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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2,851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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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5 22:20
조회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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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글자
13쪽

009. 낙오. (4)

DUMMY


009.




높다.

거대한 성을 마주한 순간 가장 먼저 느낀 건 까마득한 높이였다.

거대한 존재감으로 날 막아선 성.

그 성을 바라보던 눈이 반짝였다.


“······불이 켜져 있어.”


고개를 수직으로 들어야 보일 만큼 높다란 성벽.

그 위에 자리한 망루에는 횃불이 밝혀져 있었다.

희미하지만, 분명히 보이는 불빛의 의미.


누군가 저 성에 있다.

누군가 저 성을 관리하며 지키고 있다.

그런 것이었다.


‘보기엔 멀쩡해.’


그런데 어쩐지 쉽사리 다가가기가 겁이 났다.

성 자체가 음산하거나 괴기스럽지는 않았다.

까마득한 성벽은 깨어진 부분도 없이 잘 관리되어 있었고, 기이한 아우라를 풍기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절대 평범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몇 시간이나 기어 올라와야 했던 절벽.

그런 산 정상에 갑자기 거대한 성이라니.


‘고랩존? 그것도 아니면 특수 몬스터 레어?’


떠오르는 건 이런 생각이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뜬금없는 장소에 등장하는 특수 몬스터의 둥지.

그도 아니면 특정 형태의 몬스터 군단이 머무는 장소들이 있다.


내 눈에는 지금 앞에 있는 성이 그렇게 보였다.

저 안에 감히 손 델 수 없는 괴물들이 넘쳐날 거 같은 느낌.

어서 여기를 벗어나야 할 것만 같았다.


“······아니지. 그게 아니야.”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런 생각은 잘못됐을 수 있다.

오히려 그런 곳에 내가 뜬금없이 나타나면 어떨까?

관리자 입장에서 당황스럽지 않을까?


무언가 이상 신호가 전달될 수도 있다.

정상적인 루트로 온 것이 아니니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상황이 만들어진다면 이 지겨운 곳에서 나갈 수도 있을지 모르고.


푹푹푹.


생각이 정리되고 발길은 눈 덮인 산을 더 나아갔다.

걷는 것만으로 스테미너가 떨어지는 지랄 맞은 눈을 헤치며 성문까지 천천히 나아갔다.

서서히 가까워지는 성문.


‘진짜 커.’


성벽뿐만이 아니었다.

성문 역시 거대했다.

족히 4, 50미터는 되지 않을까 싶은 크기.


내가 마주한 성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다.

이런 본능적인 판단이 빠르게 머리를 스쳤다.

모든 것이 인간의 몇 배는 되어야 적합한 형태였으니까.


‘거인? 설인?’


그것도 아니면 용과 같은 신화 속 괴물?

정답은 모르지만, 결코 인간이 머무는 곳은 아닐 거다.


쿵쿵.


그럼에도 난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성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저기요!”


쿵쿵쿵.


“여기 관리자 없어요! 누구라도 있으면 말 좀 해봐요!”


쿵쿵쿵쿵!


문을 두드리는 손길은 점점 강해지고 조심성이 없어졌다.

몬스터든지 관리자든지 그도 아니면 비얀트라도 나타나라는 심정.

그럼에도 누구 하나 대꾸가 없었다.


“씨부랄 누가 대답 좀 하라고!”


띠링!


[스테미너는 소모하여 ‘매정한 발길질’을 시전합니다.]


대답 없는 질문에 화가 차올랐다.

분노에 찬 내 심정은 나도 모르게 스킬을 일으켰다.

너무도 많이 해온 일이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소모되는 스테미너를 누적하여 ‘매정한 발길질’의 파괴력이 증가됩니다.]

[공격력 증가 <+300%> ▶ <+310%> ]

[공격력 증가 <+310%> ▶ <+320%> ]

[공격력 증가 <+320%> ▶ <+330%> ]

.

.

.

[공격력 증가 <+1,590%> ▶ <+1,600%> ]


주르륵 올라가는 메시지.

그에 반응하는 스킬은 내 발길질에 힘을 실어주었다.

쌓이는 메시지만큼 더해진 파괴력이 16배.


“누구라도 대답 좀 하라고오오오!”


꽈────앙!


무자비한 파괴력이 담긴 발길질.

폭탄이라도 터진듯한 소리.

거의 스무 배에 달하는 힘이 거대한 성문을 큰 소리로 울렷다.


······그런데 미동도 없다.

요란한 소리에 주변에 쌓인 눈이 터져나갔지만, 그뿐.

성문은 조금의 흠집도 나지 않았다.


띠링!


그리고 울린 알람.


[‘???’에 노크를 했습니다.]

[‘???’는 현재 주인이 부재중으로 응답할 수 없습니다.]

[초대받지 못한 손님인 ‘나서준’님은 성문을 열 수 없습니다.]


주르륵 나온 메시지.

내 전력을 다한 매정한 발길질을 노크로 치부됐다.

날 거부하면서.


‘노크는 지랄. 어쨌든 뭔지 몰라도 여길 들어가야 하는 거 같네.’


불청객이며 성의 주인이 누구인지도 모른다.

