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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니트 님의 서재입니다.

나 혼자 스테미너 무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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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단정한니트
작품등록일 :
2024.05.23 07:54
최근연재일 :
2024.06.23 21:2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42,848
추천수 :
1,061
글자수 :
232,677

작성
24.05.23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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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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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글자
13쪽

001. JAGO.

DUMMY


001.




『JAGO에서 글로벌 인재를 모집합니다.』


어느 날 거의 모든 포털과 커뮤니티가 하나의 광고로 도배되었다.

잡다한 미사여구 없이 심플한 JAGO라는 회사의 구인 광고.

그런데 이 길지 않은 한 문장에 세상이 들썩였다.


『글로벌 1등 게임 업체 ‘JAGO’가 움직인다.』

『모집인원만 10만 명? 믿을 수 없는 행보의 자고.』

『미 의회 감사도 피한 비밀 가득한 사기업. 드디어 움직이는가?』

.

.

.


수없이 쏟아지는 기사들이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


출시 3년 만에 이룬 3,200억 달러 매출.

엄청난 매출보다 더 무시무시한 순이익 82% 달성.

이질감 없는 완벽에 가까운 VR 환경을 만들어낸 기적 같은 기술력.


믿기 힘든 신화를 써 내려가면서 언제나 비밀에 싸여있는 기업, 자고.

그곳에서 신입 사원을 공개 모집하다니.

지구에 사는 인류라면 모두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글로벌 채용이면 한국도 뽑냐???」

「ㄴ오천 뽑는다 홈페이지만 들어가도 바로 나오는 오피셜」

「ㄴㄴ미쳤네!!!! 나도 지원한다!!!」


심지어 이번 채용에는 대한민국 역시 포함되어있었다.


“······나도 해봐?”


반신반의하는 심정으로 들어가 본 자고의 채용 사이트.

심플하게 구성된 화면 중앙에 신규 채용 관련 글이 너무도 선명했다.


그리고 특히나 눈에 들어오는 건 지원 자격 없음, 지원 분야 없음.

이 글자에 나도 모르게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다.




* * *




전혀 기대하지 않았다.

나름 열심히 살아온 세월이지만, 스펙 괴물이 넘쳐나는 대한민국.

그래서 일부러 모른 척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붙네.’


정확한 서류 합격 인원은 모른다.

그렇지만 정해진 규격 없이 자율로 제출한 서류 심사를 통과했다.

잠시 넋이 나갈 수밖에 없었다.


「나도 붙음.」

「저도 합격했어요. 제 주위는 거의 합격이네요.」

「ㅅㅂ개나소나 다 붙여줬나 보네」


하지만 기뻐하기는 일렀다.

서류에 합격한 사람들은 사방에 넘쳐났다.

심지어 백지로 냈는데 붙었다는 사람까지 등장하며 인터넷이 뜨거워졌다.


그런데 억울하다며 글을 올리는 사람도 속속 등장했다.


「그럼 난 왜 떨어진 거???? 난 설대 박사까지 했는데???」

「ㄴ그건 니가 지금처럼 허언증이라 그래 ㅅㄱ」

「ㄴㄴ지랄한다 인증할 테니까 잘 봐라」

「 - 사진 - 」


어떤 사람은 대한민국 최고 대학을 몇 년 다녀도 떨어졌다.

또 다른 사람은 외국에서 유학한 후 엄청난 업적을 쌓았는데도 기회를 잃었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런 일은 빈번하게 벌어졌다.


오히려 고학력자를 떨어트린 거 아니냐는 여론도 돌았지만, 이내 합격자 중에 더 좋은 스펙을 인증하며 아니라는 게 밝혀졌다.

서류 합격의 이유도 모른 채로 시간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사람 존나게 많네.”


지나가는 누군가의 말처럼 모여든 인파는 숫자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그런데 이런 곳이 지방까지 포함하면 수십 군데라고 했던가?


‘인적성에서 다 거를 생각이구나.’


