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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 대한민국, 한국인만 빼고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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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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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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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8.27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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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 깨어난 회장님 (5)

DUMMY

6


깨어난 회장님 (5)





대통령궁을 나서면서 채일우에게 지시했다.

순수 한국인 보호 구역을 보고 싶다고.

마침 대통령궁 바로 근처라 해서 나온 김에 찾아보고 싶었다.


“저쪽 골목에서부터 쭉 이어지는 거리가 모두 한국인 보호 구역입니다.”


유진의 시야에 들어 온 보호 구역은 그냥 평범한 예전 서울의 모습이었다.


“전기 철조망이나 경비병은 없나요?”


“그런 게 있을 리가요. 회장님.

누가 도망치거나 침투하는 걸 막기 위한 지역이 아니라, 그냥 부계와 모계가 모두 순혈 한국인인 사람들에게 몇 가지 혜택을 주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입니다.”


남강민은 아예 어깨를 유진에게 돌린 채 설명을 이어나갔다.


“나는 보호 구역이라고 해서 사막이나 섬 같은 곳에 만들어 놓은 줄 알았는데, 서울 한복판이네요. 그것도 대통령궁 바로 인근에.

확실히 정부가 한국인 보호에 신경을 많이 쓰네요.”


“그게 여러 가지 사정이 있습니다.

애초에 한국인 보호 구역을 설정할 때 순혈 한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으로 정한 겁니다.

당시 한국인들이 강남을 워낙 좋아해서요. 강남 지역에 보호 구역을 설정했죠.”


“보호 구역에는 어떤 사람들이 거주하나요?

순혈 한국인 외에 다른 사람들은 살 수 없습니까?”


“그건 아닙니다만 거주를 원하는 사람은 자신의 혈통이 부계, 모계 모두 1992년 이후 다른 민족의 혈통이 전혀 섞이지 않은 순혈 한국인이라는 것만 입증하기만 하면 정부가 보호 구역에 주거지를 마련해줍니다.”


“왜 1992년부터죠?”


“그 해가 K-팝 역사에 길이 남을 대가수가 데뷔한 해라고 그러던데요.

회장님은 모르십니까?”


누구지?


“순혈 한국인이라는 건 다분히 문화적인 성격이 강하기에 그렇게 기준을 정한 거죠.”


“그렇군요.

그럼 정부가 마련해 준 주거지는 한국 사람들은 누구나 들어가 살 수 있나요?

무료로요?”


“물론이죠. 순수 혈통이기만 하면요.

이제 순수 한국인들은 원하기만 하면 강남에 거주할 수 있는거죠.”


“한국인들의 오랜 꿈이 이루어졌군요.”


“네?”


“아닙니다.”


유진 일행을 태운 세단은 천천히 보호 구역 한복판의 대로를 통과했다.


“거리가 한산하군요.”


“오늘은 사람들이 좀 적네요.

접근성은 좀 떨어지지만 주말이나 저녁에는 인파가 꽤 몰립니다.”


유진의 눈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사람들이 보였다.


“저 사람들은 환자인가요?

경찰이나 구급대에 신고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냥 술 취한 사람들입니다.”


운전대를 잡고 있던 채일우가 끼어들었다.


“대낮에 저렇게 취한 사람들이 쓰러져 있다니.

다른 곳에서는 못 본 것 같은데.

여기도 노숙자가 있나요?”


유진이 살았던 백 년 전에도 서울역 같은 특정 장소가 아니면 거의 보지 못한 모습이었다.


“주거 장소를 다 제공하는데 노숙자가 있을 리가요.

그냥 아침부터 술에 취해 저런 겁니다. 가끔 약에 취한 사람들도 있어요.”


“왜 이곳만 저런 사람들이 눈에 띄는 겁니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저는 보조금 제도의 모순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운전대를 잡은 채일우가 고개를 흔드는 게 뒤에서도 보였다.


“보조금 제도?”


“혈통이 입증된 순수 한국인은 매월 100만원 정도의 보조금이 나와요.

그걸로 저렇게 대낮부터 술을 마시고 길에서 뻗어 있는 겁니다.”


“보조금으로 술을 사도 되나요?”


“뭘 해도 자유니까요.

그리고 어느 정도 소득이 나오는 경우에는 보조금이 중단됩니다.

그것 때문에 멀쩡한 몸으로 일을 하지 않는 순수 한국인들이 많아요.

열심히 일하려 하면 오히려 수입이 줄어드니까 일을 안하죠.”


“안타깝군요.”


“그럼요.

