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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2,859
추천수 :
1,061
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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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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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글자
13쪽

003. 면접. (2)

DUMMY


003.




차악!

쫙, 촤악!


“크윽······!”


달리며 스치는 나뭇가지가 살갗에 날카로운 붉은 선을 남긴다.

아릿한 통증이 입에서 신음을 뽑아냈지만, 멈출 수는 없었다.

지금 멈추면······.


“컹! 컹컹!”

‘빌어먹을 개새끼!’


분명 저 개새끼가 날 물어 죽일 거다.

귀엽게만 봐왔던 개라는 동물이 이렇게 무서운 존재였다니.

하얀 거품을 물고 달려오는 모습은 어지간한 맹수와 비견될 공포였다.


그러니 내 뒤를 바짝 쫓는 미친개에게 살아남기 위해 절대 멈출 수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다리가 풀려도 절대로.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 안 죽어요! 그러니 최선을 다해서 이겨내 봐요!”


죽어라 뛰는 내 등 뒤로 들려오는 건 걱정은커녕 즐거움이 담긴 목소리.

사이코패스 같은 모습에 저절로 소름이 돋는다.

그렇지만 뒤돌아볼 여력이 없었다.


띠링!


그때 귓가에 울리는 알림음.

그리고 맑고 고운 소리가 귀에서 떠나기 전 눈앞에 무언가 나타났다.


[지속적인 전력 질주로 과도한 피로가 쌓입니다.]

[전력 질주를 유지 시 스테미너 감소 속도가 ‘2배’로 증가합니다.]


눈앞에 갑자기 메시지 두 줄이 나타났다.


‘미친! 2배라고?’


살기 위해서 뭐 빠지게 달린다고 스테미너가 2배로 날아간다니.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불만과 걱정이 가득 담긴 눈은 빠르게 아래쪽을 살폈다.


─── ◆ STATUS ◆ ───

.

.

.

[ 스테미너 ]

▶[ 012% <100%> ]

─────────────


처음 켜놓은 뒤로 계속 띄워놓은 상태창.

그곳에 적힌 스테미너가 눈에 박히게 들어왔다.


‘1, 12퍼? ······죽으라는 말이네.’


죽지 않는다고.

이곳은 현실이 아닌 아바타로 움직이는 게임이라고.

분명 그렇게 말했지만, 믿기지 않았다.


죽음의 공포를 앞둔 상황이 되니 이성이 아닌 직감, 본능이 움직였다.

모든 것이 너무 진실되게 느껴지기에 죽음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런 공포가 아니라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써! 포인트 쓴다고!”


띠링!


그러니 아껴두었던 포인트를 써야 했다.


[‘나서준’님의 잔여 포인트는 ‘5’입니다.]

[‘스테미너’에 잔여 포인트를 부여하시겠습니까?]


“씨발! 그런다고! 전부다 스테미너에 쓴다고! 빨리 좀 해!”


뭘 되묻고 앉은 거냐?

누구 죽는 꼴 보고 싶어?

하라면 빨리 좀 해라.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시스템이 움직였다.


띠링!


[‘스테미너’에 잔여 포인트 ‘5’를 부여합니다.]

[‘나서준’님의 ‘스테미너’가 ‘150%’로 증가합니다.]


‘1’ 포인트에 ‘10%’ 증가인가?

‘100%’에서 절반 늘어난 스테미너로 피로감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변경된 능력을 적용하기 위해 능력치 상태를 초기화합니다.]


그리고 추가로 온 메시지는 초기화된다는 것.

스테미너의 경우 ‘150%’로 풀충전.


“아······. 씨발, 하나만 올릴걸.”


포인트를 ‘1’만 투자했어도 스테미너는 전부 찼을 거라는 말.

이런 시스템인지 몰랐기에 올인해버렸다.

덕분에 남은 포인트는 ‘0’.


‘······망했다.’


후회가 밀려왔지만, 이미 늦은 것.

아무래도 난 이 회사에 맞는 인재는 아닌 거 같았다.




* * *




“후욱, 후욱, 후욱.”


그래도 포인트를 올인한 스테미너 덕분에 미친개를 따돌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지만, 소리를 최대한 죽인 채로 몸을 바위틈으로 구겨 넣었다.

쿵쾅거리는 내 심장 소리마저 조용하길 바라며 몇 분.


띠링!


알람이 울렸다.


[‘10’분이 경과하였습니다.]

[‘나서준’님은 ‘JAGO’의 첫 번째 면접을 통과하였습니다.]


‘······됐다.’


메시지를 보고 다리 힘이 풀려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들려오는 건 예의 그 경박스러울 정도로 여유로운 목소리.


“에고, 이거 생각보다 많은 지원자분들이 탈락하셨네요. 안타깝지만, 어차피 합격할 티오는 정해져 있는 거 아시죠? 그러니 마음 쓰지 말고 다음 면접을 준비하세요.”

‘미친 고양이새끼.’


욕을 안 할 수 없는 말투와 내용이었다.


“휴식 시간은 1시간. 고개를 들면 하늘로 쏘아지는 황금빛이 보일 거예요. 다들 그쪽으로 모이면 됩니다. 1단계 면접을 통과한 선물도 있으니 어서 오세요.”


