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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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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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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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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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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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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글자
13쪽

002. 면접. (1)

DUMMY


002.




눈을 뜨자 설국 아니, 신세계가 펼쳐졌다.


드넓게 펼쳐진 푸르른 초원과 하늘을 뚫을 듯 높게 솟은 산.

높다란 산에서 내려온 강물은 너무 투명했고 폐부로 파고드는 싱그러운 공기까지.

지구 어디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상쾌함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무슨?”


그렇기에 지구가 아니라는 걸 본능적으로 느꼈다.

아니, 적어도 대한민국에는 이런 곳이 없다.

확신할 수 있었다.


납치라도 당한 건가?

분명 난 방금까지 신입 사원 면접장에 있었는데.

캡슐에 누워서 면접을 기다리던 내가 왜 이런 곳에?


“크윽. 죽인다. 이런 일체감이라니.”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가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오늘 가장 많이 들은 목소리였으니까.


“······억!”


익숙한 최동현의 목소리인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인기척 없이 등장한 것도 놀랍지만, 그와 비교할 수 없이 놀라운 장면.


‘뭐, 뭐야? 빛이······.’


허공에 빛이 모이더니 사람의 형상을 만들었다.

머리부터 완성된 사람은 최동현이었다.

그리고 그런 우리 주위로 빛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다른 면접자들의 모습에 놀라서 다리 힘이 풀릴 뻔했다.


이런 나와 달리 전혀 놀라지 않고 오히려 감탄만 가득한 최동현.

그는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환하게 웃고 있었다.


“진짜 미쳤다. 그치? 몸 구현된 거 봐봐. 아바타가 완전히 그냥 내 몸이네.”

“······아바타? 지금 여기가 게임 속이라고?”

“아, 넌 안 해봤다고 했지. 자고 한 번이라도 해봤으면 그렇게 놀라지는 않았을 거야. 아니, 더 놀라야 하나? 갑자기 이 정도로 발전하면 더 놀랄 수도 있겠네.”


그의 말에 더듬더듬 내 몸을 더듬었다.

얼굴도 팔도 머리카락도, 무엇 하나 내 것이 아닌 게 없었다.

그런데 이게 게임이라고?


“오감을 완전히 속여서 뇌를 건드리지 않고도 진짜처럼 느끼게 할 수 있어.”

“그게 무슨 말이에요?”

“감각을 속여서 뇌가 진짜처럼 여기게 만든다는 거야. 사실 디테일한 건 나도 잘 몰라. 관련 논문만 수십 개 읽어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다고 그러더라. 요약본은 인터넷에 많으니까 나중에 찾아봐.”


인기를 독점하는 게임이란 건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정도였다고?

뇌로 전해지는 모든 감각이 진짜라고 계속 말하고 있어 도저히 믿기 힘든 말이었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들의 표정도 최동현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이미 비슷한 것을 겪었다는 걸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진짜 인생 손해 보고 있었네.’


가끔 이슈가 되는 장면들을 동영상으로 보긴 했었다.

그렇지만 늘 과장되어 반응한다고 생각했다.

약간은 마케팅적인 요소도 있을 거라 여겼고.


그런데 오히려 반대였다.

영상으로만 전해졌던 건 극히 일부만 느낄 수 있었던 거였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또 다른 세상이 이곳에 있었다.


“그런데 이거 아무리 봐도 튜톨인데.”

“튜톨? 튜토리얼 말하는 거예요?”

“그치. 지금 입고 있는 옷은 캐릭터 생성하면 지급하는 아무 능력 없는 기본 옷하고 신발. 거기다 여긴 아마도 보나도사 산맥 같고.”


100명의 면접자가 입고 있는 옷은 모두 같았다.

하얀색 반팔 티셔츠에 같은 재질과 색상의 반바지 그리고 운동화.

쓱쓱 만져보니 부드러운 촉감이 거짓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것도 그저 데이터?

모두 날 속이는 몰래카메라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 * *




“다들 무사히 도착한 거 같네요. 반가워요. 아까 소개했지만, 전 비얀트라고 해요.”


이곳이 게임 속이라는 걸 다시금 믿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가 등장했다.


‘고양이가 진짜로 사람 말을 하는 게 게임이 아니면 뭐겠어.’


비얀트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는 사람이 아닌 고양이.

면접장에서 CG라고 생각했던 캐릭터가 내 앞에 살아서 나타났다.

너무도 사실적인 움직임은 이질감이 없어 진짜 생명체처럼 느껴질 정도.


“자고에서는 토끼더니 여기는 고양이네.”

“아, 그 토끼.”

“아는구나. 하긴 악명이 자자하니 게임 안 해도 알겠지.”


최동현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고에 등장하는 안내인은 비얀트가 아닌 토끼 집사라고 했다.

꽤나 악의적으로 유저들을 괴롭히는 나쁜 토끼.


