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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과몰입러
작품등록일 :
2023.08.25 13:31
최근연재일 :
2023.12.2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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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0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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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3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5)

DUMMY

13


요새를 지키는 사람들 (5)






“그건 저도 모르죠.

하 박사님이 그렇게 생각하셨다는 거니까.

혹시 회장님은 하 박사님에게 들은 내용이 없나요?”


하지은에게 들은 내용?

있구나.

말해 준 이가 하 박사인지 인공 지능인지 모르는 어제밤의 존재라서 그렇지.




***




“한유진씨가 정체불명의 질병을 앓기 전 몇 년 동안 세계 각지를 돌아다녔잖아요.”


“그랬죠.”


참 많이 돌아다녔죠.

용병 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주로 이라크와 시리아, 아프가니스탄 같은 아랍권에서 활동했다.

그러다 어느 정도 경력이 쌓이고 인정을 받게 되자 유럽이나 미국으로 무대를 옮겼다.

해적에 대비한 해상 호위 임무도 몇 번 한 적 있고.

남미와 남극 외에는 웬만한 대륙은 모두 다녀 본 것 같다.


“아마 그때 특정 지역에서 마기(魔氣)에 노출된 것이 한유진씨 고통의 원인이 되지 않았을까 해요.”


“마기요? 내가 아는 그런 마기가 맞나요?

마귀 할 때 그 마, 기운할 때 기.”


“네, 맞아요.”


“그런 건 무협지에서나 등장하는 단어 아닙니까?”


용병 생활 중에 무진장 시간이 주어질 때가 있다.

별로 심심함을 느끼지 않는 유진이지만 그때를 대비해서 태블릿과 휴대폰에 소설과 영화 몇 편 정도는 항상 저장되어 있었고, 그런 소설도 몇 번 봤다.


“그렇죠.

사실 처음에는 가설에 불과했고 통일된 공식적인 용어도 없었어요.

그 뒤에는 다양한 이름이 붙었어요.

나라마다 사용하는 명칭도 다르고요.

제일 흔히 쓰는 용어는 UFE 였어요.”


UFE?

UFC나 UFO는 들어봤지만 이건 뭐야?


“미확인된 에너지 정도의 의미였어요.

Unidentified Force Energy의 이니셜이죠.

그래서 처음에는 유페 유페, 이런 식으로 발음했어요.

그러다 재미있는 걸 좋아하는 사람들이 다르게 발음하기 시작했어요.

마. 나.”


마나?


“동양 무협에서 서양이나 일본 판타지로 간 겁니까?”


“비슷해요.

연구진들 국적이나 연령이 그랬으니까요.

마기라는 단어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대부분 고참들 뿐이었어요.

그리고 유페 보다는 마나가 재미있잖아요?”


“마기든, 유페든, 마나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있습니까?

마나가 나를 병들게 했다고요?”


“한유진씨는 콜럼버스 교환이라는 거 알죠?”


콜럼버스 교환? 알지.


1492년에 콜럼버스가 스페인 선원들을 이끌고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이후 이루어진 유럽과 아메리카 사이의 동식물 또는 문화의 전파를 콜럼버스의 교환(Columbian Exchange)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교환으로 아메리카에서 가져온 감자, 옥수수 같은 생산성 높은 작물로 유럽의 인구가 크게 늘어났다. 또한 유럽에서 전파된 전염병으로 아메리카 원주민 90%가 사망했다. 원주민들이 사라진 공간으로 백인, 혼혈, 아프리카 흑인들이 밀려들면서 신대륙의 인적 구성이 크게 바뀌게 되었지.


그런데 그게 왜?


“그러면 공식적으로 게이트가 발견되기 전에도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게이트가 열렸고 그렇게 열린 게이트를 통해 이세계(異世界)의 마기 혹은 마나가 이미 지구에 들어왔다는 거죠?

전 세계를 돌아다니던 내가 이러한 기운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고요.

그런 기운에는 지구인이 알지 못하는 어떤 병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것이 존재했는데, 내가 그런 것에 노출되었기 때문에 그렇게 아팠다?

이런 건가요?”


“딩동댕, 한유진씨는 예나 지금이나 정말 똑똑해요.

진로를 좀 더 잘 정했으면 좋았을 것을.”


하지은의 목소리에는 왠지 모를 안타까움 같은 것이 묻어 있었다.