휴식 시간은 주는구나.

그래도 지금은 당장 선물을 받을 마음의 여유가 없었다.

그저 주저앉은 채로 켜놓은 상태창만 살폈다.


─── ◆ STATUS ◆ ───

[ 이름 : 나서준 ]

[ 레벨 : 001<NORMAL> ]

[ 능력 ]

▶[ 근력 : 007 ]

▶[ 내구 : 006 ]

▶[ 민첩 : 005 ]

▶[ 마력 : 000 ]

[ 스테미너 ]

▶[ 072% <150%> ]

─────────────


“대차게 망했구나.”


씁쓸한 말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적절하게 분배했어야 할 포인트였다.

다급하게 올린 스테미너가 너무도 아쉬운 순간.


그래도 어쩔 수 없었다.


‘스테미너도 중요한 능력치야. 덕분에 1단계도 통과했고.’


사실상 그 미친 개새끼를 싸워서 이기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누군가는 가능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못 한다.

능력치를 근력이든 민첩이든 어딘가에 투자했어도 할 수 없다.


내 그릇을 잘 알기에 알 수 있는 사실.

그러니 적당히 낙담하기로 하고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무사했네요.”


천천히 걸어 도착한 비얀트가 말한 장소로 가는 중

최동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나야 그렇지. 너도 잘 버텼네.”

“운이 좋았어요. 숨을 곳을 찾아서.”

“운도 실력이지. 앞으로도 운이 좋으라고.”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런데 괜찮으세요? 상처가······.”


그를 다시 보니 상처가 보였다.

얼굴이 멀쩡해서 바로 몰랐는데 등이 피로 제법 물들어 있는 상태였다.


“아, 이거? 참을 만해. 아바타라서 그런지 진짜 아프진 않고 살짝 찌릿한 정도? 과다출혈로 상태 이상이 걸리긴 했는데 내구 높였더니 괜찮아졌어.”

“내구를 높이니 괜찮다니.”

“신기하지? 자고에서도 그랬거든. 그래서 당황 안 했지. 너도 아낀 포인트는 이렇게 위급한 순간에 써.”


난 최동현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은 게임이라는 거네. 내가 너무 과몰입한 건가?’


해보지 않았기에 이곳이 게임 속 세상이라는 걸 믿기 힘들었다.

조금은 작위적이고 위화감이 들어야 믿지, 이건 솔직히 이상할 정도로 현실 같았다.

그렇지만 최동현의 반응을 보면 이곳은 게임이 맞았다.


몰입한다는 건 분명 집중한다는 의미로 좋은 것이다.

하지만 과몰입으로 귀중한 포인트를 과투자한 건 실수다.

그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신 똑바로 차려야 했다.


“가자. 보상받아야지.”

“네. 그런데 보상은 뭘까요?”

“글쎄? 튜톨이 바뀌었으니까 보상도 달라졌을 거 같은데. 원래는 원하는 포인트를 얻는 거였어.”

“능력치 말하는 거죠?”

“어. 포인트는 보통 레벨을 올리면 얻을 수 있어. 그게 아니면 업적을 쌓아서 받을 수도 있고. 그런데 튜토리얼처럼 잘 주는 곳은 없으니까 신중하게 써야 돼.”


잘 안 주는 구나.

속이 조금 더 쓰렸다.


“자자, 줄을 서세요.”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니 어느새 도착한 보상 장소.

그리고 앞에 보이는 건 푸른색 정장을 입은 고양이, 비얀트였다.


“저 황금빛 문을 통과하면 첫 번째 면접을 통과한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휴식 시간 내로 받아야 인정이니까 서두르세요.”


줄을 선 사람들에게 말하는 비얀트를 보고 주변을 살폈다.


‘게임은 게임이네. 저렇게 허공에 문만 떡 하니 있고.’


마치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금빛으로 빛나는 문만 덩그러니 서 있다.

그런데 그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반대편으로 나오는 게 아닌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한참 후에 멀찍이 떨어진 다른 문으로 빠져나왔다.


“이건 똑같네.”

“그래요?”

“보상의 방으로 들어가는 문이야. 방식이 같으니까 아마 보상도 같지 않을까?”

“그랬으면 좋겠네요.”


최동현이 말한 보상은 포인트.

이미 스테미너에 다 써버린 포인트를 생각하면 다른 능력치를 올릴 포인트가 절실하다.

부디 그런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다.


“참고로 말하자면 스테미너는 올리지 마.”

“······왜요?”

“스테미너는 초반에 올린다고 크게 도움이 되지도 않아. 거기다 나중에 아이템으로 충분히 올릴 수 있어. 조금이라도 해본 사람이면 다 그렇게 하고 이미 몇 년 동안 입증된 방법이야. 되도록이면 민첩하고 근력 위주로 올려.”

“그럴게요······.”


쫌 빨리 말하지.

이미 올려버린 스테미너를 환불받을 수도 없고, 속이 쓰렸다.


“들어가자. 대박 나고.”

“대박 나세요.”


쓰린 속을 끌어안으니 어느새 우리 차례.