솔직히 말씀드려서...

진정한 순수 한국인이신 회장님 앞에서 이런 소리를 하는 게 죄송스럽습니다만.

저 사람들은 이제 진짜 한국인들이 아니죠.

우리가 존경하는 20세기, 21세기의 진정한 한국인들은 정말 성실하게 사우디의 사막에서, 열사의 정글에서 땀 흘려 일해서 경제를 발전시키고 선진국을 건설하지 않았습니까?

그 시대의 한국인들은 정말 존경할만한 위대한 민족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런 자들은 그런 위대한 조상의 얼굴에 먹칠을 하고 있어요.”


위대한 21세기의 한국인.

백 년 전의 이야기지만, 유진의 시간 감각으로는 불과 며칠 전이다.

동면 캡슐의 캐노피가 닫히는 순간에 유진을 둘러싸고 있던 연구진도 모두 한국인들 아닌가.


‘그때 한국인들이 그렇게 위대했나?’


솔직히 그와 같은 시대의 한국인들이 위대했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다들 먹고 살려고 아등바등하고, 침대 밖은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 악착같이 집밖으로 나가는 사람들이었지.

어쨌든 그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제 후손들은 원하기만 하면 다 강남에 살 수 있게 되었구나.


“그래도 이런 결말은 좀 슬프군요.”


“네?”


“혼잣말입니다. 실장님.

아!”


유진의 탄성에 남강민과 채일우의 눈이 그의 손가락을 따라갔다.


거기에는 골목 사이를 누비면서 뭔가 무거운 물건을 나르고 있는 젊은 남자가 보였다.


“아직 저렇게 열심히 일하는 사람도 있군요.”


그래, 저런 사람들이 있는 한 순혈의 한국인들은 다시 일어날 것이다.


“아마 중국인일 겁니다.

요즘 중국 사람들이 보호 구역에 와서 장사를 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중국인이 왜?”


“요즘 중국 본토에서 빈 손으로 건너 온 사람들이 꽤 늘었습니다.

그들이 보호 구역에 와서 작은 식당이나 노점 같은 걸 하는 거죠.

한국인들이 마라탕이나 탕후루 같은 중국 음식들을 좋아하거든요.”


그건 백 년 전에도 그랬다.

지금 누워 있는 저 사람들이 순수 한국인 맞구나.


유진의 눈에 색다른 풍경이 또 들어왔다.


“저 사람들은 뭡니까?

여기저기 사진을 찍고 다니는군요.”


남녀노소 다양한 성별과 연령대의 일행이 여기 저기를 쳐다보면서 사진을 찍는 모습이 보였다.

어떤 사람들은 장난스레 길에 쓰러져 있는 사람 옆에서 V자를 그리면서 사진을 찍었다.


“관광객들이죠.”


관광객?

유커들인가.


채일우가 자랑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K-컬쳐가 세계 문화를 제패한 지 벌써 백 년이 넘었습니다.

백 년 넘게 축적된 드라마나 영화가 엄청납니다.

20세기, 21세기의 한국은 드라마 왕국이라고 불렸다면서요?”


그랬지.

왕과 여왕들이 많았다.


“백 년 전이나 지금이나 빌보드를 휩쓰는 건 다 K-팝입니다.

빌보드를 아예 한국말로 ‘길보드’라 발음하는 외국인들이 많이 늘었죠.

그렇게 한국 문화에 매료된 사람들이 한국에 관광하러 많이 오고 있습니다.

한국이 프랑스,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제일의 관광대국이 된 지 오래 되었습니다.”


“관광객들이 왜 이런 곳에?

좋은 곳이 많지 않나요?”


“K-팝 뮤직 비디오, K-영화, K-드라마 보면서 한국에 대한 환상을 가진 외국인들이 한국에 들어오면 공항에서부터 한국 사람들을 만나게 되죠.

그런데 그 한국 사람들이 전부 흑백황의 다양한 인종 아닙니까?

놀라고 실망하게 되죠.

자기 나라 사람들하고 다를 게 없으니까요.”


그건 그렇지.

유진도 처음에 눈을 떴을 때 금발머리 에이프릴 박사의 유창한 한국어에 너무 놀랬었다.

그가 살던 시대에도 한국어를 잘하는 외국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었지만, 백인 흑인 동아시아인들이 서로 한국어로 떠드는 장면은 흔하게 아니었다.


“요즘 세계인들의 미의 표준은 과거 한국인들입니다.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사람들 있잖습니까?

회장님은 잘 아시죠?

하기는 회장님도 그렇게 생기셨으니까.”


