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초과몰입러 님의 서재입니다.

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연재수 :
76 회
조회수 :
10,828
추천수 :
196
글자수 :
399,038

작성
23.09.04 12:50
조회
206
추천
3
글자
12쪽

16 회장님, 위기일발 (2)

DUMMY

16


회장님, 위기일발 (2)






“회장님.”


“왜요?”


급하다보니 말이 친절하게 나가질 않는다.

돌이켜보면 유진은 그다지 여자에게 친절한 사람이 아니었다.

최근 늘 아프다보니 주변 사람들에게 저절로 친절해진 것뿐.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내가 어떻게 알아요?”


“다행이다.”


“뭔 소리야?

뭐가 다행이에요?”


“저만 모르는지 알았어요.

회장님도 모르시구나.”


“둘 다 모르는 거랑, 에이프릴 박사 혼자 모르는 거랑 차이가 있어요?”


“다르죠.

둘 다 모르면 우리가 지금 똑같은 위기에 빠진 거고.

저 혼자 모른다면, 이건 제 꿈이거나 저승이라는 거잖아요.”


묘하게 설득되는 논리다.


“그런데 정말 한참 가는 거 같아요.

우리가 떨어진지 얼마나 되었죠?”


“몰라요.”


원래 시계를 차지 않았고 아픈 뒤에는 더더욱 시계를 보지 않았다.

22세기에 와서는 휴대폰도 쓰지 않았다.

시간이 궁금하면 언제든지 대답해줄 직원들이 늘 옆에 있으니까.


하지만 앞으로는 시계를 차고 다녀야겠다.

시간, 고도, 온도, 습도, GPS 다 표시되는 걸로.

돌아가서 회장님 놀이만 다시 할 수 있다면!




조금 안심이 되면서 주변 상황을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유진이 탄, 아니 유진을 태운 물체는 원형의 구체 모습을 하고 있고, 실내에는 2인이 탈 수 있는 의자가 설치되어 있었다.

물체의 표면은 대부분 투명 재질의 커버로 덮여 있었기에 바깥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


하지만 밖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끝도 없이 깜깜한 터널 속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달려가고 있었고, 헤드라이트도 외부 조명도 없었기에 어디가 어딘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단순한 직선이 아니라 복잡하게 코스를 바꿔가며 어딘가로 가고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었다.


“우리가 엄청난 발견을 한 건 맞죠?”


“그런거 같아요.”


“드디어 이세계에서 문명의 흔적을 찾았어요.

나가서 이 사실을 알리면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거리가 될 거예요.

우리는 엄청 유명해지고요.

참, 회장님은 이미 유명하시지만요.”


“유명해지고 싶어요?”


“그럼요.

유명해져서 전세계로 강연도 다니고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의 교수도 되고 싶어요.

책을 쓰면 베스트셀러 작가는 문제 없겠죠?”


그런 꿈이 있었구나.

만일 진짜로 에이프릴이 그렇게 유명해질 수 있다면...


다시 친절하게 대해야겠다.


정말로 세계 최초로 이세계의 첨단 문명을 발견하고 이를 소개한다면 확실히 유명해질 거 같다.

게다가 박사는 미인 아닌가...

22세기도 21세기만큼이나 속물적이라면 충분히 인플루언서가 되겠지.


“꼭 이루어지길 바래요.

박사님은 충분히 할 수 있어요.

응원할게요.”


뒤에 아자! 아자! 이런 구호까지 붙이면 너무 없어 보이겠지?


“고마워요. 회장님.

혹시 제가 유명해져서 그 집을 나갈까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

아무리 유명해져도 꼭 그 집에서 살 생각이에요.”


그건 좀...


“그리고 회장님.”


이제 죽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드니까 안심이 되는지, 박사는 말이 많아졌다.


“아무래도 유명해지면 한국식 이름으로 바꿔야겠죠?”


“이름을 바꿔야 돼요?”


“이과의 세계는 크게 상관없는데, 문과의 세계에서는 한국식 이름을 써야 대접받거든요.

유명인이나 정치인 같은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한국식 이름을 쓰잖아요.

저야 그동안 연구만 해왔으니까 신경 안 썼는데.

이제 유명해지면 아무래도 한국식 이름이 있어야죠.”


“그렇군요.

그런 것까지는 잘 몰랐어요.”


“좋은 한국식 이름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글쎄요?

작명소 같은 데 가서 지으면 되지 않나요?”


“거기 가면 꼭 사주를 물어보더라고요.

전 그런 거 안 좋아해서...

회장님이 추천해주시는 이름이면 우선적으로 고려해볼게요.”


강아지 이름도 안 지어봤는데, 여자 이름을 지으라니 난감했다.

그래도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좋은 이름을 성의껏 지어줘야지.


“옥순이, 어때요?”


“옥순이요?

약간 옛날식 이름 같은데요?”


“22세기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수 있군요.

내가 살던 21세기에는 옥순이라는 이름이 미인의 대명사였어요.

다른 이름을 가진 여자들은 괜히 옥순 앞에서 기죽고 그랬죠.”


