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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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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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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60
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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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3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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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글자
13쪽

004. 면접. (3)

DUMMY


004.




JAGO라는 세계적 기업의 첫 공개 채용.

엄청난 매출에 어울리게 한 번에 10만 명 뽑는다고 단언했다.

그중 대한민국에서 5천 명이 신입 사원으로 뽑히는 것이고.


‘그런데 여기 모인 사람은 잘해야 천 명이 겨우 넘어.’


절대 적은 숫자는 아니지만, TO를 생각하면 한참 부족했다.

그런 내 눈치를 알아챈 최동현이 작게 속삭였다.


“다른 면접장도 있을 거야. 기사보니까 면접 경쟁률이 10대 1이 넘을 거라고 했거든. 대충 보니까 아까 절반 정도 떨어졌어. 아직도 5대 1은 넘는 거지. 갈 길이 멀어.”


그의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빽빽하게 감싸고 있는 사람들이 경쟁자 전부가 아니다.

아직 이들 중 80%는 떨어져야 내가 합격할 수 있다는 말.


정말 다양한 사람이 모인 면접장.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참 다양하게도 모였다.

모인 사람의 숫자와 다양성 때문에 불안하지만, 한편으로는 조금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래도 등산이면 내가 유리해.’


등산의 묘미가 무엇인가.

바로 끈기와 정신력이다.

압도적인 육체 능력이 있지 않다면 결국 오래 버티는 놈이 이기는 거다.


─── ◆ STATUS ◆ ───

.

.

.

[ 스테미너 ]

▶[ 200% <200%> ]

─────────────


특히나 띄워놓은 상태창에 보이는 스테미너 ‘200%’.

남들보다 두 배는 오래 뛸 수 있다는 것에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여겨졌다.

다른 종목이면 모를까 등산이기에 더욱 그랬다.


“다들 준비됐나요? 뭐, 준비가 안 됐어도 어쩔 수 없고요.”


참으로 친절한 비얀트의 말이 사람들을 퍼뜩 깨웠다.

안 그래도 빼곡한 출발선이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눈에 안 보이는 투명한 막이 막고 있어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는데 계속 앞으로 몰려들기만 했다.


“밀지 좀 맙시다!”

“아저씨! 왜 새치기해요!”

“악! 발 밟지 말라고!”


밀고, 비집고, 힘으로 끌어내기까지.

안면몰수한 사람들이 끼어들며 스타트라인은 엉망이 되었다.

그건 전혀 관리에 신경 쓰지 않는 비얀트 덕분이기도 했다.


면접을 주관하는 면접관이 모르쇠라니.

당연히 사람들은 조금씩 정도가 심해질 뿐이었다.

덕분에 사람들 사이에서 더욱 소란이 커져갔다.


‘미치겠네.’


이런 상황이 정말 마음에 안 들지만, 나도 양보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불편하다고 물러서는 건 떨어지겠다는 것과 진배없다.

압사당하는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로 압박이 심했지만, 오히려 앞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 안간힘을 쓸 뿐이었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그래도 더 시간을 끌면 안 되겠죠? 그럼 시작합니다. 출발!”


따악───!


고양이 발가락으로 어떻게 핑거 스냅을 치는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비얀트의 손가락에서는 낮고 긴 맑은소리가 크게 울려 퍼져 나왔다.

그 소리에 앞을 막던 무언가가 사라졌고.


“어어어? 밀지 마! 넘어지잖아!”

“아악! 밟지 마! 개새끼들아! 밟지 말라고!”


우르르 몰려나가는 사람들.

천 명이 넘는 사람이 갑자기 움직이자 제일 앞에 있던 사람 중 일부가 넘어지며 소리를 질렀다.

심지어 밟힌 사람 중 하나는 심각한 데미지를 입었는지 빛으로 흩어지며 사라지기까지 했다.


탈락자까지 생겨나는 난장판도 이런 난장판이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고 달려나갔다.

물론 그중에는 나도 있었다.


“비켜!”


타다다다닥!


제일 앞에 섰던 사람 중 하나가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치고 나갔다.

그 어떤 육상 대회에서도 본 적 없는 엄청난 스피드.

인간인지 의심되는 속도로 달려가는 모습에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그런데 그런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었다.

질 수 없다는 듯 달려나가는 십여 명.

그들 중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까지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염병. 나도 민첩이나 올릴걸.”

“부러워할 거 없어요. 그래 봐야 순속만 빨라진 거예요. 저 속도면 무조건 민첩 올인했을 텐데 얼마 달리지도 못해요.”


친절하게 해설 해주는 누군가.

말을 하는 사람은 표정이 딱히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스스로에게 위안을 받으려고 하는 말인지 싶었다.


그리고 그런 말은 단순히 위안이 아니었다.

곧 예언이 되어 돌아왔다.


“아아악! 도망쳐!”


열심히 달려나갔던 사람들.

누구보다 빠르게 정상을 찍을 거 같은 이들.