내가 아는 건 그 토끼가 여러 군데에서 패러디되고 있어서였다.

각종 밈과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임팩트 있는 나쁜 놈.

그 역할이 이번에는 저 고양이로 보였다.


‘조심······ 해야겠지?’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지금 여기는 게임이 아닌 면접장.

다른 이들은 신규 게임을 한다는 생각인지 긴장이 풀어진 얼굴을 하고 있지만, 난 절대 그래선 안 된다.


아마도 의도된 방식이리라.

게임이라는 익숙한 환경을 주고 방심을 유도하는 것일지 모른다.

이를 악물고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의지로 고양이의 말에 집중했다.


“놀라신 분들도 여럿 보이네요. 면접이라더니 갑자기 이런 곳으로 끌려왔으니까요. 그래도 걱정 마세요. 예상하신 것처럼 여기는 진짜 몸이 아닌 아바타로 움직이는 세상이니까요.”


아바타, 게임.

비얀트도 현실이 아님을 인정하며 면접이 시작됐다.


“여러 면접이 있죠. 간단한 인성 면접부터 토론 면접이나 기술 면접도 있고요. 어느 회사는 등산이나 캠핑을 하면서 신입 사원을 선발한다고 했어요. 그래서 저희도 준비했죠. 자고를 잇는 자고 시즌 2를 이용해서 여러분을 평가하기로요.”


출시된 지 이제 고작 3년.

유명 게임의 수명이 길게는 몇십 년인 걸 생각하면 시즌 2를 생각하기에는 짧은 시간.

그런데 이런 엄청난 걸 준비했다면 못할 것도 없을 거다.


‘어떻게든 붙는다.’


지원하는 회사의 게임도 안 해본 말도 안 되는 짓을 했다.

그렇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건 하나.

이 자고 시즌2가 모든 걸 씹어 먹을 거라는 사실이다.


본능에 차오르는 기회라는 생각.

어떤 짓을 해서라도 이 면접을 통과해야 한다는 사명감까지 들었다.


“연긴 자고 튜토리얼 장소였던 보나도사 산 아래 같은데. 설마 면접이 게임을 진행하는 건가요?”


눈빛이 달라진 면접 지원자들.

나와 같은 걸 느낀 듯한 이들 중 하나가 질문을 던졌다.

의도를 파악해서 눈에 들려는지 매서운 불길을 눈으로 뿜어냈다.


“정확합니다. 저희가 원하는 인재는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끈기 있고 열정이 넘치는 분들이죠. 그리고 해봐서 아시겠지만, 자고의 튜토리얼은 그런 분들을 찾기에 아주 적합하죠.”


비얀트의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앞으로 펼쳐질 면접을 예고한 것과 마찬가지니 머릿속들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는 거였다.


‘······씨발, 망했다.’


그리고 게임을 해본 적 없는 나.

어쩌면 유일할지 모를 나만 세상이 무너진 표정을 지었다.




* * *




모른다고, 해본 적 없다고 포기할 수는 없었다.

먹고 살기 힘들다고 지원하는 회사 상품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한 건 내 실수 아니 병신짓이었다.

그러니 인정하고 더 이를 악물어야 했다.


“다들 알다시피 튜토리얼은 총 3단계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그 첫 번째를 하기 전은 당연히 뭘까요?”

“시스템 오픈이죠.”

“정답입니다.”


아니, 그래도 설명은 제대로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알아서 하라는 듯한 저 얼굴이나 알았다는 듯한 지원자들 얼굴.

나만 병신처럼 굳어졌다.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네. 넌 무슨 일인지 모르지? 그냥 날 따라서 해.”

“······형, 고마워요.”


나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건 최동현.

아니, 동현이 형이었다.

절로 형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인사는 합격하고 다시 하고. 일단 상태창이라고 말해.”

“아, 네. 상태창.”


괴상한 말이지만, 그래도 자고가 어떤 게임인지는 알고 있다.

상태창을 포함한 여러 시스템을 가진 게임.

그러니 당황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했다.


띠링!


입 밖으로 꺼낸 부끄러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귓가에 울린 소리.

나에게만 들린 듯한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나타났다.


─── ◆ STATUS ◆ ───

[ 이름 : 나서준 ]

[ 레벨 : 001<NORMAL> ]

[ 능력 ]

▶[ 근력 : 007 ]

▶[ 내구 : 006 ]

▶[ 민첩 : 005 ]

▶[ 마력 : 000 ]

[ 스테미너 ]

▶[ 100% <100%> ]

─────────────


‘이게 상태창.’


작게 뜬 화면에는 기본 정보와 몇 가지 능력치가 보였다.

내 이름이 적힌 건 개인 정보 이용 동의를 했으니 놀랍지 않았다.

그저 왜 능력치가 저런가 싶기만 했다.


“망할. 아바타 설정 없이 그냥 시작하길래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너도 능력치가 10이 아니지?”