“정말요?

이상하네요.

제가 본 21세기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미인들은 대부분 태희나 혜교, 예진 이런 이름이던데...”





이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그들을 태우고 있는 캡슐은 계속 움직였다.

드디어 끝이 없을 것 같은 원형 캡슐의 질주가 끝나는 것이 느껴졌다.


“고마워요. 박사님.”


“뭐가요?”


“그런 시답잖은 농담으로 나를 웃겨줘서.

정말 박사님은 주치의로서 임무를 확실하게 수행했어요.

이제 불안감이 많이 가시네요.

비록 박사님 덕분에 같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뭘요. 사실 제가 불안해서 계속 말을 건 거예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회장님도 제 동거인으로 훌륭하세요.

아까 일은 미안해요.”



캡슐이 멈추자 투명문이 열렸다.


“내리라는 것 같은데요?

내릴까요?”


“우리는 내리는 게 아니라 다시 돌아가야 해요.

일단 그대로 있어봅시다.”


잠시 후 정면의 투명 창 위에서 뭔가 화면이 비치면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뭐라고 하는데요?

언어를 사용하는 거 맞죠?”


“그런 것 같아요.

그런데 소리나 화면이 깨지네요.

정상적인 작동 상태는 아닌 거 같아요.”


무슨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유진과 에이프릴 모두 그 의미를 알 거 같았다.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잊으신 물건 없이 안녕히 가십시오.」


‘이런 말을 하는 거 같은데.’


두 사람은 내릴 수가 없었다.




“이봐요?

아저씨? 기사님?

저희들 목적지가 여기 아니거든요.

아까 저희가 탄 곳에.

아니 더 위쪽으로 데려다 주실 수 있어요?

요금은 두 배로 내겠습니다.”


에이프릴이 계속 원형 캡슐을 설득했지만, 캡슐은 같은 반응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계속 내리라는데요.”


“내리면 안되잖아요.

계속 버텨요.”


그래, 계속 버티면 차고지라도 가겠지.

아니면 무임 승차로 가까운 파출소로 데려가거나.


그러나 두 사람의 기대와 달리 원형 캡슐은 그 자리에서 꿈쩍하지 않고, 계속 같은 신호를 보낼 뿐이었다.


“저기, 회장님.”


“왜요?”


“제가 좀 급하거든요.

아까 놀래서 그런가 봐요.”


“우리 서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군요.”


“그럼 우리 교대로 갔다 와요.

누구 한 명은 여기서 지켜야할 거 같아요.”


누가 봐도 두 사람 다 내리면 원형 캡슐을 사라질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먼저 다녀오세요.”


에이프릴이 캡슐에서 내렸다.


“앞이 보이나요?”


“캡슐에서 나오는 불빛 덕분에 조금 보여요.”


금방 돌아올 거라는 기대와 달리 에이프릴은 점점 멀어져 갔다.


‘어차피 보이지도 않는데.’


그래도 잠깐 같이 떨어졌다고, 에이프릴이 없는 옆자리가 조금 허전하다.


“너도 참 고집이 세구나.

그냥 우리 좀 데려다주면 서로 좋잖아.

우리도 집에 가고, 넌 네 갈 길 가고.”


괜히 원형 캡슐에다 짜증을 내고 있을 무렵.


-으악


결코 큰 소리는 아니었다.

뭔가 소리를 크게 지르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그럼에도 어쩔 수 없이 터져나오는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여기서 소리를 지를 사람은 에이프릴뿐이다.


가봐야 한다.

여기서 내릴 수 밖에 없다.

유진은 잠시 망설였지만 캡슐에서 뛰어내려서 비명이 들린 곳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뒤에 남은 캡슐은 기다렸다는 듯이 상승해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





비명 소리를 찾아서 열심히 달려가자 반대쪽에서 뛰어온 에이프릴과 마주쳤다.


“놀랐잖아요.

왜 그래요? 에이프릴!”


“저... 저기.”


에이프릴은 유진의 손을 잡고 앞으로 끌고 갔다.


몇 십 미터 움직인 후에 그녀가 가리키는 쪽을 쳐다봤다.

확실히 뭔가가 있기는 있었다.


“저게 뭐죠?

모닥불 같은 걸 피워놓은 것 같은데.”


“그쪽 말고 저쪽이요.”


어둠 속에서 작지만 불빛이 분명히 비치고 있다.

하지만 에이프릴이 가리키는 방향은 그보다 조금 더 왼쪽.


“뭔가 커다란 그림자가 보이네요.”


“그림자 말고 그림자를 만드는 쪽을 보세요.”


에이프릴의 손가락 끝에는,


거대한 용이 보였다.


“용?”


“와이번인 것 같아요?”


“드래곤 아닌가요?”


“저렇게 생긴 용을 와이번이라고 해요.”


와이번에 대해 모르는 건 아니다.


한유진이 살던 21세기에 막강한 전력으로 우수한 성적을 거두던 프로팀 이름이었으니.


“감독이 중요한데.”


“네?”


