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마법 능력 제로의 전쟁 영웅 16화

코스펠이 백인대장이 되어 자대에 배치된 지도 어느덧 5개월이 흘렀다. 새로 배치된 부대에 적응 되었고 많은 귀족들이 그를 믿음직한 부하로 생각했다. 여느 날처럼 병사들과 함께 보급 물자 확인을 위해 군량 창고와 무기고를 돌아봤다.

“장군님께서 말씀하시길 군량과 무기고 비축을 늘리라 하셨습니다. 여기 지시가 담긴 양피지 두루마리입니다.”

코스펠은 백작에게 받은 양피지를 관리 실무를 맡은 병사들에게 전달했다. 며칠 전부터 비축량이 조금씩 늘고 있는 느낌에 무슨 일이 생겼을지 궁금해졌다.

‘원래 보급품은 정해진 양대로 준비한다. 며칠 전부터 보급품이 늘기 시작한 것을 보니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다.’

보급품 목록을 부하 병사들과 확인하고 있는 코스펠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지금은 아니지만 이건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임무가 끝나자 잠시 쉬는 시간이 생겼다.

“코스펠님. 시키실 일이라도 있습니까?”

“자네들에게 부탁할 일이 아니네. 갑자기 보급품이 늘어나는 게 이상하지 않는가?”

“저희들도 그 일을 이상하다고 생각합니다.”

코스펠은 병사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부하들과 함께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에게 올라온 보급품 보고서를 꼼꼼하게 읽어보며 조용히 조사하기로 했다. 한편으로는 친하게 지내는 귀족 지휘관들에게 은근히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백인대장님, 장군님께서 오늘 저녁에 식사를 함께 하자는 명령입니다.”

“장군님께 명령에 따르겠다고 전해주게.”

집무실 의자에 앉아 생각에 잠겨있던 코스펠에게 병사 한 명이 와서 장군의 명령을 전하고 갔다. 그날 밤, 백작의 막사에 도착한 그는 상관들에게 정중하게 군례를 올리며 말했다.

“백인대장 코스펠 딜런입니다.”

“우리는 자네가 오길 기다렸네.”

“저는 백인대장일 뿐입니다. 어찌 이런 자리에...”

“우리들은 자네가 남몰래 한 노력을 알고 있네. 오늘 저녁 식사를 함께 하자 한 이유는 자네도 이 일을 알아야하기 때문이네.”

백작은 오랫동안 대립한 적국 레마 왕국에 대해서 자세히 들려줬다. 한동안 전투 없이 조용했던 국경에 크고 작은 전투가 가끔씩 일어나고 있었다. 그들의 요구 상항은 간단했는데 알레시아 왕국은 레마 왕국을 섬겨야 하며, 과거에 빼앗아간 영토를 돌려달라는 것이다.

코스펠은 상관들이 자신이 남몰래 한 노력을 알고 있다는 말이 더 놀라웠다. 자대 배치 받은 이후 적어도 뒤처지지 말자는 마음으로 모든 임무를 성실하게 임했다. 그날 회의는 밤늦게까지 이어졌고 막사에 돌아온 그는 책장에서 책과 지도를 꺼내 책상에 펼쳤다.

‘장군께서 말씀하신대로 우리 왕국과 레마 왕국의 전쟁이 일어날 것이다. 지금도 훈련이 강도 높은데 조금씩 강도가 높아진다.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비겁하게 도망 다니는 백부장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전장은 화려한 마법이 펼쳐지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지도를 펼쳐 군사시설을 확인하던 코스펠은 자기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잠겼다. 위에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 관심을 가지지 않았지만 전쟁이 일어난다면 강한 레마 왕국을 상대로 어떻게 싸울지가 관건이었다. 책을 덮고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늘 하던 대로 밖으로 나가 머리를 식히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코스펠님,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그래.”

“코스펠님, 요즘 피곤해보이십니다. 저희들 몰래 개인 훈련을 하시는 것입니까?”

다음날 아침, 병사 시절부터 친하게 지냈던 동료이자 부하들은 침대에 막 일어난 코스펠에게 군례를 올리며 말했다. 하품을 하며 겨우 일어난 그는 급히 옷을 갈아입고 무장을 했다. 어제 회의에서 훈련 강도가 엄청 높아질 거라는 예고를 들었기 때문에 여느 때보다 긴장감이 깊게 흘렀다.

“훈련장에 갈 준비는 마쳤는가?”

“장군님께서 명령하시길 실전에 가깝게 무장하고 훈련에 참가하라 하셨습니다.”

“그래,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니 평시보다 더 엄하게 대하실 것이다.”

코스펠은 보급품이 늘기 시작할 때부터 이미 뭔가를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 무장이 끝난 그는 부하들을 이끌고 정돈된 발걸음으로 훈련장으로 향했다. 비마법사 훈련장에 도착하니 상관들이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부터는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다. 실전에 나가 실수한다면 자네들은 죽거나 많이 다칠 것이다. 명령을 어기면 평시보다 엄히 처벌할 것이다.”

“네!”

“자네들이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길 바란다. 마법사들은 준비하게.”

상관의 명령을 받은 마법사 부대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코스펠이 이끄는 비마법사 특작병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전투 대형을 만들었다. 전투 대형이 완성되자 미리 준비하고 있던 다른 부대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그들은 적군의 표식을 달고 있었고 병사들 사이에서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모의 전투 훈련을 시작하라!”

지휘를 맡은 귀족의 지시가 떨어지자 두 부대는 서로 뒤엉켜 실전에 가까운 화려한 마법을 펼쳤다. 비마법사 부대 지휘를 맡은 코스펠은 몸에 익힌 그대로 부하들을 이끌었다.

“실전은 이보다 저 험하다. 내 지시대로 모두 움직이게.”

코스펠은 그동안 훈련한대로 침착하게 부하들을 이끌고 모의 전투에 임했다. 그는 비마법사용 병장기를 손에 들고 앞장서서 싸웠다. 장군들은 병사들의 훈련을 지켜보며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우리 부대 백인대장 중에 인재가 있었군요.”

“여기에만 있기 아까운 인물 같아요. 그에게 새로운 조력자를 붙여줘야겠소.”

“조력자라 따로 생각해둔 자가 있습니까?”

“딜런의 전임 백인대장에게 편지를 써서 전령을 시켜 보내겠소. 전임 백인대장이라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요.”

“백작님께서는 아끼시는 자이니 그렇게 하십시요.”

작전을 지휘하는 장군들은 훈련에 임하는 병사들을 꼼꼼하게 지켜봤다. 그들은 코스펠이 남몰래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날 훈련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앞으로 며칠에 한 번씩 실전에 가까운 훈련이 있을 거라고 모든 장병들에게 공지되었다.

“코스펠님, 훈련을 마쳤는데 표정이 어둡습니다.”

“자네도 알다시피 나는 아버지의 작위를 이어받기 위해 준비하고 있네.”

“모든 귀족들은 마법을 다루기 때문에 마법사만이 귀족이 될 수 있다는 관례가 있습니다.”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최근 저택에서 편지가 왔는데 아버지 딜런 남작은 나이가 많아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어 했다. 코스펠은 부모님의 뜻을 존중하여 작위 계승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매일 혹독한 훈련이 끝나면 밀린 서류를 읽고 백부장의 업무를 봤다. 준비가 끝나면 알렌시아 왕성에 보내 작위 계승 심사를 보기로 결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