는 동현이형을 빼면 가장 친한 동기가 됐다.

먼저 인사했던 인상이 깊게 남기도 했고, 의외로 대화가 잘 통했다.

그런 그녀는 결국 원하던 유저 관리팀으로 빠질 수 있었다.


“까비네. 컨텐츠 개발팀 갔어야 했는데.”

“아주 죽어. 진짜 그랬으면 오빠한테 저주 걸었을 거야.”

“아이고 무서워라.”

“됐고 오빠도 유저 관리로 왔으면 좋겠다. 신규 유저들 놀리면서 같이 지내면 좋을 텐데.”

“······그러게.”


비얀트가 했던 일이 유저 관리 아니었을까?

정확한 업무 내용은 현업에 가야 알 수 있겠지만, 썩 나쁘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내 대답은 그리 힘이 있진 않았다.


‘계단 청소나 안 시키면 좋겠는데.’


이미 비얀트와의 협상으로 내가 배치될 부서는 정해진 상태.

사람들이 가는 국내 영업팀, 신규 콘텐츠 개발팀, 수연이가 간 유저 관리팀.

왠지 평범한 부서들에는 가기 힘들 거 같은 느낌이었다.

분명 노랗게 빛난 고양이 눈이 그렇게 말했었다.


“근데 확실히 외국회사라 그런지 특이하긴 해. 안 그래?”

“특이하지. 교육도 이상한 거 시키고.”


자고에서 한 대부분의 교육은 아바타로 진행됐다.

실제와 전혀 차이를 못 느끼는 엄청난 기술력 때문인지 불편한 건 하나도 없었고 오히려 좋은 부분이 많았다.

그 기술력을 믿는지 괴상한 걸 요구할 때도 적지 않았다.


“맞아. 그런데 의외더라. 오빠는 싸우는 건 못할 줄 알았는데 그때 그 변태 새끼 밟아버리고.”

“겉만 멀쩡하지 그냥 허세충이라 그래.”


특히나 압권은 아바타를 통한 개인, 단체 전투.

명목은 자고 시스템에 익숙해져 나중에 유저들보다 우위에 서기 위함이었다.

그렇지만 그런 점을 고려해도 상당히 본격적이고 강력하게 우리를 단련시켰다.


그러한 교육이니 당연히 대련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모든 사람이 좋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한 일.

유독 수연이에게 찝쩍대던 놈은 비얀트의 말을 잊고 살짝 즈려밟아주기도 했다.


‘어쨌든 재밌었어.’


진짜 신입 사원이 배워야 할 지식들도 배웠고.

마치 게임처럼 아바타를 단련하는 시간도 보냈다.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갸웃하기도 했던 시간.

결론적으로는 모든 시간이 너무 즐거웠다.


징.


『나서준씨는 3번 상담실로 입장 바랍니다.』


그 즐거움의 마지막이 오고 있었다.




* * *




똑똑.


“네. 들어오세요.”


들어오라는 말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보이는 건 양태환 선배.

연수 기간 우리를 챙겨준 인사팀 선배 중 한 명이었다.


“서준씨 이쪽에 앉아요.”

“네. 선배님.”

“이제 선배님 소리도 끝이네요. 부서 가면 그냥 아저씨니까 양대리라고 부르면 돼요.”

“한 번 선배는 영원한 선배님이죠. 저한테는 계속 태환 선배님입니다.”

“그럼 고맙고요.”


가볍게 말을 트며 어색한 공기를 눌렀다.

그렇지만 워낙 낯을 가리는 내 성격 때문에 그리 친해지지 않은 사이.

양태환은 빠르게 일을 처리하기 위해 자신의 노트북을 만졌다.


‘어디로 보냈으려나.’


좋은 사람들이 동기가 되었다.

알바 몇 개씩 뛰면서 다닌 대학 생활은 친구도 사치였기에 외로웠다.

그 때문인지 동현이형이나 수연이와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유저 관리팀으로 배속되었다.

그다지 내가 원하는 부서는 아닌 유저 관리.

그렇지만 같이 생활할 수 있으면 나쁘지 않을 거 같았다.


“흐으음.”


그런데 양태환의 얼굴이 급격히 어두워진다.

가면처럼 쓰고 있던 선한 얼굴 대신 딱딱하게 굳어가며 무거워지는 표정.