“아니예요.

저거 보고 놀란 거예요?”


“회장님 같으면 안 놀라겠어요?

최대한 작은 소리로 비명을 지르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요.”


저런 용을 눈앞에 보고 소리를 안 지를 수는 없겠지.

완전 인정이다.

덕분에 캡슐이 떠나버리긴 했지만.


“캡슐이 가버렸어요.”


“큰일 났네요.

어떡하죠?

도망쳐야는데.

와이번이 깨어나면 우리 전부 다 죽는 거 아니예요?”


거리가 확실치 않다보니 크기도 정확하게 가늠이 안 된다.

유진의 경험상 어둠 속에서는 항상 원래 크기보다 커 보였다.

하지만 최소한 사람보다는 훨씬 클 거 같았다.


“그러게요.”


용이 깨어나기라도 하면 도망쳐야 한다.

아까 원형 캡슐이 달리는 속도라면 문제없이 도망갈 텐데.


이렇게 된 이상 뭔가 용이 좋아하는 걸 던져주면서 시선을 돌린 다음 뛰어야겠지.


‘용이 뭘 좋아하더라.’


옛날 이야기 속에 나오는 용이 좋아하는 것들.


보석,

의상대사,

미녀.


‘미녀?’


“왜 자꾸 쳐다보세요? 회장님.”


“아니예요.

일단 조금 더 다가가 봅시다.”


도망치기 위해서라도 다가가서 자세히 살펴볼 수 밖에 없었다.


유진과 에이프릴은 조심스럽게 와이번을 향해 접근했다.

박사가 운동화를 신고 있어서 천만다행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뭔가 규칙적인 소리가 커다랗게 들려왔다.


유진의 귀에 에이프릴의 입술이 다가온다.


“회장님.”


유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눈에도 뭔가가 보였다.


“용이 사슬에 묶여 있어요.”


거대한 용이 사슬에 묶여 있는 모습은 사자가 목줄을 차고 있는 것보다 더 어울리지 않았지만, 두 사람 눈에 분명히 보이는 사실이었다.


와이번은 몸을 한껏 작게 움츠리고 업드려 있었다.

그래서 정확한 크기가 추정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유진 몸의 몇 배 크기라는 건 틀림없었다.


‘최소 8m 이상? 아마도 10m.

어쩌면 15m 가 넘을 지도 몰라.’


뒤에 감추고 있는 저 꼬리가 얼마나 길까?

그러고보니 저 사슬의 두께도 어마무시했다.



그때 유진의 눈에 다른 그림자가 들어왔다.

유진이 에이프릴의 손을 끌며 신호했다.


조심스럽게 더 다가가자 그림자가 확실하게 보였다.


‘두 사람?’


와이번의 옆에는 두 사람이 함께 누워 있었다.

용을 감시하고 있나 했는데, 자세히 보니 둘 다 용과 마찬가지로 사슬에 묶여 있었다.


‘윤곽으로 봤을 때, 한 명은 남자 한 명은 여자.

나이나 종족 같은 건 구분되지 않았다.’


와이번이 사슬에 묶여있다는 걸 확인하자, 두 사람은 조금 더 대담해졌다.

간이 커진 크기만큼 용에 더 다가갔다.


‘용도 코를 고는구나.’


아까 들리던 소리가 용이 코 고는 소리였다.

용이 원래 코를 고는 건지, 오늘 특히 피곤한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옆에 같이 묶여 있는 남녀는 아이들이었다.

대충 보아도 십대 중후반 정도의 아이들이 자기 팔 굵기만한 쇠사슬에 묶여 있는 모습이 두 사람에게 충격을 주었다.


유진은 에이프릴의 팔을 당기면서 눈길을 보냈다.


‘모닥불 쪽으로 가봅시다.’


‘좋아요.’


두 사람은 눈빛과 고갯짓으로 의사를 교환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 17 회장님, 위기일발 (3) 23.09.05 196 3 11쪽
» 16 회장님, 위기일발 (2) 23.09.04 207 3 12쪽
15 15 회장님, 위기일발 (1) 23.09.03 225 3 11쪽
14 14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6) 23.09.02 222 2 11쪽
13 13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5) 23.09.01 229 3 11쪽
12 12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4) 23.08.31 250 3 12쪽
11 11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3) 23.08.30 261 4 11쪽
10 10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2) 23.08.30 294 5 12쪽
9 9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1) 23.08.29 308 5 11쪽
8 8 깨어난 회장님 (7) 23.08.29 304 5 11쪽
7 7 깨어난 회장님 (6) +2 23.08.28 345 5 11쪽
6 6 깨어난 회장님 (5) 23.08.27 381 7 12쪽
5 5 깨어난 회장님 (4) +2 23.08.27 437 6 12쪽
4 4 깨어난 회장님 (3) +3 23.08.26 500 9 12쪽
3 3 깨어난 회장님 (2) +2 23.08.25 603 9 11쪽
2 2 깨어난 회장님 +2 23.08.25 756 9 11쪽
1 1 프롤로그 23.08.25 813 9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