그들이 다시 뒤를 돌아 뛰어오고 있었다.


“도망가라고! 잡히면 죽어!”


달려오는 사람들의 뒤로 먼지구름이 보였다.

뿌연 먼지를 일으키는 범인은 본 적 있는 존재.


“컹! 크르르르 컹컹!”

“아까 그 개새끼들이잖아!”


첫 번째 면접에서 지원자 절반을 날려버린 광견.

그런 개새끼 수백 마리가 우릴 향해 달려왔다.


튜토리얼 아니, 면접은 쉽게 끝날 거 같지 않았다.




* * *




스테미너가 다했는지 달려오던 사람 중 하나가 급격히 느려졌다.

뛰지 못하고 걷는 이의 표정은 굳어졌고, 광견 무리는 자비가 없었다.

가장 뒤 쳐진 이름 모를 남자는 울 거 같은 표정으로 거품 문 개에게 다리를 내어주었다.


“아아악! 아파! 아프다고!”


한쪽 다리를 물린 순간, 달려든 광견만 다섯 마리.

아바타라서 아프지 않을 텐데도 고통으로 가득한 얼굴.

갈가리 찢기는 몸을 보면 정말 아파 보였다.


“내 이럴 줄 알았지. 쉽게 갈 리가 없지.”


사람을 찢어 죽이는 미친 개새끼들.

그런 맹수를 앞에 두고 어찌해야 할지 당황하는 내 앞으로 한 사람이 지나갔다.

태연한 얼굴로 주먹을 문지르면서.


“일루와. 잡것들아.”

“컹!”


그런 남자에게 흥분한 광견 한 마리가 달려들었다.

어지간한 성인 남자 크기의 개.

달려드는 속도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인간이 대적하기 불가능한 물리력을 갖췄다.


내가 봤을 때는 저건 백퍼센트 아웃.

그런데 남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주먹을 내밀었다.

발까지 구르며 뒤로 당겼다가 힘차게 내뻗은 정권이 광견의 아가리와 충돌했다.


‘미친 새끼.’


왜 나서서 저 지랄을 하는지는 몰라도 끝이다.

분명 그럴 거라 확신했다.


뻐억!


“깽!”


그런데 왔던 길로 날아갔다.

인간이 아닌 사람 크기의 개가 주먹 한 방에 그리되어버렸다.

어안이 벙벙해지는 광경.


그렇지만 남자는 이상할 게 없다는 듯 빠르게 움직였다.

쓰러진 개 앞에 선 남자.


퍽, 뻐억, 빡!


“······끼이잉.”


쏟아지는 주먹질은 보는 사람이 소름이 돋을 정도로 매서웠다.

남자의 구타를 견디지 못한 개는 빛을 뿌리며 사라져버렸고.

바라보는 이들은 다른 의미로 소름이 전신에 돋아났다.


그리고 남자의 몸에도 희미한 빛이 어렸다.


“좋네. 경험치.”

‘레벨업?’


공포스러운 개를 주먹 한 방에 날려 보낸 괴력은 근력 능력치의 힘이리라.

그리고 그렇게 만든 성과로 얻어낸 경험치.

그 경험치로 남자는 레벨을 올렸다.


“비켜요. 혼자 독식하지 말고.”

“저 마른 놈은 내 거야.”


남자의 모습에 자극받은 사람들이 도망가려던 걸음을 멈췄다.

일부는 눈이 돌아간 광견보다 더 눈을 빛내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이내 인간과 개새끼들의 전투가 벌어졌다.


경험치와 레벨업에 눈이 돌아간 사람들.

그들을 향해 미친 듯 달려드는 개새끼들.

또 다른 난장판이 눈앞에 펼쳐졌다.


“죽어!”

“아아악! 물지 마! 놔! 놓으라고!”

“컹! 크르르르.”

“끼이이잉. 끼잉.”


순식간에 얽히고설켜 버린 면접장.

달려들어 물고 뜯는 광견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는 인간들.

스탯으로 힘을 키운 인간은 쉽사리 밀리지 않았다.


비명과 신음이 난무하는 현장.

여기가 과연 회사 직원을 뽑는 곳이 맞나 싶었다.


‘씨발. 어쩌라고.’


지금 그런 의문을 품어봐야 무슨 이득이 있을까?

애써 머리에서 쓸데없는 생각을 날리고 주변을 살폈다.


‘······방법이 없는데?’


난 저 현장에 끼어들 자신이 조금도 없었다.

저 괴물 같은 개에게 치명상을 주기에는 내 스탯이 너무 보잘것없었다.

두꺼운 피부와 성난 근육 너머로 데미지를 주는 건 보통의 인간에게는 절대 불가능해 보였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다.

방법을 찾기 위해 슬금슬금 뒤로 빠지며 샛길을 찾았다.


‘저기다.’


그리고 찾아낸 것.

나와 마찬가지로 싸우기를 포기한 사람들.