뽑는 인원이 5천 명인데 엄청난 인원이 자고의 인적성 평가에 참여했다.

지금 이곳만 해도 족히 5천 명이 될 듯 보였다.

마치 수능 시험이 생각하게 세상이 떠들썩했다.


솔직히 자신이 없었다.

인적성 평가의 경우 대부분 평이한 인성 검사와 IQ 테스트와 비슷한 문제 풀이로 이루어진다.

이런 류의 문제는 상당히 잘하지만, 지원자가 많아도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문제를 보자 조금은 달라졌다.


─── Q.1 ───

당신 앞에 1m의 키를 가진 정체 모를 존재가 막아섰다. 그늘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서는 희미하지만, 피 냄새가 풍긴다. 이때 당신이 할 선택으로 옳은 것을 고르시오.


1. 달려가 목을 조른다.

2. 뒤를 돌아 도망친다.

3. 주변을 살펴 타격할 무기를 찾는다.

4. 들고 있던 음식으로 유혹한다.

5. 일단 관찰하며 호전성을 확인한다.

─────────


나눠준 태블릿 PC로 치러지는 시험.

잔뜩 긴장한 내가 무안하게 1번 문제는 괴상했다.

예상과 전혀 다른 시험 문제에 곳곳에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MBTI 파악? 뭐, 그런 건가?’


일종의 성격 테스트.

그도 아니면 위기상황 대처 능력을 평가하는 게 아닐까?

그냥 그렇게 생각하며 적합해 보이는 답을 골랐다.


─── Q.24 ───

돌아가신 아버지가 유산으로 100억을 남겨주셨다. 그런데 유언장을 보니 유산 전부를 사회에 기부하라고 적혀있었다. 하지만 아직 유언장은 나만 본 상황. 이런 상황에 가장 알맞게 행동한 것을 고르시오.


1. 못 본 척 유언장을 불태운다.

2. 슬픔을 참아내며 유언장을 찢어서 변기에 버린다.

3. 아버지가 했던 어렸을 때의 체벌을 생각하며 유언장을 씹어 삼킨다.

4. 유언장을 의심하며 일단 가짜라 여기고 세절기에 넣는다.

5. 아버지의 큰 뜻을 따라 나에게 100억을 기부한다.

─────────


쾅!


“씨발! 문제 개 같네!”


누군가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나하고 같은 문제를 푸는 걸까?


‘하긴 이게 아니라도 다 개 같긴 하네. 그런데 뭘 골라야 하냐?’


주어지는 문제가 상식에서 상당히 벗어난 건 맞다.

지원자 중 일부가 감독관에게 몇 번이나 시험이 문제없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러니 짜증 나고 답답해도 닥치고 풀어야 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풀어내는 인적성 평가.

시험이 끝났을 때 웃고 있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랄 맞은 회사 붙여줘도 안감」

「ㄴ다행이네요. 벌써 떨어졌을 거 같은데. 마음은 편하시겠어요.」

「ㄴㄴ어디사냐??? 그냥 궁금해서 묻는 거다」


당연히 여론은 좋지 않았다.

변별력이 어디서 발생하는지 파악할 수 없으니 답답한 마음이 온갖 조롱과 악플로 이어졌다.

그렇지만 시간은 흘러갔다.


“이게 붙는다고?”


그리고 난 다시금 한고비를 넘었다.




* * *




한여름의 햇살은 뜨거웠다.

아무리 가로수가 막아준다고 해도 콧잔등에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달궈진 아스팔트가 한층 열기를 더해주어 오랜만에 입은 정장이 땀에 절까 봐 겁도 났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 얼굴에는 숨기기 힘든 흥분이 가득했다.


“······엄청 높다.”


뜨거움을 뚫고 도착한 건물을 올려다보니 고개가 아플 정도.

프랑스의 유명 건축 디자이너가 설계했다는 기묘한 형상의 건물은 지나가는 사람이나 관광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그렇지만 내 눈은 그런 건물 외관이 아닌 입구에 떡하니 붙어있는 것에 꽂혔다.