심지어 주인은 부재중이고.

그렇지만 강렬하게 파고드는 본능.


그건 내가 이 성에 들어가야 한다는 거였다.


“······또 올라가야 하나?”


높게 솟은 성벽이 어쩐지 편안한 길로 보였다.




* * *




기본적으로 책정된 스테미너는 100%.

얼핏 작아 보이는 이 스테미너도 어지간한 건 모두 할 수 있는 용량이다.

어느 정도는 충분하기에 자고의 미친 고인물들이 건들지 않고 다른 스탯을 키우는 것이고.


두 번째 면접 때 절벽 등산 선두에 섰던 지원자들은 아마도 무사히 통과했을 거다.

적절히 쉴 수 있는 공간을 찾으며 오른다면 충분히 가능한 스테미너.

그게 100%라는 수치가 갖은 힘이다.


그럼 650%.

아니, 절반 소모량을 감안하면 1,300퍼센트에 달하는 스테미너는 어떠할까?


“······미쳤네.”


난 성벽 틈 사이로 손을 찔러넣은 상태.

두 손과 두 발을 틈새에 넣어 매달린 내 입에서는 미쳤다는 말이 나왔다.

그게 지금 내가 가진 스테미너의 힘이다.


‘이게 안 깎이고 차고 있어.’


내가 놀라는 원인은 조금씩 차오르는 스테미너 때문이었다.

분명 절벽보다도 가파른 성벽을 오르는 중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틈에 잘 매달렸다고 스테미너가 회복하다니.


엉덩이를 붙일 만큼의 공간도 필요하지 않은 상태.

사지 중 몇 개로 매달릴 수만 있으면 되는 상태.

그게 지금 내가 보여주는 퍼포먼스였다.


턱.

턱.

턱.


은근 커다란 성벽의 돌이지만, 잡을 곳은 많았다.

틈새는 당연했고 매끈하게 깎이지 않아 튀어나온 곳도 많았다.

한 마디로 제법 오를만하다는 얘기.


나아가는 손발에 거침이 없어졌다.

그렇게 오르길 수십 분이 흘렀다.


“아무도 없네.”


밑에서 봤던 망루의 횃불에 도착했다.

힘겹게 도착한 곳이지만, 사람은 없었다.

그 어떤 생명체도 없이 스스로 타오르는 불꽃만이 있을 뿐.


‘도대체 뭐 하는 성이지?’


망루의 크기만 봐도 인간이 쓰기에는 너무 높고 컸다.

과하게 거대한 모든 것은 그럼에도 인간이 쓰기에 적합한 형태를 갖추고 있었다.

크기만 제외하면.


그러니 크기까지 생각하면 이곳의 주인은.


‘인간형 거인 몬스터.’


망루의 눈높이를 고려했을 때 인간보다 최소 5배가량 큰 존재?

거인이 아닐까 의심되었다.


“거인의 성인지, 고인의 성인지는 모르겠고. 어쨌든 들어가 보자.”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런 대응도 메시지도 없다?

그러면 어떤 곳인지 상관없이 일단 고.

이미 죽기 아니면 살기인 상황이니 거칠 게 없었다.


다행히 내성으로 향하는 길은 계단으로 되어있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계단 높이도 엄청 높았지만, 뛰면서 내려가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원형 계단을 그렇게 한참 내려오니 드디어 외성 망루에서 내성에 들어섰다.


띠링!


[인간 최초로 ‘???’에 방문하였습니다.]

[비밀을 밝혀 ‘???’의 진짜 이름을 찾으세요.]


“이건 또 신기하네.”


진짜 이름이라니.

던전이 아닌 필드 특수 지역쯤 되는 걸까?

아니면 뭔가 히든 미션이 존재하는 걸까?


정확히 이곳이 어떤 곳인지 모르지만, 돌아다닐 가치가 있을 거 같았다.

드넓은 성이 내 눈을 가득 채웠다.




* * *




“사과 한 번 무식하게 크구나.”


마치 내가 거인국에 온 걸리버가 된 기분이었다.

성벽 너머에서 마주한 모든 것이 다 거대했기에 그렇게 느낄 수밖에.

과일 가게의 사과가 수박보다 크니 안 그럴 수 없었다.


와삭.


“달다. 개 달아.”


한입 크게 베어 물었는데 티도 안 나는 크기.

커다란 사이즈와 달리 과즙이 무슨 주스처럼 터지는 사과는 너무 맛있었다.

앉은 자리에서 3분의 1을 바로 먹어치웠다.


띠링!


[‘거인의 사과’를 섭취했습니다.]

[‘근력 능력치’가 ‘10분’ 동안 ‘3’ 증가합니다.]


그냥 맛있어 보여서 먹은 사과였다.

어차피 사람도 하나 없고, 배 째라는 심정으로 돌아다니는 중이라 했던 행동.

별 생각없이 먹었는데 스탯이 오르다니.


“버프 아이템?”


맛있는 과일이 능력치까지 올려준다니.

당장 싹쓸이해서 챙겨야 한다는 생각이 차오른다.


[‘거인의 사과’는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없습니다.]


