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17화

코스펠은 부하 병사들과 함께 전보다 강도 높아진 실전과 비슷한 모의 전투 훈련을 며칠에 한 번씩 받았다. 처음에는 힘들고 고통스러워 견디기 어려워했고 지휘하는 장군에게 끌려가 매를 맞는 등 고생을 많이 했다. 훈련이 익숙해지자 앞으로 일어날지도 모르는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는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틈나는 대로 작위 계승 심사 서류를 작성하여 준비를 서둘렀다.

“코스펠님의 주군께서 오셨습니다.”

백부장 집무실에서 코스펠은 밀린 보고서를 읽으며 깊은 고민에 빠져 있었다. 그는 부하 병사의 말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갑옷으로 무장한 주군 테오도르 아베스 백작은 밝게 웃으며 가신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자네는 내 친구이니 편하게 대해도 좋네.”

“저는 아베스 가문의 가신일 뿐입니다. 감히 주군을 친구라 할 수 없습니다.”

“나는 자네가 우리 가문의 가신이 아닌 정식으로 양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네. 그동안의 안부가 궁금하네.”

아베스 백작은 코스펠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그동안의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밝은 표정 이였고 모든 사정을 들은 주군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

“이번 일은 내가 도와줄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주군께서 언제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허나 제가 노력해서 작위를 이어받고 싶습니다.”

“자네라면 충분히 작위를 이어받을 뿐만 아니라 나와 같은 작위를 받을 거라 믿고 있네.”

어린 시절 테오도르는 가문 교육을 함께 받고 자란 코스펠과 동갑이기 때문에 아끼는 가신 중에 한 명이었다. 아베스 가문에는 많은 형제들이 있지만 동갑은 드물었다. 드문 동갑 중에 한 명 이였기에 세심하게 배려해줬다. 둘만 있을 때를 제외하고 다른 가신들과 똑같이 대했다. 그는 주군의 배려는 감사하지만 자신의 힘으로 작위를 이어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자네가 필요한 서류는 이것인가?”

테오도르는 품속에서 미리 준비해온 양피지를 꺼내 코스펠에게 줬다. 그는 조심스럽게 펼쳐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이 가져온 것은 백작의 서명이 적힌 추천서였다. 작위 계승 심사를 위해 여러 서류가 필요했는데 가문의 추천서가 있다면 심사에 도움이 되었기에 필요했다. 그동안 작위 계승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해왔는데 아베스 가문 추천서를 받게 되면서 모든 준비가 끝났다. 그는 홀가분한 마음이 들어 깊은 한숨을 쉬었다.

“나는 알렌시아로 돌아가겠네.”

코스펠은 오랜만에 만난 주군 테오도르를 위해 직접 식사를 준비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그와 함께 한 식사는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맛있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읽고 검투를 연습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모든 일정이 끝난 주군은 가신들과 함께 알렌시아 왕성으로 돌아갔다. 그는 주군이 돌아간 뒤 그동안 준비해온 작위 계승 심사 서류를 조심스럽게 튼튼한 나무 상자에 담아 잠그고 큰 소리로 말했다.

“밖에 누구 있는가?”

“코스펠님 부르셨습니까?”

“자네는 전령을 데리고 오라.”

“네.”

코스펠의 명령을 받은 부하는 밖에 나가 대기하고 있던 전령을 만났다. 부하의 말을 듣자 두 사람은 함께 막사로 갔다. 집무실에 들어온 전령이 정중하게 군례를 올리자 그는 미리 준비한 나무 상자를 주며 말했다.

“이 상자를 내가 알려준 곳으로 보내게.”

“네.”

명령을 받은 전령은 코스펠에게 받은 나무 상자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전령은 말을 타고 즉시 왕성으로 떠났다. 며칠 후 그가 보낸 상자는 전령에 의해 무사히 알렌시아 왕성에 도착했다.

“이번에 작위 계승 심사를 요청한 백부장님께서 보내셨습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했네.”

왕성에서 심사를 맡은 자들에게 서류가 도착했다. 그러자 그들은 그날 오후부터 전체 회의를 열고 심사를 시작했다. 모든 서류가 전부 갖춰져 있었기에 절차가 빠르게 진행되었는데 스스로 노력하고 있고, 아베스 가문의 지지를 받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마법을 다루지 못하는 게 약점 이였다.

“딜런 남작 작위 계승 건은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마법을 다루지 못한 것만 빼면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하는 게 어떨까요?”

“지금이라도 작위를 내려달라 폐하께 아뢰고 싶다는 뜻이군요. 허나 작위 계승에는 정해진 관례가 있으니...”

작위 계승 심사를 맡은 신하는 좋은 방법을 생각해서 동료들에게 말했다. 동료들은 그의 의견을 듣고 그렇게 해도 되겠다고 싶어 왕에게 아뢰었다. 왕은 그렇게 하라 허락했다. 그러자 그들은 코스펠이 있는 부대에 전령을 보내어 편지를 전하게 했다.

“코스펠 딜런 백인대장님, 왕성에서 보낸 편지입니다.”

전령은 정중하게 편지를 코스펠에게 전했다. 그는 고생했다면서 가서 쉬라고 지시했다. 인사를 올리고 물러나자 가져온 양피지 두루마리를 펼쳐 읽어보기 시작했다.

「....코스펠 딜런의 작위 계승을 6개월 유예 한다. 유예 기간 동안 전공을 세우거나 마법을 쓸 수 있게 된다면 아버지의 작위를 이어받을 수 있다.」

코스펠은 미리 결과를 예상하고 있었던 듯 침착한 표정 이었다. 왕이 그에게 준 시간은 6개월로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유예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제도가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전공을 세우거나 마법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폐하께서 6개월이라는 시간을 주셨는데 과연 그 기간 내에 내가 작위를 이어 받을 수 있을까...’

6개월이라는 시간은 긴 시간 이였다. 하지만 코스펠이 압박으로 느끼기 충분한 시간 이였다. 이번에 심사에서 떨어진다고 해도 다시 재도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 사람들은 작위 계승을 허락받지 못하면 그대로 포기하고 제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수많은 실패의 사례들...그러나 실패만 있지 않았다.

“코스펠님.”

“..?”

“피곤해보이시는 데 가셔서 주무십시오.”

코스펠은 자신의 사정을 말하기 어려웠기에 난감했다. 그는 답답한 심정을 숨기고 침대에 누웠다. 평소 휴식 시간은 달콤했으나 유예 통보를 받은 이후 달콤함보다는 입안을 감도는 씁쓸한 느낌이 들어 잠을 들지 못했다. 다음날 겨우 자리에서 일어났으나 깊은 하품을 하며 깊은 그늘에 빠진 표정 이였다. 옆에서 그를 섬기는 자는 아침 식사를 드셔야 한다며 정신 차리라고 말했다.

“..알았다.”

“어서 드십시오.”

코스펠의 부하들은 평소 같지 않은 그의 모습이 근심이 되었다. 아무런 내색 없이 평소와 다름없이 하루가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