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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연재수 :
7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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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99,038

작성
23.08.29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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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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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1쪽

8 깨어난 회장님 (7)

DUMMY

8


깨어난 회장님 (7)





생각에서 깨어난 유진은 앞자리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일단 둘은 믿어야겠지.’


지금까지 겪어본 바로는 괜찮았다.

전장에서 다져진 유진의 육감으로도 별다른 위험 신호는 없었다.

유진에게는 묘한 육감이 있다.

현장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는 순간에는 항상 그 감각이 발동했다.

10년 가까이 전투 현장을 구르면서 한 번도 치명적인 부상을 입지 않았던 이유이기도 했다.


‘단순히 운이 좋아서 그런 거일 수도 있지만.’


어차피 다른 대안도 없지 않나...

믿자.

두 사람을 믿기로 결심하자 마음이 편해졌다.


하지만 7인 위원회 멤버들은 달랐다.

찰스 스미스 외에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


‘괜히 불신의 씨앗만 뿌려진 건가.’


유진에게 백 년 뒤의 세상은 너무 낯설었다.

이 세상에서 적응하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시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직까지 주위의 사람들은 모두 유진에게 호의적이었다.

괜히 보지도 못한 7인 위원회에 적대적인 감정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더욱이 유진 그룹 회장의 입장에서 위원회는 내부 인사로 자신의 부하들인 셈이다.

하지만 김 대통령은 분명히 외부인.

괜히 딸 어쩌고 하니 마음만 복잡해진 건가 싶었다.


‘처음부터 의심할 필요는 없다.’


그가 불신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상대방도 진심으로 따르지 않겠지.


절영지회라는 중국의 고사도 생각났다.

후궁을 희롱한 장수를 오히려 왕이 감싸주자, 훗날 목숨으로써 그 은혜를 갚았다는 고사.


차라리 7인 위원회의 멤버들을 만날 때, 대통령이 준 봉투를 보여주면서 그들이 보는 앞에서 불태워버리는 모습이라도 연출할까...


유진은 여러 상상을 하면서 봉투를 열고 천천히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





“회장님, 댁에 도착했습니다.”


대통령의 선물을 천천히 확인하다보니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오늘 저녁부터 병실이 아닌 유진 그룹 회장의 집에서 머무르기로 되어 있었다.


“이 자리는 그룹 창립 초창기에 하지은 박사님의 댁이 있던 곳입니다.

이후 박사님이 돌아가신 뒤에 두 번에 걸쳐 재건축이 진행되었습니다.

현재 건물은 5년 전에 세워졌고, 건축 당시부터 최상층은 회장님의 거주지로 계획되었습니다.”


“5년 전이면 아직 동면 해제가 정확하게 결정되지 않았던 시기이군요.”


“네, 원래 초창기부터 어떤 형태로든 회장님 거주지는 항상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당시에 그룹 S.A.I.(Supreme Artificial Intelligence)가 앞으로 10년 내에 회장님이 캡슐에서 일어날 확률이 87%라고 예측했었죠.

그러니 어차피 준비해야 될 회장님댁을 미리 격식에 맡겨 준비하자 해서 건축 당시부터 그에 맞게 건설되었습니다.”


유진은 차에서 내리면서 자신의 새로운 집을 올려다보았다.

목이 좀 아팠다.


“72층 건물입니다.

그 뒤쪽에 3개의 건물이 더 있는데, 각각 65층, 61층, 58층입니다.”


“한강 바로 옆이군요.”


“네, 옛날에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곳이었더군요.

지금도 내려가 보시면 제법 맛있는 식당이나 술집들이 많이 있습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남강민의 설명이 계속 이어졌다.


“70층부터 72층까지가 회장님 전용입니다.

70층은 직원들이 근무하는 리셉션 공간입니다.

회장님은 바로 71층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71층과 72층이 회장님 개인 주거 공간입니다.

공식적인 손님들은 70층에 내려서 절차를 거친 후 71층으로 올라가게 되어 있습니다.”


“엄청나군요.”


“회장님의 위상을 생각하면 소박한 공간입니다.

다음에 별장들도 차례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로비 한복판에 엘리베이터 공간이 있었지만 남강민은 유진을 오른쪽의 작은 룸으로 안내했다.


“여기 회장님의 전용 엘리베이터가 있습니다.

여기서 탑승하시면 70층, 71층, 72층으로 바로 올라갈 수 있습니다.