『JAGO』


멋들어진 건물 외벽에 잡다한 간판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JAGO’라는 글자만 박혀 있을 뿐.

온전히 이 빌딩을 쓰는 건 자고라는 의미였다.


그 건물로 아직 면접 시간이 상당히 남았지만,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아마도 내 경쟁자들일 거란 생각에 긴장이 슬며시 올라왔다.

그렇지만 애써 모른 척 숨기고 건물 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신입 사원 채용 면접 지원자분들은 저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로비에 들어서자 길을 안내해주는 아리따운 여성분.

그녀는 면접 지원자들을 건물 한쪽으로 보냈다.

나도 안내에 따라 걷자 곳곳에 배치된 안내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쭉쭉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웅성웅성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보안 직원이 검색대 앞에서 사람들을 모아둔 것.


“신입 채용 면접 지원자는 메일에 첨부된 QR 코드를 인식해주시기 바랍니다. 인증되지 않는 분들은 출입하실 수 없습니다.”


건장한 몸처럼 굵직한 목소리를 가진 직원의 말.

모두 허겁지겁 핸드폰을 뒤적였다.

내 핸드폰에도 역시나 합격 메일이 있었고, 제일 밑에 QR 코드 하나가 있었다.


띡. 띡. 띡.


줄을 선 사람들은 메일로 인증하며 검색대를 지났다.

나도 핸드폰으로 인증하며 투명한 문이 열리는 검색대를 통과했다.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은 핸드폰을 쓰실 수 없습니다. 핸드폰은 저희에게 맡기시면 됩니다. 대신 이 스마트 워치를 착용하시면 됩니다. 안내는 그 워치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검색대를 지나자 내 핸드폰은 번호표 하나와 바뀌어 사라졌다.

대신 받은 스마트 워치.

나름 이쪽으로 관심 많은 나도 본 적 없는 형태.


“이야, 클래스 오지네. 이걸 여기서 보네.”

“이게 뭔지 알아요?”


마치 자랑하듯이 누군가가 한 말에 또 다른 누군가가 맞장구 쳐줬다.


“모르시는구나. 이거 자고에서 차세대 기종에 들어간다고 소문났던 거에요. VR하고 연동되면서 신체 관리하면서 아바타랑 호환성도 높이는 쩌는 물건이죠.”

“아, 그렇구나. 아무튼, 좋은 거라는 거네요.”


말을 들으니 자고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스마트 워치라는 거 같았다.

그래도 면접까지 왔다고 조금은 신경 써주는 느낌이었다.


징.


[‘나서준’님은 ‘48’층 ‘2’번 면접장으로 이동하세요.]


‘이런 식으로 안내해주는 거네.’


자고라는 회사에 붙을지는 알 수 없다.

그렇지만 적어도 이 면접 자체가 꽤 특별한 경험이 될 거라는 확신은 들었다.

그런 마음으로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었다.




* * *




“반가워요. 최동현입니다.”

“아, 네. 나서준입니다.”

“혹시 나이가?”


뭐지? 이 인간?

올라온 면접장에서 다들 뻘쭘해 하고 있는데 말을 건 최동현.

그런데 갑자기 나이는 왜 묻는 건지 모르겠다.


“실례였나? 또래로 보여서 말 걸었어요. 여기 보면 은근 나이대가 중구난방이에요. 저기 보이죠. 저 여성분은 아무래도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 보여요. 그리고 저쪽 남자애. 쟤는 아무리 봐도 이제 막 고딩이나 됐을 거 같고요.”

“그러네요. 나이 제한이 없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최동현의 말처럼 면접자들의 면면이 상당히 유니크했다.

아까 아래에서는 못 느꼈는데 나이의 스펙트럼이 넓었다.


“그래서 말 걸었어요. 비슷해 보여서. 전 28살이에요.”