“나는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었군요.

하긴 내 인생은 항상 그랬죠.

좀 잘 풀렸으면 다른 사람도 돕고 살았을 텐데.”


“한유진씨는 이미 지금도 다른 사람에게 많은 도움을 주었어요.”


그랬나?

하기는 활동 지역에서 마주치는 난민에게 항상 친절하게 대했고, 전장에서 만나는 적도 최대한 고통없이 보내주려 노력했지.


“어쨌던 내가 그 마기에 아주 약했다는 거죠?

그러니 이렇게 되었죠.”


“아니, 반대예요.

설마 유진씨가 세상에서 그 기운을 처음 접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그 전에 다른 사람들은 금방 죽었어요.

그래서 처음 게이트가 대량으로 오픈되었을 때 끔찍할 정도의 인명 피해가 있었죠.

설마 그 구멍으로 쏟아져 나온 몬스터들이 수십 억의 인류를 죽였겠어요?

유진씨는 정말 엄청난 생명력으로 그 기운을 버티고 이겨냈죠.”


“차라리 금방 죽었더라면 그렇게 죽을 것 같은 고통을 겪지는 않았을 텐데.”


“그런 소리 하지 말아요.

엄청난 생명력 때문에 정부의 주목을 받고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었어요.

그래서 나도... 만난거고요.”


“그럼 처음부터 정부는 그 사실을 알고 나한테 접근해서 제안한거군요.

박사님도 알고 있었고.”


“네.”


“결국 나 빼고는 전부 알고 있었군요.

왜 나한테는 말하지 않았죠?”


“그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지 말아요.

정부는 극비리에 이 주제를 연구중이었어요.

세계 각국에서 점점 의문의 기운에 노출되어 사망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었고, 한국인들 중에서도 그랬으니까요.

다만 그때는 아직 확신이 없었어요.

무엇보다 치료법도 몰랐고요.”




***




어제 밤에 하지은과 나눴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면서 잠시 대화의 흐름을 놓쳤다.


놓치는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착한 직원들은 전부 그가 딴 생각을 하는 동안 조용히 대기하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회장님이 좋구나.




“회장님.

그래서 하 박사님은 회장님이 게이트에 들어가시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하셨어요.”


“그럼 대비도 못하겠네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어떻게 대비를 합니까?”


백 년 전의 그 고통이 잠시 되살아나서 그런지 괜히 시비조의 말투였다.


“그렇진 않아요.

하 박사님은 거기에 대해 ‘각성’을 이야기하셨어요.

게이트에 들어가시기 전에 각성을 하시는 걸 권한다고요.”


각성.

22세기 모든 사람의 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성에 대해서는 깨어난 첫날부터 지겹게 들었다.


“각성의 메카니즘은 지금도 확실하게 모른다면서요?

게이트 오픈을 전후해서 각성한 사람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그 사람들 본인들도 왜 각성하게 되었는지 모른다고 하던데요.”


“네, 그런 자연각성자의 각성 메카니즘은 지금도 연구중이에요.

하지만 최근에는 인공각성에 대한 연구가 굉장히 진행되었어요.

현재 쏟아지고 있는 각성자들은 대부분 인위적으로 각성한 사람들이죠.”


“네, 지금은 인공각성이 대세죠.

만들어진 초인의 시대라고 할 수 있어요.”


하지연은 에이프릴을 바라보았다.


“사실 닥터 에이프릴을 회장님의 주치의로 선임한 이유가 그거죠.

에이프릴 박사님은 각성에 대해 전문가세요.”


“네, 제가 각성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죠.

제목이 ‘각성 효과가 다이어트에 미치는 영향’이었죠”


에이프릴은 하지연을 보면서 환하게 웃었다.

닥터 에이프릴이야 워낙 전형적인 금발벽안의 미인이지만, 이렇게 보니 하지연도 그렇게 밀리지 않는구나.


“제가 당시에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다보니...

어쨌든 회장님?

만일 인공 각성을 원하시면 도와드릴 수 있어요?”


사실 캡슐에서 나온 직후부터 ‘각성’이 필요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다.

캡슐에서 나온 이후부터 거의 통증이 없어서 크게 필요를 못 느꼈는데, 각성이 없다면 고통이 재발할 수도 있다니 무겁긴 하다.


“각성을 해야 게이트에 들어갈 수 있나요?”


“그건 아닙니다.”