회장님이 기다리지 않도록 항상 대기하고 있는 엘리베이터입니다.”


문이 열리자 남강민은 유진보다 앞장서서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아랫쪽 숫자는 다 무시하시고요, 제일 위에 세 개 나란히 있는 버튼이 보이시죠.

70, 71, 72.

이 세 개의 버튼은 회장님의 지문에만 반응해서 작동합니다.

조금 귀찮더라도 이 버튼은 회장님이 직접 누르셔야 합니다.”


“귀찮을 리가요.

그러면?”


“바로 71층으로 이동해서 쉬시면 됩니다.

70층의 직원들은 이미 대기 상태이니 필요할 때 부르시면 되고요.

그럼 쉬십시오. 회장님.”


남강민은 안내를 마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온종일 붙어 있던 비서실장이 멀어지자 갑자기 불안해졌다.


“같이 올라가서 차라도 한 잔 하시죠?”


“아닙니다. 회장님.

내일 아침에 찾아뵙겠습니다.”


“올라가도 어디가 어딘지 모를 거 같아 불안하군요.”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다 준비되어 있습니다.

올라가면 아마 깜짝 놀랄만한 분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깜짝 놀랄만한 사람?

사람 이전에 이미 이런 엄청난 규모의 펜트하우스에 놀랬다.

더 놀라게 할 사람이 있나?


승강기는 급속도로 올라갔다.

고속에도 불구하고 진동이나 소음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65, 66, 67, 68


71층까지 올라가는 데 몇 초 걸리지 않는 것 같다.




69


-딩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다.

무심코 발을 내딛는 유진.


‘응? 69층?’


문이 열리면서 자연스럽게 내렸지만 여기는 69층이었다.

69층에 뭔가가 있다는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회장 전용 엘리베이터라면서 다른 층에 멈춘다고?’


이때였다.


“안녕하세요. 한유진씨.”


눈앞에 왠 여자가 서 있었다.

낯선 여자지만 왠지 익숙한 실루엣의 그녀.

이 사람이 왜 여기에?


“하지은 박사님?”




***




잠시 놀란 가슴을 진정하면서 유진은 테이블에서 그녀와 마주 앉았다.


“차는 제가 미리 준비해놓았답니다.

커피는 여전히 별로 안 좋아하시죠?

동면에서 깨어나신 뒤에도 커피는 찾으신 기록이 없더군요.”


유진 앞에서 활짝 웃고 있는 그녀.

아까는 정말 유령을 만난 것 같았는데.


밝은 조명 하에서 천천히 다시 살펴보았다.


‘하지은은 아냐.’


이 시대 사람들에게 하지은 박사는 근 백 년전의 인물이다.

하지만 유진에게 그녀는 불과 일주일 전 헤어진 사람이었다.

못 알아볼 리가 없다.


물론 예외는 있었다.

유진은 여자가 화장하면 종종 못 알아봤다.


하지만 눈 앞에 있는 여자는 거의 화장을 하지 않았다.

기억 속에 하지은도 화장한 얼굴을 거의 본 적이 없다.


처음에는 정말 진짜 하지은인 줄 알았다.

70년 전에 죽었다는데, 유진도 백 년 전에서 살아온 사람이 아닌가.

그래서 순간적으로 하 박사도 인공 동면 캡슐을 사용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유진이 한 걸 하 박사도 못할 리가 없으니.

게다가 하 박사 본인이 캡슐의 발명자가 아닌가.


하지만 눈앞의 여자는 너무 젊었다.

유진이 캡슐에 들어갈 당시 하지은의 나이는 유진 또래였다.

30년 더 살다 죽었다니 60대에 세상을 떠났을 텐데.

그의 앞에 있는 여자는 아무리 봐도 20대, 많아야 30대 초반 정도로 밖에 안보였다.


젊어지는 아이템을 입수했을 수도 있지만.

그가 아는 하지은 박사는 영생이나 젊음에 목숨거는 사람은 아니었다.


‘그럼 도대체 누구지?’


이런 유진의 혼란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여자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았다.


“별로 놀라지 않으시네요?

저는 엄청나게 놀라실 줄 알았는데, 기대가 좀 빗나갔어요.”


사실 엄청나게 놀랐다.

잘 숨겼을 뿐.


“놀라긴 했죠.

다만 놀라는 것 보다 궁금함이 앞서네요.”


“죄송해요.