뭔가가 잘못됐다는 걸 모를 수 없었다.


“서준씨.”

“네. 말씀하세요.”

“이건 그러니까······ 허, 참. 저도 모르겠네요. 안 나와요.”

“네? 안 나온다니 뭐가 안 나온다는 말씀인가요?”

“그러니까 서준씨 부서가 안 나오네요. 접근 권한이 없다고 뜨네요.”

“······네?”


접근 권한 없음.

신입 사원 담당 인사 직원이 접근을 못 한다니.

그게 뭔 개소리인가.


“잠시만요. 통화 좀 하겠습니다.”

“아, 네.”


나만큼이나 당황한 양태환.

그는 나에게 양해를 구하고 어딘가로 급하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 울리지 않고 연결된 통화.


“네, 부장님. 양태환입니다. 다른 게 아니고. ······아, 맞습니다. 나서준 사우 문제 맞습니다. 네. 네. 네.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처리하겠습니다.”


옆에서 들리는 그의 통화 소리.

상대방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아 확신할 수 없지만, 몇 가지는 추측 가능했다.


‘이미 저쪽도 안다는 거네?’


한쪽만 들렸으니 확신할 수 없는 상황.

그렇지만 반쪽짜리 대화로도 내 상황을 부장이란 사람도 알고 있다는 것.

신입은 모르는데 부장은 안다라.

아무래도 고양이새끼가 장난을 거하게 친 느낌이었다.


“서준씨.”

“네.”

“서준씨는 성적이 우수하고 보여준 능력이 뛰어나서 상위 부서로 배치되셨어요. 저도 확인할 수 없는 본사가 직접 운영하는 부서로요.”


성적이 우수?

능력이 뛰어나?

중간도 안 가게 조절 다 했는데 개소리를 뱉어댄다.


“······그렇군요. 그럼 전 어디로?”

“추가적인 상담을 받으셔야 한다고 하네요. 저희 인사팀 팀장님이 직접 면담하신다고 하네요.”

“네. 그럼 기다리면 되나요?”

“팀장님이 바쁘셔서 직접 만나시긴 힘들고 아바타로 진행될 예정이에요. 따로 안내 있을 예정이니 나가셔서 다른 사우분들과 있으시면 됩니다.”


결국, 자기도 모른다는 말.

거기다 인사 팀장?


‘비얀트.’


아마도 그 인사 팀장이 비얀트일 거다.

확신할 수 없음에도 내 마음에 확신이 들어찼다.


“아, 다른 동기분들에게는 인사팀에 배속되셨다고 말씀하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위장 부서까지 준비하라니.

상당히 뒤가 찝찝했다.




* * *




인사팀에 들어갔다는 말에 주변 사람들이 모두 놀랐다.

TO가 있다는 건 알았지만, 뽑힌 사람이 없기에 당연한 반응.


“원래 기업에서 최고 존엄은 사장실 다음이 인사팀이야. 인사가 만사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야. 축하해, 서준이.”

“부럽다. 어떻게 들어간 거야? 설마 자고에 아는 사람 있는 거야? 서준씨 그렇게 성적이 좋은 것도 아니잖아.”

“언니는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오빠가 얼마나 잘하는데. 오빠 축하해요.”


자신들과 다른 부서에 들어갔다는 말에 대부분은 질투가 먼저였다.

그나마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건 수연이뿐.

최동현마저 배 아프다고 양주 마시겠다고 난리를 필 정도였다.


‘남의 속도 모르고.’


진짜 인사팀에 배치됐다면 덜 억울하기라도 했을 거다.

그런데 그렇지도 않은데 이런 취급이라니.

속이 쓰렸다.


시간은 흐르고 사람들은 날 잊고 삼삼오오 같은 부서끼리 모여들었다.

나만 덩그러니 남겨진 것.

씁쓸한 발걸음은 숙소로 향했다.


“이건 또 뭐냐?”


개인 숙소는 하루 한 번 청소도 해주신다.

호텔 서비스를 그대로 쓰는 개념이니 누군가가 드나드는 게 이상한 건 아니었다.

그런데 왜 내 방 한가운데에 캡슐이 있다는 말인가.


징.


왜 갑자기 캡슐을 가져다 놨는지 알아보기도 전에 도착한 건 문자.