“뭐지? 아이템이 아닌가?”


왠지 아이템 같은데 인벤토리에 안 들어갔다.

아이템이 아니면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없으니 이 사과가 아이템이 아니라는 뜻?

그런데 또 상태창은 뜬다.


──── ◆ ITEM ◆ ────

[ 이름 : 거인의 사과 ]

[ 종류 : 재료 ]

[ 등급 : NORMAL ]

[ 능력 ]

▶[ 복용 시 근력 능력치 ‘3’ 증가 ]

──────────────


“뜨는데······.”


노말 등급의 재료 아이템.

먹으면 능력이 발휘되는 것도 확인했다.

분명 아이템창이 뜨는데 보관만 안 된다니.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고민하며 움직이며 다른 것들도 살폈다.

역시나 거인의 사과만 그런 건 아니었다.


[‘붉은 도끼’는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없습니다.]

[‘거대한 만능 솥’은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없습니다.]

[‘불쾌한 조미료’는 인벤토리에 보관할 수 없습니다.]

.

.

.


사방에 널린 다양한 물건들이 거의 전부 아이템이었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아이템이 있는데 하나도 챙길 수 없다니.


‘억지로 들어와서? 아니면 아직 오픈된 필드가 아닌 건가?’


아직도 현실인지 게임인지 헷갈리는 이곳.

만일 게임이라면 지금 상황이 충분히 이해가 가기도 했다.

원인은 무엇인지 모르지만.


“넓긴 넓은데 딱히 뭐가 없네. 역시 성에 들어가야 하나.”


몇 개의 가게와 집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득이 없었다.

먼지 한 톨 없이 잘 정돈된 모습만 보였지 NPC 하나 구경할 수 없는 곳.

심지어 아이템 파밍마저 안 되는 곳이라 호기심은 빠르게 줄어들었다.


하지만 다른 작은 집들과 달리 내성은 분위기부터 달랐다.

저 안에는 특별한 것들이 있을 것만 같았다.

웅장하고 고혹적인 모습에 절로 발걸음이 그쪽을 향했다.


끼이이익.


“······계세요?”


다행히 내성의 성문은 닫혀있지 않았다.

웅장하고 육중한 문이 소리를 내며 열리자 고개를 쓱 들이밀었다.

이런 무례한 내 행동에도 여전히 누구도 대답이 없는 곳.


꽤나 기대됐던 분위기와 달리 인기척 하나 없다니.

반응 없는 상황에서도 실망하지 않았다.

성 내부는 너무도 넓었으니까.


‘뒤지다 보면 뭐라도 나오겠지.’


슬쩍 보이는 공간만 해도 엄청난 크기.

인간이 아닌 존재가 생활하게끔 되어있어 더욱 커 보였다.

간단히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몇 시간은 걸릴 거 같아 냉큼 발을 움직였다.


그렇게 시작된 수색.

특이해 보이는 물건도 살피고, 뭔가 비밀이나 퍼즐이 있는지도 살폈다.

몇 시간을 투자해서 살피고 또 살핀 결과.


“······없어. 아무것도 없어.”


밀려오는 건 피로감이었다.

이 넓디넓은 곳이 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아무것도 특별한 게 없다니.

점점 지치게 만들었다.


수십 개의 방을 뒤지고 찾아낸 건 가질 수 없는 아이템뿐.

오로지 한 것은 눈요기뿐이었다.

지금 거대한 홀 역시 너무도 아름다웠으니 그걸로 만족해야 할까?


“지친다, 지쳐.”


풀썩.


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지쳤다.

끝없이 밀려오던 슬라임이 그리울 정도로 변화 없는 이곳.

아무래도 잘못 온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잠시 쉬어갈 겸 거대한 의자에 엉덩이를 붙였다.

나에게는 의자라기보다는 침대에 가까운 크기.

한숨 자기에는 딱 적당해 보였다.


띠링!


그런데 이 성에 온 후 처음으로 아이템 정보가 아닌 알림 소리가 들렸다.


[‘???’의 영주석에 착석하였습니다.]


“······어라?”


그냥 의자에 앉았을 뿐이다.

물론 이 의자가 놓인 위치나 생김새는 조금 특별했지만.

별 생각 없이 앉은 이 의자가 영주석이라니.


[‘???’의 비밀을 찾아내었습니다.]

[불과 얼음 거인의 성, ‘빙화성’의 첫 번째 발견자가 되었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유니크 박스’를 제공합니다.]


이름을 감췄던 이곳의 이름은 빙화성.

내가 이 빙화성의 첫 번째 발견자가 되었다.

그리고 인벤토리에 쓱 하고 들어오는 건 유니크 박스.


멈추지 않는 신념이 유니크 등급.

그와 동급의 아이템이나 스킬을 뽑을 수 있는 유니크 박스였다.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빙화성’의 영주석에 착석하여 조건을 만족하였습니다.]

[지금부터 ‘빙화성’ 영주 계승을 위한 시험을 시작합니다.]


“······뭘 한다고?”


그냥 먹고 살자고 취업하려고 왔던 면접장.

이제 알지도 못하는 곳의 영주가 되어야 할 팔자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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