난 제발을 속으로 외치며 빛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 * *




“이거 중의 하나를 고르라는 거지?”


문을 통과하자 나타난 건 새하얀 방.

그런 방 중앙에 놓인 탁자 위에 놓인 3개의 돌이 보였다.

그중 하나가 자기를 집으라는 듯 푸른 빛을 내고 있었다.


다행히 보상은 랜덤이 아닌 눈으로 확인하고 하나를 고르는 방식.

문제는 방식이 아닌 보상 그 자체였다.


‘누가 봐도 이게 제일 좋은 보상이잖아. 그런데 왜 하필······.’


[근력 ‘3’ 포인트 상승]

[민첩 ‘3’ 포인트 상승]

[스테미너 ‘50%’ 상승]


확인하고자 하는 마음을 먹는 순간, 상태창처럼 팝업된 보상 정보.

빠르게 확인한 내 얼굴이 굳어질 수밖에 없었다.


3개의 보상 중 가장 좋은 것이 스테미너 증가라니.

포인트로 치면 ‘3’ 포인트와 ‘5’ 포인트.

‘2’ 포인트가 얼마나 큰지 모르지만, 절대 작지는 않다는 걸 느끼고 있기에 선택이 망설여진다.


“돌겠네. 왜 하필 스테미너야.”


보상의 방에 들어오기 전 최동현이 했던 말들이 귓가에 맴돈다.

절대 올리지 말라던 그의 조언.

나중에 충분히 올릴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송곳처럼 심장을 찔러왔다.


말은 하지 않지만, 자고라는 게임을 오래 해온 게 분명한 최동현.

그의 조언은 사실 입문도 하지 못한 나에게는 천금과도 같았다.

그렇지만 자꾸 다른 생각이 들었다.


‘게임. 그래, 그건 게임이야. 그리고 지금 여기는 면접장이고.’


사실 그냥 이렇게 생각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해보지 못한 것이기에 애써 무시하고 조금이라도 더 좋은 보상을 갖고 싶은 욕망.

그것 때문에 누군가의 조언을 무시하고 싶은 것이 진심이었다.


“모르겠다. 어떻게 되겠지.”


띠링!


지금의 선택을 후회할지도 모른다.

아니, 만일 면접에서 떨어진다면 반드시 후회할 순간이 찾아올 거다.

그렇지만 내 선택은 내려졌다.


덥석 손을 뻗어 구슬을 잡자 시스템이 움직였다.


[‘스테미너’가 ‘50%’ 상승합니다.]


내 선택은 약간의 포인트의 이득을 보기 위한 스테미너 ‘50%’.

그렇게 난 남들보다 2배의 스테미너를 갖게 됐다.


“······끝?”


그리고 아무런 일도 없었다.

혹시나 올인했는데 숨겨진 뭐라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히든 업적 같은 것 말이다.


그렇지만 잠잠했다.

그저 늘어난 스테미너가 전부.


“나가기나 하자.”


오래 머물면 정신병 걸릴 거 같은 하얀 방을 떠날 때란 걸 알았다.


“잘 골랐어?”

“······네.”

“흠. 뭐가 마음에 걸리나 보네.”

“그런 건 아니고 긴장돼서요.”

“나도 그래. 너무 떨려서 괜히 오줌 마려운 기분이라니까.”


최동현은 스테미너에 올인한 미친 나와 달리 표정이 괜찮아 보였다.

화장실 갈 필요 없는 이곳에서 저런 말 한다는 거 자체가 여유 있어 보였다.


“두 번째는 뭘까?”

“글쎄요. 전 아예 감이 안 와서.”

“그렇긴 하겠네. 근데 나도 모르겠어. 원래 자고에서는 첫 번째에 토끼 잡기를 하고 두 번째에 선착순 달리기. 마지막이 생존 미션이었거든.”

“단순히 순서가 바뀐 건지 아니면 내용이 싹 바뀐 건지가 중요하겠네요.”

“그렇지. 결국, 그냥 기다리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지.”


초조한 얼굴의 사람들은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자고라는 글로벌 기업에 입사할 기회는 쉽사리 오지 않을 거란 걸 모두가 안다.

그렇기에 시간은 느리지만, 무겁고 빠르게 흘렀다.


“자, 그러면 두 번째 면접을 시작해볼까요?”


여기저기 흩어진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건 비얀트.


“두 번째 면접은 여러분들의 끈기와 창의력. 거기에 더해서 얼마나 상황 대처 능력이 좋은지를 볼 겁니다. 그런 의미로 선택한 면접 방식은 등산.”


고양이의 말에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맞습니다. 예상하신 분들도 많은 거 같네요. 저 멀리 보이는 산. 저 산꼭대기에 오르는 순서대로 점수가 매겨질 겁니다.”


나도 들었던 자고의 두 번째 튜토리얼 미션과 같았다.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나는 면접자 여럿이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렇게만 하면 재미가 없겠죠. 그래서 제가 몇 가지 재미있는 걸 추가해 놓았습니다. 부디 모두 살아남으세요.”


물론 그걸 그냥 지켜볼 고양이새끼는 아니었지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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