납치범 같은 건 아니니 안심하시고요.”


차는 아무도 마시지 않았다.

유진을 놀라게 한 그녀는 긴 손가락으로 검은 머릿카락을 쓸어넘기면서 입을 열었다.


“무례하게 느껴졌다면 죄송해요.

매뉴얼에 있는 건 아닌데, 제가 장난을 좀 쳤어요.

회장님은 절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회장님을 잘 알아요.”


그래.

진짜로 하지은이면 그를 회장님이라 부르지 않겠지.

마지막까지 머릿속에 남아 있는 가능성을 덜어내자 유진도 마음이 편해졌다.

그냥 자신과 같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딱히 밀릴 이유가 없다.


“제 이름은 하지연입니다.”


하지연?

이름을 들으니 갑자기 다시 혼란이 돌아왔다.


후손인가?


하 박사가 결혼해서 자손을 남겼다는 말은 못 들었지만, 그녀의 나이를 고려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기록이야 조작할 수도 있고.

그런데 성이 ‘하’라고?

엄마 성을 따를 수도 있고, 남편이 하씨일 수도 있으니 그것도 좋다.

그런데 자손이라 해도 최소한 손녀나 증손녀, 어쩌면 고손녀일 수도 있는데 저렇게 닮았다고?

증손녀라고 하면 하지은의 피가 1/8에 불과할 텐데.

앞에 있는 저 여자는 거의 완전히 하지은 판박이가 아닌가?


이게 가능하다고?


부드럽게 컬을 만든 흑갈색 머리에 세련된 옷차림은 하지은과 달랐다.

유진이 기억하는 하지은은 항상 뒷머리를 묶고 진한 안경을 쓴 모습이었다.

옷은 대부분 하얀색 연구복이었고.

하지만 하얀 피부와 길게 휘어가는 눈매, 오똑한 콧날에 작은 입술.

다시 봐도 분명히 하지은이었다.


한번도 상상해본 적이 없는 하 박사의 젊은 시절 모습을 마주하니까, 유진이 몰랐던 그녀의 진면목이 백 년 만에 드러났다.


‘하 박사가 꽤 미인이었구나.’


이런 유진의 표정을 읽었다는 듯이 하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은 박사님의 오빠가 제 증조 할아버지세요.

하 박사님은 돌아가실 때까지 미혼이셨기에 따로 후손을 남기지는 않으셨어요.”


그래서 하씨구나.

그런데 하 박사의 오빠의 증손이라면 고조할아버지와 고조할머니를 공유한다는 것이다.

촌수로는 5촌이지만, 직계 후손도 아니고 방계 혈족인데 저렇게 비슷한 외모라고?

딸이라고 해도 저렇게 닮기가 쉽지 않을 텐데.

다른 사람이라면 몰라도 유진은 박사의 진짜 모습을 알고 있다.


여전히 의문은 가시지 않았지만 하지연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런 인연으로 저희 가족은 대대로 하 박사님의 유언 집행을 맡고 있어요.

유언 집행이라고 하니 뭔가 거창해보이는데, 사실은 훨씬 더 거창한 일이죠.”


하지연은 장난스런 표정을 지으면서 뭔가를 내밀었다.


낯선 공간에서 뜻밖의 일을 겪고 있던 유진에게 오랜만에 익숙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하 박사의 비망록’


하지은은 살아 생전에 수많은 기록을 남겼다.

연구와 관련된 저서나 논문 외에도 게이트 너머 이세계에 대한 예측, 세계와 한국에 대한 미래 구상 등을 담은 많은 저술이 있었다.


특히 그녀는 말년에 자신이 사라진 이후 유진 그룹의 진로에 대한 자세하게 언급하였고, 그룹 전체와 구성원 개개인이 해야 할 일을 세세하게 당부하였다.


여기에다 사망 직전에 남긴 유언장을 합친 것을 유진 그룹에서는 ‘비망록’이라 불렀다.

후손을 남기지 않은 하 박사에게는 그룹 자체가 그녀의 아들이고 딸이었다.

그녀의 ‘비망록’은 그룹 내에서 대대로 전해지며 금과옥조로 받들어졌다.

비망록은 그대로 유진 그룹의 헌법이고 경전이었다.


유진이 동면에서 깨어난 이후 가장 많이 들은 이야기가 ‘하 박사님의 비망록대로’라는 말이었다.


“원본이에요. 회장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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