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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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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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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3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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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0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2)

DUMMY

10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2)






“당신이 제7 본부장이라고요?”




처음에 백지 상태에서 유진 그룹에 대해 브리핑을 받은 생각이 났다.


그룹을 창립하고 발전시킨 사람은 하지은 박사.

법적인 오너는 한유진.


한 사람은 세상을 떠났고, 한 사람은 백 년째 잠을 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룹은 자연스럽게 소수의 리더에 의해 주도되었다.


“초창기에는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죠.

하 박사님 외에도 그분을 도와 몬스터 전쟁을 주도하고 그룹의 기초를 다진 분들이 있으니까.

박사님은 그분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했지만 그룹의 지분은 거의 주지 않았어요.

그룹의 절대적 주주는 항상 확고하게 회장님이었죠.

백 년간 주무시던 분.”


자신의 잘못도 아니었는데 하지연의 눈빛을 받으니 살짝 켕기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들의 영향력까지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었어요.

게다가 박사님은 파워 게임 같은 걸 할 성격도 아니셨죠.”


그랬지.

유진이 느끼기에도 하지은은 권력 투쟁 같은 거랑은 백만 광년쯤 거리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하 박사님 생전에도 일종의 2인자 그룹이 있었어요.

박사님이 돌아가신 이후 그들을 중심으로 그룹은 자연스럽게 집단 지도 체제로 운영되었죠.

하 박사님도 유언으로 이런 시스템을 지지하셨죠.

사실 선택의 여지가 없었기도 했고요.”


절대적인 카리스마를 가진 지도자가 사라진 직후에 흔히 나타나는 일이다.

중국에서도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 같은 권력자가 사라진 뒤에 한동안 집단 지도 체제 비슷하게 운영되었지.

하지만 그런 힘의 균형은 결국은 깨지기 마련이다.

지금 유진 그룹의 상황은 어떨까?


“그게 고착화된 것이 지금 7인 위원회예요.

7인 위원회라는 이름 자체를 외부의 언론들이 붙였어요.

원래 별다른 이름도 없었는데, 구성원이 7명으로 고정되다 보니 그런 이름이 붙었죠.

그룹에서는 그냥 ‘위원회’라고 하면 그들을 의미해요.”


“주나라가 약해지고 7개의 나라가 전국 칠웅이라면서 할거하던 때랑 비슷하군요.”


“어쩌면요.

그 내부에 다시 복잡한 역학 관계가 있다는 것도 비슷해요.

7인 위원회의 위원들조차 자기들 그룹의 대표일 뿐이니까요.

그 안의 내부는 다시 가신 그룹, 가신의 가신, 가신의 가신의 가신.

마치 과거의 봉건 국가 같은 게 현재의 유진 그룹이에요.”


“내가 너무 순진했군요.

브리핑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어요.

대통령궁에서 본 김 대통령도 나를 유진 그룹의 회장으로 깍듯이 대우하더군요.

민망할 정도로 저자세였죠.”


“브리핑에서야 당연히 그런 이야기를 못하죠.

백 년 만에 깨어나신 분한테 너무 벅찬 이야기이기도 하고.

병실에서 누가 듣고 있는지도 모르는데요.

벽에도 귀를 붙이는 게 지금 유진, 아니 유진 그룹이랍니다.

그리고 김 대통령이야 21세기 말로 간을 보는 거죠.”


“여기는 안전합니까?”


“네,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만큼은 확인하고 또 확인했어요.

여기는 회장님의 제1 요새라고 할 수 있어요.”


“제1 요새?”


“회장님이 마음 놓고 쉴 수 있는 공간이죠.

상황이 불리할 때는 여기서 힘을 키우고, 시운이 회장님께 유리할 때는 문을 활짝 열고 쳐 나가면 되는 요새.”


“제2 요새도 있어요?”


“그럼요.”


하지연은 남쪽으로 열려 있는 거대한 통유리창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르키는 곳은 한강 너머 보이는 작은 섬이었다.



“저기 보이시죠?”


“저기는 선유도가 있는 곳인데?”


예전에 선유도가 있었던 곳에는 비슷하지만 왠지 유진의 기억과 다른 모습의 섬이 보였다.

원래 선유도보다 강 위로 높이 드러나있고 작은 봉우리도 몇 개 보였다.


“선유도 맞습니다.

원래 선유도는 대격변 과정에서 폐허가 되었죠.

지형의 변동도 다소 있었고요.

그 뒤에 다시 재건한 섬이 저기예요.

이 일대에 대한 재건 비용을 전부 그룹이 부담하고 섬에 대한 소유권을 넘겨받았습니다.