『바로 접속하세요.』


누군지 알지도 못하는 번호로 온 문자 한 줄.

건방진 걸 넘어 어이없는 문자였다.

그렇지만 누가 보냈는지 짐작이 안 가면 바보였다.


‘어디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자.’


즐겁게 보낸 연수원 생활.

하지만 정말 날 이상한 곳으로 보냈다면 퇴사를 고민해야 할지도 모른다.

높은 보수와 복지를 약속했지만, 왠지 견디지 못할 곳으로 보낼 거 같은 느낌.


사실 이미 내 아바타는 존속된다는 걸 몇 번이나 확인한 상태.

자고 시즌 2가 열리면 게임을 생업으로 해도 충분하다는 계산도 끝난 상태였다.

그러니 게임 속으로 들어가는 내 어깨는 조금도 굽혀지지 않았다.


츠즈즈즈즛.


‘또 여기네.’


이제는 익숙해진 자고의 접속.

들어올 때마다 시스템이 원하는 곳에서 깨어나기에 주변 파악이 먼저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너무도 익숙한 장소로 왔다.


그리고 보이는 건 역시나 고양이 한 마리.


“왔군요.”

“네.”

“묻고 싶은 게 많은 얼굴인데. 그보다 어떤가요? 여기 오랜만이죠?”

“그러네요.”


연수 중에는 대부분 학교 같은 건물로 불려갔었다.

그렇지만 이번에는 첫 번째 면접이 시작됐던 그곳으로 온 것.

기분이 굉장히 쌉싸름했다.


“그런데 왜 여기로 부른 거죠?”

“우리가 했던 약속이 여기서 이루어졌죠. 그래서 그냥 여기로 했습니다. 특별한 뜻은 없고요.”

“그러네요. 여기였죠. 약속했던 곳이.”


면접 시작뿐만이 아니라 비얀트와 협상했던 장소도 여기였다.

그만두겠다고 협박하며 그에게 보상을 내놓으라 했던 곳.

그때를 생각하면 아쉽기만 했다.


‘더 뜯어냈어야 했는데.’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니 더욱더 이런 생각이 짙어졌었다.

내가 포기한 것들이 그렇게 대단한 것들이었다니.

아마도 이런 내 표정을 보고 싶은 게 아닌가 싶기도 했고.


“그래도 따로 드린 보상은 괜찮지 않았나요?”

“······그렇긴 하죠.”

“제가 특별히 더 신경 쓰라고 말한 겁니다. 10억이 작은 돈은 아니잖아요.”

“······.”


면접을 끝내고 인사과 직원이 말했던 보상.

그건 무려 세금처리를 끝낸 10억 원이었다.

제출했던 통장 사본 덕분에 계좌로 바로 꽂힌 돈.


은행 어플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지.

그런 돈이 갑자기 주어지면 누구나 그럴 거다.

그 덕분에 아쉬움이 많이 희석된 것도 사실이고.


“그럼 우리 사이에 있던 서운함을 그걸로 정리한 거로 하죠.”

“알겠습니다. 팀장님.”

“자세가 좋네요. 대외적으로는 서준씨는 제 부서 사람입니다. 그러니 그런 자세를 유지하세요.”

“······네.”


진짜 인사팀인 거 아니야?

이런 생각이 들었다.

원래 조질 때는 옆에 두고 조지는 게 최고니까.


“그럼 서준씨가 앞으로 일해야 할 부서를 소개할게요.”


하지만 그건 아닌 모양.

옆에 놓고 조지기보다는 그냥 험한 곳에서 구릴 모양이다.


츠즈즈즛.


그런데 갑자기 우리 앞에 허공에 노이즈가 꼈다.

이건 누군가가 자고에 접속할 때 생기는 효과.


“마침 부서장이 오시네요. 제가 설명할 필요가 없겠어요.”

‘······누구?’


지금 오는 사람이 내 부서의 부서장이라니.

마른침이 목을 타고 넘어가고, 눈이 부릅떠진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이는.


“야, 이 씨댕아!”

“하하. 저도 반갑습니다.”

“넌 진짜 죽었어! 이 개새끼야!”


고양이인 비얀트에게 개새끼라며 소리치는 사람.

그럼에도 한 폭의 그림 같은 비주얼.


‘······루시엘라?’


날 구해준 엘프, 루시엘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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