그 시대에도 드라마 주인공의 얼굴은 전혀 흔한 외모가 아니었는데.


“그러다보니 현대 한국인에게 실망한 사람들이 여기 한국인 보호 구역에 몰려드는 겁니다.

잘생긴 취객이 있으면 같이 사진도 찍고 술도 마시고요.”


“같이 술을 마셔요?”


하긴 외지인이 여행하고 원주민과 어울리는 건 흔한 일이다.


“네, 요즘 유행하는 게 새우깡 같은 과자를 안주 삼아 길에서 소주를 마시는 거랍니다.

그게 옛날 한국인들이 즐기던 엣지있는 음주라는 데요?

회장님도 해보셨죠?”


“차 돌립시다.

피곤하군요.”


그만 봐도 될 것 같다.




***




‘한국인들이 최고의 나라를 만들었는데, 이제 한국인은 없구나.’


남강민과 채일우, 두 명의 한국인들이 백밀러를 통해 유진의 심기를 살피는 눈치였지만, 무시하고 눈을 감았다.


‘그래, 현재가 중요하지.

21세기 생각은 그만하고 22세기에 집중하자.’


좀 전까지 나눴던 김유석과의 대화를 떠올렸다.





대화가 진행될수록 대통령은 점점 말이 많아졌다.

유진과 말이 잘 통한다고 느꼈는지, 아니면 자신의 목적이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는지 김 대통령은 기분이 정말 좋아보였다.


“회장님.

제가 회장님께 작은 도움을 하나 드리고자 합니다.”


“네, 뭐든지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김 대통령이 눈짓하자 옆에 배석하고 있던 대통령 비서실장이 서류 봉투를 건넸다.


“이게 뭡니까?”


한국 최고 부자인 유진에게 주는 뇌물은 아닐 테고, 두 사람이 함께 나눌 정치적 비밀도 아직 없다.


‘둘째 딸의 사진인가?’


이런 유진의 엉뚱한 생각과 상관없이 대통령의 말이 이어졌다.


“이 늙은이가 회장님께 주제넘게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물론이죠.”


아까 둘째 딸은 이상형을 물어봤는데, 아버지는 좀 더 건설적인 질문을 하기를 바라며 유진이 답했다.


‘그런데 누가 더 늙은 걸까?’


김유석은 60대였고, 유진은 130대이다.

아직 백 년 뒤의 세상에 적응하기에는 사소한 것부터 너무 복잡한 게 많구나.


“며칠 전에 찰스 스미스를 만나셨다면서요?

7인 위원회를 소집하셨다 들었습니다.

곧 그들을 만나시겠군요.”


“사흘 뒤로 정해졌습니다. 대통령님.”


남강민이 오랜만에 두 사람 사이에 끼어 날짜를 말해주었다.


“제가 회장님보다 많이 부족하지만 그래도 정치 경험은 좀 오래 되었습니다.

회장님은 정치 활동을 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해본 거라고는 삼국지 게임 뿐.


“그러면 그나마 제 충고가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결국 직장 생활도 정치 아니겠습니까?

사회도 가족도요.

그렇죠?”


대통령의 시선이 그의 비서실장인 양정호와 유진의 비서실장 남강민에게 향했고, 두 사람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물론 똑같은 정치라고 해도 부리는 자의 정치와 부림을 받는 자의 정치는 다릅니다.

옛날 군주들은 어릴 때부터 제왕학을 배우곤 했죠.”


뭐, 그랬겠지.


“회장님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진정한 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차츰 아시겠지만 진정한 황제지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대통령직이야 말로 선출된 왕이지요.”


“아직 회장님은 자신의 힘을 모르십니다.

회장님.

권좌에 앉은 사람에게 필요한 첫 번째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시험하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 대통령의 태도는 너무 공손했다.

굳이 그를 시험할 이유도 없을 텐데?


유진은 동면 캡슐에 들어가기 전에도,

백 년 만에 깨어난 지금 순간에도.

한 번도 남을 지배하는 꿈 같은 건 꿔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권력자의 첫 번째 덕목 같은 건 생각도 해본 적 없다.

이때는 또 어떻게 대답해야 하나?

실수하면 대통령이 자신을 우습게 볼까?


습관처럼 남강민의 얼굴을 보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아무 표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하긴, 이런 상황에서 자꾸 아랫 사람 얼굴을 쳐다 본다는 것 자체가 약점을 드러내는 거겠지.


“믿음, 소망, 사랑, 그 중에...

아, 농담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인사가 만사라고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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