이름은 그대로 선유도(仙遊島)라고 붙였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신선은 없어요.”


‘도대체 얼마나 막대한 비용을 부담했기에 저렇게 큰 국유 재산을 민간 기업에게 넘긴 거지?’


유진의 의문을 읽기라도 한 듯 하지연의 설명이 이어졌다.


“특혜가 아니었어요.

오히려 무거운 책임이었죠.”


“책임이라고?”


“네, 이 부근이 초토화된 이유가 바로 선유도에서 게이트가 열렸기 때문이죠. 게이트에서 온갖 몬스터들이 쏟아져서 영등포와 마포 일대가 난리였습니다.”


“그래서 이 부근의 모습이 크게 달라졌군요.”


“기억도 달라진 부분이 많을 거에요.

결국 치열한 전투 끝에 간신히 게이트 밖으로 나온 괴생명체들을 다 소탕할 수 있었습니다.”


“게이트를 봉쇄했나요?

그리고 그 게이트를 지키기 위해서 우리 그룹이 저곳을 책임지고 있는 거고?”


그렇다면 선유도가 아니라 제주도라도 넘겨줄 만하다.

재산이 아니라 크나큰 골칫거리였을 테니.


“처음에는요.

한동안 게이트에서 다시 몬스터가 나올까봐 정말 대한민국의 모든 전력을 총동원에서 지켰죠.

초창기에는 다른 나라에서 지원이 오기도 했어요.

곧 자기들 나라에서도 게이트가 열리면서 헬지구가 되니까 철수했지만요.

하지만 이미 우리의 힘만으로도 충분했어요.

하 박사님의 진두지휘 아래 우리는 반격을 시작했죠.”


진두지휘?

하 박사가 전쟁도 잘했나?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하 박사님은 많은 연구 결과를 축적해놓으셨죠.”


좀 전에 하지은도 그렇게 말했다.


“당시 하 박사님은 각성의 메카니즘에 대해 어느 정도 확신을 가진 상태셨어요.

그렇게 적의 지식과 적의 무기로 무장한 우리의 군대가 게이트에 진입했고 드디어 인류의 첫 번째 반격이 시작된 거에요.

그 자랑스런 현장이 선유도입니다.”


“그럼 기념관이라도 만들어야겠군요.”


“입구에는 당시를 기념하는 기념관과 기념도서관이 있어요.

하지만 내부는 그룹 임직원들에게도 비공개이고, 오로지 회장님과 제7 본부에만 열려있는 공간이랍니다.

당시의 게이트는 지금도 열려있고, 너머의 이세계(異世界)에는 회장님을 위한 다양한 시설이 만들어져 있어요.

그래서 저기가 회장님의 제2 요새가 되는 곳이죠.

여기 제1 요새보다 훨씬 방대한 지역이에요.”





부동산이 생긴 건 좋다.

그런데 자꾸 요새라고 하니까 마치 전쟁을 해야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안 그래도 아까 하지은이 했던 말이 자꾸 머리속을 맴도는데.





“그러면 저기 선유도에서는 게이트를 볼 수 있나요?

게이트 너머 이세계(異世界)로 갈 수도 있고요?”


“물론이죠. 회장님.”


그래도 자신의 부동산이 생겼다니 가보고 싶다.


“게이트라는 곳이 궁금하군요.

사실 22세기로 넘어와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서 적응하기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어요.

다른 점도 있지만 비슷한 점이 아주 많았죠.”


당장 재벌 회장이라는 유진의 지위.

드라마나 영화에서 항상 나오던 ‘회장님’이라는 진부한 호칭.

재벌 그룹과 그 직원들.

대통령, 정당.

땅 위에서 운행하는 자동차.


너무 익숙한 모습들이다.

백 년 뒤라면 기계 제국에 대한 저항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늘을 나는 자동차 정도는 보일만 한데.


“하기는 내가 살던 21세기의 모습도 20세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20세기의 모습도 19세기와 비슷했네요.

현대 문명을 대표하는 문물이 대부분 19세기에서 20세기 초중반 사이에 나왔고요?”


전등, 전화기, 컴퓨터, 지하철, 자동차.

모두 그 시기에 나왔다.


“그런 걸 보면 22세기의 모습이 21세기와 비슷한 것도 충분히 그럴만하죠.

다만 내가 살던 시대에는 갈수록 변화가 가팔랐어요.

정보 혁명 이후 갈수록 지식의 축적이 급격히 이루어지고 사회 변화가 급진적이라 앞으로의 백 년 동안은 상상할 수도 없는 변동이 있을 거라고 21세기 사람들은 예측했죠.”


하지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면서 입을 열었다.


“글쎄요.

20세기와 21세기 모두 잘 모르지만요.