그들 중 일부가 움직이는 길이 나에게도 활로로 보였다.




* * *




2차 면접의 목표는 전투가 아닌 등산.

산에 먼저 오르면 되는 것이다.


굳이 괴물 같은 개와 씨름할 필요는 없었다.

산을 오르기 위한 방법은 다양한 법이니까.


“덤벼, 개새끼들아!”

“으흐흐흐흐. 기분 죽이는구나!”


난투가 벌어지고 있는 현장은 그야말로 생지옥이었다.

피와 비명이 난무하는 곳에서 버틸 재간이 없었다.

문제는 그 피비린내 나는 곳이 누가 봐도 메인 등산로라는 것.


장애물인 광견을 치우면 빠르게 오를 수 있는 길.

길만 뚫어낸다면 면접 통과는 어렵지 않아 보였다.

그렇지만 그곳이 아니라도 산을 오를 방법은 있었다.


‘여길 올라야 한다고?’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찾은 아니, 이미 다른 사람들이 오르고 있는 곳은 길이 아닌 절벽.

이미 까맣게 면접자가 달라붙은 절벽은 까마득하기만 했다.


“안 할 거면 비켜요!”

“아악! 온다! 개들이 온다고요! 빨리 올라가!”


그런 내 등을 떠미는 건 거품을 물고 달려오는 미친개.

붉게 충혈된 눈깔은 정확히 날 바라보고 있었다.


‘씨발, 모르겠다.’


한두 명도 아니고 족히 200명이 달라붙어서 절벽을 타는 중이다.

생각해보면 굉장히 이상한 장면.

이 모든 사람이 전부 클라이밍 전문가는 아니리라.


‘게임에서 비슷한 일을 했을지도 몰라.’


능숙하게 절벽을 타는 폼이나 망설임 없이 달라붙는 모습.

평범하지 않은 일인데 너무도 편안해 보였다.

내 추측을 믿고 나도 냉큼 절벽에 매달렸다.


“······응?”


난 내 완력을 안다.

클라이밍은 해본 적 없지만, 문에 달아놓은 턱걸이로 꾸준히 해온 운동.

그걸 믿고 매달렸던 거다.


그런데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편했다.

전혀 힘이 들지 않고 그냥 약간의 피로감이 느껴지는 전부.


띠링!


그리고 그런 이유는 바로 알 수 있었다.


[특수 행동 ‘클라이밍’을 시작합니다.]

[스테미너가 지속적으로 감소합니다.]


절벽에 매달린 나에게 온 메시지는 특수 행동 발동.

그 행동을 통해 소모되는 건 스테미너였다.

스테미너라니 절로 미소가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역시 등산은 날 위한 거였어.’


기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들 중 나와 같이 ‘10’ 포인트 전부를 스테미너에만 투자한 인간은 없을 거다.

거의 확신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뻗는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확신을 가지니 나아가는 손발이 빨라진다.

하나둘 사람들을 지나쳐 빠르게 절벽을 올라갔다.


─── ◆ STATUS ◆ ───

.

.

.

[ 스테미너 ]

▶[ 152% <200%> ]

─────────────


‘벌써 50퍼센트가 달았다고?’


신나서 오르는 절벽.

그런데 슬쩍 본 잔여 스테미너는 생각보다 너무 많이 달아있었다.


이상할 정도로 빠른 감소 속도.

이대로라면 절벽을 다 오르는 건 절대 불가능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거다.


“휴. 죽을 뻔했네.”


그리고 고개를 드니 절벽 틈에 쉬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클라이밍을 멈추고 스테미너를 회복하는 모습.

단순히 오르는 것이 아닌 휴식과 등반을 적절히 섞어야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오르는 사람에 비해 쉴 수 있는 절벽 틈은 너무 좁았다.

서너 사람이 서면 끝일만큼 비좁아 다른 장소를 찾아야 했다.


“비, 비켜 씨발! 스테미너 다 떨어졌다고!”

“아 그러시구나. 근데 저도 아직 회복 중이라 죄송요.”

“씨발놈아! 아, 안돼!”


나보다 빠르게 오르던 남자 하나가 떨어진다.

게임이라고는 하나 눈이 찢어질 듯 커질 수밖에 없는 장면.

그리고 이내 퍽 하고 땅에 부딪히자 빛이 되어 사라졌다.


‘······잘못하면 진짜 망한다.’


좋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틈에서 비킬 생각이 없는 사람들.

여기서 다른 지원자들을 없애려는 게 눈에 선했다.

저들을 끌어낼 수 없으면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


‘어디.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


눈이 쉬지 않고 굴렀다.

하지만 이미 대부분의 자리가 만석이었다.

결국, 난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턱, 휙!


“흡!”


몸은 사람들이 올라가는 길이 아닌 멀찍이 떨어진 난간을 잡았다.

그곳은 정상이 아닌 산 뒤편으로 가는 길.

난 그 미지의 곳에 활로가 있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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