“전 27입니다.”

“한 살이면 친구네. 우리 잘해보자.”

“아, 네.”


이 면접을 통과하면 동기가 될 사람.

굳이 척을 질 필요는 없으니 웃으며 그러마 했다.


“그런데 면접이 게임에서 하는 건가? 캡슐이 엄청 많네.”

“저게 자고 게임 캐슐이죠?”

“뭐야? 그 반응은? 설마 한 번도 자고를 안 해본 거야?”


난 최동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비싼 게임 할 시간 따위 없었어.’


어려서 게임을 좋아했다.

솔직히 게임을 싫어할 인간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저 나처럼 환경적으로 즐길 시간이 없으니 모른 척 외면했을 뿐이다.


그래도 글로벌 1위 게임에 놀라운 기술력을 갖춘 자고.

이번에 채용에 지원하면서 더 많이 공부해서 이론적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인생 헛살았네.”

“바빠서 할 시간이 없었죠.”

“진짜 재밌는데. 아무튼, 그건 내가 나중에 알려주기로 하고. 잘 봐봐. 저 캡슐 쫙 깔아놓은 게 딱 봐도 감이 오지.”

“그렇긴 하네요.”

“면접을 아마도 게임 속에서 진행할 모양이네.”


최동현의 말에 불안한 눈빛으로 자고 게임 캡슐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면접을 게임 속에서 한다고? 그게 제정신이야?’


해보지도 않은 게임에서 면접을 진행할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차올랐다.

아무리 게임 회사지만, 설마 이 중요한 면접을 게임에서 할까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왠지 정말 그렇게 할 거 같았다.


‘······어떻게든 해봤어야 했는데.’


현실에 밀려 해보지 못한 게임.

남들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며 포기했던 즐거움.

그런데 설마 그런 내 가난이 내 발목을 잡는다면 너무 억울할 거 같았다.


띠링! 띠리리리리링!


입을 안 쉬는 최동현 옆에서 있길 몇 분.

적지 않은 정보를 얻은 황금 같은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정면에 커다란 화면에서 소리가 울리며 뭔가가 나타났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전 여러분을 안내할 비얀트라고 합니다.》


‘고양이?’


자신을 비얀트라고 소개한 존재는 고양이였다.

석세스 블루 정장을 입고 진갈색 구두를 신은 채로 안경을 앞발로 올리는 그런 고양이.

분명 CG나 게임 캐릭터일 텐데 미친 사실성으로 꼭 살아있는 느낌을 주었다.


《여러분들은 이제부터 자고의 가족이 될 마지막 단계를 남겨두었습니다. 오늘이 지나고 살아남으신 분들은 저와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나갈 겁니다.》


거창하기도 했다.

몇 년 되지 않은 게임 회사라서 그런지 살짝 과할 정도의 열정.

그래도 약간의 흥분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럼 모두 스마트 워치가 안내하는 캡슐에 들어가시면 됩니다. 안쪽에 있는 VR 기기를 쓰고 누우시면 준비가 끝납니다.》


징.


[‘나서준’님은 ‘99’번 기기로 이동하세요.]


가로세로 10줄.

총 100개의 기기가 있다는 건 아까 파악한 상태.

그러니 어렵지 않게 내 자리를 찾았다.


“오, 바로 옆이네.”

“그러게 신기하네요.”

“같이 붙으면 좋겠네. 잘 해보자.”

“네.”


98번 캡슐의 주인공은 최동현.

나름 재밌는 우연이라고 생각하며 캡슐의 문을 열었다.


부디 다시 볼 때는 동기가 되어있길 바라며 헬멧과 닮은 VR 기기를 쓰고 자리에 누웠다.

귀까지 완전히 덮는 헬멧형이라 세상과 멀어짐이 느껴졌다.

그리고 들려오는 비얀트의 목소리.


《부디 모두 살아남으세요.》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전달된 말.

알 수 없는 지독한 불안감이 내 몸을 감싸고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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