제가 보기엔 21세기도 그냥 20세기의 연장일 뿐인데요.

20세기의 대중 가요 중에 서기 2,000년에는 로켓트 타고 멀리 저 별 사이로 날으리라는 가사가 있던데요.

20세기 후반이나 21세기 초나 어차피 인간이 다닐 수 있는 별은 고만고만했죠.

1969년에 인간은 벌써 달에 갔었는데, 21세기 초 인간은 화성까지도 못 갔잖아요.”


그 노래 가사는 그도 기억했다.

유진이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지만 제목과 가사가 재미있어서 몇 번 들어본 적이 있다.


“나도 기억나는 노래에요.

그 노래 가사에는 21세기가 되면 가난도 없고 전쟁도 없을 거라고 했는데, 열심히들 싸우고 찢어지게 가난하게들 살았죠.”


21세기의 전쟁은 유진도 아주 잘 알았다.

그때 전쟁은 대부분 선진국이 아닌 주변 제3세계에서 벌어졌고, 전쟁은 원래 가난한 사람들을 더 가난하고 비참하게 만들었다.

전쟁으로 돈버는 소수의 사람들은 대부분 전쟁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다.

백 년 전에도 그랬고, 천 년 전에도 그랬다.

아마 삼천 년 전에도 그러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생각보다 과학이 크게 발달하지 못한 거 같아요.

아직 자세하게 알지는 모르지만 그냥 겉보기로는 그렇네요.”


“네.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지금 과학 수준은 회장님이 활동하시던 때와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엄청나게 발전하지는 못했을 거에요.

하지만 당시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 가능해지기도 했어요.”


좀 전에 대통령이 보여준 똑똑해지는 스크롤?


“과학이 생각보다 발전하지 못한 이유 중에 하나는 필요가 적어져서예요.

당시에는 오로지 과학만이 할 수 있었던 일을 이제는 마법이 하니까요.

유럽이 아메리카를 발견하고 식민지로 만들면서 지구를 지배하게 되었듯이, 인류의 진정한 발전은 게이트 너머 신세계를 발견하게 되면서에요.”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22세기 지구는 과학과 마법이 함께 하는 세상.




‘과학과 마법을 결합시킨 1세대, 아니 첫 번째 과학자가 바로 하지은이고.

아니 첫 번째 마법사라고 해야 하나?’



젠장, 뭘 어떻게 해도 무조건 하지은이랑 연결되는구나.

이럴줄 알았으면 백 년 전에 싸인이라도 받아둘 걸.





***





“그럼 게이트 방문은 내일로 하죠.”


“네,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아침에 갈게요.

10시가 좋겠군요.”


“그렇게 준비하겠습니다.”






하지연은 유진을 엘리베이터 앞으로 안내했다.



“71층으로 올라가실 때는 이 엘리베이터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이건 회장님 개인 공간에서만 움직이는 프라이빗 엘리베이터죠.


72층에서 65층까지만 운행해요.

회장님 전용 엘리베이터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작동시킬 수 없어요.


70층에 대기하는 직원들은 이 엘리베이터의 움직임을 알 수 없어요.

그들은 전용 엘리베이터가 70층까지만 작동되는 줄 알아요.


65층부터 69층은 회장님이 따로 개인적으로 사용하실 수 있는 공간입니다.

관리 사무소에서는 그냥 별도의 펜트하우스로 알고 있어요.”


뭔 전용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많은지.

이렇게 쓸데없는 자원 낭비를 하니... 좋구나.



“65층부터 72층까지.

그리고 옥상의 공중 정원과 헬기 이착륙장까지.

이 모든 것이 회장님의 첫 번째 공간입니다.

회장님의 제1 요새를 천천히 돌아보세요.”


“고마워요.”


“그럼 편히 쉬세요. 회장님.”






하지연의 안내를 받아 프라이빗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69층에서 71층까지 움직이는 만큼 글자 그래도 눈 깜짝할 사이에 문이 닫히고 열렸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자 처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거대한 거실이었다.

웬만한 3층 건물보다 높은 천장에 휘황찬란한 샹들리에도 눈에 들어왔다.


‘불은 안 끄나?’


분명히 유진 혼자 사는 공간인데 불이 켜져 있다.

이 엄청난 공간을 환하게 채우려면 엄청난 전기가 필요할 텐데.


딱히 끌 생각은 없었지만 습관적으로 스위치를 찾아 거실을 둘러봤다.


이때 뭔가 하얀 괴물체가 눈에 들었다.


‘자객? 몬스터?’


놀란 유진을 더 놀라게 한 것은 괴생명체가 지르는 소리였다.




“꺄아악!”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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