“능력치요? 네. 10은 아니고 근력은······.”

“아니야. 말하지 마.”


내 입을 막은 동현이형.

그는 작게 속삭이며 주변 사람들이 듣지 못하게 설명해주었다.


“원래 자고를 시작하면 마력을 제외하면 모든 능력치가 10이야. 아니면 특정 프로모션을 받아야 변경이 가능하고.”

“그런데 우리가 안 그런 건?”

“맞아. 이 아바타는 우리 진짜 몸을 스캔해서 능력을 설정했다는 뜻이야. 게임이 아니라 면접이라는 거지.”

“네 몸으로 알아서 잘해봐라?”

“아마도. 그러니까 네 능력치 아무한테도 말하면 안 돼. 합격한 뒤에 그때 말해도 안 늦어.”


고마운 동현좌.

나도 분명 그의 경쟁자인데 이렇게 챙겨주다니.

얼굴에 드러난 곤란하다는 표정과 달리 날 생각해주는 건 진심이었다.


“불쌍해서 그런 거니까 그렇게 안 봐도 돼. 적어도 시작점은 같아야지.”

“안 잊을게요.”

“됐고. 같이 붙으면 돼. 그때 술이나 한잔 사.”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호의도 결국 내가 합격해야 빛을 볼 수 있을 거다.


“그런 의미로 하나 충고하자면 포인트는 쓰지 말고 최대한 아껴. 아마 자고 시즌 1 하고는 다를 거야. 그러니 아껴서 적절하게 써야 돼.”


더 깊은 조언은 사실상 그도 쉽게 해줄 수는 없을 거다.

이곳에서의 면접이 자고의 튜토리얼과 완전히 같다는 보장도 없고.

그러니 이런 보편적인 얘기만 해줄 뿐이다.


‘그런데 포인트?’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었다.


“그럼 나머지도 따라 해. 스킬 리스트 확인. 장비 리스트 확인. 인벤토리 확인.”


아직 뭔가가 끝나지 않은 모양.

급하게 따라 하니 눈앞에 상태창과 닮은 여러 개가 나타났다.

그리고 다른 메시지도 주어졌다.


띠링!


[‘나서준’님이 기본 시스템 사용을 완료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잔여 포인트 <0> ▶ <+5>]


업적이라며 주어진 건 포인트 ‘5’.

상태창 하단에 추가된 잔여 포인트라는 곳에 적립된 포인트가 눈에 씨게 들어왔다.


‘민첩이 너무 낮아. 무슨 면접이 진행될지 모르는데 조금 올려야 하나?’


자원이 주어지니 이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그렇지만 동현좌의 조언을 생각해 꾹 참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모두 준비가 끝나셨군요. 설명하지 않아도 알아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그럼 이제 진짜 면접을 시작해야겠죠.”


꿀꺽하고 마른침이 넘어갔다.

미친놈이 면접 준비하면서 회사 제품도 안 만져보고 왔다니.

진짜 내가 너무 싫어지는 순간이었다.


“너무 긴장할 필요 없습니다. 이번 면접은 그냥 시간만 잘 보내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죠.”

“······생존 튜톨.”

“맞습니다. 자고에서는 마지막 단계였던 생존. 그저 살아남기만 하면 됩니다.”


비얀트의 말에 여기저기서 신음이 터져 나왔다.


‘바뀐다는 건가?’


아무래도 내용은 바뀌는 모양.

이미 예상하며 잔여 포인트를 쓴 사람들의 얼굴이 심하게 구겨졌다.


희미한 미소를 짓고 있는 고양이, 비얀트.

녀석은 절망하는 우리를 보며 손가락을 튕겼다.


따악────!


사방이 뻥 뚫린 초원인데 퍼져나가는 소리는 크고 웅장했다.

고작 손가락으로 만들었다고 느낄 수 없는 묘한 기운을 품은 채로.


쩍──!!!


그리고 허공이 갈라졌다.


“포털이다! 피해!”


생존이란 튜토리얼이 뭔지 아는 사람들.

그들을 푸른 하늘을 찢고 나타난 검은 구멍을 포털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가기 시작했다.


“커엉──!”


흠칫 놀란 난 굳어버렸다.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고, 포털을 뚫고 나오는 존재에 압도당했다.


사람 크기의 개.

짧은 검은색 털로 뒤덮인 눈이 돌아간 개들이 쏟아져 내렸다.


“뭐해! 뛰어!”

“아, 아아.”


그런 날 잡아끈 건 동현이형.

다시 한번 그의 도움으로 정신이 돌아왔다.


“그럼 부디 잘 버티시길 바랍니다. 참고로 진짜로 죽지 않으니 걱정 마시고요!”


즐거움을 감추지 못하는 고양이 한 마리의 목소리.

그 얄밉고 딱밤 마려운 소리를 뒤로하고 살아생전 가장 빠른 달리기가 내 몸에서 펼쳐졌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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