하지은은 유진이 게이트 너머의 세계와 만나면 뭔가 심상치 않은 반응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걱정했다.

그렇지만 그녀도 유진이 이세계의 환경에 대한 특별한 내성이 있을 거라 추정하지 않았나...

마나인지 마기인지 그 특별한 에너지를 접한 초기의 사람들은 대부분 죽었지만, 유진만은 달랐다고.


‘어차피 각성을 해도 미지수인 건 마찬가지.’




각성에 대해서는 많이 들었다.


각성을 하면 특별한 능력을 가지게 된다.

신체적 정신적 스킬을 보유하고 몬스터와 대적할 수 있다.

각성을 할 수 있으면 무병장수한다.


하지만 어느쪽을 선택하던 불안한 건 마찬가지.



“그냥 한번 들어가 보죠.

각성은 천천히 생각해보고.”


“알겠습니다. 회장님.”




***





게이트 입구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


“사진으로 본 것과는 좀 다르네요.

사진은 그냥 희뿌연 안개 같은 모습이던데.”


“그런 안전 조치를 취하기 전의 모습이죠.”


게이트로 들어가는 입구는 커다란 건물에 의해 보호받고 있었고, 이중 격벽에 의해 엄중하게 차단되고 있었다.


“게이트에서 어떤 미확인 물질이 흘러나올지 모르니까요.

게이트 오픈 초창기에 나온 독성 물질에 의해 많은 인류가 희생당했죠.”


“지금은 이렇게 엄중하게 관리되니 다행이군요.”


“회장님.

그것도 한국 같은 선진국에서나 이렇게 엄격한 기준에 의해 게이트와 외부 환경을 차단하고 있는 겁니다.

재정이 어려운 후진국들은 게이트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추가로 생겨나는 게이트는 그만큼 더 위험이 높죠.”


“해상이나 사막 같은 인구 희박 지역에서 불쑥불쑥 생겨나는 게이트도 문제예요.

솔직히 우리는 지구에 게이트가 몇 개나 있는지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하지연의 설명에 남강민이 끼어들었다.


게이트는 인류에게 엄청난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주고 있다더니, 정말 실감이 나는 얘기였다.


“저건 뭡니까?”


유진의 시선이 게이트 왼쪽 위에 있는 낯선 물체를 가르켰다.

둥글고 길쭉한 시가 모양의 물체는 계속 전진과 후진을 반복하며 게이트속으로 사라졌다 나타났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게이트와 연결된 통신망입니다.

아직도 게이트 너머와 지구의 연결은 한계가 있습니다.

생명체나 도구를 주고 받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요.

통신선이나 파이프라인 같은 걸 연결하지는 못합니다.

철로 같은 것도 놓을 수 없어서 기차를 통한 대량 수송도 불가능해요.

통신도 저런 식으로 통신 내용을 저장한 물체가 한번은 지구, 한번은 저 너머의 이세계, 이런 식으로 반복해서 움직이면서 내용을 전달하고 있죠.”


“아직 불편하군요.”


“그래도 여기 게이트는 크기나 위치가 안정적이에요.

크기가 계속 달라지고, 위치도 자꾸 변동하는 게이트도 많은 걸요.

그러다보니 그 많은 게이트들 중에서 상업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곳은 많지 않아요.

현재 우리나라가 크게 발전한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런 게이트 인프라가 탄탄하기 때문이죠.”


하지연은 둥그런 게이트의 모양을 손으로 표현하면서 설명했다.


“여기 계신 분들은 모두 게이트에 들어가 보셨죠?”


현재 게이트 입구에 서 있는 사람은 유진과 하지연, 남강민과 채일우, 에이프릴, 이렇게 네 명이다.

넷 중에 게이트 입장 경험이 없는 사람은 유진 밖에 없었다.


“그럼 들어갑시다.”


“네, 회장님.

제가 먼저 들어갑니다.

회장님이 바로 뒤에 따라오세요.

나머지 분들은 그 뒤를 따르시고요.”


하지연은 성큼 몸을 움직여 게이트 속으로 사라졌다.

몸의 앞면부터 시야에서 없어지더니 뒤통수까지 완전히 보이지 않았다.


신기했다.

마치 마술쇼의 일부같은 느낌.


유진은 옆에 있는 세 사람을 흘깃 보고 게이트 안으로 걸음을 내딛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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